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155 회: 라스트 데드(The Last Dead) - 외전2 (그녀의 기억) -- >
이철원은 고갯길을 빠르게 내려가고 있었다.
뒷좌석 앉은 진기만은 총을 들고 여자를 감시했다.
"나 참 뜬금없이...."
진기만은 아직도 어이가 없는지 고개를 절래절래 흔들며 여자를 응시했다.
날카로운 턱선과 차가운 눈매는 보는이로 하여금 말도 붙이기 힘들 정도로 강한 인상이었다.
"우리를 왜 ㅤㅉㅗㅈ아 왔지?"
진기만이 정말로 궁금하다는 표정으로 물었다.
물론 여자가 알아 듣지 못했다.
"이철원. 난 당신한테 볼 일이 있다."
"....."
여자가 갑자기 한국말을 능숙하게 하자 이철원과 진기만이 놀란 표정을 지었다.
"한국말을 할줄 아나?"
"그래."
"그럼 아까는 왜 영어로 이야기 했지?"
"이철원 당신이 미국과 같이 일을 한다길래 한번 시험해보려고."
"......"
여자의 말에 이철원의 표정이 점점 굳어졌다.
"너. 뭔가를 알고 있군."
"그래. 난 지금 미국이 북한을 끌어들인 이유를 알고 싶다."
"......"
이철원은 등 뒤로 식은땀을 흘렸다.
중국이 언제까지 수수방관하면서 미국과 한국, 북한이 하는 일을 보고만 있을거라는 생각은 하지 않았다.
그런데 이렇게 치밀하게 자신에게 접근해 오리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당신. 여기까지 와서 너무 무모할 정도로 용감한건 박수 쳐줄만한데, 아무래도 살려둘 수가 없군."
"응? 뭐?"
이철원이 차를 천천히 세우자 진기만이 당황한 표정을 지었다.
"너도 잘 알고 있겠지? 첩자가 첩자에게 붙잡히면 무조건 죽음뿐이라는 거."
"흥."
그러나 여자는 콧웃음을 쳤다.
반대로 진기만 홀로 똥 씹은 표정을 지었다.
"야. 나는 별로 끼고 싶지 않은데....."
"선배님. 약속을 지키지 못해 죄송합니다. 국익을 위해 한번만 더 참아주십시오."
"아... 젠장. 사람 뒤지는 꼴을 꼭 고향에서 봐야 하는 건가?"
이철원이 차를 완전히 세웠다.
진기만은 살짝 긴장된 표정으로 여전히 총을 겨누었다.
그러자 그 여자가 눈동자만 움직여서 진기만을 쳐다보았다.
"너도 특수 부대 출신인가?"
"그냥 여생 편히 살고 싶은 아저씨니까 신경 꺼라."
- 씨익
진기만은 순간적으로 경직됐다.
여자가 입꼬리만 살짝 올렸을때 알 수없는 살기를 느낀 것이다.
그건 그가 30년 동안 생사를 넘나들면서 임무를 수행했을때 느껴봤던 살기랑 차원이 틀렸다.
'보통 살기가 아니다. 사람을 한두번 죽여본 여자가 아니야.'
그러나 이철원은 아직 그것을 못 느꼈는지 문을 열고 여자를 강제로 갓길로 끌어냈다.
-철컥!
"잘가라."
이철원이 들고 있는 권총은 소음기가 달려 있었다.
"너 정말로 저 여자 죽일거냐?"
진기만이 헐레벌떡 뛰어와서 이철원에게 다가서서 급하게 물었다.
"예. 이런 추한 모습 보여드려서 죄송합니다만 국가의 안위가 걸린 문제입니다."
이철원의 대답은 굉장히 사무적이었다.
-탕!
그리고 말릴틈도 없이 방아쇠를 당기자, 여자의 오른쪽 가슴에서 시뻘건 피가 흘러내렸다.
"아...."
진기만은 입만 벌린체 아무런 말을 하지 못했다.
"끝났습니다. 이제 가시지요."
"아니."
"예?"
이철원이 잡아 끌었지만 진기만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
"왜 그러십니까, 선배님?"
"저걸봐."
진기만이 가리킨건 다름아닌 그 여자였다.
이철원이 고개를 돌리자 도무지 믿을수 없는 광경이 펼쳐졌다.
"어, 어떻게...."
"내가 이깟 총알에 쉽게 죽을줄 알았냐?"
여자는 씨익 웃으면서 아무렇지않게 피를 닦아냈다.
"이제 내 차례인것 같은데?"
"젠장. 도대체 어떻게 되 먹은 년이야....."
진기만이 인상을 구기며 뒷걸음질 쳤다.
"철원아. 아무래도 예감이 안좋다. 지금이라도 도망가자."
"선배님!"
이철원이 진기만을 붙잡았지만 소용없었다.
그는 이철원의 팔을 거칠게 뿌리쳤다.
"야. 정시차려라. 저 여자 보통이 아니다. 아무래도...."
진기만은 더 이상 말을 이어갈 수 없었다.
-퍽!
"크헉!"
여자가 전광석화같은 스피드로 이철원의 복부를 걷어찬 것이다.
정면에서 대치하고 있는대도 어떻게 피할 도리가 없었다.
"사내 새끼 들이 쫑알쫑알 말이 많네."
여자가 쓰러진 이철원과 벙쪄있는 진기만을 번갈아 쳐다보며 이죽거렸다.
"이런...."
-퍽!
그리고 어떻게 또 할 틈도 없이 진기만은 배를 붙잡고 쓰러질 수 밖에 없었다.
"크흑... 젠장."
이철원은 겨우 범퍼를 붙잡고 일어서려고 했다.
그러나 복부 아래에 조여오는 엄청난 고통이 그를 붙잡았다.
'아무리 일격이라지만 이건 너무하는데.... 마치 철퇴로 맞은 기분이야.'
"어때? 이제 좀 상대할 맛이 나나?"
이철원은 고개를 들 수 없었다.
엄청난 살기가 그를 짓누르는것 같았다.
"이, 이름이 뭔가?"
어이없게도 그의 입에서 겨우 나온 말은 상대방의 이름을 묻는 것이었다.
"아. 내 이름?"
그러나 여자는 쓰윽 쪼그려 앉아 아주 친절하게 이철원의 귀에 대고 이렇게 속삭였다.
"내 이름은 말이지.... 설화야. KG가 아니라... 설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