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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스트 데드-181화 (179/262)

< -- 181 회: 라스트 데드(The Last Dead) - 시즌3 (ZER-0) -- >

"으윽..."

사무엘은 다음날 아침에야 겨우 눈을 뜰 수 있었다.

온 몸이 욱신거리고 허리가 끊어지듯 아파왔지만 어떻게든 침대에서 일어섰다.

"일어났네."

침대 옆에서 조그마한 여자 아이가 물끄러미 쳐다보고 있었다.

나이는 한 15살쯤 되보였을까?

키는 작고 아담했지만 얼음장같이 차가운 인상을 가진 아이였다

"소피아. 내가 어떻게 된거지?"

"어제 그 아줌마한테 얻어터진거 기억 안나?"

"아, 맞다! 그 설화라는 년 어디있어?!"

사무엘이 어제의 치욕을 떠올랐는지 분노했다.

"워, 워. 나 겨우 치료했어. 두번 힘쓰게 하지마."

"크흑! 이런 젠장...."

사무엘은 이를 갈았지만 몸이 아직 그의 의지를 따라가지 못했다.

"오빠 왼쪽 갈비뼈가 부러졌고 오른쪽 다리 신경이 끊어졌어. 도대체 어떻게 당했길래 그래?"

소피아가 의문 가득한 얼굴로 묻자 사무엘이 미간을 찌푸렸다.

정신이 또렷해질수록 어제의 치욕적인 굴욕이 점점 떠올랐다.

"나 진짜 아줌씨 곤죽을 만들테니까 각오해."

"고추 달린 놈이 말만 많아가지고... 덤벼. 오늘 이 집에 네 놈의 뼈를 묻어줄테니까."

"진짜 이 아줌마가!"

사무엘이 거칠게 달려들자 여유롭던 설화의 표정도 순식간에 고쳐졌다.

-뚜드득!

사무엘은 더 이상 움직일 수 없었다.

온 몸에 강한 전기가 통하는 느낌이 든 것이다.

힐끗 쳐다보니 주먹을 뻗은 팔이 심하게 뒤로 꺾여 있었다.

"크흑!"

"뭐, 내 손이 얼얼할 정도라면 파워는 어느 정도 센것 같은데.... 스피드가 너무 딸려. 그냥 눈 감고도 네 주먹이 어디서 날라오는지 알 수 있겠다."

설화는 덤덤한 표정으로 사무엘의 팔을 놓아주었다.

"얼떨결에 내 주먹 막았다고 우쭐하지마. 이제부터 시작이니까."

사무엘이 왼손으로 오른팔 뼈를 맞춰가며 으르렁거렸다.

'왠만한 놈 들 같으면 벌써 너덜너덜거렸을 건데. 근육 조직 상태나 근골격 구조도 뭔가 남 다르나 보군.'

설화는 속으로 감탄하며 나름대로 사무엘을 분석했다.

"흐아압!"

사무엘이 이번에는 발을 뻗었다.

확실히 육중한 몸에서 뻗어나오는 힘이라 설화마저 긴장하기 충분했지만 스피드는 확연히 떨어졌다.

물론 이건 설화 기준에서 느리다는 거지, 일반인이 사무엘 주먹을 곧이 곧대로 받는다면 최하 응급실행은 각오해야 할 판이다.

-터억!

예상대로 설화는 한 팔로 가볍게 사무엘의 다리를 막았다.

"도대체 뭘 시작한다는 거야?"

"크흑!"

설화가 씨익 웃자 사무엘은 크게 당황해했다.

"그럼 이제 내가 한번 시작 해볼까?"

설화가 사무엘의 다리를 두 손으로 붙잡고 크게 휘둘렀다.

-쿠웅!

사무엘은 아무런 저항을 못하고 원심력과 중력에 의해 바닥에 내려 꽂혔다.

-퍽!

"크악!"

설화가 쉴 틈도 주지않고 무릎으로 사무엘의 왼쪽 가슴뼈를 가격했다.

방금 바닥에 쓰러진 탓에 방어할 틈도 없었다.

"쿨럭...."

아니라다를까 폐에서 깊은 고통이 느껴지더니, 입 안에서 뜨거운 뭔가가 울컥 치밀어 올랐다.

초점이 흐려진 눈으로 겨우 살펴보니 붉은색 액체였다.

"어때? 이게 바로 '가라데'라는 거야."

설화는 한마디 툭 내뱉고 슬며시 일어섰다.

그러자 사무엘이 어떻게든 식탁을 붙잡고 몸을 일으키려고 했다.

"싱거운 놈."

설화는 그런 사무엘을 비웃으며 오른쪽 새끼 손가락을 기다란 꼬챙이로 변형시켰다.

"그, 그건..."

"이제 알겠냐? 바이러스 운용은 내가 너보다 한 수, 아니 백 수 위야."

사무엘이 크게 놀라자 설화는 가차없이 오른손을 휘둘렀다.

"으아악!"

-우당당탕!

사무엘은 크게 비명을 지르며 힘없이 쓰러져 버렸다.

그가 간신히 붙잡고 있던 식탁은 온 식기를 쏟아낸채 힘없이 무너져 버렸다.

오른쪽 다리에 감각이 없어진것 같았다.

"으으윽!"

사무엘은 그대로 바닥에 쓰러져 오른쪽 다리를 붙잡고 긴 신음을 내뱉었다.

느닷없이 신경이 끊긴터라 정신이 점점 혼미해졌고 숨도 가빠졌다.

-터억!

설화가 냉장고에서 생수를 꺼내 들더니 그대로 사무엘 의자 삼아 앉아버렸다.

"오랜만에 몸 좀 푸나 싶었는데...."

설화는 입맛을 다시며 생수를 벌컥거렸다.

사무엘은 입 안에서 온갖 욕이 맴돌았지만 순식간에 정신을 잃고 말았다.

"....."

다시 현실로 돌아온 사무엘은 등 뒤로 식은땀이 흘렀다.

생각해보니 어제 그 여자는 무시무시한 힘을 가지고 있었다.

"오빠!"

"어, 어?"

소피아가 버럭 소리를 지르자 사무엘은 자신의 세계에서 빠져나올 수 있었다.

"도대체 그 여자가 어떻게 했는데 이 지경이 되었냐구?"

소피아가 재촉하듯 묻자 사무엘이 겨우 입을 떼었다.

"그 아줌마 힘은 어마어마했어. 하지만 나와 그 힘의 차이가 있었다."

"힘의 차이?"

"그래. 내가 가진 힘이 원석이라면, 그 여자가 가진 힘은 잘 가공된 하나의 조각품 같았어."

"....."

소피아는 안 그래도 큰 눈을 동그랗게 떴다.

사무엘이 평소에 내뱉는 표현치고는 상당한 고급 표현이었다.

"어, 어쨌든 오빠보다 그 아줌마가 강하다는 거네?"

"그냥 강한게 아니야."

"그럼?"

"강함을 넘어섰어. 그냥 인간이 아니야."

"그게 무슨...."

-덜컥!

소피아가 더 물으려는 찰나 갑자기 방 문이 열렸다.

"여. 이제 좀 괜찮아졌냐?"

"이런 우라질...."

사무엘은 방문을 열고 들어오는 사람의 얼굴을 보고 인상을 구겼다.

하지만 더욱 최악인건 자신의 이런 모습을 보여주고 싶지 않은 사람에게 또 보였다는 것이다.

"나도 여기 오고 싶어서 온게 아니야. 장군님 손에 억지로 끌려왔어."

소라는 고개를 돌리고 툴툴거렸다.

그의 팔목을 붙잡고 들어온 사람은 다름 아닌 설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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