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라스트 데드-140화 (139/262)

< -- 140 회: 라스트 데드(The Last Dead) 시즌 2 : 소용돌이 -- >

예선이는 방문을 단단히 잠궜나 다시 한번 확인했다.

정신은 거의 혼이 빠질 정도로 없었지만 머릿속은 온통 이승철을 안정시키겠다는 생각 뿐이었다.

"이제 좀 조용하다, 글지?"

예선이는 일부러 밝게 말을 하며 괜히 앞뒤로 팔을 흔들었다.

하지만 이승철의 표정은 매우 어두웠다.

아니, 얼굴에 표정이 지워진듯 보였다.

"밥.... 안먹어도 괜찮아?"

"밥....?"

이승철은 고개를 들었다.

표정없이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그 모습에 예선이는 조용히 그의 옆에 앉았다.

"......"

이승철은 아무런 말없이 눈물만 흘리고 있었다.

예선이는 아무런 대답없이 그의 손을 잡았다.

그렇게 밤이 깊어지고 이승철은 침대에 누웠다.

'그러고 보니....'

왼팔이 없어지고 오른팔은 팔꿈치만 남아 덜렁거렸다.

그리고 잠시라도 자유에 대한 생각이 잊혀지지 않았다.

몸과 마음이 그렇게 찢겨지고 너덜거리는데 잠은 오지 않았다.

"저기 있잖아. 나 네 옆에 누워도 돼?"

예선이가 조용히 묻자 이승철은 대답엇이 고개만 끄덕였다.

-쓰윽

같은 침대에 누워 멍하니 천장만 바라보는 두사람 곁으로 묘하게 달빛이 흘러들었다.

"팔... 많이 아프지?"

"마음이...."

이승철은 잠긴 목소리로 말끝을 흐렸다.

예선이가 좀 더 곁으로 다가왔다.

"마음이..... 아파?"

"......"

예선이가 이승철 가슴에 손을 올리고 얼굴을 그의 품안으로 파고 들었다.

"그냥 좋다. 이렇게 있으니까."

"......"

이승철은 이제 겨우 예선이에게 고개를 돌렸다.

"넌 내가 원망스럽지 않아?"

"원망? 내가 왜?"

"그냥. 모든것 들이...."

"너 때문에 망쳐 간다는 거야?"

"......"

이승철은 대답을 하지 않았지만 부정 역시 하지 않았다.

"그럼 나에게 말해봐. 그간 있었던 모든 일 들을.... 나 듣고 싶어."

굳이 숨길 필요도....

말을 하지 않을 필요도 없었다.

"그때 우리가 떠난 날..."

이승철은 속초로 출발하기 위해 자유와 짐을 싸고 바이오센터를 벗어날때부터의 기억을 더듬었다.

그리고 그때의 일을 회상하듯 이야기를 시작했다.

"결국 그렇게.... 되버렸어."

"그랬구나. 알았어. 더 이상 이야기 하지마."

이야기를 듣는 와중에 예선이의 표정은 충격과 슬픔으로 가득찼지만 어둠 속으로 묻어버렸다.

'미안해. 죽은 사람은 다시 돌아오지 않아.... 너도 이해하지? 자유야.'

예선이는 큰 슬픔에 잠겼지만 내색하지 않았다.

그건 자유가 바이오센터를 떠나기 직전 예선이에게 신신당부한 마지막 말 때문이었다.

[ 내가 만약 돌아오지 않는다면 그건 승철이 때문이 아니라 승철이 덕분에 이 질긴 목숨을 유지했던것 뿐이야. ]

'시한부 인생을 살았으면서 어떻게 내색한번 안할 수가 있었니....'

예선이 눈에서 눈물이 흘렀다.

다행히 사방이 어두워서 그것을 감추는데 어렵지는 않았지만 입술을 미친듯이 깨무느라 피가 흐를 지경이었다.

[ 사실 난 아버지가 없어. 그냥 고아야. 단지...... 그냥 상상 속에서 그런 아버지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던것 뿐이야. 미안.... 고아로 억척스럽게 살면서 결국 병까지 얻었는데.... 짧은 인생 뒤돌아보니까 남은게 없더라고.... 그래서 내 마음을 열수 있는 사람 들이 필요했어. 사실 세상이 멸망했을때 좀비 속에서 죽으려고 광주까지 내려왔는데, 운좋게 너희를 만난 거야. 게다가 승철이랑 형제처럼 가까워졌고 말이야. 난 그러고보면 운이 정말 좋은 놈이야. ]

자유는 정말로 행복한 표정을 지으며 마지막 말을 이었다.

[ 죽은 사람은 다시 돌아오지 않아. 설령 내가 어떤식으로 죽는다고 한든 그건 내 선택일 뿐이야. 난 누군가에게 잊혀지기 싫어. 그래서 난 승철이를 위해 어떠한 일을 할거야. 그게 무슨 일이 됐던지 간에 말이야. 하지만 승철이 그 놈 마음이 무척 여린 놈이야. 그러니까 무슨 일을 겪던지 간에 다시 이곳으로 돌아온다면 네가 따뜻하게 안아줘. 그 놈.... 우릴 위해 애를 쓰고 있잖아, 그렇지? ]

'결국 그게 너희 들의 선택이었니?'

결국 예선이는 어깨를 들썩였다.

이승철은 아무런 말없이 예선이를 팔꿈치만 남은 오른팔로 안아주었다.

"....."

김원중은 자신의 컴퓨터 앞에 앉아 연신 줄담배를 피웠다.

담배를 끊고 맑은 정신에서 연구를 하겠다던 다짐은 온데간데 없었다.

그렇다고 김원중이 의지가 약한 사람이 아니었다.

김원중이 연신 인상을 찌푸리는 이유는 황주선이 남긴 USB에 담겨 있는 자료 때문이었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USB 안에는 연구 자료 이외에 아주 놀랍고도 심각한 내용의 문서 들이 몇장 들어 있었다.

황박사는 바이오센터 수장과 교수를 겸임했을때도 아주 사소한 정보도 기록하고 보관하는 습성이 있었다.

"이게 도대체 말이 되는 이야기야?"

김원중은 한숨을 푹 내쉬며 키보드에 머리를 파 묻었다.

덕분에 잘 정돈된 모니터 속 문서는 온갖 외계어로 가득차게 되었다.

"외계인? 새로운 종의 탄생? 이런 썅, 이게 도대체 무슨 개풀 뜯어 먹는 소리야."

김원중은 어이없다는 듯이 실소를 내뿜었지만 그의 목소리는 많이 떨려있었다.

"젠장..... 도대체 이게...."

김원중은 자신이 잘못 본것이라고 생각하고 다시 모니터를 들여다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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