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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스트 데드-199화 (197/262)

< -- 199 회: 라스트 데드(The Last Dead) - 시즌3 (ZER-0) -- >

카터가 다시 그들을 찾는건 예정보다 2시간 더 늦은 시각이었다.

일부러 늦은건 아니고 단지 조금 더 휴식을 취하라는 배려 차원이었다.

어찌되었건 카터는 일행 들을 데리고 잠수 모함 내부를 둘러보았다.

예상대로 하나같이 놀라서 입도 제대로 열지 못했다.

하긴 그럴만도 했다.

잠수함 자체가 매우 답답하고 어두운 곳인데, 잠수 모함은 탁 트이고 밝은 조명 들이 가득했다.

"이런 대단한것을 만들다니.... 제네럴 컴퍼니는 대단한 회사네요."

초가 감탄하며 말하자 카터가 빙긋 웃었다.

"그러십니까? 하지만 내부가 이렇더라도 사실 날카로운 이빨과 발톱을 가진 놈이지요."

카터는 격납고라고 쓰인 거대한 철문 앞에 섰다.

그는 홍채 인식을 마치고 격납고 문을 열었다.

"우와!"

사무엘과 소라가 동시에 감탄하며 탄성을 질렀다.

격납고 안은 마치 SF에 나올법한 초록색 LED 조명 아래 우주선 같은 전투기 들이 사선으로 줄줄이 늘어서 있었다.

"이건 VFV-22 스텔스 폭격기입니다. 차세대 전투기로서 바닷 속에서 잠수가 가능하며, 최대 마하 7의 속도를 낼 수 있죠. 게다가 수송용으로도 가능합니다. 조종사, 부조종사 외에 공수 부대 5명을 태울 수가 있죠."

"마하 7이라면 어느 정도로 빠른 거죠?"

소라가 묻자 카터는 잠시 생각하다가 이내 입을 열었다.

"뉴욕에서 런던까지 5770km 정도이니까..... 한 30분이면 가겠군요."

"........"

모두가 입을 벌린체 다물지 못했다.

"마하7이라니... 도저히 믿을 수 없어요. B2 스텔스 폭격기가 마하0.9 밖에 안되는데..."

"잘 알고 있구나? VFV-22기는 바로 그 B2 스텔스기의 후속 모델이란다."

소라의 말에 카터가 깜짝 놀랐다.

스텔스기 종류와 속도까지 알고 있다면 웬만한 군사 전문가와 다름없기 때문이었다.

"이 놈 이래뵈도 해커에요. 연합군 서버까지 우습게 뚫은 놈이니까 그거 아는것 쯤은 껌이겠지."

설화가 으스대자 초가 옆구리를 쿡 찔렀다.

하지만 카터는 소라에게 무척 관심이 많아보였다.

"그럼 B2 스텔스 전투기에 대해 자세히 말해줄 수 있겠니?"

"....."

소라가 어쩔줄 몰라 초를 쳐다보자 그녀는 살짝 고개를 끄덕였다.

"스텔스 전투기는1977년 록히드마틴사의 스컹크웍스라는 군용기 전문 개발팀이 만든 전투기에요. 다른 비행기에 비해 우선 그 형상이 크게 다른게 특징이죠. 비행기 종류로 따지면 전익기에 속해요."

"전익기가 뭐야?"

소피아가 궁금한 표정으로 묻자 소라는 그녀를 쳐다보았다.

"전익기는 꼬리 날개가 없는 항공기 가운데 삼각 날개 또는 후퇴익을 가지며 날개 속에 승무원을 수용하는 설비를 만들었기 때문에 날개만 있고 동체가 없는 것처럼 보이는 비행기야."

"무슨 말인지 하나도 모르겠어....."

결국 소피아가 울상을 짓자 소라는 어색하게 웃으며 말을 이었다.

"전익기는 뒷날개나 동체를 갖고 있지 않기 때문에 공기 저항이 적고 같은 날개 면적이라면 당연히 경량화가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어요. 그리고 수직꼬리같은 필요치 않는 반사물까지 제거하면서 '스텔스성'을 높인게 특징이죠."

"스텔스?"

이번에는 사무엘이 지나치듯 물었다.

"스텔스는 적군 레이더에 잡히지 않는 기술을 말하는 거야. 말 그대로 클로킹을 하는 거지."

소라의 설명은 한치의 틀림이 없었다.

카터는 만족한 고개를 끄덕였다.

"맞았어. 하지만 스텔스기는 점점 치열해지는 전쟁터 덕분에 개발된거야. 전투기가 개발될수록 대공 무기 또한 비약적으로 발명됐으니까. 마치 창과 방패의 진화랄까? 폭격기의 주요 임무는 적국의 진지나 중요시설 공격을 주요 목적이야. 하지만 전투기나 폭격기에 있어서 제일 두려워 하고 있던 것이 대공포화등에 의한 반격이지. 저공 비행으로 상대국에 쳐들어가기 때문에 적에게 발견되기 쉬워서, 문자 그대로 목숨을 건 전투에서 많은 파일럿이 목숨을 잃기도 했어."

카터가 VFV-22기의 동체를 어루만지면서 말을 이었다.

"그래서 개발된 것이 레이더에 잡히지지 않는 즉, 적에게 발견되지 않는 비행기야. 스컹크웍스 기술자들은 기체의 형상에 의해서 레이더의 반사율이 바뀌는 것을 소련의 어느 과학자의 논문에서 우연히 발견했지. 그 공식을 응용해 레이더 물결을 반사하지 않는“스텔스형상”을 만들어 내는 프로그램을 개발하여 스텔스 전투기를 설계한 것이 그 시초야."

"역시 그렇다면 1995년에 코소보 분쟁에서 처음 모습을 드러낸 것이 맞나보군."

이번에는 설화가 팔짱을 끼며 자신의 지식을 꺼냈다.

"정말? 그때 저런 폭격기가 사용되었단 말이야?"

초가 신기한듯 묻자 설화가 고개를 끄덕였다.

"응. 미주리주 화이트맨 공군기지에서 날아오른 2기의 B2 폭격기는 13시간 동안 비행하여 유고슬라비아 상공에 도착, 목표를 폭격한 후 발길을 돌려 기지에 돌아왔어. 승무원들은 기지에서 상관에게 보고를 마치고 그대로 귀가, 마치 셀러리맨의 퇴근과도 같은 광경이었고해서 유명하지."

"예. 역시 장성까지 하신 분이라 많이 알고 계시는 군요."

카터가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B2 폭격기는 최고속도 마하 0.9에 탑재량 약11톤으로 항속거리는 8,000 ~1만2,000km입니다. 전파의 반사나 산란을 극히 억제하기 위해 기체의 표면에 전파 흡수재가 코팅 되었고, 또 4기의 엔진의 배기열을 순식간에 냉각시키는 장치로 적외선 탐지를 막기 때문에 공대공 미사일에 의한 추적도 피할 수 있죠"

"말만 들어도 어마어마하네요."

초가 고개를 절래절래 저으며 혀를 내둘렀지만 카터는 살짝 고개를 저었다.

"하지만 이것 역시 인간이 만든 거라 결점이 없을 수가 없어요."

"예? 그럴리가...."

"아니요. 사실 B2 스텔스 폭격기는 오랫동안 실전에 출동할 수 없었어요. 너무나 가격이 비싸기 때문에 격추되거나 사고로 추락이라도 하면 관계자의 책임 문제가 따르기 때문이었죠."

"도대체 얼마였길래 그래요?"

"초소장님께서 보시기에는 B2 폭격기 1기당 가격이 어느 정도 할 것 같나요?"

카터가 오히려 되묻자 초는 살짝 당황하다가, 이내 슬며시 입을 열었다.

"한... 100억 정도?"

"풉!"

카터가 자신도 모르게 웃음을 참자, 초가 원망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너무해요!"

"아, 죄송합니다. 저도 모르게 그만...."

"됐어요. 그냥 알려주세요."

마치 어린애같은 초의 투덜거림에 모두가 웃음을 참았지만, 카터가 얼른 헛기침을 하며 입을 열었다.

"흠흠. 펜타곤 수뇌부도 좀처럼 실전 사용을 단행할 용기가 없었어요. 그때 당시 1기당 20억달러라고 했으니까요."

"그때 당시 20억 달러가 얼마야?"

설화가 어리둥절하며 묻자 초가 손가락으로 계산을 하다가 이내 입을 쩍 벌렸다.

"1조....."

"......"

설화와 초는 서로의 얼굴을 쳐다보기만 할뿐 더 이상 말을 하지 않았다.

"하하... 저기..."

그 모습에 카터는 어색하게 웃으며 살짝 그 들 사이를 끼어들었다.

"지금 레일리 함장님께서 기다리고 계신다니까 이제 가시죠. 제가 기회가 되면 잠수 모함을 전부 안내해드리겠습니다."

"그, 그러죠."

결국 일행은 아쉬움을 뒤로하고 카터를 따라 함장을 만나러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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