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214 회: 라스트 데드(The Last Dead) - 시즌3 (ZER-0) -- >
그렇게 사무엘의 능지처참 형벌(?)이 막을 내리자 설화가 소라를 쳐다보았다.
"소라. 비디오 가져왔지?"
"예. 당연하죠."
"그럼 저것 좀 찍어. 초 소장한테 보여주게."
"예? 저거..... 찍어요?"
소라는 머리를 쭈볏거리며 우물거리자 설화가 째려보았다.
"그럼. 내가 찍으랴?"
"......"
"아, 뭐해. 빨리 가서 찍어. 나 여기서 빨리 벗어나고 싶단 말이야!"
"......"
설화도 모자라 소피아까지 재촉하자 소라는 휴대용 캠코더를 들고 마지못해 다가갔다.
"으윽... 역겨워..."
소라는 얼굴에 주름이란 주름을 모두 활처럼 그었다.
거의 곤죽이 되어 뇌수까지 뱉어내는 괴물은 형체를 알아볼 수가 없을 정도로 찢겨져 있었다.
"어떠냐? 형님 솜씨가?"
사무엘이 담배를 피우며 느긋하게 다가오자 소라가 울컥했다.
"누가 괴물인지 차~암 모르겠다."
"크큭. 짜슥!"
사무엘은 킥킥거리면서 대도 끝으로 괴물 속을 비집자, 무슨 어른 팔뚝만한 구더기 같은 것들이 꿈틀거렸다.
그 끔찍한 광경에 소라는 더욱 신경이 곤두섰다.
"아! 하지마! 안 그래도 속이 울렁거리는데."
"야. 이거 도대체 뭐냐? 우주 벌레냐?"
"아이씨... 알게 뭐야."
소라는 짜증내면서 녹화를 시작했다.
캠코더 디스플레이에 사무엘이 찔끔찔끔 나타났지만 게의치 않았다.
소라 역시 이곳을 벗어나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았다.
"휴우.... 저것 좀 수거하고 싶은데...."
설화가 쓰윽 다가와 괴물을 유심히 쳐다보았다.
"으엑! 안됩니다!"
"아줌마. 제정신이유?"
소라와 사무엘이 기겁을 했지만 설화는 턱을 쓰다듬기까지 했다.
"꽤나 중요한 연구자료가 될거야."
"하지만 어떤 바이러스를 가지고 있을지 모릅니다."
"휴우.... 그런가?"
설화가 잠시 고민을 하면서 고개를 갸웃거리자 소라와 사무엘이 열심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여기서 해부해보자."
"........"
소라는 거의 주저앉고 싶은 심정이었다.
"에휴.... 사내 새끼 들이 진짜."
결국 설화가 허리춤에서 대검을 꺼내들고 괴물에게 다가가자, 구더기 들이 더욱 꿈틀거렸다.
"어디 어떤놈을 쑤셔볼까?"
설화는 대검 끝을 이리 저리 움직이며 구더기를 쿡쿡 찔러보았다.
-푹...
설화의 검 끝이 구더기의 껍데기를 찌르고 쑥 들어갔다.
흐물흐물한 느낌이 어깨까지 전해지는 느낌이었다.
"뭐야? 그냥 벌레인가?"
설화는 시시하다는 표정으로 팔을 빼려고 했다.
"어? 이거 왜 그래?"
설화의 표정이 점점 굳어졌다.
뭔가가 설화의 검을 꽉 잡고 있었다.
"왜 그래요?"
곁에 서있던 사무엘도 사태의 심각성을 깨달았는지 얼른 옆으로 다가왔다.
그런데 설화의 팔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
"어, 저거!"
옆에서 지켜보던 소라가 황급히 캠코더를 접고 설화에게 다가왔다.
"저거 색이 좀 이상한데요?"
소라의 말대로 설화가 찌른 구더기색이 점점 변하고 있었다.
누리끼리하던 구더기가 점점 회색빛으로 변해갔다.
"으헉..."
갑자기 설화가 비틀거렸다.
눈 앞의 사물 들이 빙글빙글 돌기 시작했던것이다.
마치 뭔가가 온 몸의 기운을 다 빼가는 느낌이어싸.
"부대장님!"
"뭐야? 무슨 일이야?"
소라가 얼른 다가와 부축하자 사무엘과 소피아가 급히 다가왔다.
"부대장님. 정신 차려보세요.."
설화의 얼굴이 급속도로 창백해져갔다.
사태가 이지경이 되자 소피아는 벌떡 일어나 주위를 살폈다.
냉정한 심성에 맞게 어디서부터 문제가 되고 있는지 찾는 것이었다.
"사무엘! 빨리 저 구더기 죽여버려!"
"뭐?"
-퍽!
"악!"
사무엘이 멍청한 표정으로 쳐다보자 소피아는 급기야 정강이에 발길질을 했다.
"아휴! 이 멍청아. 저게 부대장님을 빨아먹고 있잖아."
"아, 알았다고..."
사무엘이 다시 대검을 꺼내들었다.
망설일 여유조차 없었다.
"으합!"
사무엘은 크게 반원을 그리고 구더기를 두동강 내버렸다.
그런데 또 다시 경악할 일이 벌어졌다.
-치이익...
"우왁! 내 대도!"
사무엘이 급하게 대도를 다시 들어올렸지만, 이미 절반 이상이 시커멓게 부식된 상태였다.
불과 1초만에 벌어진 일이었다.
"부대장님. 괜찮으십니까?"
다행히 설화의 검은 구더기한테서 빠져나왔다.
그러나 이미 설화의 오른팔은 심하게 녹아내린 상태였다.
"저 놈들한테서 빨리 떨어지자."
"그래."
사무엘과 소라가 양쪽에서 설화를 부축해서 나무에 기대놓았다.
"일단 치료부터 할게요."
"잠깐...."
설화는 부들부들 떨리는 손으로 소피아를 제지시켰다.
"망설일 시간이 없어요. 독이든 뭐든간에 빨리 몸 안에서 제거해야 한다구요."
소피아가 다그쳤지만 설화는 무시하고 사무엘을 쳐다보았다.
"이거 잘라라."
"예? 뭘 말이요?"
"내 오른팔 말이야....."
설화가 오른팔을 내밀자 사무엘의 온 몸은 굳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