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218 회: 라스트 데드(The Last Dead) - 시즌3 (ZER-0) -- >
김성식.
20년 전, 광주에서 만난 생존자이자 이승철과 신예선과 미묘한 관계로 문제를 일으켰던 인물.
설화는 분명히 그 이름과 얼굴을 기억하고 있었다.
당연한 일이었다.
김성식은 이승철만큼이나 설화를 증오했다.
그런데 왠지 모르게 한번 꼭 만나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스탠의 백신도 시급한 문제였지만, 왠지 최근에 벌어졌던 여러 일들과 복잡하게 관련이 있을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김성식이 유전자 샘플을 너희 마피아에게 넘겼다고? 너희가 누구인줄 알고 그걸 넘겼다는 거야?"
설화가 복잡함과 의문이 뒤섞인 얼굴로 묻자 주앙은 냉큼 입을 열었다.
"저도 잘 모릅니다. 더 강해지고 싶다면 자기 말을 따르라면서....."
갑자기 설화가 주앙에게 달려들더니 멱살을 잡았다.
"그 자식 지금 어디있어?"
"그, 그건...."
주앙이 뭔가 망설이자 사무엘이 쭈그려 앉아서 대검으로 턱을 가리켰다.
"아놔....... 목구멍에 뭐가 끼었나? 좀 쑤셔줄까? 목구멍에 막힌것 좀 후벼줘?"
마피아 못지않는 사무엘의 거친 말투에 주앙은 더 이상 미련한짓을 하지 않기로 마음 머었다.
"BPA에 있습니다."
"뭐? 그게 정말이야?"
"제가 뭐하려고 거짓말을 하겠습니까?"
설화가 주앙을 응시했다.
하지만 슬쩍 눈 마주치기를 꺼린다거나 눈동자가 흔들리지는 않았다.
"상황 파악이 빨라서 좋군."
설화가 멱살 잡은 손을 놓자 사무엘도 대검을 거두었다.
하지만 질문이 끝난건 아니었다.
"김성식이 왜 BPA에 있지?"
"그건....."
주앙은 또 다시 망설였다.
그러나 누구 하나 채근하지 않았다.
이유야 간단했다.
김성식은 유전자 샘플을 마피아에게 넘기려고 BPA에 왔다.
그런데 BPA 아카데미생들 핏속에는 시크릿-X 바이러스를 가지고 있다.
'게다가 이자식이 내가 리스본에 있었다는 사실을 알고 있으니, 김성식이 그걸 모를리가 없어. 그렇다면.....'
설화의 설마는 점점 현실이 될 수 밖에 없었다.
김성식은 분명 리스본에 설화가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고, BPA에 간것도 단지 시크릿-X 감염자 때문이 아니었다.
'날 만나려고 했던 건가....'
설화는 크게 한숨을 내쉬었다.
원한이 사무친 사람은 평생을 복수를 위해 살아간다.
그것이 잘못된 길임을 본인 스스로가 잘 알면서도, 어떻게든 그것을 부정하고 상대방에게 복수하는것을 합리화하려고 한다.
'김성식.... 생각보다 참 질긴 놈이군....'
설화가 한참 생각에 잠겨 있는데 누군가 그녀의 앞을 가로 막았다.
"뭐지?"
"BPA로 가실겁니까?"
소라가 심각한 표정으로 물었다.
그는 김성식이 누군지 잘 모르지만, 귀로 듣고 직접 겪어본 바 확실히 위험한 인물로 감지한것이다.
"가야해. 모든게 BPA에 있어."
"....."
소라느 두말없이 물러섰다.
설화의 의지는 단호해 보였고, 부대장의 생각이 그렇다면 따라야 했다.
"이제 움직이자."
"부대장님. 다리가 아픈데... 차 타고 가면 안되나요?"
소피아가 람보르기니를 보며 헤헤거렸지만 설화는 단호하게 고개를 저었다.
"차를 타고 움직이면 은폐도 어렵고, 적이 만약에 공격할 경우 즉각 대응이 불리하다."
"피...."
소피아가 김빠진 표정으로 물러나자 이번에는 사무엘이 불쑥 튀어나왔다.
"넌 또 왜?"
"저것 들은 어찌할거요?"
사무엘이 주앙과 세르지오를 손가락으로 가리키자 설화가 그들은 잠시 쳐다보다가 검지 가락으로 자기목을 그었다.
"사, 살려줘..."
주앙이 사무엘의 다리를 붙잡고 애걸했지만 소용없었다.
"후환을 없애려면 어쩔수 없지."
"흐흑! 제발....."
"미안하다. 나도 명령이라 어쩔수 없다. 부디 다음생에 태어나거든 착하게 살아라."
사무엘이 말뿐만이 아니라 정말 권총을 꺼내 이마에 겨누자 주앙의 눈빛이 바뀌었다.
"그래. 그랬다 이거지? 그럼 나도 곱게 죽을 수는 없지."
"무슨....."
주앙이 이를 갈며 품 속에서 웬 주사기를 꺼내 자기 왼쪽 팔에 찔러넣자 사무엘이 당황했다.
"피해!"
설화가 황급히 사무엘의 목덜미를 붙잡고 뒤로 당겼다.
"크흑! 크아악!"
갑자기 주앙의 눈빛이 불거졌다.
"젠장. 이제 저런 증상은 보는것도 지겹다."
사무엘이 이제서야 상황을 파악하고 대검을 꺼내드었다.
"소라, 소피아. 좀 떨어져 있어"
설화가 주앙의 후방을 경계하며 소라와 소피아를 피하도록 했다.
"크악....크아..."
주앙은 처참하게 변해갔다.
허리에서 정체불명의 상아같은 뼈가 위협적으로 튀어나와 있었고, 피부는 모두 벗겨진 상태에서 핏기 가득한 근육 들이 드러났다.
"으으... 저건 또 뭐지?"
사무엘이 인상을 쓰며 침을 삼켰다.
그것은 덩치가 그렇게 크진 않았지만 날렵해 보였고 또 매우 위협적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