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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스트 데드-124화 (123/262)

< -- 124 회: 라스트 데드(The Last Dead) 시즌 2 : 소용돌이 -- >

"헉헉!"

차수철이 성당에서 벗어나 어디론가 비틀비틀 걷기 시작했을 때, 온 사방이 급격하게 어두워졌다.

이해할 수 없었다.

방금까지만해도 햇빛이 강하게 내려쬐던 맑은 날이었다.

바로 그거였다.

자신의 몸이 급격하게 이상을 느꼈던 그때.

차수철은 이러한 모습을 이승철에게 보여서는 안된다고 판단했다.

- 이제 시간이 됐어.

"무, 무슨 시간....."

차수철은 힘겹게 대답했다.

잠재되어있던 자아는 이미 그의 몸을 마비시키고 있었다.

- 그들이 나와 너를 부르고 있어.

" 우, 웃기지 마. 누가 뭘 부른다는 거야...."

차수철은 힘겹게 벽에 기대면서 주르르 쓰러져 주저 앉아버렸다.

그의 눈에서는 정체 모를 피눈물이 흐르고 있었다.

- 이제 나에게 너의 육체를 넘겨.

"......."

차수철은 아무런 대답을 할 수가 없었다.

마치 자신과 관련된 모든게 죽어가는것 같았다.

-끼이익

그때, 허름한 대문이 열리면서 허리가 구부정한 할머니가 나왔다.

아무래도 차수철이 비틀거리며 도착한 곳이 동네에서 한참 떨어진 외딴집 같았다.

"젊은 사람이 아침부터 여기서 뭐하는 거야?"

"크흐흑."

"에구머니나! 왠 피를 이렇게..."

할머니가 깜짝놀라며 차수철에게 가까이 다가섰다.

하지만 점점 짙어지는 차수철의 살기를 느끼지 못하고 있었다.

"젠장."

이승철은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느닷없이 사라진 차수철때문에 당혹스러웠지만, 자꾸 불길한 생각이 머리를 감싸기 시작했다.

그때 이승철의 눈에 뭔가가 띄었다.

"다이어리?"

꽤 묵직한 다이어리를 집어 그것을 얼른 펴보았다.

그리고 한장씩 넘길때마다 이승철은 충격에 휩싸이기 시작했다.

- 서걱서걱

뭔가 불길한 소리가 들렸다.

마치 뼈를 갉아먹는 듯한.....

이승철은 소리가 들리는 곳으로 뛰었다.

그러자 성당에서 멀리 떨어지지 않는 곳에 외딴집 하나가 보였다.

다이어리의 내용이 상당히 충격적이었지만 일단 차수철을 빨리 찾아야 했다.

- 서걱... 서걱....

이승철의 머릿속에서 온갖 생각이 떠올랐지만, 머리를 세차게 흔들고 오른팔을 변형시켰다.

1m의 검은 물질이 새파랗게 빛을 내자 이승철은 조용히 대문을 열었다.

"......!"

- 서걱 서걱!

이승철은 놀란 눈과 입을 다물지 못했다.

차수철은 마루에 걸터 앉아 입가에 피를 잔뜩 묻히며 뭔가를 먹고 있었다.

하지만 더욱 끔찍한건 마당에 하얗게 샌 머리카락 뭉치 하나가 아무렇게나 뒹굴고 있다는 것이다.

"너, 너 뭐 먹어?"

이승철이 겨우 묻자 차수철이 붉게 물든 두 눈을 치켜 떴다.

"쩝쩝..... 늙은 인간."

"......"

너무 덤덤한 차수철의 대답에 이승철은 뭐라고 해야할지 몰랐다.

아니, 그 모습을 보고 무슨 말을 한다는 자체가 이상할지도 모른다.

"크크큭. 역시 생고기가 맛있어."

"그만둬."

"왜? 너도 먹어볼래?"

"그만 하라고!"

이승철이 점점 다가가기 시작했다.

"내가 상반신은 다 먹었으니까..... 다리 한쪽 줄까?"

"이 새끼가!"

이승철이 번개같이 달려들어 차수철의 손에 들고 있던 핏덩어리를 검으로 걷어냈다.

"감히 내 식사를 방해하다니!"

차수철이 섬뜩한 어금니를 드러내며 으르렁거렸다.

순간 이승철은 평소에 보았던 차수철이 아니라는것을 직감적으로 느꼈다.

차수철은 뭔가 야생적으로 변했다거나, 이성을 완전히 잃어버린 듯한 모습이었다.

이승철은 뒤로 물러서서 다시 공격할 자세를 취했다.

"차수철은... 죽었어. 이제 이 몸은 내거야."

"그럼 넌 누구야?"

"나?"

차수철은 빈들거리는 표정으로 하얗게 변해버린 두 눈동자를 치켜떴다.

주르륵.

피눈물이 계속 흘렀지만 게의치 않는 표정이었다.

"내 본 모습이지."

"....."

이승철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저게 시크릿-X 본 모습이라고?'

"크크큭. 너도 나랑 같은 부류인가?"

차수철이 이승철의 오른팔을 쓰윽 쳐다보며 기분 나쁜 표정을 지었다.

"닥쳐. 난 너랑 틀려."

"그래? 그럼 너는 나와 같은 것을 제어할 수 있다는 건가?"

"그건 네가 알 필요 없고...... 네가 본 모습이라면 차수철은 도대체 어디 있는 거야?"

"글쎄. 내가 사정없이 먹어버려서 어디 있는지 모르겠는 걸?"

차수철 아니, 그를 장악한 바이러스가 묘한 표정을 지었다.

"그럼 아무런 거리낌없이 죽일 수 있겠군. 나도 차수철, 그 인간 별로 마음에 들지 않았거든."

".....?!"

이승철의 대답은 의외로 뜻밖이었다.

바이러스 역시 약간 놀란 표정을 지으며 자신의 오른팔을 변형시켰다.

"난 말이야. 너랑 다르게 인간으로서 이 바이러스를 조절할 수 있어."

"그래봤자 너도 내 몸 속에 잠들어있는 내 동족에게 먹히게 될거야."

"크크큭. 오히려 반대야. 내 의식 한구석에 잠들어 있던 파괴 본능만 일깨워 주는 걸?"

이승철은 섬뜩한 웃음소리와 함께 슬쩍 고개를 들었다.

그의 두 눈과 피부가 섬뜩한 회색빛으로 물들어 있었다.

마치 시멘트로 온 몸을 덮어버린 듯한 모습이었다.

"흥미롭군. 널 먹어서 세포를 분해해봐야겠어. 그러면 쓸만한 네 체내 세포를 내 육체에 합성시켜 더 강해질 수 있을 것 같아."

"시건방 떨지마. 누가 그렇게 놔둘것 같아?"

"나도 네가 망나니처럼 날뛰는걸 가만 놔두지는 않을 거야."

이승철과 차수철은 마당으로 내려와 서로를 경계하며 맞섰다.

폭풍전야.

나무에 앉아 있던 새 들이 본능적으로 공중으로 솟아 올랐다.

============================ 작품 후기 ============================

늦어서 죄송합니다.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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