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194 회: 라스트 데드(The Last Dead) - 시즌3 (ZER-0) -- >
BPA 건물 높이는 대략 20M.
아파트 5층보다 더 높은 건물이었다.
그 와중에 설화가 뛰어내린 층수는 하필이면 5층 꼭대기였다.
-쿵!
지축을 울리는 소리와 함께 먼지가 자욱히 일었다.
그 바람에 지오의 관자 놀이를 향해 날라가던 카일 중령의 발이 멈칫거렸다.
"뭐야?"
"뭐긴 뭐야? 네가 찾던 사람이지."
먼지가 서서히 걷히자 설화가 짧은 커트 머리를 휘날리며 서서히 나타났다.
마치 오래된 서부 영화의 한장면 같았지만 카일 중령이 보기에는 우스웠다.
"드디어 나타나셨군, 반역자."
카일 중령이 지오를 손으로 밀어버리고 설화에게 다가섰다.
"좋은 말로 할때 순수히 우리를 따라 오시지. 굳이 여기 있는 사람 들이 다칠 필요가 있나?"
"누구 마음대로 이 몸을 끌고 가겠다는 거야? 그것보다 야..... 중령 짬밥에 많이 컸다? 아무리 내가 전역 했다지만 기수로 따지면 거의 끝발 차이인데.... 쩝. 요즘 군대 많이 편해졌구만."
설화가 능글거리며 대답하자 카일 중령의 표정이 싹 굳었다.
"좋은 말로 할때 같이 가는게 나을 거다. 아까 저 놈은 봐줬지만 이제는 아니거든."
"그건 내가 할 소리고."
설화는 오른팔을 길쭉한 검으로 변형시켰다.
"너도 이게 가능하냐?"
"이제는 칼싸움을 하자는 건가?"
카일 중령은 고개를 절래절래 저으며 자신의 오른팔을 변형시켰다.
"뭐 정 말을 듣지 않겠다면 다리라도 잘라서 데려갈 수 밖에."
"사내놈이 말이 많군. 덤벼라."
설화의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카일 중령이 순식간에 달려들었다.
'스피드와 힘. 모두 떨어지지 않는다. 저 깡통 머리가 고전할만 하군.'
칼 싸움이라면 꽤 자신있는 설화라지만 확실히 카일 중령은 상대하기 껄끄러웠다.
-챙!
검과 검이 서로 부딪히자 설화는 오른팔이 끊어져 나가는 줄 알았다.
빠른 스피드로 움직이면서 일격을 가할 때는 온 힘을 다해 공격하는 타입이었던 것이다.
즉, 단점보다 장점이 돋보이는 공격이었다.
문제는 그 타입이 바로 눈 앞의 적이라는 것이었다.
'어떡하지? 쉽게 결판나지 않겠어.'
설화의 머릿속은 복잡해지기 시작했다.
어쩌면 정말 순순히 잡혀 가는게 낫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흐압!"
"헉!"
잠시 다른곳에 정신이 팔려있는 사이 카일 중령이 그녀의 머리를 노리고 세차게 검을 내리쳤다.
-푹!
"커흑!"
다행인지 불행인지 그녀의 머리대신 왼쪽 어깨죽지에 카일의 검이 박혀버렸다.
설화는 그대로 주저 앉을뻔 한걸 겨우 참아냈다.
"이제 좀 따라 올 마음이 생겼나?"
"크큭... 우, 웃기지마...."
설화는 자신의 왼쪽 어깨에 박힌 카일의 검을 맨 손으로 뽑아냈다.
"그럼 나머지 어깨도 날려주는 수 밖에."
카일이 오른팔을 순식간에 움직여 설화의 오른쪽 어깨를 겨냥했다.
-서걱!
"......뭐, 뭐야?"
무방비 상태에서 오른쪽 어깨를 내줄 수 밖에 없었는데 누군가 그녀를 밀쳐냈다.
설화가 살펴보니 지오가 한 손으로 카일 중령의 검을 막아냈다.
대신 손목이 너덜너덜할 정도로 잘려 있었다.
"이거..... 점점 열 받는데?"
지오는 카일 중령을 노려보고 있었지만 몰골이 말이 아니었다.
잘린 손목에서 피가 줄줄 흐르고 있었고 다리에 힘이 풀렸는지 자꾸 비틀거렸다.
안 그래도 일격을 당했는데 출혈까지 있으니 몸이 온전할리가 없었다.
"이거, 피 비린내가 나면 곤란한데 말이야... 크큭...."
카일 중령이 기분 나쁜 웃음을 지으며 검에 섞인 설화와 지오의 피를 혀로 ㅤㅎㅑㄾ아냈다.
"역겨운 새끼...."
설화는 다시 정신을 차리고 일어섰다.
하지만 뭔가 분위기가 이상했다.
카일 중령 뒤로 서있는 병사 들의 눈 들이 하나같이 피로 물든것 같이 붉게 변했다.
"설마 이것 들...."
설화가 한 눈에 그것을 알아보고 경악을 했다.
"맞아. 나와 같은 시크릿-X Type A 들이지. 대신 나와 다른게 있다면 여기에 칩이 심어져 있다는 걸까?"
카일 중령이 거들먹거리자 설화의 두 눈이 더 커졌다.
"칩?"
"그래. 내 부하 들을 내 마음대로 제어할 수 있도록 조정하는 거지."
"그것 역시 BPA에서 만든 것인가?"
"아니야!"
설화가 믿기지 않은 표정으로 묻자 지오가 소리쳤다.
"박사님은.... 박사님은 절대 그러실 분이 아니야."
설화는 지오가 말한 박사님이 누굴 뜻하는지 알 수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그게 중요한 것이 아니었다.
"하지만 본능이 깨워지면 나도 어쩔 수 없어. 특히 피냄새를 맡으면 더 미친다고나 할까?"
그러면서 카일 중령이 쓰윽 뒤로 물러섰다.
반대로 그의 뒤에 서있던 병사 들이 천천히 한걸음씩 앞으로 나왔다.
"젠장. 위험해..."
설화는 왼쪽 어깨를 붙잡고 뒷걸음질쳤다.
지오도 오른쪽 손목을 붙잡았다.
어떻게든 출혈을 막아보고자 했지만 당연히 역부족이었다.
"자아. 이제 당신 들의 선택권은 없어. 설화, 초 소장, 그리고 그를 따르는 몇 명의 무리 들이 항복하고 나온다면 BPA 학생 들의 털 끝은 건들지 않겠다."
카일 중령이 크게 소리치자 지오가 왼손 가운데 손가락을 치켜 들었다.
"지옥에나 떨어져! 재수없는 군바리 새끼야!"
"......"
"장군님. 제가 아이 들을 모조리 끌고 나오겠습니다. 걱정마세요."
"아니."
지오의 말에 설화가 고개를 저었다.
"아이 들을 희생시켜서는 안돼. 차라리 몇명만 희생을 하는게 나을지도 몰라."
"그건 안됩니다!"
"우리가 저들을 상대한다 하더라도 아이 들이 위험에 빠질 수도 있어! 카일 저 자식이라면 충분히 그런 비겁한 짓을 할지도 몰라."
"......."
결국 설화는 그 자리에 멈춰섰다.
"좋아. 가겠다!"
"장군님!"
"넌 가서 사무엘, 소피아, 소라, 스탠을 안전한 곳으로 옮겨. 그리고 초와 브리튼에게 이 사실을 전해."
"안됩니다!"
지오가 절대 안된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저었지만 설화는 이미 마음의 준비가 끝난 상태였다.
"말 들어. 초도 나와 마찬가지일 거야."
"......"
지오는 아무런 대답을 할 수 없었다.
분하지만 그것은 사실이었다.
카일 중령이 BPA 학생 들을 건들지 않는다는 보장도 없고, 초 역시 학생 들을 희생시키면서까지 BPA를 지키지는 않을 것이다.
"나도 가겠어!"
"저둡니다."
아니라다를까 초와 브리튼이 BPA 정문을 빠져 나오며 설화 곁에 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