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라스트 데드-136화 (135/262)

< -- 136 회: 라스트 데드(The Last Dead) 시즌 2 : 소용돌이 -- >

"....."

이승철은 어떤 말을 헤야할지 몰라 자꾸 머뭇거렸다.

하지만 자유는 아무렇지 않은 표정으로 손가락을 들어 자신의 머리를 툭툭 쳤다.

"여기에 너의 진심이 들어 있다는 거야."

"이런 씨발 도대체 너까지 왜 그래!"

이승철이 절규에 가까운 고함을 내질렀다.

거의 미치기 일보직전이라는 말이 어울릴 만큼 그는 제정신이 아니었다.

"이승철. 넌 김성식을 오래전부터 증오해왔어."

"그게 무슨 말이야?"

자유는 이미 제정신이 아니었다.

게다가 그의 말투 표정 또한 그의 것이 아니었다.

이미 그는 변했다.

이승철 역시 긴장이 역력한 표정으로 그를 쳐다보았다.

"넌 신예선을 구했다는 이유로 그 누구도 그녀와 가까이 해서는 안된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어."

"무슨 개 소리야. 난 그딴 생각한적 없어."

이승철이 눈썹을 치켜뜨며 자리에서 일어섰다.

"넌 그게 문제였어. 자기 자신한테 솔직하지도 못한거."

"......"

자유 역시 천천히 일어서며 이승철을 깔아보았다.

"예선이는 내것이다. 아무도 그녀를 손댈 수 없다. 그래서 김성식을 결국 일행에서 ㅤㅉㅗㅈ아냈다. 아닌가?"

"절대로 아니야! 난 김성식을 ㅤㅉㅗㅈ아내려고 한적은 없어. 다만...."

"다만 어쩔 수가 없었다?"

"....."

이승철이 결국 말을 잇지 못하자 자유가 입꼬리를 올렸다.

"거봐. 이게 네 속마음이야. 아마 넌 다만 김성식이 생존자 들에게 도움이 안된다고 말하면서 왠지 한명의 경쟁자를 제거한 듯한 기분이었을걸?"

"아니야!"

이승철이 이를 갈았다.

"뭐 알지도 못하면서 함부러 지껄이지 마."

"그럼 김성식에게 차까지 주면서 떠나라는 건 뭐야? 그것도 호의인가?"

마치 짜여진 각본처럼 자유는 거침없이 질문을 쏟아내자 이승철은 약간 주춤하다가 입을 열었다.

"그래. 솔직히 김성식에게 호의를 베풀만큼 내 마음이 여유롭지 못한건 사실이야. 물론 김성식이 제발 일행에게 떨어졌으면 하는 생각도 하긴 했어. 하지만 그건 같은 생존자 들을 위한 선택이었어. 내 이익을 위해서가 아니었다고."

"예선이가 김성식한테 실망하던 그 모습."

"......"

자유가 이승철을 비웃으며 그의 말을 반박했다.

"넌 그 모습을 보며 묘한 쾌감을 느꼈어."

"....."

이승철은 대답하지 못했다.

어쩌면 정말 자유의 말이 맞는지도 모른다.

그동안 이승철은 예선이에 대한 감정이 어떤건지도 스스로에게 묻지 않았다.

결국 그런 상태에서 김성식의 존재는 마음 한구석에 부담감으로 작용했을지도 모른다.

"김성식은 위험한 인간이야. 그래서 넌 그걸 빌미로 삼았지. 네가 한번 몰아세우니 그게 곧 정의가 되었던 거야."

"하지만 성식이도 그건 마찬가지였어. 어느 순간부터 날 경계하고 또.... 증오했었으니까."

"그럼 그 놈도 그랬으니까 나도 그랬다... 이건가?"

"그런 억지가 어디있어?"

"그게 아니라면 너에게 그런 모습을 보이길 바랬던거 아닌가?"

자유는 마치 이승철을 심문하는듯 했다.

뭔가를 단단히 망치려고 하는 작정인것 같았다.

"결국 넌 겉으로는 아닌척하면서 김성식이 스스로 망가지길 바랬던 거야. 그리고 김성식은 너의 바람대로 되었고 말이야."

"......"

이승철은 입만 벌린체 아무런 말을 하지 못했다.

사실이다.

그게 진심이다.

결국 아닌척 했던것은 자신에게 솔직하지 못했던거였고 인정하지 않으려고 했던 것이다.

왜?

자신이 망가져서는 안된다는 경계심 때문이었다.

그런건 악역을 떠맡은 놈들에게만 충분하다.

어쩌면 이승철은 김성식이 그런 역할을 맡을만 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더욱 그를 악으로 몰아간건지도 모른다.

"게다가 넌 나를 귀찮아하고 또 경멸했어."

"......."

자유가 원망하는 표정으로 쳐다보자 이승철은 고개를 저었다.

"아니야. 그런적 없어. 내가 도대체 왜....."

"항상 도움이 안됐으니까! 항상 걸리적 거렸으니까!"

"아니야.... 아니야....."

이승철이 고개를 저으며 뒤로 물러서자 자유가 그의 가슴팍을 밀쳤다.

"항상 넌 그런식이었어. 항상 네 생각을 숨기면서 겉으로는 아닌척 했지."

"그건...."

"내가 상처받을까봐? 아니면 어차피 말도 안 통하니까?"

"......"

이승철은 머리를 감싸쥐며 그 자리에 주저 앉았다.

"네 그러한 행동 때문에 많은 생존자 들이 죽었어. 설화를 구하겠다고 아지트를 비운 사이에 감염자 들이 들이닥쳤으니까."

"아니야... 아니야...."

"무책임하고 내가 아니면 안 된다는 생각에 결국 수많은 사람 들이 희생되었지."

"그만해.... 제발...."

자유의 차가운 입김이 피부에 닿았다.

그럴수록 이승철은 더욱 움츠러 드렀다.

"자아, 이제 사람가지고 장난 그만하고 너의 본심을 끄집어내봐. 너 역시 감염자잖아. 공격본능이 살아있잖아."

"......"

자유가 자꾸 이승철을 부추겼다.

하지만 이승철은 더욱 움츠러들뿐 일어서지 못했다.

"자아, 어서 날 죽여봐. 하지만 이젠 나도 예전같이 안 당해."

"그럼 너도 나에게 맞서겠다는 거야?"

이승철의 목소리가 갑자기 냉랭하게 변했다.

그는 쓰윽 일어서서 냉소를 머금은 표정으로 자유를 쏘아보았다.

"그래. 너도 내 진심을 알았으니 나도 네 진심을 알것 같다. 넌 날 부러워하고 있어. 그리고 날 죽이고 싶어 하지. 왜냐면 너 역시 김성식과 같으니까!"

이승철, 그리고 자유는 서로를 노려보면서 오른팔을 변형시켰다.

"맞아. 네가 김성식한테 그랬듯 나도 끔찍하게 당하겠지."

"너 정말 죽고 싶어!"

이승철의 표정은 정말 살기가 가득했다.

하지만 자유는 그를 보고 비웃었다.

"죽는건 너야. 왜냐하면 예전의 내가 아니니까."

"좋아. 그럼 덤벼. 대신 오늘 둘 중 하나 뒤져야 하니까 각오 단단히 해야할거야."

"바라던 바다."

이승철과 자유는 서로를 향해 거침없이 부딪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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