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221 회: 라스트 데드(The Last Dead) - 시즌3 (ZER-0) -- >
그러자 괴물이 무척 괴로워하며 눈을 비비기 시작했다.
심지어 뾰족하게 자란 손톱으로 눈덩이를 긁어대는대도 말이다.
"저, 저거 뭐냐?"
때 아닌 상황에 설화가 벌떡 일어서자 소피아도 덩달아 일어섰다.
아픈것도 잊을정도로 너무 놀랄만한 상황이었다.
"눈을 비비는걸 보니까 고춧가루 같은데요?"
"고춧가루?"
설화가 벙찐 표정을 짓는 사이, 소라가 얼른 대검으로 괴물의 심장을 노렸다.
"흐압!"
-캉!
괴물이 혹시라도 방심하지 않을까하는 기대는 어김없이 빗나가고 말았다.
육체가 알아서 반응하는지 근육 속에 묻혀 있던 갈비뼈가 심장을 보호한 것이다,
"아직 끝나지 않았다!"
소라가 미쳐 피하기도 전에, 머리 위에서 거대한 그림자가 덥쳤다.
사무엘이 깍지 낀 두 주먹을 거대하게 부풀리고 괴물의 머리를 노린것이다.
-쿵!
육중한 소리와 함께 농장 주위가 엄청난 흙먼지 바람이 일어났다.
"켁켁!"
설화와 소피아가 얼른 손으로 입과 코를 가렸다.
피하기도 늦은터라 이 불쾌한 바람이 얼른 지나가길 기다릴 뿐이었다.
"켁켁! 야 이 무식한 놈아!"
소라가 연신 기침을 내뱉으며 원망섞인 목소리로 소리를 지르자 사무엘이 뒷통수를 긁적였다.
"아, 이거 힘 조절 한다고 한건데....."
"그래도 효과는 있었네."
어느샌가 설화와 소피아가 다가왔다.
설화의 말대로 괴물은 머리가 뭉개진체 뇌수를 흘리고 있었다.
소라에게 정신없이 당하다가 결국 사무엘의 일격을 피하지 못한 것이다.
"으.... 진짜 적응 안되네."
비위 약한 소피아가 고개를 휙 돌렸지만, 설화는 쭈그려 앉아 괴물의 사체를 유심히 살펴보았다.
"그러다가 왼팔도 잘라낼려고 가까이 붙는 거요?"
"까불지 마라. 한번 당하지 두번 당하겠냐?"
사무엘이 빈정거리자 설화가 툭 받아쳤다.
"혹시 몰라서 그러는 거요."
"맞아요. 그러다가 또 그 구더기 같은 것들이 튀어나오면 어떡해요?"
평소에 냉랭한 소피아 역시 같은 걱정을 했지만 설화는 이제 대답조차 하지 않았다.
"진짜 왜 저러는 거야?"
사무엘이 어처구니 없다는 표정을 짓자 소라가 짐짓 눈짓으로 주의를 주었다.
'상식적으로 생각할 수 없는 근육 조직이야......'
설화의 표정은 점점 어두워졌다.
그녀가 전장에서 봤던 여러 감염자 들과 차원이 틀리다는것을 육감적으로 알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소피아."
"예?"
"근육에 대해서 간단하게 설명해봐."
"예?"
갑작스러운 설화의 주문에 소피아가 당황스러워 했다.
"너 의학 공부 했었다며."
"예. 그렇긴 한데...."
"초 소장이 네 자랑 무척 하더라. 자기 뒤를 이을 수제자래."
"아, 그건...."
또 다시 갑작스러운 칭찬에 소피아가 얼굴이 붉어지며 몸둘바를 몰라했다.
"그러니까 근육은..... 우리 몸이 쉬고 있을 때는 산소를 이용하여 미토콘드리아에서 ATP를 만들어 사용하기에 피로를 유발하는 물질이나 젖산을 생산하지 않구요...."
"어이, 의학적 설명말고 6살 꼬마 들도 알아듣는 설명을 해봐."
"쳇!"
오랜만에 의학 지식을 뽐내려던 소피아는 새침한 얼굴로 다시 입을 열었다.
"그러니까 근육은 긴 섬유질 들이 뭉치고 뭉쳐진 하나의 조직이라고 보시면 되요. 마치 실뭉치를 쭈욱 펴서 한가닥씩 이어진 구조라고 보면 되는 거죠."
"엥? 근육이 실처럼 되어 있다고?"
사무엘이 깜짝 놀라자 소피아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의학적인 용어로 금육 섬유라고 하는데 결합조직과 같이 근섬유막에 뭉쳐져 있지."
"와.... 난 근육이 알맹인줄 알았는데."
사무엘이 자신의 팔을 안으로 굽히며 놀랍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러나 다른 사람 들은'어떻게 저런 무식한 돌덩이를 얹으고 다니면서 주저앉지 않을까?'라는 표정이었다.
"그럼 근육은 어떻게 해서 늘어나지?"
"운동 중에는 운동의 강도나 정도, 개인의 특성에 따라 ATP를 생산하는 방법은 다양해져요. 낮은 강도로 오랫동안 운동을 지속하면 체내의 탄수화물과 지방은 산소와 결합하여 에너지를 생산하죠. 반대로 좀더 높은 강도로 운동을 하면 ATP 생산 과정은 크레아틴인산을 이용하는 무산소성 해당과정이나 포스파겐 시스템 등으로 바뀌게 되요."
"......"
소피아는 나름대로 쉽게 설명했지만, 모두가 아인슈타인의 상대성 이론을 논문으로 듣는듯한 표정 들이었다.
"이러한 경우에는 근육 내에 에너지 생산의 산물인 젖산이 쌓이게 되고 젖산은 근육을 산성화시켜 여러 가지 화학반응의 촉매로서 작용하는 효소의 기능을 저하시켜요. 산소를 이용한 ATP 생산은 매우 천천히 일어나며 주로 낮은 강도로 오랫동안 운동을 할 때 일어나는데 대신 피로를 일으키는 물질을 생산하지 않죠."
"그럼 이 놈 근육은 어떻게 되어 있나?"
설화가 괴물을 가리키면서 묻자 소피아가 유심히 살펴보았다.
"이, 이건....."
설화는 자신의 예상이 틀리지 않았다는 것을 소피아의 표정을 통해 알아차렸다.
"이건 있을 수 없는 구조에요!"
예상대로 소피아는 버럭 소리를 지르며 믿기지 않는다는 표정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