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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스트 데드-211화 (209/262)

< -- 211 회: 라스트 데드(The Last Dead) - 시즌3 (ZER-0) -- >

잠수함은 잠수 모함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좁았다.

그리고 내부는 무척이나 복잡했다.

더욱 숨막히는건 내부를 감싸는 공기였다.

- 30분 후면 목적지에 도착합니다.

안내 방송이 들리자 설화 일행은 주섬주섬 장비를 챙기기 시작했다.

다들 긴장이 가득한 얼굴이었다.

그들이 알고 있는 리스본과 현재의 리스본은 무척이나 틀리다는 것을 빨리 받아들여야 했다.

-덜컹

잠수함이 수면 위로 떠오르자 문이 열렸고, 설화를 시작으로 줄줄이 육지에 발을 내딛었다.

"설화 부대장님!"

카터가 다급하게 부르자 설화가 휙 쳐다보았다.

"무슨 일입니까?"

"잠수함과 위성 통신이 원활하게 연결 되는대로 제 부대원을 이끌고 뒤 따르겠습니다."

"아니, 굳이 안 오셔도...."

"아닙니다."

카터는 빙긋 웃으며 말을 이었다.

"소속은 틀려도 같은 군인 아닙니까. 서로 돕고 살아야지요."

"감사합니다."

설화는 가볍게 고개를 끄덕인 후 소라를 쳐다보았다.

"소라. 우리 디스플레이에 GPS 지도 수신해줘."

"예."

소라의 대답이 끝나자마자 각자의 디스플레이에 초록색선 들이 그어졌다.

"다 들 보이지? 좌표 294, 4405로 일단 이동한다."

"예."

설화가 말한 그 좌표까지 가려면 숲 속을 한참 벗어나야 했다.

붉은 노을이 마치 핏빛 같았지만 일행은 묵묵히 걸었다.

-바스락!

숲 한복판에서 일행이 멈춰섰다.

설화가 말없이 손짓으로 무언가 지시를 내리자 일행은 동시에 그 자리에 주저 앉았다.

다행히 숲에 풀 들이 무릎까지 자라 있어서 몸을 숨기기에는 어려울 것이 없었다.

- 터벅.... 터벅.....

'사람?'

설화는 야생 동물이길 바랬다.

그러나 그녀의 귀는 이것이 사람의 발소리라고 알려주고 있었다.

- 크어어.....

설화와 사무엘, 그리고 소라, 소피아 모두 두 눈이 커졌다.

찢어진 청바지와 너덜거리는 푸른색 셔츠를 입은 남자가 창백한 얼굴로 나무 사이를 비틀거리며 헤쳐 나온 것이다.

"설마....."

소피아가 거의 신음을 내뱉으며 말 끝을 흐렸다.

설화의 인상은 점점 굳어졌다.

"다 들 제자리에 있어."

미처 대답을 듣기 전에 설화가 슬며시 일어났다.

그러나 남자는 설화를 알아보지 못했다.

그게 왼쪽 눈이 시커멓게 파여 있어서 그런것 같지는 않았다.

"의식이 없어. 감염자야."

설화가 짧게 말하자 일행이 쓰윽 일어섰다.

설화가 총구로 이마를 밀어냈지만 감염자는 계속 앞으로 걸으려고 했다.

"부대장님. 설마 리스본이...."

소라가 걱정 가득한 얼굴로 물었지만 설화는 대답이 없었다.

대신 감염자를 세게 밀더니 오른쪽 정강이에 차고 있던 대검을 꺼내들었다.

"피 튄다. 비켜라."

설화는 그 말만 짧게 내뱉고 대검을 가차없이 감염자 이마에 꽂아 넣었다.

-쿵!

그대로 뒤로 쓰러진 감염자는 더 이상 움직이지 않았다.

"아무래도 뭔가 벌어진것 같다. 다 들 정신 똑바로 차리고 움직이도록. 가자."

설화가 등을 돌리자 나머지 일행도 감염자에게 눈을 떼지 못하면서도 등을 돌렸다.

-크르륵!

그 순간이었다.

설화가 걸음을 멈추고 서서히 뒤를 돌아보았다.

"젠장! 피해!"

설화가 갑자기 소피아를 옆으로 밀쳐냈다.

-푸우욱!

"크흑!"

설화가 왼팔을 감싸쥐며 뒤로 물러섰다.

감염자가 이마에 꽂힌 대검을  뽑아 설화의 팔에 찔러넣은 것이다.

"이런 우라질 놈이!"

사무엘이 2배나 커진 주먹을 들어 감염자의 안면을 가격했다.

-크어억!

안면이 절반 이상 함몰되고 목뼈가 부러져 등 뒤로 돌아갔지만, 감염자는 꿈틀거리면서 안간힘을 썼다.

"징그러운 놈이군."

결국 사무엘이 대검으로 목을 베고나서야 감염자는 더 이상 움직이지 않았다.

"내 살다살다 저렇게 질긴 놈은 처음 보겠네."

사무엘이 고개를 절래절래 저으며 뒤를 돌아보자, 소피아가 설화를 치료하고 있었다.

"다행히 감염자의 바이러스가 신체에 별 영향을 주지 못하고 있어요. 하지만 검 날이 근육 섬유질을 말아서 들어갔기 때문에 회복하는데 시간이 좀 걸릴거에요."

"이 정도는 괜찮아."

소피아의 치료가 끝나자 설화가 자리에서 일어섰다.

"이건 말도 안됩니다."

이번에는 소라가 설화를 붙잡았다.

"감염자는 뇌가 큰 약점이라고요. 어떻게 뇌를 공격했는데 다시 일어섭니까?"

"나도 그걸 모르겠어. 확실히 이건 보통 일이 아니군."

설화가 옷을 툭툭 털다가 뭔가 생각났는지 고개를 들었다.

"애초부터 너희 들을 데려오는게 아니었는데.....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어."

"그게 무슨 말이에요?"

"당장 돌아가. 약은 나혼자 구해올테니까."

"이제 와서 너무 터무니 없잖아, 아줌마!"

사무엘이 소리를 지르자 설화가 헛웃음을 내뱉었다.

"어이, 애송이. 훈련과 실전은 다른 거야. 너희가 BPA에서 무슨 훈련을 받았는지 몰라도, 실전은 훈련처럼 짜여진 프로그램이 아니야."

"누가 그걸 모릅니까? 도대체 우리는 왜 당신이 가라면 가고, 오라면 와야 되는 거냐고!"

"......."

설화는 사무엘의 눈을 제대로 쳐다보지 못했다.

사실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자신이 없어졌다.

자신의 생각했던 모든 상황이 현실과 정반대로 흘러가고 있었다.

-크으윽!

그때였다.

난데없는 또 다른 소리가 들리자 일행이 고개를 휙 돌렸다.

"말도 안돼....."

소라가 신음을 내뱉었다.

목이 잘린 감염자가 다시 일어서서 일행에게 천천히 다가오기 시작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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