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라스트 데드-148화 (147/262)

< -- 148 회: 라스트 데드(The Last Dead) - 시즌2 [ 에 필 로 그 ] -- >

[ 생존자 들....]

- 투다다다!

- 크아악!

벌써 3시간째 전투였다.

모두가 지쳐서 눈이 퀭했지만 쾰른 전선만 넘고나면, 프랑스 북부, 네덜란드, 벨기에까지 영역을 확장할 수 있게 된다.

- 치직! 대대장님! 벌써 4시간째입니다. 감염자 들이 줄어들지 않고 있어요.

"그래도 밀어붙여! 여기서 포기하면 다시 밀린다고!"

- 하지만 대대장님....

"이런 거시기 달린놈 들이 한심한 소리나 지껄이기나 하고..... 내가 갈테니까 어떻게든 참아봐!"

설화는 거칠게 무전기를 던지고 지프에 올라탔다.

"어디로 가실겁니까? 전선입니까?"

운전병이 물었지만 설화는 대답이 없었다.

대신 오른쪽 먼곳을 응시했다.

'승철이는 분명 선택했어. 앞으로 인류의 미래를 책임질 아이를 말이야.... 이건 승철이와 너만의 운명이 아닌 우리 모두의 운명이야. 분명 그 아이는 우리의 미래가 될거야.'

설화는 굳게 다문 입술을 떼었다.

"쾰른으로 간다."

"옙! 알겠습니다."

차가운 눈보라가 몰아치는 간선 도로를 지프와 군용트럭 수십대가 내달렸다.

스위스 취리히 호수는 가늘고 길게 40km로 뻗어 있었다.

생존자 들은 그곳에 모여 삶의 안락함과 여유를 느끼고 있었지만, 밖으로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국경 밖으로는 감염자 들과 사투를 벌이고 있을 것이다.

마치 세계대전을 연상케 할 정도였다.

결국 스위스는 지구상의 3450만명의 생존자 들의 새 보금자리가 된것이다.

하지만 스위스로는 그 많은 생존자 들의 보금자리로 하기에는 비좁았다.

땅을 넓혀가는것은 선택이 아닌 필수였다.

아무튼 예선이는 감염자와 싸우기에 적합한 몸이 아니었다.

그녀는 벌서 임신 7개월째였다.

그녀를 돌볼 사람은 당장 없었지만 브라운 박사가 엽산제라던지, 철분제를 주기적으로 챙겨주었다.

"꼬맹아. 너도 햇빛을 쬐니까 좋지?"

예선이는 배를 부드럽게 문지르며 속삭였다.

한번씩 배가 움찔할 때마다 예선이는 깜짝놀랐지만 이내 곧 기쁜 표정을 지었다.

"썬! 썬!"

익숙한 목소리가 들리자 예선이는 고개를 돌렸다.

브라운 박사였다.

"어머! 왠일이세요, 박사님? 엽산제는 어제 주셨잖아요."

"아니야. 아니야. 그게 아니야."

브라운 박사는 황급히 자리에 앉으며 테블렛 PC를 내밀었다.

"이게 뭐에요?"

"진화야! 진화라고!"

"진....화요?"

"그래. 잘봐."

브라운 박사는 손가락을 움직여서 복잡해 보이는 화면을 이리저리 움직였다.

그러자 원형 그래프와 함께 3D 폴리곤으로 렌더링이 된 인간의 모습이 보였다.

3D 인간은 머리만 붉은색으로 빛났다.

"시크릿-X는 인간의 신경을 통해 뇌를 장악한 후 공격적으로 변하지. 여기 빨간색이 바로 그거야. 하지만 이번에 개발한 백신을 투여하면...."

브라운 박사가 화면을 움직이자 갑자기 3D 인간의 전신이 초록색으로 변했다.

또한 머리에 있던 붉은빛이 사라졌자.

"박사님, 이건...."

"그래. 신경을 통해 침입하던 바이러스가 혈관을 타고 사지에 뻗어 나가고 있어. 이렇게 되면 결과가 어떻게 되는지는 불을 보듯 뻔하지."

브라운 박사가 의미심장한 말을 남기자 예선이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

"설마...."

예선이의 두 눈이 갑자기 커졌다.

"제 남편하고 상태가 똑같은 건가요?"

"그래. 승철군 같이 바이러스를 제 뜻대로 조종할 수 있게 되는 거야."

"그래서 진화라고 하셨군요."

브라운 박사는 힘차게 고개를 끄덕였다.

"아직은 실험 단계이지만 만약 이게 성공한다면 S.B.I.C는 물론 곧 부딪히게 될 아스카디디아와 해볼만 하겠지."

"그렇군요...."

예선이가 고개를 끄덕였다.

바로 그때 브라운 박사의 휴대폰 진동이 울렸다.

"이런... 또 회의 소집이군."

"어서 가보세요. 박사님. 전 괜찮아요."

"그래. 다시 이야기 하자고. 아이는 괜찮지?"

"네..."

브라운 박사는 따뜻한 눈빛으로 예선이와 뱃속의 아이를 쳐다본 후 어디론가 황급히 사라졌다.

"꼬맹아. 너도 아빠가 보고싶지? 아빠도 마찬가지 일거야."

예선이는 홀로 중얼거리면서 벤치에 한참 앉아있었다.

[ S.B.I.C ]

- 끄아아악!

- 으아아악!

처절한 비명소리가 지하 감옥에서 울려퍼졌다.

새빨간 핏물이 바닥에 가득 고여있었고, 살점 여기저기가 벽에 딱지처럼 붙어있었다.

"근력 330% 상승.... 민첩성 209% 상승...... 체력 918% 상승..... 그런데 지적 능력은 30% 하락. 점점 멍청한 근육 덩어리만 되가는 군, 박사."

검은 제복을 입고 머리를 뒤로 넘긴 사내가 거만한 투로 말하자, 그 옆에선 깡마른 남자가 허리를 굽혔다.

그 들은 거대한 실험관 앞에 서있었다.

"각하. 아직 실험이 완벽한 단계는 아닙니다. 또한 우리 실험체 1명이면 보통 인간 100명을 거뜬히 상대할 수 있습니다."

"아직도 이 지구상에 생존자 들이 3천 만명이 있소. 게다가 생존자 집단에는 박사의 라이벌인 브라운 박사가 있지 않소? 필시 그라면 백신을 개발하고 있을 것이오."

깡마른 남자는 하얀 가운을 다시 여미며 불쾌한 표정을 지었다.

"그는 우유부단해서 그렇게 쉽게 백신을 개발하지 못할겁니다."

"변명으로 들리는군."

"....."

깡마른 남자는 입술을 깨물며 분을 삭혔다.

"그보다 김성식인가.... 그 놈은 도대체 왜 잡아온거요?"

"우리가 예전부터 노리고 있었던 이승철과 관계가 있지 않습니까? 솔직히 이승철이 아직도 살아있었다면 김성식 따위는 필요 없었을 겁니다."

"그래서 그에게 기대할게 뭐가 있다는 말이지?"

제복을 입은 남자가 퉁명스럽게 묻자 깡마른 남자가 입꼬리를 올렸다.

"바이러스가 인간의 정신력에 얼마나 영향력이 있을지 보고 싶을 뿐입니다."

"정신력?"

"솔직히 말씀드리면 우리의 연구는 인간의 신체적 한계만 올릴 뿐이지 뇌를 컨트롤하지 못하고 있지 않습니까?"

"그래서?"

"이승철에 대한 분노를 역 이용해서 여러가지 잠재 능력을 끌어내는 겁니다."

제복을 입은 남자는 싱겁다는 표정을 지었다.

"별로 달갑게 들리지는 않는군."

"그럴실겁니다. 하지만 이승철의 예를 보자면 아예 가망이 없는 이야기는 아닙니다. 그는 아주 특별했습니다."

"뭐, 박사가 알아서 하는 일이니 더 이상 이야기는 안하겠소."

제복은 입은 남자는 아직 말이 끝난게 아니었다.

"단, 우리 S.B.I.C는 인간다운 인간만 살 수 있는 세상을 만들고 있다는 것만 아시오. 나머지는 우리의 미래를 위해 쓰이는 기계일 뿐이요."

"잘 압니다."

"또한 우리 S.B.I.C 그룹에 소속된 500만명 회원의 DNA 연구도 진행하시오. 우수한 종자만이 고등 인간 들을 생산할 수 있소."

"잘 알겠습니다."

제복을 입은 남자는 분노에 찬 얼굴로 말을 이었다.

"그 3천만명씩이나 되는 쓰레기 들은 이 연구가 끝나는대로 남김없이 쓸어버릴 것이오."

"......"

제복을 입은 남자가 성큼성큼 실험실을 빠져나가자 깡마른 박사가 힐끗거렸다.

"생존자 들은 그렇다 쳐도...... 미국에 있는 아스카디아 종족을 어떻게 할건가? 언젠가는 반드시 그들을 이 지구상에 불러온 댓가를 치르게 되겠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