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라스트 데드-104화 (103/262)

< -- 104 회: 라스트 데드(The Last Dead) 시즌 2 : 소용돌이 -- >

"그게 정말이야?"

이승철이 펄쩍 뛰자 차수철이 혀를 찼다.

"쯧쯧. 속고만 살았냐?"

"너무 앞서 가는거 아니야?"

"전혀. 내가 실험실에서 뭘 주워온줄 알아? 바로 황주선 다이어리야. 그 안에 모든 음모가 담겨있지. 원한다면 보여줄 수도 있어."

"......"

이승철은 기가 막혀 말이 나오질 않았다.

차수철의 말대로라면 속초 생존자 들과 황주선은 S.B.I.C와의 관계에 대해 대립이 생겼을 것이다.

"황주선이 오기 전에 이미 S.B.I.C가 속초를 다녀간 후였지. 그들은 속초 사람 들을 이미 세뇌시킨 후였어."

"세뇌?"

"그래. 감염자 들을 상대하느라고 이골이 난 이 사람 들에게 달콤한 감언이설을 퍼뜨린 후였지."

"그럼 황주선 박사 말은 씨알도 안 먹혔겠군."

"잘 이해했네. 황주선 박사는 S.B.I.C의 음모를 이미 알고 있었기 때문에 그들이 속초 사람 들에게 거짓말을 했다는 것을 알았지. 그래서 백신을 개발해서 자신의 주장을 증명하려고 했나봐. S.B.I.C가 음모를 꾸미고 접근했다는 것을 말이야."

"하지만 백신이 생각보다 잘 만들어지지 않았나?"

"맞아. 그래서 황박사가 모든걸 포기하고 떠난 거야."

"....."

차수철의 말이 굳이 아니더라도 앞 뒤 상황이 딱딱 들어맞았다.

하지만 아직 의문이 남아 있었다.

"그럼 지금와서 황박사를 찾겠다는 건 뭐야?"

"아무래도 내 생각에는...."

차수철이 잠시 말을 멈추고 작은 한숨을 내쉬었다.

"휴우.... 아무래도 S.B.I.C에서 황주선을 찾고 있는 모양이야. 그가 생존자 들을 찾으러 다니면서 S.B.I.C의 존재와 음모에 대해서 퍼뜨리고 다닌 모양이니까."

"......"

"그럼 속초 생존자 들과 S.B.I.C가 손을 잡았다는 건가?"

"그런셈이지."

"......"

이승철은 깊은 생각에 잠겼다.

차수철의 말은 어디까지나 추측일 뿐이다.

하지만 신빙성은 어느정도 있다.

'속단해서는 안될것 같아. 물론 그런 가능성은 있겠지만.....'

이승철은 무척 혼란스러웠다.

이제는 누굴 믿어야 할지 감조차 잡히질 않았다.

"아까 장영석을 만나고 왔겠지?"

차수철이 대뜸 묻자 이승철이 고개를 휙 돌렸다.

"그 자식 말 더 이상 믿지마. 무슨 말을 하던지 간에 우릴 이용해서 뭔가를 계획하고 있을테니까. 아마 내 생각에는 우리에게 일부러 실험실을 보여줬을 거야. 마치 우연을 가장한것처럼 말이야."

".....!"

이승철은 깜짝 놀라 입만 벌렸다.

분명 차수철의 생각과 차이가 있지만 의미는 일맥상통했다.

장영석이 분명 뭔가 꾸미는 일이 있기 때문에 일부러 이승철 일행에게 실험실을 보여줬던 것이다.

하지만 차수철에게 자신의 생각을 털어놓고 싶지는 않았다.

"어차피 우리가 찾을텐데 그럴 필요가 뭐가 있겠어?"

이승철은 시치미를 뚝 떼며 물었다.

"그럴 필요를 더 만들기 위해 그랬을지도 모르지. 아니면 나랑 같이 장영석을 붙잡아 모든걸 털어놓게 만들던가."

"말이 되는 소리를 해. 절대 그런짓은 하지 않을테니까."

이승철이 단호하게 잘랐지만 차수철은 피식거렸다.

"훗. 그렇게 펄쩍 뛰면서 대답하는걸 보면 너 역시 장영석이 여간 의심스러웠군. 네 놈이 장영석을 의심하지 않았다면 왜 붙잡아서 그렇게 해야하는지 물었겠지."

"헛소리 짓껄이지말고 입이나 닥쳐."

"아, 한마디만 더 하지. 넌 분명 내 말대로 하게 될거야."

"입 닥쳐."

"크큭."

차수철은 낄낄거리면서 희안한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신경이 민감해질대로 민감해진 이승철을 더욱 자극시키려고 그러는것 같았다.

'젠장.... 생각을 하자. 생각을.....'

이승철은 자신의 머리를 쥐어잡으며 고개를 푹 숙였다.

하지만 머릿속에 가득찬건 온갖 의문 들이었다.

'장영석은 도대체 무슨 음모를 알리려고 했던 걸까?'

'차수철을 어디까지 믿어야 할까?'

'속초 사람 들은 어째서 황주선을 다시 찾으려고 하는 걸까?'

이승철은 아랫입술을 꽉 깨물었다.

머리가 이제는 터질 지경이었다.

그 순간....

- 본능을 따라가. 그게 답이야....

희미하지만 누군가 귓가에 대고 속삭이는것 같았다.

이승철은 고개를 저었다.

'어떻게하면 좋을까.... 예선아....."

갑자기 이승철 머릿속에 예선이의 얼굴이 떠올랐다.

그러자 복잡한 그의 머릿속이 뻥 뚫리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이승철은 다시 차수철을 쳐다보았다.

"그 다이어리를 보여줘."

"뭐?"

"내가 한번 봐야겠어."

"크큭. 자. 받어."

차수철이 다이어리를 던졌지만 이승철이 갇혀있는 창살에서 꽤 먼 곳에 떨어졌다.

팔을 뻗어도 소용없는 거리였다.

"너 이 새끼 일부러 그랬지?"

"아, 미안. 요즘 팔 힘이 떨어져서 말이야."

차수철이 능청스럽게 말했지만 별 수 없었다.

이승철은 최대한 손을 뻗어봤지만 예상대로 소용이 없었다.

"힘은 쓰라고 있는 거야."

"닥쳐."

차수철이 능글거리면서 말했지만 이승철은 어떻게든 자신의 힘으로 다이어리를 집으려고 했다.

하지만 상황이 이승철을 도와주지 않았다.

"쳇!"

이승철은 할 수없이 오른팔을 뻗어 날카로운 검을 뽑아냈다.

그리고 유치장을 잠궜던 자물쇠를 두부 자르듯이 잘라냈다.

-덜컹!

이승철이 조심스럽게 유치장에 나와 다이어리를 집어들었다.

"탈옥이다! 이승철이 탈옥한다!"

차수철이 느닷없이 소리를 질러댔다.

그러자 밖에서 뭔가 쿵쿵거리며 뛰어오는 소리가 들렸다.

그제서야 이승철은 차수철을 죽일듯이 노려보았다.

"후훗. 내가 말했지? 넌 내 말을 따르게 될 거라고."

"죽여버리겠어."

"글쎄. 그러기 전에 빨리 선택을 해야할것 같은데. 나와 힘을 합칠 거야? 아니면 장영석에게 잡힐 거야."

"차라리 장영석의원에게 솔직하게 말하고 그를 설득하겠어."

이승철은 단호하게 대답했지만 차수철이 오히려 비웃었다.

"아, S.B.I.C와 손잡은 그놈 하고? 좋아. 네가 그렇게 한다고 치자. 그럼 자유는 어떡할건데? 자유가 그들에게 붙잡혀서 어떻게 될지도 모르는데?"

"......."

이승철은 더 이상 할 말이 없었다.

차수철은 자신의 생각을 뒤집을 정도로 집요하게 파고 들었다.

"자아, 이제 선택해. 나야, 장영석이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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