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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스트 데드-210화 (208/262)

< -- 210 회: 라스트 데드(The Last Dead) - 시즌3 (ZER-0) -- >

그 다음날.

뉴욕 허드슨강은 거대한 잠수 모함 레오니다스호가 수면위로 반쯤 모습을 내밀고 있었고, 그 주위로 순양함이 순찰을 돌고 있었다.

어떻게 보면 매우 한가롭게 느껴지는 풍경이었다.

하지만 허드슨 군항에 모여 있는 사람 들은 매우 부산하게 움직였다.

설화.

사무엘.

소라.

소피아.

모두 평상복이 아닌 특수 전투복을 입고 있었고 귀에는 무선 헤드셋을 차고 있었다.

"젠장. 느닷없이 실전 투입이라니...."

"할 수 없잖아. 사람 목숨이 왔다 갔다 하는데."

사무엘이 투덜거렸지만 소라는 덤덤하게 대꾸했다.

"우리한테 무슨 선택권이 있었어? 어렸을때부터 지금까지 그냥 쭉 하라는대로 했지, 뭐."

소피아까지 거들자 사무엘이 고개를 절래절래 저었다.

"어찌되었건 잘됐어. 이번 기회에 아줌마가 얼마나 잘난 사람인지 확인해 볼 수 있을테니까. 그럼 나중에 우리가 따를 수 있을지 없을지 알 수 있겠지."

"맞아. 그럼 내가 너희 들을 데리고 다닐 수 있을지 없을지 알 수 있을테니까 잘됐어."

"헉!"

사무엘이 깜짝 놀라며 뒤를 돌아보자 설화가 게슴츠레하게 눈을 뜨며 서있었다.

"아니, 남의 이야기 엿 듣는게 취미에요?"

"우리가 아직도 남이었나?"

"예?"

사무엘의 핀잔을 가볍게 받아친 설화는 허리춤에서 손을 얹었다.

"지금 이 시간 이후부터 호칭을 정한다. 일단 나는 장군이 아니다. 대신 너희 부대장이다. 그래서 너희는 이제부터 나를 부대장님. 또는 캡틴이라고 부른다. 또한 모든 말투는 다나까로 끝을 맺는다. 알았나?"

"뭐에요, 갑자기?"

"다나까로 끝낸다."

"나 참 어이없어서.... 뭐라는 거야?"

사무엘이 어처구니 없다는 표정을 지으며 좌우를 살폈다.

-퍽!

"끄악!"

느닷없이 사무엘이 허리를 숙이며 쓰러졌다.

복부에 엄청난 고통이 느껴지며 누군가 숨통을 꽉 조으는 듯한 느낌이었다.

설화가 번개처럼 달려 들어서 사무엘의 명치를 가격한 것이다.

"명령 불복종은 앞으로 이렇게 다스린다. 알았나?"

"크흑! 이 아줌마가..."

사무엘이 일그러진 얼굴로 설화를 노려보았지만, 오히려 돌아오는 것은 등 뒤로 날라오는 그녀의 발이었다.

-퍽!

"크헉!"

사무엘이 이번에는 피를 토하며 땅을 기어가듯 쓰러져 버렸다.

소라와 소피아는 입을 쩍 벌린체 쳐다볼 수 밖에 없었다.

사람이 순식간에 180도 변한 모습이 두 눈으로 보고도 믿기지 않았다.

"셋다 잘 들어라. 난 너희의 부대장이다. 그래서 너희 목숨을 최대한 책임지면서 작전을 진행해야 한다. 그런데 내 명령에 이딴식으로 불복종하면 난 무력으로 너희들을 누를수 밖에 없다."

"하지만 이렇게 폭력적으로 하면 어떻게 우리가 믿고 따라요.....아니, 따릅니까?"

소피아가 억울하다는듯이 묻자 설화가 휙 쳐다보았다.

"불만 있나?"

"아, 아니 그게...."

"예. 아니오로 대답해라."

"아, 아닙니다...."

"좋아. 15분 후에 잠수함을 타고 목적지로 이동한다. 신속하게 준비하고 탑승해라. 1초라도 늦는 놈은 다리를 분질러 버릴테니까 굼벵이처럼 굴지 말고. 알았나?"

"예."

소라와 소피아가 기어 들어가듯 대답하자, 설화가 들고 있던 소총으로 사무엘 턱을 들어 올렸다.

"넌 대답 안하나?"

"크흑! 씨발. 꺼져."

사무엘이 노려보며 으르렁거렸지만 설화는 냉소를 머금었다.

"죽지 않을만큼 두들겨 버릴 수도 있지만 내 나이를 생각해서 참는다. 10년만 젊었어도 너같은 놈은 산채로 묻었어."

설화가 발로 사무엘의 머리를 툭치며 사라지자, 소라와 소피아가 그에게 우르르 다가왔다.

"괜찮아?"

"크흑! 젠장!"

사무엘이 억울하다는 표정으로 소피아의 손을 뿌리쳤다.

그러나 소라는 큰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저었다.

'듣던대로 악명이 높네... 하지만 그 치열한 전투에서도 부하 2천명 중에서 5명 밖에 잃지 않았다는 비결이 이런것이었군.....'

소라가 분노에 찬 사무엘의 얼굴과 점점 멀어지는 설화의 뒷모습을 번갈아 쳐다보았다.

"에휴...."

"어서 오십시오."

설화가 크게 한숨을 내쉬며 잠수함 내부로 들어오자 카터 대위가 그녀를 맞았다.

"무슨 일 있으십니까? 표정이 별로 안 좋으시군요."

"아, 애들 군기 좀 잡다 보니까..."

"아...."

카터는 무슨 말 뜻인지 알아듣고 빙긋 웃었다.

"일단 여기 앉으시지요."

카터는 설화를 통제 시스템으로 안내했다.

그곳에는 온갖 레이더와 위성 통신 장비 들이 즐비해 있었다.

"모든 준비는 문제가 없지만 한가지 걱정스러운게 있습니다."

"그게 뭡니까?"

"포르투갈 리스본에서 인기척이 느껴지지 않습니다."

"예?"

"이걸 보시지요."

카터가 모니터 화면을 조작하자 리스본 시내 전경이 펼쳐졌다.

그런데 문제는 일주일전 설화가 봤던 그 시내의 모습이 아니었다.

"어떻게 시내에 사람이 한 명도 없는 건지....."

"저도 모르겠습니다. 어제 위성 촬영을 해봤는데 이렇더군요."

"......"

설화는 예전의 기억과 모니터 속 모습이 제대로 매치가 되질 않았다.

아담한 건물 속으로 한가롭게 돌아 다니던 사람 들의 모습.....

그때까지만 하더라도 설화는 나중에 벌어질 엄청난 일을 예측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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