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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스트 데드-226화 (224/262)

< -- 226 회: 라스트 데드(The Last Dead) - 시즌3 (ZER-0) -- >

"저런 병신같은..."

한편, 창가에 서서 지켜보던 김성식은 이를 갈며 주먹을 꽉 쥐었다.

자신이 데리고 있는 좀비 수만 하더라도 1천명인데, 벌써 3할이 꺾여 버린 것이다.

그것도 단 4명한테...

"저것 들이 건물 안으로 들어오려고 할 것 같은데?"

김성식 뒤로 기분 나쁜 목소리가 들렸다.

"아마 나를 잡으려고 하겠지. 예상했던 일이야. 하지만 이것 들이 너무 약해 빠졌어!"

김성식은 벽을 거칠게 내려쳤다.

벽은 부서질 정도로 심하게 금이 갔지만, 김성식은 멀쩡했다.

"이제 바이러스에 적응한 놈들이잖아. 약할 수 밖에 없겠지."

"젠장! 그게 말이 된다고 생각해?"

김성식은 휙 돌아보았다.

검은 로브를 뒤집어 쓴 남자는 얼굴이 보이지 않았지만, 이상하리만큼 눈에 섬광이 번뜩였다.

"제발 냉정해져라, 김성식. 너는 할 일이 많다."

"쳇!"

김성식은 이를 갈았지만 어쩔 수는 없었다.

그 남자는 김성식이 함부로 상대할 수 없는 인물이었다.

게다가....

'쳇! S.B.I.C의 수장만 아니었더라도.....'

하지만 김성식은 설화가 점점 가까워지자 안절부절 못했다.

생각같아서는 창문을 뚫고 나가 단칼에 목을 날려버리고 싶었다.

"김성식. 명심해라. 저 여자는 반드시 생포해야 한다. 그래야 우리 계획이 실행된다."

"알았으니까..."

"그럼 건투를 빈다."

남자가 어둠과 함께 사라지자, 김성식은 근질근질했던 오른팔을 쭉 뻗었다.

"그래. 목은 됐고, 팔과 다리를 절단내버리면 그만이지 뭐. 크큭."

김성식은 기분 나쁘게 웃으며 검으로 변한 오른팔을 혀로 ㅤㅎㅑㄾ았다.

- 크아악!

그러는 찰나였다.

좀비 들의 고함 소리가 커진다 싶더니, 4개의 시커먼 그림자가 쏜살같이 건물 안으로 달려들었다.

"이것 들이!'

그것을 확인한 김성식은 당장 문 밖으로 뛰어나가 중앙 로비를 향해 달렸다.

그의 나이는 벌써 50줄이 넘어갔지만, 틈 날때마다 개조되고 개조된 그의 육체는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빨랐다.

'이 정도라면 이승철 따위는 가뿐하게 이기고도 남는다. 설화! 과연 네가 날 꺾을 수 있을까?'

김성식은 자신 만만한 표정으로 더욱 더 힘을 내서 달렸다.

- 쾅! 쾅!

마치 돌멩이로 현관문을 마구잡이로 던지는 듯한 소리가 들렸다.

그것은 좀비 들이 주먹과 발로 문을 내려치는 소리였다.

"크흑! 사무엘. 조금만 더 참아. 이걸로 막으면 될거야!"

김성식이 잠시 멈추고 살펴보니, 뭔가를 들고 정신없이 움직이는 무리 들이 보였다.

그들은 의자, 책상 등을 가지고 어떻게든 현관문을 막아내려고 했지만 얼마 못갈것 같았다.

"겨우 그런걸 가지고 현관문을 막겠다는 건가?"

김성식은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웃으며 천천히 앞으로 다가섰다.

".....!"

그러나 미처 복도 옆 벽에 바로 숨어있는 설화를 눈치채지 못했다.

그건 김성식 등 뒤로 순식간에 땀이 찰 정도로 느껴지는 강렬한 살기였다.

"오랜만이야."

"애 들은 고생시키고 너는 숨박꼭질하면서 놀겠다는 건가?"

김성식은 자신의 목 위로 들어온 설화의 검을 아래로 흘겨보며 애써 태연한척을 했다.

"아, 너가 두 눈 시퍼렇게 뜨고 살아있는데 이 쪽이 더 급할것 같아서 말이야."

"여편네가 쫑알쫑알 시끄럽군."

"그럼 수다는 그만 떨까?"

"....."

설화가 검을 지그시 누르자, 김성식의 목에서 피가 흘렀다.

"넌 여전히 기분 나쁜 년이야."

"나이를 처 먹어도 곱게 못 처먹은 모양이군!"

- 캉!

설화가 검에 힘을 주려는 찰나, 김성식은 오른팔로 힘껏 쳐버렸다.

그 때문에 설화는 반동에 의해 한번 크게 휘청거렸다.

"대장님!"

소라가 소리를 지르는 동시에, 김성식의 검이 허리를 구부린 설화의 척추를 노리고 빠르게 들어왔다.

"이런!"

설화는 가까스로 그것을 피했지만, 중심을 잃고 땅에 쓰러져 버렸다.

"팔도 하나 없는 병신 같은 년이 주둥이만 살아서 말이야."

김성식은 쓰러진 설화의 목에 검을 겨누었다.

말 그대로 상황이 역전된 것이다.

"대장님!"

"아줌마!"

소라와 사무엘이 동시에 소리를 질렀지만, 쉽게 나설 수가 없었다.

좀비 들이 현관문에 모두 달라 붙어서 난리를 쳤기 때문이었다.

조금만 방심한다면 그대로 무너질 판이었다.

"자, 이제 어떡할거지? 크큭!"

김성식은 오만한 표정으로 설화를 비웃었다.

"너... 저 것들 조종할 수 있지?"

그러나 설화는 무척이나 덤덤한 표정으로 되물었다.

김성식은 그 말을 듣고 처음에 당황하다가 이내 애써 표정을 바꾸고 입을 열었다.

"역시. 그때 파악했나?"

"그래. 우리가 쓰러트렸던 놈 들마다 이상한 수신기가 달려 있더군."

김성식은 그때서야 검을 거두고 다시 오른팔을 원래대로 변형시켰다.

"어이, 너무 방심하는거 아니야?"

그 모습에 설화가 이죽거렸지만, 김성식은 오히려 그런 그녀를 비웃었다.

"허세부리긴.... 내 부하 들이 저렇게 환장하고 너희를 좋아하는데 내가 굳이 나설 필요가 있겠어?"

"그렇다는 말은 나에게 원하는게 있다는 거군."

"뭐, 옛 정도 있으니까 잠시 이야기나 나눠보자고."

설화가 걱정스러운 얼굴로 아이 들을 쳐다보자, 김성식이 알았다는 듯 입을 열었다.

"아, 내가 잠시 저 놈들 진정시킬테니까 안심해. 대신 허튼짓을 했다가는 순식간에 팔 다리가 다 뜯겨져 나갈 거야."

김성식은 왼팔에 부착된 이상한 기계를 몇 번 조작했다.

그러자 신기하게도 현관문을 뜯어 먹을 기세였던 좀비 들이 한발짝 물러섰다.

"자, 이제 우리 대화를 나눠볼까?"

김성식은 끔찍한 미소를 지으며 의자 위에 걸터 앉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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