< -- 103 회: 라스트 데드(The Last Dead) 시즌 2 : 소용돌이 -- >
[ AM 3:43:34 ]
책상과 캐비넷이 어지럽게 널부러진 경찰서 내부는 정말로 황폐했다.
벽에 걸린 전자 시계의 빛만 아니라면 꼭 귀신이라도 튀어 나올것 같은 분위기였다.
"너랑 떨어져 있어서 좀 아쉽군. 같은 부류끼리 오붓하게 앉아서 이야기 좀 나누려고 했더니."
확실히 차수철 목소리는 정준혁으로 위장했을 때와 180도 달라져있었다.
이승철은 확실히 그에게서 적대감을 느낄 수 있었다.
"입닥쳐."
"크크큭! 내가 그렇게 잘못했나?"
"잘못? 아니 아직은."
이승철의 차가운 대답에 차수철의 표정이 살짝 긴장감으로 물들었다.
"네 놈을 양파껍질 벗기듯이 하나 하나 벗기면 정말 무엇을 잘못했는지 알게 되겠지."
"......"
확실히 그것은 무서운 대답이었다.
하지만 차수철은 내색하지 않고 입을 열었다.
"좋아. 네가 날 벗겨내던지 뭘 하던지 기대하지. 하지만 이거 하나는 알아둬. 우린 지금 과거에 집착하기보다 현실에 더 충실해야 한다는 것을 말이야."
"현실?"
"그래. 내가 황박사 연구실에서 뭘 발견한지 알아?"
"도대체 뭘 훔친거야!"
"워, 워. 그렇게 흥분하지 말고 내 이야기를 들어봐. 너도 시크릿-X 감염자이니까 한번쯤 들어봤을것 같은데....."
"뭘?"
"S.B.I.C라는 단체 알아?"
".....!"
만약 사방이 어둡지 않았더라면 이승철의 표정은 금새 들통났을 것이다.
이승철은 곧 안정을 되찾고 침착하게 입을 열었다.
"알아? 몰라?"
"알아."
"크큭. 그럴줄 알았어. 그럼 그 단체가 뭘 하는지도 잘 알겠군."
"대충."
"뭐, 이야기가 금방 통할것 같으니까 단도직입적으로 말하지. 내가 가진 자료에 의하면 황박사는 S.B.I.C와 꽤 연관이 있는 인물이야. 그렇다는것은 그들이 언제 여기에 들이닥칠지 모른다는 이야기지."
차수철의 목소리는 진지했는지 이승철은 유심히 그의 말에 귀를 기울였다.
“만약 그 놈 들이 속초에 쳐들어오면 분명 그냥 오지는 않을 거야.”
“그래서 하고 싶은 이야기가 뭐야?”
“알면서 묻기는.....”
“입닥쳐. 난 너랑 협력할 생각 죽어도 없어.”
이승철이 으르렁거리자 차수철이 어깨를 으쓱했다.
“정말 내가 뭘 잘못했는지 모르겠군.”
-쾅!
이승철이 벽을 세게 후려치자 콘크리트가 거미줄처럼 금이 가버렸다.
“난 네 놈을 신뢰할 수 없어. 지금 모든게 다 의심스럽다고. 알았냐?”
“참 생긴거와 다르게 터프한 놈이군. 이봐. 너만 지금 옳다고 생각하는 거야? 나도 네 놈처럼 생각이런것이 있으니까 과소평가 하지말라고.”
“무슨 개소리야.”
“생각해봐. 너는 그 벽을 한번에 으깨버릴만큼 힘이 있어. 그건 나도 마찬가지야. 우리가 이깟 쇠고랑 하나 풀지 못하는건 아니잖아. 안 그래?”
“......”
확실히 일리가 있는 말이었다.
만약 둘 다 제대로 마음먹는다면 속초시를 쑥대밭을 만드는건 일도 아니었다.
그러나 이승철은 추호도 그럴 마음이 없을 것이다.
그건 차수철 역시 마찬가지였다.
이승철이 저렇게 멀쩡히 살아있는한 함부로 움직일 수가 없다.
대신 차수철은 이승철과 협력하는척 하면서 언젠가 찾아올 기회를 엿보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이승철의 의심은 아직 끝난게 아니었다.
“박천구 대위를 아나?”
“아 그 친구. 잘 알다마다. 아마 너한테 윗남교로 가라고 그랬을거야. 내가 시켰거든.”
“무슨 관계야?”
“아 뭐 대단한건 아니야. 그 친구 나한테 빛이 좀 있지.”
“빛?”
이승철이 의아하다는 듯한 목소리로 묻자 차수철이 거들먹거렸다.
“그래. 그 친구 딸래미가 좀 다쳤길래 내가 좀 도와줬지. 내가 이래보여도 한때 의사지망생이었거든.”
“소희가 많이 다쳤었나?”
“뭐 그랬었지. 자기 딸을 고쳐주니까 은혜를 갚겠다고 하는데 그 친구가 하도 바빠보여서 그냥 보내려고 했거든. 그런데 하필이면 너를 보내다니 이거 그 친구 빛만 더 늘었는데? 후후...”
차수철이 기분 나쁘게 웃자 이승철은 주먹을 꽉쥐었다.
“생존자를 찾고 있었군. 이유가 뭐야?”
“와우! 말귀 한번 기똥차게 알아듣네. 크큭. 별다른 이유는 없어. 그냥 살아있는 사람과 함께 지내고 싶었을 뿐이야. 그게 여자라면 더 좋고.”
“........”
뭔가 꿍꿍이가 있는 건가?
아니면 저 놈 말이 사실인가?
이승철은 복잡한 머릿속이 쉽게 정리가 되질 않았다.
그러나 한가지 확실한건 박천구와 자신이 인연이 있었다는 사실을 말하지 않는게 좋다고 생각되었다.
“이봐. 어쩌면 우린 당장 내일 모가지가 날아갈지도 모른다고. 아 뭐 우린 괜찮겠지만 그 폭탄 머리 친구가 좀 위험하지 않을까?”
“그렇게 위험한 사람 들은 아니야.”
“하아! 그건 모르는 거지.”
차수철은 유쾌하게 소리치며 말을 이었다.
“지금 장영석이 우리에게 어떻게 했는지 생각해봐. 나중에 실험실 보여주겠다면서 왜 지금 보면 안된다고 펄쩍 뛰겠어? 다 함정을 파놓고 우릴 기다린거라니까.”
“함정?”
“그래! 어쩌면 속초 놈들 모두 S.B.I.C와 한통속일지 모르지.”
차수철이 은밀하게 말하자 이승철은 어이없다는 듯이 고개를 저었다.
“헛소리 짓껄이지마. S.B.I.C가 생존자 들을 보고 가만하 놔둘것 같아?”
“이런 하나는 알고 둘은 모르는 군. 황주선 박사가 왜 속초시를 떠났다고 생각하지?”
“그야 여기 사람 들과 의견 마찰 때문에....”
“맞아. 하지만 더욱 정확한 사실은 황주선과 장영석에게 있어. 황주선은 S.B.I.C의 음모를 알고 있기 때문에 속초 사람 들에게 경고를 했지만 그들은 애초부터 생각이 정해져 있었겠지.”
“무슨.... 생각을 말이야.”
이승철이 조심스럽게 묻자 차수철이 입꼬리를 올렸다.
“이미 속초 사람 들은 S.B.I.C에게 포섭을 당한 거야.”
============================ 작품 후기 ============================
연속 3일 철야를 했더니 몸이 천근만근이네요...ㅜㅜ
글도 제대로 안써지고 죽겠습니다.
하지만 시즌2는 되도록 제 날짜에 맞춰서 마무리 짓도록 하겠습니다.
내년에 여유가 생기면 차기작도 쓰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