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149 회: 라스트 데드(The Last Dead) - 외전2 (그녀의 기억) -- >
소녀는 잠에서 깨어났지만 눈을 뜨고 싶지 않았다.
어젯 밤, 늦게까지 공부하느라 지친 상태였다.
그래서인지 아침에 조금 늦게 일어난 느낌이 들었지만 오늘만큼은 쉬고 싶었다.
오늘은 분명 일요일이다.
조금 게으름을 피운다고해서 누가 크게 뭐라고 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하지만 소녀는 마음은 시간이 지날수록 초조해졌다.
그녀가 희망하는 하얼빈 공대에 진학하기 위해서는 하루라도 쉴 수가 없었다.
"아이 참....."
결국 소녀는 입으로 투덜거렸다.
마음이 불편하면 몸이 제대로 쉴 수가 없는게 인간만의 고통 중의 고통일 것이다.
소녀는 몸을 뒤척일려고 했다.
"어?"
그런데 몸이 말을 듣지 않았다.
마치 지독한 몸살이라도 걸린듯 했다.
하지만 그녀는 조금 지쳤을뿐 몸이 아픈건 아니었다.
소녀는 갑자기 불안해졌다.
'가위 눌렸나?'
처음엔 그렇게 생각했다.
너무 정신력을 소모해서 생긴 부작용이라고 생각할 수 밖에 없었다.
그런데 몸이 점점 긴장감에 휩쌓일수록 현재 자신이 어떤 상태인지 알 수 있었다.
등 뒤로 차갑게 느껴지는 딱딱한 바닥과, 손목과 팔목을 옥죄는 알 수 없는 것들까지.....
'왜 온 몸이 묶여있지?'
소녀는 눈을 번쩍 떴다.
그런데 너무 밝은 빛 때문에 고개를 휙 돌려야 했다.
- 이제 깨어났나?
사람의 육성이 아니었다.
뭔가 잡음이 심하게 끼어있는 인조적인 목소리였다.
"여기가 어디죠?"
- 실험실이야.
"시, 실험실이라니? 제가 왜 여기에 있는 건가요?"
소녀의 목소리는 심하게 떨려있었다.
너무나 낮설고 무서운 분위기에 심하게 위축이 된 상태였다.
- 벌써 잊었나? 3일전 일을?
"3일 전이라니.... 무슨....."
소녀는 두려움이 짙게 깔린 목소리로 되물었다.
- 네 부모는 공안부에 붙잡혀 있고, 넌 CELD(중앙대외연락국 : Central External Liaison Department 역주 : 대외정보수집기관)에 붙잡혀 있다.
"공안부라니요? 우리 부모님이 뭘 잘못했길래 그러는 거에요?"
소녀는 매우 당황했다.
중국은 당연히 사회주의 국가다.
그리고 정치적인 이유로 공산당과 공안부 등에 강한 공권력을 부여하고 있다.
중국에서 공안이라함은 서민들에게 있어서 아직 공포의 대상이다.
잘못을 하지 않았음에도 공안과 마주치게 되면 위축되고 피하게 되는 경우가 허다하다.
소녀는 바로 그것이 매우 두려웠다.
큰 편의점을 운영하는 아버지와, 초등학교 교사인 어머니 사이에서 외동딸로 태어나 남부럽지않게 자랐다는 사실만 빼면 그 어떤 잘못을 저지른적이 없었다.
- 너의 아버지는 불법 사채업을 하다가 발각됐고, 어머니는 학부모에게 뇌물을 받은 혐의다.
"말도 안돼요!"
소녀는 반사적으로 소리를 쳤다.
누군가 자신의 부모님을 모함했다는 생각이 번뜩 들었다.
- 그건 공안국에서 판단할 문제야. 운이 좋다면 벌금형으로 끝날 수 있겠지.
"그럼 저는 여기 왜 있는 거죠?"
- 하얼빈 공대를 가려는 이유가 뭔가?
"......."
오히려 상대방이 그렇게 되묻자 소녀는 어안이 벙벙해졌다
자신이 하얼빈 공대 진학을 희망하는걸 부모님이외에는 아무도 몰랐다.
- 그걸 어떻게 알았냐고?
소녀가 미처 생각하기 전에 상대방이 먼저 말을 했다.
- 우린 아주 오래전부터 너를 지켜보고 있었다.
"왜죠?"
- 너는 다른 사람 들과 매우 다르다.
"뭐가 다르다는 거에요?
소녀는 미쳐버릴것만 같았다.
이게 꿈이라면 빨리 깨어나고 싶을 정도였다.
- 넌 태어나지도 않았으니까.
"......"
소녀는 갑자기 머리가 지끈거린게 느껴졌다.
공부하다가 지쳤을때도 이정도는 아니었다.
"흑흑...."
소녀는 더 이상 참을 수가 없었다.
하지만 뭔가를 할 수조차 없었다.
그래서 흐느꼈다.
분명 잠들었을때는 집이었고 자신의 방 안이었다.
그런데 눈을 떠보니 매우 어두컴컴하고 스산한 실험실 안에 자신이 묶여있다.
악몽이라고해도 너무 심할 정도였다.
'그래. 이건 악몽이야.... 이건 악몽이야..... 이건 악몽이야.....'
소녀는 눈물 범벅이 된 상태에서 그렇게 자신에게 주문을 걸었다.
그렇지 않으면 정말 미쳐버릴지도 몰랐다.
- 우린 너를 만들었다. 그리고 이제서야 그 빛을 발휘할 때가 왔지.
"날 여기서 꺼내줘!"
소녀는 눈을 부릅뜨고 소리를 질렀다.
이성이 두려움에 서서히 먹혀 들어간 것이다.
- 그래! 소리를 질러라! 감정을 폭발시키고 너의 능력을 발휘해라!
의문의 목소리는 깊은 흥분을 감추지 않았다.
- 너는 중국의 미래다. 네 능력은 우리 중화 민족을 위해 쓰여야 한다! 분발해라!
"으헉! 으헉!
소녀는 숨을 크게 들이쉬다가 내뱉기를 반복했다.
점점 숨이 가빠지고 눈 앞이 흐려졌다.
- 설화. 너는 중화 민족을 위해 목숨을 받쳐야 한다.
소녀는 그 말을 마지막으로 듣고 기절했다.
============================ 작품 후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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