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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스트 데드-219화 (217/262)

< -- 219 회: 라스트 데드(The Last Dead) - 시즌3 (ZER-0) -- >

'이거였나? 김성식?'

설화는 주먹을 꽉 쥐며 끓어오르는 분노를 억눌렀다.

냉정을 지키지 못하면 부대원을 지킬 수 없다.

철저한 군인 정신으로 자신의 이성을 억누르고 있는 것이다.

- 크르륵...

이제 인간의 형상은 완전히 사라졌다.

남는것은 이성을 잃은 한마리의 괴물 뿐이다.

"함부로 덤벼들지 말아라."

설화는 그렇게 말하면서 왼손을 검으로 변형시켰다.

"거 팔도 불편한데 함부로 움직이지 마쇼."

"새끼...."

설화느 피식 웃으면서 괴물의 약점을 노렸다.

쓸데없이 시간과 체력을 낭비하고 싶지 않았다

'심장은 갈비뼈가 지키고 있어서 안되겠고.... 뇌? 뇌는 뿔 같은게 있어서 조금 어렵겠어. 그렇다면.....'

설화의 눈에 뭔가가 띄었다.

"흐합!"

그리고 거침없이 괴물에게 달려들어 검을 내려쳤다.

- 캉

괴물의 어깨를 노렸지만 갑자기 돌아서는 바람에 검이 뿔에 박혔다.

"젠장! 피해요!"

사무엘이 소리쳤지만 설화는 반응이 없었다.

대신 오른발을 크게 휘둘렀다.

- 퍽!

- 크아아악!

중심부를 가격당한 괴물이 심하게 괴로워하며 허리를 숙이자, 설화는 그때서야 검을 거두고 뒤로 물러섰다.

"풉!"

느닷없는 상황에 소피아는 큭큭거렸고, 소라는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팔짱을 꼈다.

그러나 설화의 표정은 달랐다.

"사무엘! 난도질 해."

"알았수."

사무엘이 대검을 이리저리 돌리며 아직도 고통스러워하는 괴물을 난도질 했다.

처음에 질긴 고기처럼 아무렇지 않다가 결국 근육 섬유질이 '투둑'거리며 하나 둘씩 끊어지기 시작했다.

-털썩....

결국 괴물은 싱겁게 쓰러지고 말았다.

"가자. 더 있어 봤자니까."

설화가 덤덤히 말하며 왼팔을 원래대로 변형시켰다.

"저, 저거....."

다들 등을 돌려서 지나가려고 하는데 소라가 뭔가를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응? 왜 그래?"

사무엘이 짐짓 뒤를 돌아봤다.

"이런 염병할..."

그리고 망설임없이 소총을 들고 안전 장치를 풀었다.

난도질당한 괴물이 두 다리가 부러진체 쓰러진 세르지오에게 슬금슬금 기어간 것이다.

문제는 그 다음이었다.

괴물의 몸 여기저기에서 촉수가 튀어나오더니, 세르지오의 몸 여기저기를 찔러댔다.

"으윽... 설마...."

소피아가 인상을 구기며 고개를 돌려버렸다.

그건 탁월한 선택이었다.

- 꾸르륵...

괴물은 세르지오의 뼈와 살을 남김없이 흡수하기 시작했다.

마치 진공청소기가 먼지를 흡수하는 듯한 모습에 모두가 할 말을 잃어버렸다.

그러나 멍하니 쳐다본다고 괴물이 스스로 사라지지는 않는다.

"전원 사격 준비."

설화가 가까스로 정신을 차리고 부대원 들에게 명령을 내렸다.

- 철컥!

부대원 들이 괴물을 향해 소총을 조준하자 설화는 잠시 뜸을 들였다.

괴물이 몸을 이리저리 휘두르는 바람에 사격을 하기 쉽지 않았던 것이다.

"아, 손이 근질근질하네."

"좀 기다려봐. 목표물이 사정권 안에 안전하게 들어오면 난사를 하든 점사를 하든 해줄테니까."

사무엘이 채근하자 설화는 고개를 저었다.

아직 왼팔이 완벽하게 검으로 변형하지 못했던 탓이었다.

설화가 아무리 시크릿-X 물질을 마음대로 변형시킬 수 있다고 하더라도, 람보르기니 변속기처럼 빠른건 아니었다.

"전원 사격 개시!"

느닷없는 명령이었지만 부대원 들은 망설이지 않고 방아쇠를 당겼다.

- 투다다다!

- 크아아아아!

괴물은 순식간에 벌집이 됐지만, 다시 순식간에 회복이 되었다.

분명 자신의 동료를 흡수하기 전보다 강해진 것이다.

"혹시나 했더니 역시나였군..."

설화는 씁쓸하게 웃으며 자신의 왼팔에 모든 신경을 집중했다.

왼팔은 날카로운 검으로 완벽하게 변형이 되었다.

"잠시 사격 중지!"

"예? 왜 갑자기...."

소라가 미처 물어볼 틈도없이 설화가 튕겨나가듯 괴물에게 달려들었다.

- 캉!

설화는 분명 괴물의 목을 노렸다.

달려드는 스피드 또한 매우 빨랐다.

그런데 괴물은 설화의 검을 가볍게 막아냈다.

'어째서.....'

설화는 눈 앞의 괴물을 믿을 수 없다는 눈빛으로 쳐다보았다.

- 크아아악!

그러나 그게 실수였다.

괴물은 육중한 팔을 들어 설화의 옆구리를 내쳐버렸다.

"커헉!"

"부대장님!"

부대원 들이 소리를 질렀지만 그것을 제대로 들을 틈조차 없었다.

엄청난 충격이 옆구리를 통해 전신에 전달되었기 때문이었다.

마치 몇 톤씩이나 되는 망치에 얻어맞은 기분이었다.

- 털썩....

설화는 공중에 붕 뜨다가 땅바닥에 그대로 쓰러져버렸다.

입 안의 피가 가득고였지만 뱉을 엄두조차 나질 않았다.

피를 함부로 내뱉었다간 폐가 제대로 기능을 하지 못할것 같은 느낌 때문이었다.

-투다다다

부대원 들이 황급히 방아쇠를 당겼지만, 괴물은 눈에 보이질 않을 정도로 이리저리 피하며 달려들었다.

-크아아아

"이런 개망나니가!"

사무엘이 소총을 버리고 주먹을 꽉 쥐었다.

그리고 자신에게 달려드는 괴물의 면상을 그대로 날려버렸다.

-푹!

괴물의 오른쪽 얼굴이 함몰되며 그대로 옆으로 쓰러져 버렸다.

그러나 금새 다시 두 손과 다리를 지탱하며 일어서더니 으르렁거렸다.

"부대장님!"

그 사이 소피아가 얼른 설화에게 달려갔다.

입안에 한가득 고인 피가 입술 틈새로 주르르 흐르자 소피아가 황급히 손수건을 닦아댔다.

"괜찮으세요?"

-끄덕끄덕

설화는 대답대신 고개를 끄덕였다.

소피아는 얼른 손을 들어 설화의 복부에 가져다 대었다.

'다행이다. 척추랑 급소는 다행히 피했어.'

소피아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소라와 사무엘을 쳐다보며 손가락으로 동그라미를 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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