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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스트 데드-202화 (200/262)

< -- 202 회: 라스트 데드(The Last Dead) - 시즌3 (ZER-0) -- >

한편 설화와 초는 레일리 함장 집무실 소파에 앉아 주위만 두리번거렸다.

레일리 함장은 편안 옷으로 갈아입고 나온다고 하면서 드레스룸으로 들어간 상태였다.

"집무실 아담하고 좋네."

"그러게... 여자라서 그런지 그렇게 크고 웅장한걸 싫어하나봐."

그건 사실이었다.

아까 주방에서도 그랬듯이 집무실 내부 역시 자신 들이 앉고 있는 소파와, 원목으로 제작한 고풍스러운 책상과 책장, 은은한 빛을 뿜어내는 스탠드가 전부였다.

더 이상의 사치는 용납 못한다는 듯한 구조였다.

"그런데 뭐가 말하기 힘들다는 걸까? 우리 둘만 부르고 말이야...."

"에휴... 낸들 아냐? 난데없이 붙잡혀 가다가 난데없이 붙들여서 여기까지 왔는데.... 이제 어디 끌려가도 이상하지가 않다."

설화가 신세 한탄을 하며 소파에 푹 기대자 초는 팔짱을 끼고 심각한 표정을 지었다.

"오래 기다리셨죠?"

레일리 함장이 밝은 목소리로 나오자 설화와 초가 고개를 돌렸다.

"헉..."

초가 깜짝 놀라면서 자신도 모르게 짧게 소리질렀다.

레일리 함장이 느슨한 반팔티에 트레이닝 바지를 입고 나왔지만 굴곡이 없는 완벽한 8등신 몸매였다.

레일리 함장의 나이는 대략 40대 중반.

그 나이에 저런 몸매를 유지 한다는게 쉽지 않다는걸 두 여자는 너무나 잘 알고 있었다.

"아, 저는 격식을 싫어하는 성격이라서요.... 제 차림이 좀 너무 했나요?"

"아, 아니요. 잠시 사래가 걸려서..."

초가 얼른 화제를 돌리자 레일리 함장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가요? 잠수함이 바다 위로 나가는 일이 드물어서 내부 공기가 좀 탁하긴 해요."

"아, 아니에요. 제가 얼른 적응하면 돼죠."

"그렇게 생각해주시니 고맙네요. 다름이 아니라 제가 여러분을 따로 만나자도 한 이유는 부탁을 드리기 위해서에요."

"부탁이요?"

초가 얼른 묻자 레일리 함장이 고개를 끄덕였다.

"예. 단도직입적으로 말씀드리자면 미국은 감염자말고 이상한 놈들이 판치고 있습니다."

"이상한 놈이라뇨?"

"휴.... 일단 이걸 보시죠."

레일리 함장이 서랍에서 사진 몇장을 꺼내 건내주었다.

설화와 초가 각자 들여다보니, 웬 사람 들이 줄을 맞춰 서서 어딘가를 응시하고 있었다.

"이 사람 들이 무슨 문제가 있습니까?"

설화가 영문을 모르겠다는 표정을 짓자 레일리 함장이 긴 한숨을 내쉬었다.

"그 사람들 3일째 그 자세, 그 표정 그대로 있는 거에요."

"예? 그게 정말이에요?"

끄덕끄덕.

레일리 함장이 고개를 끄덕이자 설화와 초가 다시 한번 사진을 뚫어져라 쳐다보았다.

"이 사람 들 왜 그러는 거에요?"

"저희도 그걸 모르겠어요. 대신 짐작가는게 있어요."

레일리 함장이 이번에는 미국 지도를 꺼내서 펼쳤다.

"지금 미국은.... 캘리포니아, 오리곤, 유타 등 서부 지방은 감염자 들 천국이에요. 반대로 뉴욕이나 미시시피, 켄터키, 펜실벨리아등 동부 지역은 제네럴 컴퍼니가 관리 하는 구역이죠. 문제는 바로 여기에요."

레일리 함장의 손가락이 텍사스 주 부터, 콜로라도 주를 지나 몬타나 주까지 주욱 그었다.

"미국 중부 지방, 즉 동서를 이 이상한 놈들이 가로 막고 있죠. 그 들은 매우 엄격한 통제를 받고 있어요. 마치 누군가의 조정을 받고 있는것 같아요."

"그렇다는 말은....."

초가 미간을 찡그리다가 이내 황당한 표정을 지었다.

"설마 누군가 이 들의 뇌를 조정한다는 소리인가요?"

"맞아요. 우린 그렇게 추측하고 있어요."

정말로 초와 레일리 함장이 서로 심각한 표정을 짓자, 설화가 황당한 표정을 지었다.

"에이, 설마 지금 그걸 믿는건 아니겠지?"

"아니. 이건 실제로 가능한 일이야."

"......"

초가 정색하며 대답하자 설화는 할 말을 잃어버렸다.

"소련은 인간의 뇌를 조정하는 '붉은 심장' 프로젝트를 냉전시대에 진행했었고, 일본 NTT라는 회사도 미약하지만 가능성이 보이는 뇌 컨트롤 시스템을 개발했었어."

"하지만 이렇게 여러 사람을 완벽하게 컨트롤 한다는 자체가 불가능하잖아."

"바로 그게 문제야. 그걸 가능하게 한 누군가가 있다는 거잖아."

초가 팔짱을 끼고 턱을 내렸다.

지금 지구상에는 시크릿-X 감염자와 생존자, 그리고 지금 이상한 사람 들이 또 등장한 것이다.

"우리는 이 들이 51구역과 관련이 있다고 생각해요."

레일리 함장이 조심스럽게 추측하자 초가 고개를 끄덕였다.

"저도 그렇게 생각해요. 그 곳이 미국에서 가장 의심이 되었던 곳이거든요."

"휴..... 잠깐."

갑자기 설화가 손을 들었다.

"51구역에 아스카디아가 있잖아?"

"..... 정말 그러네?"

설화와 초가 적막한 침묵으로 분위기를 긴장 속으로 몰아갔다.

"저기 죄송하지만 아스카디아가 도대체 뭔가요?"

레일리 함장이 카터와 똑같은 질문을 하자 설화와 초가 오히려 당황스러워 했다.

"제네럴 컴퍼니같은 거대한 회사가 왜 아스카디아의 존재를 알지 못하죠?"

"아스카디아는 외계 종족이에요. 사실 20년전 한국에서 S.B.I.C에 관련된 사람 들을 마주쳤어요."

"그게 정말인가요?"

S.B.I.C란 말에 레일리 함장의 눈이 번뜩였다.

"예. 그들이 그러더군요."

"흐음..... 그럼 제가 여러분께 부탁을 드리는 일이 그렇게 어렵지는 않겠네요."

"무슨 부탁을 하시려구요?"

초가 다시 긴장하며 묻자 레일리 함장은 차분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저희는 51구역에 뇌를 조정하는 어떤 연구집단이 있다고 예측하고 있고, 여러분은 아스카디아라는 외계인이 있다고 들었죠. 그렇다면 51구역에 가야 할 이유가 충분하지 않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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