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라스트 데드-113화 (112/262)

< -- 113 회: 라스트 데드(The Last Dead) 시즌 2 : 소용돌이 -- >

어두운 방.

쥐 들의 은밀한 소리가 귀에 거슬렸지만 신노인은 가부좌를 풀지 않았다.

그는 조용한 명상에 잠겼다.

아니, 그 속에 살아야만 했다.

하루가 일년 같이 길게 느껴졌지만 그는 가슴 깊은 곳에서 차오르는 분노를 억눌러야 했다.

'장영석...'

그러나 명상은 그의 정신 세계를 바로 잡지 못했다.

자꾸만 탁한 기운이 그의 정신 세계를 어지럽혔다.

이미 자신의 부인을 칼로 죽인 자의 얼굴을 알아본 순간, 장영석이 무엇을 꾸미려고 하는지 파악할 수 있었다.

하지만 심장이 주저앉을 정도로 너무 무시무시한 계획 들이었다.

그것을 한눈에 파악한 본인이 섬뜩할 정도였다.

'김문규가 말했던 것들이 이런 건가?'

신노인은 한숨을 내쉬지 않으려 애를 썼다.

여기서 작은 흐트러짐은 곧 걷잡을 수 없는 마음의 파괴를 불러올 것이다.

그러나 마음을 다 잡은척 하면서 자신을 거리낌없이 속여왔던 모습이 너무나 기가 막혔다.

하긴 본인의 아니함 때문에 발생한 일일수도 있었다.

김문규는 끊임없이 충고했지만 신노인이 애써 귀담아 듣지 않았던 것이 지금의 사태를 불러온 것이다.

장영석은 무서운 존재였다.

- 딱...딱....딱....

날카로운 발소리가 울려퍼졌다.

신노인은 감은 눈꺼풀을 꿈틀거렸지만 자시 자세를 바로 잡았다.

'결국 나를 설득하겠다는 건가?'

- 철컥!

두꺼운 철문이 열리는 소리와 함께 차가운 숨소리가 신노인을 자극했다.

"어르신."

"......."

"이제 아시겠습니까? 이게 저희의 계획입니다."

"........"

신노인은 대답하지 않았다.

가부좌를 더욱 바로 잡을 뿐이었다.

"거 보십시오. 제가 대세를 따르라고 하지 않았습니까? 이제는 세상이 변했습니다. 인간이 인간으로서의 삶은 이미 끝났습니다."

"인간이 인간으로서의 삶이 끝났다....."

신노인은 한동안 침묵하다가 천천히 눈을 떴다.

"그럼 도대체 인간이 인간으로서의 삶은 도대체 어떤 건가?"

"종교, 정치, 경제 이 모든게 인간에게 한계가 온 겁니다. 인간은 더 이상 진화할 수 없습니다. 새로운 유토피아를 건설해야 하지요. 인간이 인간으로서의 삶이요? 인간은 진화를 더 이상 할 수 없을 때 그 삶이 끝난겁니다."

"어째서 말인가?"

신노인의 반문에 상대방의 입꼬리가 올라갔다.

"인간은 분명히 한계가 있는데 욕심은 무한하지 않습니까."

"흥! 그래서 네 놈들은 인간이 인간이기를 포기한거냐?"

"크크큭. 이제 인간이 아니라 새로운 단어를 생각해 내야겠군요."

싱데빙이 조소를 하며 자리에서 일어나자 신노인이 그를 노려보았다.

"속초 사람 들은 건들지 마라."

"그건 안됩니다."

"야, 장영석!!"

신노인이 고함을 내질렀지만 장영석은 등을 돌렸다.

"그는 돌아왔습니다. 그리고 씨앗을 거두겠지요. 걱정 마십시오. 우리가 S.B.I.C를 없애겠습니다. 물론 진화한 새로운 인간으로 말입니다."

"그만둬! 너희는 절대로 정의가 아니야!"

신노인이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지만 결국 어둠에 묻혀버렸다.

다만 괴기스러운 철문 닫는 소리가 요란하게 들리더니, 이내 '쿵'하고 닫히면서 사슬로 굳게 잠그는 소리만 숨가쁘게 들렸다.

"정말 하늘은 이대로 세상을 버린 것인가...."

신노인은 벽에 쓰러지듯 기대며 그대로 주저앉아 머리카락을 쥐었다.

"저 노인네..... 그냥 살려둘건가?"

폐공장 한쪽 구석에서 차갑게 가라앉은 목소리가 장영석을 불러세웠다.

"아직은...."

"망설이고 있군."

"그런게 아니야."

장영석은 자신을 부른 남자를 향해 똑바로 섰다.

"망설이는게 아니라 아직 때가 아니라는 거야."

"때? 도대체 무슨 때를 기다리는 거야. 밀어붙일 때 확실하게 밀어붙이는 게 때라는 거야. S.B.I.C는 곧 들이닥칠거라고."

"......"

장영석은 상대방을 똑바로 응시했다.

그는 피부가 백지장처럼 하얗고 두 눈은 금방이라도 피눈물이 흐를것처럼 새빨겠다.

"네가 아무리 시크릿-X에 감염됐다도 하더라도 아직은 이승철이나 정준혁한테는 상대가 안돼."

"네가 놈 들을 ㅤㅉㅗㅈ아냈잖아. 놈 들은 이제는 어디에 있을지 모르는 황박사를 찾으러 다니겠지. 우린 그 사이에 속초시를 장악하면 되는 거야."

장영석은 차가운 표정으로 상대방을 응시했다.

"한번 더 경고한다. 방심하지마. 우리는 아직 햇병아리일 뿐이야."

"......."

장영석은 미련없이 어디론가 터벅터벅 걷기 시작했다.

"장영석.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거냐."

감염자는 이를 갈면서 장영석을 노려보았지만 쉽게 움직이질 않았다.

분하게도 아직 자신의 힘을 완벽하게 컨트롤 하지 못할뿐더러, 장영석은 분명 시크릿-X 감염자를 쓰러트릴 아주 막강한 무기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었다.

"크크큭. 아주 재밌는 인간이야. 이승철, 정준혁 . 그 두 놈한테 일부러 황박사 실험실을 보여주고 보란듯이 자극하다니.... 내가 네 놈들의 계획을 모를줄 알았나? 그 놈들을 실험대상으로 내가 어느 정도 힘을 발휘하는지 살펴보겠지. 크크큭."

감염자는 섬뜩한 표정으로 자신의 팔을 혀로 ㅤㅎㅑㄾ았다.

"뭐 상관 없어. 나 역시 그 놈들이 마음에 안들었으니까 말이야. 크크큭."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