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215 회: 라스트 데드(The Last Dead) - 시즌3 (ZER-0) -- >
"지금 제정신이에요?"
"나 뒤지는 꼴 보기 싫으면 빨리 잘라!"
"......"
사무엘이 정색을 하고 물었지만 설화는 오히려 눈을 부릅뜨고 노려보았다.
"부대장님. 아무리 그래도 그건...."
소라가 겨우 입을 떼고 만류했지만 설화는 완강했다.
"아, 이것 들이 말 참 많네. 이건 이제 내 파이 아니야. 저것같이 감염된 매개체일 뿐이라고."
그렇다면 일단 해독이라도 하고...."
소피아까지 나서서 말렸지만 설화는 고개를 저었다.
"입 아프게 두 번 말하게 하지마라. 나 죽는꼴 보기 싫으면 빨리해."
"......."
선택의 여지가 없을것 같았다.
설화는 아무래도 BPA 엘리트들보다 감염자에 대한 경험이 풍부하다.
게다가 본인 역시 시크릿-X에 맨 처음으로 감염된 사람이 아닌가?
"이런 우라질! 나도 모르겠다!"
결국 사무엘은 결심을 할 수 밖에 없었다.
"휴우...."
사무엘은 대검을 꽉 움켜쥐고 한숨을 크게 몰아쉬었다.
사람을 안 죽여본건 아니지만 왠지 설화를 벨려고 하니, 등 뒤로 식은땀이 흐르고 머리끝이 쭈볏거렸다.
"평소에 날 잡아먹으려고 안달난 놈이 이런 절호의 기회에서 머뭇거리면 어떡하냐?"
설화가 힘없이 웃으며 말하자 사무엘이 울컥했다.
"아, 거 조용히 좀 하쇼! 안 그래도 집중하고 있는데....."
-빡!
"커헉!"
사무엘이 갑자기 신음을 내뱉으며 비틀거렸다.
소피아가 또 다시 정강이를 걷어찬것이다.
"그 오염된 칼로 신체 일부분을 자르면 더 감염되지, 이 멍충아!"
"아, 좀. 그만 때려."
"시끄러워! 그거 주고 저리 비켜!"
소피아는 사무엘의 손에서 대검을 빼앗았다.
그리고 불을 지펴서 검 날을 지지기 시작했다.
"조금만 참으세요. 일단 소독부터 해야 하니까요."
"......"
설화는 다시 머리가 핑 도는걸 느꼈다.
그리고 어느샌가 정신을 잃어버렸다.
"으음....."
몇 시간이 지났을까?
설화는 겨우 두 눈을 떴다.
온 몸이 축축한걸 보니 땀을 많이 흘린듯 했다.
그런데 아까부터 눈 옆에서 열기가 느껴졌다.
"엇? 일어나셨습니까?"
소라가 쭈그려 앉아 모닥불을 지피다가 설화가 깨어난걸 보고 반갑게 말했다.
"밤...인가?"
"예. 지금 시간이...."
소라가 손목 시계를 물끄러미 쳐다보다가 말을 이었다.
"밤 11시 조금 넘었습니다."
"그럼 깨우지."
설화가 힘겹게 일어서자 소라가 후다닥 달려왔다.
"일어나지 마십시오. 아직 몸이 회복되지 않았습니다."
"아냐. 괜찮아. 그런데 너는 뭐하는 거야? 애들은?"
"자고 있습니다. 저는 불침번 초번이구요."
"그랬군...."
설화는 정 자세로 앉아 잠시 정신을 가다듬었다.
세상이 빙글빙글 도는듯 머리가 매우 어지러웠던것이다.
"훗.... 오른팔이 허전하네."
설화가 지그시 두 눈을 감은체 희미한 미소를 지었다.
그 모습에 소라는 어떻게 해야할지 몰라 머뭇거렸다.
"그런데 아프지가 않네. 뭐 어떻게 했냐?"
설화가 팔뚝만 남은 오른팔을 이리저리 돌려보았다.
"그건 잘 모르겠습니다만 앞으로 어떻게 하실 건지...."
소라가 말 끝을 흐리자 설화가 한숨을 내쉬었다.
"휴우.... 그러게다. 이거 팔도 자유롭지도 않은데....."
"그것도 그렇지만 스탠에게는 어떻게 설명하실 겁니까? 자기 때문에 백신을 구하려고 BPA까지 왔는데 부대장님께서 이런걸 알면....."
"그러게다... 그 자식 성격에 가만있지 않을것 같은데...."
"....."
소라는 약간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
분명 얼굴 표정은 걱정을 하고 있는데 말투는 그저 덤덤하게 들릴 뿐이었다.
"그래도 내 왼팔이 남았으니까 어떻게든 백신을 구해서 가야해."
"괜찮으시겠습니까?"
"내가 오른손 잡이라서 그렇지 왼팔도 꽤 써."
"......"
설화가 자신만만한 표정을 지었지만 소라는 걱정스러웠다.
다만 겉으로 내색할 수가 없었다.
"소라."
"예. 부대장님."
"난 널 전적으로 믿고 있다. 이런말하기 뭐하지만 사무엘, 소피아, 어쩌면 스탠보다 널 더 듬직하게 생각하고 있어."
"......."
설화는 모닥불을 응시하며 말을 이었다.
"예전에 말했듯이 너와 나, 그리고 사무엘, 소피아는 당분간 함께하게 될거야. 만약 나에게 무슨일이 생기면 네가 나 대신 부대원 들을 이끌어라."
"꼭 무슨 일이 생길것같이 말씀하시는 군요."
"사람 일은 아무도 모르니까."
간단하지만 그 말속에는 분명한 뜻이 담겨 있었다.
"오른팔은 다시 재생할 수 없는겁니까?"
소라의 질문 역시 분명한 뜻이 담겨 있었다.
그것을 느낀 설화가 피식 웃었다.
"훗... 글쎄. 아무래도 초에게 보여주고 알아봐야겠지."
"그렇군요....."
"아무튼 내일 아침에 일찍 출발할거니까 푹자둬."
"예. 어서 주무십시오."
"그래..."
설화가 다시 제 자리에 눕자 소라는 그 모습을 물끄러미 쳐다보다가 하늘을 쳐다보았다.
밤하늘은 이름을 알 수 없는 별들이 무척이나 많이 떠있었다.
마치 한치 앞을 가늠할 수 없는 운명의 그것처럼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