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190 회: 라스트 데드(The Last Dead) - 시즌3 (ZER-0) -- >
BPA 회의실은 매우 넓고 심플한 디자인의 집기 들이 가득 채워져 있었다.
특히 중앙에 원형 모양의 테이블은 의견을 나누고 회의하기 딱 좋은 구조였다.
"젠장. 이게 도대체 어떻게 돌아가는 꼬락서니야?"
설화는 테이블 모서리에 걸터 앉아 초조한 표정을 지었다.
"언니는 전혀 몰랐었어?"
초가 조심스럽게 묻자 설화는 고개를 저었다.
"당연하지. 그리고 블리츠 대장이 군사 재판에 회부될 만큼 만만한 사람이 아니야. 분명 뭔가 대책을 세웠을텐데....."
초는 차마 설화에게 그가 자살했다는 소식을 전할 수가 없었다.
설화가 이 사실을 안다면 분명 파리까지 ㅤㅉㅗㅈ아 올라 갈지도 모르기 때문이었다.
"그나저나 우리가 여기 와도 되는 건가?"
사무엘이 회의실 여기저기를 둘러보며 묻자 브리튼이 한숨을 내쉬었다.
"너희도 어찌되었던 아카데미 출신이잖아."
"귀찮게시리...."
설화는 아직 복잡함이 덜 풀린 얼굴로 입을 열었다.
"아무튼 지금 이쪽으로 오는게 연합군은 확실한 거야?"
"응. 기습적으로 BPA를 덥치려는 모양인데 우리쪽에서 배출한 장교 한명이 브리튼에게 그걸 알려줬어."
"도대체 이것 들이 무슨 짓을 꾸미려는 거야?"
-쿵쿵쿵!
모두가 답답해 하는 와중에 밖에서 노크하는 소리가 들리자, 브리튼이 얼른 문으로 다가갔다.
"누구십니까?"
"도일 교수입니다."
"아, 어서오세요."
브리튼이 문을 열자 훤칠한 남자가 성큼성큼 회의실 안으로 들어섰다.
그리고 초와 설화에게 매우 낯익은 얼굴을 가진 사람이 그 뒤를 따랐다.
"엥? 네가 여긴 웬 일이냐?"
설화가 놀란 얼굴로 물었지만 스탠의 표정은 매우 굳어있었다.
"엄마. 그동안 어디 있었던 거야?"
"어? 아, 그게...."
설화가 대답을 머뭇거리자 초가 앞으로 나섰다.
"네 엄마가 그동안 뭘 하고 다녔는지 설명하려고 널 부른 거야. 일단 다 들 자리에 앉아."
초의 말에 모두가 자리를 잡고 앉았다.
"일단 런던이나 파리 상황이 매우 좋지 않아. 연합군이 각 주요 도시에 진입해서 시민 들을 통제하고 있고 USN도 성명을 내고 현재 의원제를 원로회와 상원의회로 줄인 상황이야."
스탠은 설화를 슬쩍 쳐다보았다.
비슬리씨가 자신에게 보낸 편지의 주요 내용도 이런 것들이었다.
"너희도 USN과 연합군이 왜 존재하는지 잘 알고 있겠지? 그들은 내정에 절대로 관섭을 해서는 안돼."
"그럼 왜 갑자기 이런식으로 나오는 거죠?"
"그래서 우리가 여기에 모여 있는 거야. USN과 연합군이 지금 무슨 일을 꾸미고 있는 건지 알아내기 위해서 말이야."
"그렇다고 해도...."
도일 교수가 걱정스러운 얼굴로 입을 열었다.
"상급 클래스에 있는 졸업반 학생 들은 아직 매우 혼란스러운 모양입니다."
"아니, 아카데미에 군대가 쳐들어 오는데 무슨 생각 들을 그렇게 하는 거야?"
설화가 발끈하자 초가 한숨을 내쉬었다.
"휴.... 졸업반은 그럴 수 밖에 없겠지. USN과 연합군을 목표로 열심히 하는 애 들이니까...."
"그런데 연합군은 어디까지 와 있는 겁니까?"
"공군 수송기로 출발했다고 하니까 앞으로 내일쯤에 도착할 겁니다."
도일 교수의 물음에 브리튼은 차분히 대답했다.
"그럼 이러고 있을 시간이 없겠네. 가서 싸우던지 어쩌던지 준비라도 하자."
"그 전에 모두에게 할 말이 있어."
설화가 일어서려고 할 찰나에 스탠이 모두를 멈춰세었다.
"무슨... 말을 하려고?"
"엄마랑 초 소장님만 빼고 다 들 좀 나가줬으면 하는데."
"....."
모두가 떨떠름한 표정을 지었지만 결국 어쩔 수없이 회의실을 벗어났다.
"하고 싶은 말이 뭐야?"
"비슬리씨에게 편지가 왔었어."
설화가 단도직입적으로 묻자 스탠이 바로 대답했다.
"그래서?"
"비슬리씨.... 지금 살아 계실지 모르겠어."
"그게 무슨 말이야, 도대체?"
"이 편지를 봐."
스탠은 총 두장의 편지 중 첫번째 편지지를 내밀었다.
설화와 초는 편지를 받아들고 유심히 읽어보았다.
".....그럼 비슬리씨가 뭔가 진실을 밝혀내기 위해 의사당으로 갔다는 이야기야?"
"응."
"도대체 왜...."
"그건 엄마가 더 잘 알거 아니야."
"뭐? 내가 뭘 안다고 그래?"
"비슬리씨는 엄마를 걱정했어. 엄마가 일부러 군복을 벗었다면서.... 엄마. 여기에 온 궁극적인 이유가 뭐야?"
"......"
설화는 더 이상 시치미를 뗄 수가 없었다.
언젠가 진실을 알릴려고 했지만 아직은 이 어마어마한 계획을 알릴 수가 없었다.
하지만 비슬리씨의 편지는 모든것을 알리고 있었다.
마치 더 이상 스탠의 눈을 가리고 속이지 말라는 일종의 경고 같았다.
"내가 말했잖아. 네 엄마가 그동안 뭘 하고 다녔는지 설명하려고 널 부른 거라고."
초가 대신 대답하자 스탠은 그녀를 쳐다보았다.
"엄마는 자신과 같이 시크릿-X를 컨트롤 할 수 있는 엘리트 들과 함께 팀을 만들어야 해."
"그게 USN과 연합군이 무슨 일을 꾸미는지 알기 위해서인가요?"
"그래...."
설화는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하지만 스탠의 표정은 더욱 더 어두워졌다.
"그럼 내가 여기에 지금 있는 이유도 똑같겠네요."
"무슨 뜻이야?"
뜬금없는 스탠의 말에 설화와 초가 동시에 고개를 들었다.
"제 피에 시크릿-X 바이러스가 있다는 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