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라스트 데드-182화 (180/262)

< -- 182 회: 라스트 데드(The Last Dead) - 시즌3 (ZER-0) -- >

"그럼 당장 꺼져."

사무엘이 으르렁거리면서 위협하자 소라가 거 보라는 듯 설화를 쳐다보고 돌아섰다.

"에헤이! 다 큰 사내놈 들이 삐져가지고는."

설화가 소라의 팔목을 다시 잡았다.

"아줌마도 나가."

"짜식이...."

설화는 소피아 바로 옆에 앉았다.

소라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결국 어정쩡하게 서있을 수밖에 없었다.

"내가 어제 좀 심했지? 미안하다. 갑자기 힘쓰게 되니까...."

"아줌마 때문에 못 걸을뻔 했어요."

소피아가 말을 단번에 잘르자 설화가 쓰윽 쳐다보았다.

"넌 누구냐?"

"소피아에요."

15살치고 뭔가 성숙하면서도 도도한 인상이었다.

마치 웃지 않는 바비인형을 보는듯한 기분이었다.

"너도 특별한 힘을 가지고 있니?"

"별로요. 그냥 사람 고칠 수 있어요."

"그럼 너가 저 검댕.... 아니, 사무엘을 치료했구나?"

- 끄덕끄덕

소피아는 고개만 끄덕일뿐 대답하지 않았다.

'이 아이는 도대체 무슨 능력이 있길래 치료를 한다는 거야?'

설화는 속으로 의아해하면서도 굳이 묻지 않았다.

어차피 소피아에게 계속 물어봐도 제대로 알려줄것 같지 않았다.

"어이, 소라."

"예."

"어제 연합군 본부를 알아냈다고 했지?"

"예."

"이 친구 들에게 좀 알려주지 그래?"

설화와 소라의 대화에 사무엘이 약간 호기심 어린 얼굴을 했다.

"싫은대요."

"그래. 싫으면 하지 말아.....가 아니라... 야! 그게 아니잖아! 너도 갑자기 왜 그래?"

소라의 단호한 거절에 설화가 깜짝놀라 소리를 질렀다.

그 바람에 소피아가 가슴을 붙잡고 멀찌감치 떨어졌다.

"거, 환자 앞에서 소리 좀 지르지 마쇼. 간 떨어지겠네."

"아, 아. 그래. 미안."

설화는 알았다는 듯 손으로 제스처를 취하고 소라를 노려보았다.

"넌 또 갑자기 왜 그래?"

"약속이 틀리잖아요."

"무슨 약속?"

설화가 정말로 모르겠다는 표정을 짓자 소라가 어처구니 없다는 표정을 짓다가 그대로 돌아섰다.

"아, 아. 그래. 무슨 약속인지 기억한다고."

설화가 다시 소라의 팔목을 붙잡고 소파에 앉혔다.

그리고 작은 한숨을 내쉬면서 마음을 가다듬고 입을 열었다.

"휴... 좋아. 일단 너희 셋에게 내가 할 말이 있어."

"난 일 없수다."

"전 제 방에 갈래요."

사무엘이 돌아 눕고 소피아가 단번에 일어서자 설화가 문 앞을 떡 막고 팔짱을 꼈다.

"이것 들이 어른 말씀 아직 끝나지도 않았는데.... 일단 다들 앉아봐. 정말로 진지하게 할 이야기가 있다고."

사무엘은 아까 연합군 이야기가 관심이 있었는지 슬며시 되돌아 누웠다.

반면 소피아는 소라가 소파에 다가오자 일그러진 얼굴로 얼른 간의 의자를 꺼내 홀로 앉았다.

그 모습이 영 신경쓰였지만 설화는 상관하지 않고 입을 열었다.

"그래. 솔직히 말해서 나는 너희 들에 대해서 잘 몰라. 게다가 어제는 초면인 사무엘하고 한바탕 했고 말이야.... 뭐 내 첫인상은 그렇게 좋지 않겠지만 일단 사정이 급하니까 너희가 이해해주길 바란다."

"용건이 뭐요?"

사무엘이 퉁명스럽게 묻자 설화가 움찔했다.

욱하는 성격이 또 나올뻔 했지만 아쉬운건 본인이었다.

"좋아. 이렇게 이야기 해볼까? 여기 아카데미생 들이 가장 희망하는 곳이 USN 아니면 연합군이랬지? 뭐, 내가 육군 중장 정도 되니까 발이 좀 넓긴 한데...."

그 말 뜻이 뭔지 단번에 알아들은 소라는 손으로 이마를 짚었지만, 사무엘과 소피아는 눈을 희번덕거리며 설화를 쳐다보았다.

설화는 속으로 쾌재를 부르며 신나게 혀를 굴렸다.

"으음. 내가 알기로는 머리 좋은애들은 USN 사무관 자리를 원하고, 힘 좋은 애들은 연합군 장교로 입대하는걸 원한다고 그랬나?"

"그, 그래서?"

사무엘이 벌떡 일어서면서 묻자 소라가 한심하다는듯 쳐다봤지만 설화가 얼른 눈치를 주었다.

"연합군에 들어가려면 보통 연줄이 있어야 하는게 아니거든."

"젠장. 그건 나도 들었어. 워낙 경쟁률이 심해서 말이지...."

사무엘이 입술을 씹어댔고 소피아도 김 빠졌는지 다시 소파에 털썩 주저 앉았다.

"이런 이런. 그거 몇 마디 들었다고 벌써 포기하면 어떡하나?"

"그럼 아줌마가 뭐 우릴 거기 껴 넣어 주기라도 할 수 있다는 거요?"

"그것보다 한가지만 묻자. 너네 왜 USN과 연합군에 그렇게 집착을 하는 거냐?"

설화가 되묻자 사무엘과 소피아가 서로의 얼굴을 쳐다보았다.

반면 소라는 들고 있던 노트북을 펼치며 무신경한 얼굴로 입을 열었다.

"USN과 연합군이라면 보수도 높고~ 명예도 있고~ 비리를 저질러도 누구 하나 눈 하나 깜짝 안하고~"

"젠장. 뭐 하나 제대로 아는게 없으면 주둥이 나불거리지마!"

사무엘이 발끈하자 소라가 어처구니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너야 말로 뭔가를 제대로 알고 나불거려. USN은 자체 감사를 벌일 정도로 비리 천국이고 연합군은 자기네 들 마음대로 감염자 들을 처리한다는 명분으로 생존자 들을 희생시키는 걸 모르냐?"

"씨발. 그건 헛소문일 뿐이라고 몇 번 말해?"

"어이, 흑돼지. 정신 똑바로 차려. 네 무식한 힘을 어디에 써야할지 말이다."

"이런 씨발. 내가 그렇게 부르지 말라고 했지. 뒤지고 싶냐?"

허리에서 요란한 비명을 지르는대도 사무엘은 그 자리에서 일어나 소라를 덥치려고 했다.

"꺅!"

소피아까지 소리를 지르자  설화도 더 이상 두고 볼수만은 없었다.

순식간에 사무엘에게 달려들어 그의 다리를 걷어찼다.

"끄악!"

-쿵!

사무엘은 공중에 붕 떠오르다가 그대로 침대에 내리 꽂혔다.

그 바람에 침대 다리가 우지끈거리며 무너져버렸다.

"아, 또 힘 조절 못했네."

"크흑!"

사무엘은 아픈것보다 너무 무기력하게 당하는 자신의 모습에 화가 났는지 주먹으로 침대를 내려쳤다.

"흐흐흑!"

그런데 엎친데 덥친격으로 이번에는 소피아가 쭈그려 앉아 울기 시작했다.

-덜컥!

"무슨 일이야?"

때 아닌 소란에 초와 브리튼이 다급하게 문을 열고 들어왔다.

"아, 미안...."

설화가 뒷통수를 긁적이며 슬쩍 물러서자 소라가 자리에서 일어나 그녀 곁에 멈춰섰다.

"아무래도 장군님에게 괜한 기대를 걸었던것 같네요."

"야! 네가 사고 쳐놓고 지금 누구한테...."

"됐어요. 이제 기대 안할테니까 우리 거래는 없었던 걸로 하죠."

소라가 찬바람을 일으키며 나가버리자 설화가 기가 막힌 표정으로 멍하니 서있기만 했다.

반면 초는 소피아의 얼굴을 쓰다듬으며 달래고 있었고, 브리튼은 열에 받쳐 악을 지르는 사무엘을 말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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