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195 회: 라스트 데드(The Last Dead) - 시즌3 (ZER-0) -- >
설화는 입가에 고인 피를 닦아내며 씨익 웃었다.
"괜찮겠어? 꽤 힘들텐데."
"어차피 각오한 일이었어. 브리튼. 넌 여기 남아서 아이 들을 돌봐줘."
"하지만..."
"나보다는 네가 더 BPA를 챙기잖아. 그러니까 잔말말고 그렇게 해."
"....."
브리튼이 아무런 대답을 못하자 초 소장이 지오를 쳐다보았다.
그는 주저 앉은체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그저 오른쪽 손목에서 흐르는 피를 다른 손으로 막고 있었지만 누가봐도 역부족이었다.
"삘리 지오를 옮겨서 치료해."
"예"
브리튼이 지오를 부축하고 BPA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
"좋아. 어느 정도 정리는 된 것 같군."
카일 중령이 오른팔을 정상으로 변형시키고 설화와 초 앞에 섰다.
"반역자와 그를 숨겨준 BPA 소장이라..... 이거 뉴스 속보에 나올만한 이야기야."
"지랄하지말고 빨리 데려가. 애들 보기에도 안 좋으니까."
"아, 그래야지. 하지만 말이야. 너희만큼 중요한 아이 들이 이곳에 또 있는거 같은데 말이야."
"그게 무슨 소리야?"
설화가 다급하게 되묻자 카일 중령은 검지 손가락을 서서히 들어 올렸다.
그의 손가락은 천천히 1층을 떠나 4층에 올라갔다.
그곳에는 스탠과 사무엘, 소피아, 소라가 서있었다.
그들은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창문을 통해 바깥을 쳐다보고 있었다.
"안돼..... 아이 들은 안돼요. 무슨 죄가 있다고 그러는 거에요?"
초는 절박하게 말했지만 카일 중령의 표정은 변함이 없었다.
"초소장. 당신도 죄가 많은 사람이더군. 연합군과 USN으로 데려가야 할 S클래스 인재 들을 숨기고 말이야. 도대체 무슨 의도였지?"
"아무 의도도 없었어요. 단지 아이 들을 보호하려고 했다구요."
"아이 들을 보호해? 누군한테서 말인가?"
카일 중령이 으르렁거리자 설화가 초 앞을 가로 막았다.
"어차피 너희한테 가봤자 머리에 똥만 가득찰텐데 여기서 인재 들을 보내고 싶겠냐?"
"당신은 입 쳐 다물고 있어."
카일은 험악하게 말하며 확성기를 꺼내들었다.
"건물 안에 있는 학생 들은 들어라! 나는 연합군 특수 부대장 카일 중령이다. 너희 소장은 반역자 설화와 함께 생존자 들을 배신하려고 모의를 했다. 이에 USN과 연합군은 관련 중죄인을 런던으로 연행할 것이다! 하지만 너희라고 안심하기 이르다. 우선 너희 둘중에 스탠, 사무엘, 소피아, 소라는 당장 이 앞으로 나와라. 그렇지 않으면 BPA를 무차별 폭격할 것이다!"
말 뿐만이 아니었다.
그의 말이 끝나자마자 뒤에 서있던 카일의 병사 들이 소총을 들어 BPA를 겨냥했다.
"그만둬!"
초가 소리를 질렀지만 카일은 눈 하나 깜짝하지 않았다.
"5분을 주겠다! 스탠! 사무엘! 소피아! 소라! 죄없는 학생 들까지 희생시키고 싶지 않으면 지금 당장 내 앞으로 나와라."
하지만 BPA는 쥐죽은듯이 잠잠하기만 했다.
설화는 피식 웃으며 카일 중령을 쳐다보았다.
"누가 너 같은 짬 찌그레기 말을 듣겠냐?"
-퍽!
결국 인내심의 한계를 느낀 카일 중령이 권총으로 설화의 머리를 세게 내리쳤다.
"언니!"
초가 깜짝놀라 고개를 돌렸지만 병사 들에게 붙잡혀 버렸다.
그런데 갑자기 BPA 입구 앞이 소란스럽더니 한 무리의 아이 들이 나왔다.
"말을 참 잘 듣는 아이 들이군."
카일은 기분 나쁘게 실실거리며 쓰러진 설화를 힐끔 쳐다보았다.
그 사이 아이 들이 카일 중령 앞에 다가왔다.
"저희는 연합군에 대항할 생각이 없습니다."
아이 들 중 한명이 앞으로 나서자 카일 중령이 슬쩍 내려다 보았다.
"너는 누구냐?"
"저는 상급 클래스 학생 위원장인 장 패트릭이라고 합니다. 방금 호명하신 아이 들을 이곳에 데려왔습니다."
패트릭이 살짝 옆으로 물러서자, 소시지처럼 밧줄에 묶인 아이 들이 앞으로 나왔다.
"쓰레기같은 패트릭! 지옥에나 떨어져라."
사무엘이 패트릭 얼굴에 침을 뱉었고, 소피아와 소라는 이미 체념한 표정이었다.
반면 스탠은 쓰러진 설화를 한참동안 쳐다보고 있었다.
"좋아. 이 자들을 당장 트럭에 태워서 연행해!"
"옛!"
카일 중령은 간단 명료하게 지시하며 휙 뒤돌아섰다.
그 바람에 패트릭은 벙찐 표정을 짓다가 후다닥 카일 앞을 막아섰다.
"뭐냐?"
"저기 저희 BPA 학생 들은 연합군과 USN에 절대로 대항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아주셨으면 합니다."
"......."
카일 중령은 무미건조한 얼굴로 패트릭을 쳐다보다가 이내 입꼬리를 올렸다.
"패트릭이라고 했나?"
"예. 장 패트릭입니다."
"프랑스인이군?"
"예! 그렇습니다!"
마치 연합군의 일행이라도 되는 듯한 패트릭의 힘찬 대답에 카일 중령은 꽤나 마음에 들어하는 표정으로 그의 어깨에 손을 올렸다.
"자네의 결단력이 참 쓸만하겠군. 돌아가면 내가 한번 힘써보지."
"가, 감사합니다!"
패트릭이 허리를 90도로 숙여서 인사했지만 카일 중령은 찬바람을 일으키며 지프차에 올라탔다.
"패트릭!"
연합군이 초 일행을 싣고 먼지를 일으키며 순식간에 사라지는 모습을 패트릭이 끝까지 지켜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