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라스트 데드-177화 (175/262)

< -- 177 회: 라스트 데드(The Last Dead) - 시즌3 (ZER-0) -- >

"언니, 왜 그래?"

초가 갑자기 주위를 두리번거리는 설화를 의아한 표정으로 쳐다보며 물었다.

그러나 설화는 불안한 기색을 거두지 않았다.

"모, 모르겠어. 뭔가 갑자기 불안한게 기분이 좀 이상하네...."

"그냥 기분탓 아니야?"

"꼭 기분탓은 아닌것 같은데...."

설화는 고개를 갸웃거리면서 손에 들고 있는 프로필을 들여다보았다.

오후 1시부터 일어나서 같이 작전을 수행할 인원을 선별 중이었다.

어제의 숙취가 아직 덜깬 탓인지 자꾸 눈이 감겼지만 한시라도 빨리 준비를 마쳐야 했다.

"언니, 그러지 말고 나랑같이 아카데미 둘러보자."

"그럴까?"

하긴 책상 앞에서 문서만 들여다본다고 해결될 일은 없었다.

그들은 그 자리에서 일어나 아카데미를 거닐었다.

아카데미는 대부분 10대 초중반 아이 들이 배우는 학교같은 곳이라, 각지에서 몰려든 아이 들이 책과 가방을 들고 분주히 움직이고 있었다.

초는 그런 아이 들을 흐뭇하게 쳐다보며 입을 열었다.

"이 아이 들은 자신의 잠재 능력을 끌어내기 위해 여러가지 공부를 하고 있어. 시험도 평가도 없지만 본인의 성취도와 능력에 따라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할 수가 있지."

"흐음.... 그럼 깡통머리같은 놈들은 신체적 능력을 끌어내는 거고, 브리튼 같이 머리 좋은 놈 들은 연구원 쪽으로 빠지는 건가?"

"간단히 말하자면 그렇지."

"그럼 깡통머리 같은 애들은 닥치고 운동만 한다 치더라도... 브리튼 같은 애들은 맨날 공부만 하겠는데? 놀 시간도 없겠다."

설화는 혀를 내밀며 질렸다는 표정이었다.

그 모습에 초는 빙긋 웃엇다.

"우리는 아이 들을 닥달하거나 공부를 강요하지 않아. 오히려 정해진 시간을 넘어서서 공부하면 벌점까지 있어."

"정말 그래도 되는 거야?"

"언니도 잘 알잖아. 우리가 어떻게 배우고 어떻게 자랐는지... 상위 엘리트 몇 %를 뽑기 위해서 내신, 수능 등급으로 애들을 평가하고 좋은 대학 못가면 꼭 인생이 끝난것처럼 취급했잖아. 그건 지옥이야. 결국 자기가 배운건 사회나가서 제대로 써먹지도 못하는게 무슨 교육이야? 그냥 죽을때까지 경쟁만 가르키고 1등 못하면 바보 취급이나 해대는게 정상적인 교육일까?"

".....너 뭔가 한맺어 보이는 사람 같다?"

초가 일장연설을 내뱉자 설화가 살짝 떨어져서 일부러 경계하는척 했다.

그때서야 초도 자신이 살짝 흥분한것을 깨닫고 약간 부끄러운 표정을 지었다.

"나도 수능때문에 많이 스트레스 받은 타입이니까.... 아무튼 우리가 볼 사람 들은 이 아이 들은 아니야."

"그럼?"

"언니한테 보여줄 비밀의 방이 있어."

초는 싱긋 웃으며 설화를 안내했다.

[ 관계자외 출입 금지 ]

설화와 초는 투박한 철문 앞에 섰다.

"비밀의방 치고 참 평범하다."

설화가 눈을 가늘게 뜨고 '이게 뭐냐?'라는 표정을 지었지만 초는 당당한 기색이었다.

"그래도 이 안에 들어가면 언니도 까무라치고 놀랄걸?"

"그래. 좀 놀래켜주라."

"뒤로 넘어가지나 마."

초는 두고보라는식으로 대답하며 문을 열었다.

그러자 정말로 신기한 광경이 펼쳐졌고 설화의 입을 쩍 벌리게 만들었다.

"이, 이게 지금....."

"내가 말했지? 놀랄 거라고."

설화가 말을 제대로 이어가지 못하자 초는 옆구리를 툭 치면서 쾌할하게 말했다.

그럴만도 했다.

마치 아카데미 안에 또 다른 아카데미가 있다는 표현이 적절할듯 싶었다.

그만큼 거대한 공간이 다시 나타났고, 그 안에는 수많은 젊은 남녀 들이 맨손으로 대련을 펼치고 있었다.

"아, 오셨습니까?"

설화가 멍하니 서있는데 지오가 후다닥 뛰어와서 꾸벅 인사를 했다.

그는 하얀색 도복을 입고 있었고, 구리빛 피부에 땀이 송골송골 맺혀 있었다.

다른 여자 들이보면 어디에 눈을 둬야 할지 모를 정도로 육감적이었으나, 아쉽게도 설화나 초는 관심이 없었다.

"야, 깡통머리. 네가 얘네들 가르치냐?"

"예. 제 제자 들입니다."

지오는 빙긋 웃으며 대답했지만, 제자 들치고 인원이 정말 많았다.

눈대중으로 세어봐도 100여명은 넘을듯 싶었다.

"이곳은 정예 요원을 배출하는 클래스야. 아까 아카데미에서 공부하고 운동하던 애들을 선별해서 정예 요원으로 배출하고 있지. 이 클래스에 있던 인원 들은 연합군으로 가던가 USN 특별 경호 요원으로 차출이 돼."

"그렇군. 왠지 듬직하니 보기가 좋네."

설화는 고개를 끄덕였지만 표정은 무덤덤했다.

"왜? 마음에 안 들어?"

"흐음. 그게...."

"왠지 언니 표정이 '얘네들 데리고 같이 일 못할것 같아.'라는 표정인데?"

"에휴. 내가 차라리 귀신을 속이고 말지..."

초가 단번에 속마음을 맞추자 설화가 고개를 절래절래 저으며 한숨을 내쉬었다.

"하지만, 언니. 특수 훈련을 받은 정예 요원을 데려가야 조금 더 도움이 되질 않을까?"

"그렇긴 한데.... 뭐랄까? 내 사람으로 만들기에는 너무 고도로 훈련 받은 느낌이랄까?"

"흐음. 그래?"

초는 팔짱을 끼며 무언가 생각하는듯 했다.

"그럼. 언니. 나랑 같이 어디 좀 가볼래?"

"어디?"

"가보면 알아."

초가 설화의 팔을 잡아 끌자 지오가 살짝 앞을 막았다.

"뭐야?"

초가 살짝 인상을 썼지만 지오는 눈썹하나 까딱하지 않았다.

"소장님. 설마 그곳에 가시려는 겁니까?"

"그래."

"하지만 그곳에 있는 인원은 통제가 되질 않습니다. 설화 중장...아니, 설화님께서도 많이 곤란하실 겁니다."

"어이, 깡통머리. 도대체 어떤 곳이길래 그래?"

설화가 궁금한 표정으로 묻자 지오가 초의 눈치를 살폈다.

하지만 초는 이미 체념한 표정이었다.

"네가 그렇게 말해놓고 뭘 망설여. 솔직하게 말해."

"아, 예. 그러니까 저희가 선별한 인원 들 중에 좀 특별한 케이스 들이 있는데 잠재능력이 풍부합니다."

"그럼 좋은거네."

설화가 크게 대답했지만 지오는 조금 곤란하다는 표정이었다.

"하지만 워낙 능력 들이 뛰어나서 그런지 특이한 놈 들이 많아서...."

"머리가 좋은 브리튼이 따로 교육을 하고 있지."

초가 지오를 똑바로 쳐다보며 맞장구쳤다.

"그렇구나."

"으흑. 절 제발 무뇌로 보지 말아주세요."

지오가 눈물을 흘리며 좌절했지만, 이미 그 둘은 다른곳으로 이동하고 있었다.

"걔네들 능력이 어느 정도이길래 깡통머리가 저렇게 말리는 거야?"

설화가 묻자 초가 한숨을 내쉬었다.

"에휴. 다들 자기네들 잘난 맛으로 사는 놈들이라 그래. 브리튼이 성격이 좋아서 걔네들 비위를 다 맞춰주니까 조용한 거지. 만약 나였으면 절대로 그 비위 못 맞췄을 거야."

"그런데 그런 애들을 왜 나한테 소개시켜주려는 거야?"

"내가 말했잖아. 특별한 능력을 가진 놈 들이라고."

"....."

설화와 초는 아카데미에서 벗어나 아담한 건물 사이를 걷기 시작했다.

"아카데미에 있는게 아니었어?"

"응. 특별한 놈 들이라 아주 특별한 곳에 모셔놨지."

초는 고개를 절래절래 저으며 마을 광장을 벗어나 어떤 저택 앞에 멈춰섰다.

다른 저택 들과 별 다를건 없었지만 계단을 타고 현관문으로 들어가는 방식이 조금 독특했다.

-우당탕탕!

그런데 갑자기 저택 안에서 한바탕 큰 소리가 났다.

설화와 초는 서로의 얼굴을 말없이 쳐다보다가 후다닥 현관문 앞에 섰다.

-띵동

초가 초인종을 누르자, 누군가가 문틈 사이로 고개를 내밀었다.

"아, 소장님. 오셨습니까?"

브리튼이 초와 설화를 보고 웃음을 지었지만 뭔가 상당히 지친 기색이었다.

"또 둘이 붙었냐?"

머리가 헝클어지고 안경까지 비뚤어진 브리튼의 모습을 보고 초가 한심스럽다는 표정으로 물었다.

"아, 예. 좀 그게...."

"이 놈 들은 도대체 나이가 몇인데 아직도 그렇게 치고 박고 싸우는 거야?!"

초가 단단히 화가 난 표정으로 문을 벌컥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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