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146 회: 라스트 데드(The Last Dead) 시즌 2 : 소용돌이 -- >
새벽 3시쯤이었을까?
예선이는 이승철 팔베게에 편하게 잠이 들어있던 참이었다.
그러나 밤의 불청객은 언제나 예상치도 못한 곳에서 나타나는 법이다.
- 썬! 썬!
갑자기 밖에서 다급한 목소리가 들렸다.
예선이는 인상을 찌푸리며 몸을 뒤첫였다.
- 썬! 지금 자는 거야?
어색한 한국말이 들리자 예선이의 두 눈이 번뜩 뜨였다.
이런 목소리의 주인공은 한명이었다.
"브라운 박사님이에요?"
- 그래. 나야. 잠깐 할 말 있으니까 문 좀 열어줄 수 있나?
"......"
예선이는 대답을 하지 못하고 이승철의 얼굴을 쳐다보았다.
어제 김원중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느라 이제 막 잠이 들던 참이었다.
곤히 자고 있는 사람을 깨울 수는 없었다.
"예. 지금 나갈게요."
예선이는 카키색 가디건을 걸치고 조심스럼게 문을 열었다.
"무슨 일이세요, 박사님?"
"아, 그게...."
브라운 박사는 매우 심각한 표정이었다.
예선이는 밖으로 나와 조심스럽게 문을 닫았다.
"이승철군은 자나?"
"그럼요. 시간이 몇시인데요."
"흠흠. 미안하게 됐군. 하지만 우리가 지금 자고 있을 때가 아닌것 같아."
브라운 박사의 말은 참으로 의미심장했다.
예선이는 어느정도 그 말을 알아들을 수 있었다.
"설화 언니 연구 자료 때문에 그러시는 거죠?"
"맞아. 역시 말이 바로 통하구만."
브라운 박사와 예선이는 적막한 복도를 거닐며 어디론가 걸었다.
"그때 김군이 자료를 가지고 있겠다고 했을 때, 아무 생각없이 동의 했던게 이런 화를 부를줄 몰랐어."
"어쩔 수 없었죠. 그때는 믿을만 했으니까요."
브라운 박사와 예선이는 지하로 통하는 계단을 소리없이 내려갔다.
"김군을 이제는 못 믿겠나?"
"못 믿는다기 보다 사람 들이 너무 확 바뀌니까..... 그게 좀 힘들어요."
예선이는 솔직하게 대답했다.
특히 그녀의 머릿속에는 김성식에 대한 악몽이 아직도 지워지질 않았다.
"그렇군. 하지만 현실이니까 빨리 받아들여야 해. 또한 이승철군의 말이 맞아. 그 젊은 사람 말을 듣고나니 내가 참 인생 헛살았나 싶더군."
"무슨 말이요?"
"지금 나의 선택이 누군가에게 최고일 수도, 최악일 수도 있다는 걸 말이야."
"....."
예선이는 아무런 대답을 하지 못했다.
이 지구상에서 참으로 아이러니한 고민을 가지고 사는 동물은 인간 밖에 없다는 생각도 들었다.
하지만 예선이 역시 그 말을 들었을 때 더 이상 자신의 생각만을 가지고 누군가를 설득시키기가 점점 힘들다는 생각이 들었다.
"여긴가?"
"그러네요."
예선이는 익숙한 손놀림으로 비밀번호를 누르고 문을 열었다.
그리고 문 옆을 뒤져 불을 켰다.
"......"
브라운 박사와 예선이는 마치 시간이 멈춘듯 멍하니 서있었다.
그들의 눈동자에는 아주 익숙한 누군가가 험악한 표정을 짓고 서있었다.
"서, 선배...."
"김군. 여기서 도대체....."
브라운 박사와 예선이가 겨우 말문을 텄지만 김원중은 천천히 앞으로 다가왔다.
그의 손에는 권총이 들려있었다.
"왜? 설화씨 연구 자료가 필요해?"
"그, 그게."
"김군. 일단 앉아서 이야기 하지."
브라운 박사가 허둥지둥 팔을 붙잡았지만 김원중이 거세게 뿌리쳤다.
"놔. 이 양키 새끼야."
"....."
분위기가 장난이 아니자 브라운 박사가 얼른 뒤로 물러섰다.
"하여간 인간 새끼 들은 다 똑같아. 다 들 자기 들 이익을 못챙기면 어떻게든 뒷통수를 칠려고 그러지."
"선배. 그런게 아니야!"
"닥쳐! 이미 난 마음에 준비를 했어."
"그, 그게 무슨....."
김원중은 기분 나쁜 웃음을 지으면서 가운 속에서 왠 리모컨 하나를 꺼내들었다.
"이게 뭔줄 알아? 이 바이오센터 지하 10층에 비밀 장소가 있는데 거기에는 우리가 그동안 실험했던 온갖 종류의 동물 들이 있어. 물론 감염자 들도 있지"
"설마..."
"그래. 그 설마가 맞아. 난 그 감염자 들을 다 풀어버릴 거야."
"그러지 마! 아까 약속과 틀리잖아. 오늘 정오까지 우리가 떠나면 된다고 했잖아."
예선이가 울먹이면서 말했지만 김원중은 고개를 가로 저었다.
"아까 이승철이 나한테 그랬지? 나의 선택이 누군가에게 최고일수도 최악일수도 있다고 말이야. 그 말을 듣고 곰곰히 생각해 봤는데 말이야...."
김원중은 진지한 표정으로 말을 이었다.
"어차피 외계인까지 판치는 이 세상이 얼마나 더 희망이 있겠어? 인구의 90% 이상이 감염자인 이 세상이 얼마나 또 희망이 있겠냐고? 우리는 지금 새롭게 짜인 먹이사슬에서 맨 밑바닥에 있는 존재 들이야. 인간이 최고였다가 최악으로 떨어졌다고. 어차피 우리는 다 죽게 돼. 하지만 인간답게 죽지는 못하겠지. 외계인의 마루타의 희생양이 되던지.... 감염자에게 물려 살았는지 죽었는지도 모르고 끔찍하게 변해갈지.... 그래서 난 지금 이 선택이 최고의 선택이라고 생각해."
"어차피 자네가 하는 짓이 감염자 들에게 우리를 노출시키는게 아닌가?!"
브라운 박사가 소리쳤지만 김원중은 희미한 미소를 지었다.
"우리가 감염자 들에게 ㅤㅉㅗㅈ겨서 낭떠러지 끝에 서있을 때.... 난 이 버튼을 누를 거야."
"......."
예선이는 다리에 힘이 풀려 주저앉고 말았다.
그 사이 브라운 박사가 김원중의 리모컨을 빼앗으려고 했지만 역부족이었다.
김원중은 깊은 숨을 들이쉬고는 리모컨의 버튼을 눌렀다.
- 에에엥!
갑자기 비상사이렌이 울리기 시작했다.
- 바이오센터 모든 출입문을 봉쇄합니다. 임의적으로 열 수 없습니다. 바이오센터 모든 출입문을 봉쇄합니다....
낭랑한 안내음이 섬뜩한 귀신의 소리로 반복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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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어서 죄송합니다.;
마지막편과 에필로그는 내일 저녁에 업로드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