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212 회: 라스트 데드(The Last Dead) - 시즌3 (ZER-0) -- >
"일단 뒤로 물러서."
"그냥 대검으로 심장을 노립시다."
설화가 손으로 제지시켰지만, 사무엘이 뿌리치며 다시 대검을 들었다.
"말 들어! 저런 타입을 본적도 없는데 함부러 달려 들었다가는 무슨일이 벌어질지 모른다고."
"그래. 사무엘. 일단 뒤로 물러서자. 조심한다고 해서 나쁠건 없잖아."
"쳇."
소피아까지 그렇게 말리자 사무엘은 입술을 깨물며 뒤로 물러섰다.
-크르륵!
땅에 떨어진 감염자 머리에서 으르렁거리자, 따로 서있는 몸체에서 두 팔이 들어 올려졌다.
"사무엘."
"뭐요?"
"돌로 심장을 노려봐."
"예?"
사무엘이 고개를 갸웃거렸지만, 일단 명령이라 주위에서 가장 날카롭게 생긴 돌을 집어 들었다.
"있는 힘껏 던져서 뚫어버려."
"안 그래도 그렇게 할려고 했수다."
사무엘이 피식 웃으면서 오른팔에 온 신경을 집중했다.
부풀어진 오른팔을 곧 크게 포물선을 그렸고, 손 끝에서 떠난 돌은 눈 깜짝할새에 감염자의 심장을 꿰뚫었다.
"스트라ㅤㅇㅣㅋ!"
소라가 자신도 모르게 소리쳤다.
감염자의 뻥 뚫린 왼쪽 가슴에서 시뻘건 피대신 녹색 진물이 흘러나왔다.
그리고 다시 고목나무처럼 쓰러져 버렸다.
"으윽.... 저게 뭐야?"
소피아가 인상을 구기면서 손으로 입을 가렸다.
시체에서 심한 악취가 풍겨나왔다.
"부대장님! 저것 좀 보십시오."
소라가 어딘가를 가리키며 소리쳤다.
설화와 일행이 반사적으로 고개를 돌리자, 땅 위로 떨어진 녹색 진물이 부글부글 끓어올랐다.
"왜 저런거죠?"
"나야 모르지. 하지만 다가가지 않는게 좋겠다. 일단 물러서서 다시 와보자."
"예."
설화는 참으로 현명한 판단을 내렸다.
오랜 시간 전장에서 보내고 죽을 고비를 여러 차례 넘긴 경험이 본능적으로 위기를 감지해낸 것이다.
"......."
그러나 그 들은 더 이상 나아갈 수가 없었다.
뒤에서 약 스무명 정도 보이는 또 다른 감염자 들이 아주 천천히 그 들엑 다가오고 있었던 것이다.
"젠장! 기다리고 자시고 할 필요가 없겠어. 그냥 다 쏴 죽입시다."
"....."
설화는 잠시 고민했다.
바로 다른 감염자 들이 총소리를 듣고 몰려올까봐 총 대신 근접 무기를 썼던 것이다.
그러나 이제는 상황이 달라ㅤㅈㅕㅅ다.
뭐가 더 튀어나올지 상황을 주시하는것보다 어쩌면 정면 돌파를 하는 것이 시간적으로 더 효율적일수도 있을 것이다.
또한 현재 설화의 처지도 생각해 볼 문제였다.
연합군을 배신하고 빠져나온 마당에서 만약 자신이 붙잡혀 버리면 나머지 일행 셋의 신변을 책임질 수가 없을 것이다.
그러나 더욱 문제는 이 상황 들이 복합적으로 발생했을 경우다.
새로운 타입의 감염자 들이 연합군과 관련이 있을 수도, 그게 아니라면 S.B.I.C가 유럽을 공격했을지도 모를 일이다.
"그래. 이렇게 된거 이판사판이지 뭐."
설화가 소총을 장전하며 말을 이었다.
"하지만 우리가 알지 못하는 뭔가 다른 물질 들이 발견된 이상 절대로 접근을 하지 못할 거야."
"당연한 소리."
사무엘도 장전을 하자 나머지 일행도 그렇게 했다.
"아무래도 샘플 수집을 해야 할거야. 아까 봤지? 심장을 구멍내야 하는 거야."
"알겠다고요."
"좋아. 모두 조준."
각자의 소총 조준경에 감염자의 심장이 조준되었다.
- 투다다다
그 다음은 무차별 난사였다.
감염자 들의 왼쪽 가슴은 벌집처럼 뚫어져버렸고 도미노처럼 쓰러져 버렸다.
"해냈다!"
소피아가 기쁨을 주체 못하고 소리쳤다.
그럴만했다.
첫 실전에서 이룬 첫 성과였다.
"너무 들떠하지 말고... 빨리 여기서 벗어나자."
설화가 재촉하자 나머지 일행이 시체 사이를 조심스럽게 빠져 나오기 시작했다.
-크르륵!
"젠장. 지겨워 죽겠네."
사무엘이 욕을 해대며 휙 뒤돌아봤다.
그런데 참으로 뭐라고 할 수조차 없는 광경이 눈 앞에서 펼쳐졌다.
심장에 구멍이 뚫린 시체 들이 서로 꾸역꾸역 뭉치기 시작했다.
그러니까 그 뭉친다는 표현이 손에 손을 잡는 그런 추상적인것이 아니라, 역겹지만 육골(肉骨)이 서로 기이한 형상으로 뭉치는 것이었다.
"우욱...."
마치 인간으로 빗은 찰흙 형상이 처참하게 뭉게져서 하나로 합쳐지는 듯한 모습에 소피아는 헛구역질을 해댔다.
"젠장. 저게 뭐야....."
사무엘과 소라는 서로 죽상 쓰기 대회라도 하는지 처참하게 얼굴을 일그러뜨렸다.
-크르륵!
아까 목이 날라갔던 감염자까지 더해져서 대략 10m 정도의 괴물이 만들어졌을때, 설화는 거의 주저 앉고 싶은 기분이었다.
하지만 그녀가 모르는 또 다른 사실이 있었다.
물론 그때 당시 그녀가 그 자리에 없었지만...
이승철이 황주선 연구실에서 봤던 그 괴물과 똑같다는 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