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라스트 데드-203화 (201/262)

< -- 203 회: 라스트 데드(The Last Dead) - 시즌3 (ZER-0) -- >

"아무리 그렇다고 하더라도.... 좀 무모한것 같은데...."

초가 난색을 표했지만 레일리 함장의 의지는 확고 했다.

"아니요. 어쩌면 시크릿-X 바이러스의 정체를 찾을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일 수도 있죠."

"정체라....."

설화는 검지손가락으로 머리를 긁적였다.

시크릿-X 바이러스는 S.B.I.C에 휘둘렸던 미국 주요기관이 가져온 외계 물질이다.

그렇다면 머릿속이 복잡해질 수 밖에 없었다.

추측이긴 하지만 설화나 레일리 함장은 51구역에 뭔가가 있다고 확신을 하고 있다.

또한 레일리 함장의 말이 틀린것은 아니었다.

51구역에 무엇이 있던지 간에 바이러스 진원지는 확실하기 때문이다.

"설화님은 어떻게 생각하세요?"

"글쎄요... 저는 두분 말씀이 다 맞다고 생각하는데요?"

"예?"

"언니. 무슨 말이 그래?"

초와 레일리 함장이 어이가 없다는 듯이 쳐다봤지만 설화는 눈 하나 깜짝하지 않았다.

"51구역은 꼭 가봐야겠지만 아직 뒷통수가 간지러워서 말이야."

"엥?"

"......"

초는 고개를 갸웃거렸지만 레일리 함장은 얼른 그 말을 알아들었다.

"역시 연합군이 걸리셨던 모양이군요?"

"예. 그들은 아무 죄도 없는 사람 들을 죽이면서까지 무슨 음모를 꾸미고 있습니다. 심지어 상원의원 들이 하원의회까지 폐쇄시키고 말입니다. 모두가 음모 투성이에요."

"역시....."

레일리 함장은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히 연합군은 의심스럽죠. USN도 마찬가지이구요. 이런 말씀을 드려야 할지도 모르겠지만...."

"왜 그러시죠?"

레일리 함장이 말을 흐리자 초가 채근했다.

"사실 연합군이 얼마전에 미국 필라델피아를 침투한 일이 있었습니다."

"그게 정말입니까?!"

설화가 깜짝 놀라 자리에서 벌떡 일어섰다.

연합군이 상, 하원 의회를 거치지 않고 군대를 절대로 움직일 수 없기 때문이었다.

이를 잘 알고 있는 설화로서는 뒤로 기절할 일이었다.

"다행히 옛 NAVI 해안 방어 시스템이 사전에 감지하고 격퇴시켰지만, 아직도 미국 동부 해안에서 심심치 않게 모습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그럼 연합군은 제네럴 컴퍼니 존재에 대해 알고 있는 겁니까?"

"으음...."

레일리 함장은 팔장을 끼고 잠시 생각하다가 살짝 고개를 끄덕였다.

"그럴 거에요. NAVI 해안 방어 시스템이 20년이 지나도 작동했다는것을 봤다면, 최소한 미국에 뭔가가 있다고 생각은 하겠죠."

"......"

잠시 무거운 침묵이 흘렀다.

분명 51구역과 연합군은 그 어느 하나라도 놓칠 수 없는 중요한 사항이었다.

게다가 연합군이 미국에 나타난 것도 납득하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사태가 이지경이라면 연합군의 음모를 밝혀내지 못하는 한, 유럽에 있는 생존자 들의 안전을 보장할 수 없었다.

하지만 연합군에 침투하는 것은 매우 위험한 일이었다.

연합군 본진을 평범하게 진입하는것도 매우 어려운 마당에 침투하는것은 거의 목숨을 버리는 일이나 다름없었다.

그렇다고 미룰 수는 없는 일이지만, 제네럴 컴퍼니가 연합군보다 51구역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다면 지원을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다.

"그럼 이렇게 하시는게 어떨까요?"

초가 조심스럽게 제안하자 모두가 그녀를 쳐다보았다.

"51구역은 뭐가 있는지 알아내려는 목적이고, 연합군 침투는 음모를 밝혀내는 일이라면 분명 질이 다른 일 같아요."

"그래서?"

"인원을 분산시키는 거에요. 즉 연합군과 51구역에 갈 인원을 각각 선정하자는 거죠."

"......"

설화와 레일리 함장이 서로의 얼굴을 쳐다보다가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그거 괜찮네."

"나도 찬성이에요."

어느 정도 의견 타협을 보자 레일리 함장이 설화를 쳐다보았다.

"설화님은 어디를 선택하실 건가요? 저는 당연히 상부의 명령대로 51구역을 선택할 수 밖에 없어요."

"저야 군복까지 벗어 던졌으니까 연합군이겠죠."

레일리 함장과 설화가 서로 고개를 끄덕이다가 동시에 초를 쳐다보았다.

"아, 나, 나는....."

초는 잠시 당황하면서 생각하다가 레일리 함장을 슬쩍 쳐다보았다.

"난 아무래도 51구역에 가야할 것 같아. 총도 싸본적도 없고....."

"당연하지. 넌 제네럴 컴퍼니 지원을 받으면서 51구역을 집중 관찰해."

설화가 당연하다는 표정으로 대답하자 레일리 함장이 빙긋 웃었다.

"저희도 설화님께 지원을 해드릴거에요. 뭐 필요하신게 있으신가요?"

"예. VFV-22기가 필요해요. 연합군 레이더에 들키지 않고 침입하려면 반드시 필요하거든요."

"아...."

최소한 생각이라도 하고 말해야 분위기상 자연스러울텐데, 설화는 너무나 당연하다는 듯이 자신의 생각을 말했다.

레일리 함장으로서는 약간 황당한 일이었지만, 그렇게 어려운 일은 아니었기에 선뜻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요. 그럼 인원은 몇명이 필요한가요?"

"일단 저희 인력을 최대한 이용할 생각입니다."

"언니. 괜찮겠어?"

초가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물어봤지만 설화는 덤덤했다.

"응. 어차피 사무엘, 소피아, 소라는 목적 의식이 뚜렷하니까, 육체적 무장만 시킨다면 괜찮을 거야."

"그럼 스탠은?"

"그 놈 분명히 날 따라가겠다고 할 것 같으니까...."

설화가 말을 흐리며 초를 쳐다보았다.

"설마 나랑 51구역에 같이 가라는 소리야?"

초가 깜짝놀라며 묻자 설화는 그거라는 표정을 지었다.

"응. 이번에 한번 친해져봐."

"언니!"

"괜찮아. 제네럴 컴퍼니와 같이 간다면 꽤 안전할거야. 그 녀석 혼자 뉴욕에 있으면 무슨짓을 할지도 모르고....."

"......"

스탠의 안전을 생각하면 당연히 안될 말이지만 설화 말도 맞는지라 초가 더 이상 우길 수 없었다.

"그럼 대충 윤곽은 나온것 같군요. 오늘은 밤이 늦었으니 이 사항에 대해 뉴욕 본사에 도착하면 협의하기로 하죠."

"예..."

레일리 함장이 자리에서 일어서자 설화와 초도 덩달아 일어났다.

"모레 오후쯤이면 뉴욕에 도착할 수 있을 겁니다. 그때까지 푹 쉬시고 편하게 계세요."

"신경써주셔서 감사합니다."

설화와 초는 집무실에서 나와 한동안 말없이 걸었다.

"언니. 스탠은...."

결국 초가 답답함을 이기지 못하고 먼저 말을 꺼내자 설화가 고개를 돌렸다.

"언제까지 아들이랑 담을 쌓기만 할거야. 이 기회에 친해져보라고."

"......"

설화가 손을 들고 휘적휘적 앞으로 걸어나가자 초는 그 뒷모습을 멍하니 지켜보았다.

"고마워. 언니...."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