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227 회: 라스트 데드(The Last Dead) - 시즌3 (ZER-0) -- >
"그전에 나에게 뭔가 궁금할게 참 많을것 같은데 말이야?"
김성식이 묻자 설화는 무서운 눈빛으로 입을 열었다.
"너 S.B.I.C랑 관련 있지?"
"관련이 있는 정도가 아니라 내 그 자체가 S.B.I.C야."
"웃기는 군."
설화가 콧웃음을 쳤지만 김성식은 게의치 않는 표정이었다.
"하긴 너같이 무지한 감염자가 뭘 알겠어? 그분의 위대하신 뜻을 말이야."
"위대하신 뜻? 바이러스로 세상을 멸망시키는게 위대한 뜻이냐?"
-짝!
김성식이 설화의 뺨을 거칠게 휘갈겼다.
그녀의 고개가 휙하고 돌아갈 정도였다.
그 모습에 사무엘과 소라가 움찔했지만 소피아가 가로 막았다.
"하지마...."
소피아가 눈물을 글썽거렸다.
그 모습에 사무엘과 소라는 분한 얼굴로 분노를 삭힐 수 밖에 없었다.
반면 김성식은 설화 앞에 바로 쭈그려 앉아 그녀의 턱을 붙잡고 거칠게 돌렸다.
"아무것도 모르면서 그딴식으로 말하지마. 우리가 왜 이러는지 알기나 해?"
"너희같은 미친놈 들 생각 따위 알고 싶지도 않아."
설화가 이를 갈며 대답했다.
"이, 거지 같은..... 크큭... 하하하!"
김성식은 정신병자 같이 화내다가 갑자기 크게 웃어댔다.
그 모습에 소피아는 움츠러들면서 사무엘 뒤로 섰다.
"너흰 어차피 죽을 목숨이니까 한가지만 알려주지. 우리는 새로운 종족을 개발했다. 아직 세상에 나올수는 없지만 곧 보게 될거야."
"새로운 종족?"
"그래. 그동안 지구를 지배했던 인간을 대신한 새 주인을 탄생시키는 거야."
"....."
설화는 속으로 매우 혼란스러웠지만, 김성식 말이 거짓말 같이 들리지는 않았다.
그동안 그녀가 겪은 감염자 들을 봤을때 그런 가능성은 충분해보였다.
"어떤건지 궁금하지 않아? 그것 들이 세상에 나오면 너흰 그냥 죽음 목숨이야. 그냥 죽는다고."
김성식은 눈을 희번덕거렸지만, 설화는 눈썹하나 까딱이지 않았다.
"흥. 웃기는 군. 그럼 생존자 들이 가만 있을것 같아? 우리가 보유하고 있는 무기가 어느 정도인지는 S.B.I.C가 알고나 있나?"
"크큭. 웃기는군."
"뭐?"
"연합군 따위를 우리가 두려워 할거라고 생각했나? 그 놈들도 이미 너희편이 아닐걸?"
"그게 무슨 뜻이야?"
설화가 바로 되묻자 김성식이 더욱 거들먹거렸다.
"그놈 들은 이미 우리에게 항복했다고. 자기네 들도 이미 깨달았겠지. 이 전쟁에는 승산이 없다는 걸."
"그걸 어떻게 증명할 수 있어?"
"휴... 역시 안 믿는군."
설화는 아직도 김성식을 불신하는 얼굴이었다.
김성식 역시 그럴줄 알았다는 표정으로 작은 한숨을 내쉬더니, 바지 주머니에서 뭔가를 꺼냈다.
"이거. 연합군의 징표 맞지? 연합군 본부에 들어가려면 이게 있어야 한다고 하던데."
"....."
설화의 머릿속이 하얘졌다.
설마.
또 설마했던 우려가 현실로 드러나는 순간이었다.
김성식이 꺼내든건 연합군의 징표였다.
올림픽 메달 정도의 크기에 독수리 문양이 새겨진 그것은, 분명 연합군에 소속된것을 증명하는 물건이었다.
설화 역시 저 징표를 가지고 있었다.
"이거 있으니까 연합군 본부 들락날락 하는게 참 쉽더라고."
"마, 말도 안돼."
"흐흐흐. 이제 알겠나? 너희가 그렇게 믿고 있는 연합군은 이미 끝났다."
"....."
설화는 온몸에 힘이 풀리는게 느껴졌다.
'그래서... 그래서 연합군이 그런식으로 나온거였어. 그럼 그동안 우리는 바보같이 그들 손에 놀아난건가....'
설화는 눈 앞이 아찔해졌다.
'난 그동안 뭐한거지? 연합군을 들춰내겠다고 했는데.... 지금 난 여태까지 뭐했던 거지?'
설화는 자기도 모르게 눈물을 흘렸다.
모든게 다 끝난 기분이었다.
"자, 이제 현실 파악이 된것 같군."
김성식은 설화의 머리를 발로 지그시 밟았다.
"쯧쯧. 이승철이 너같이 고개를 숙였으면 이렇게 개고생하지 않아도 될건데 말이야. 진짜 20년 동안 너흰 하나도 변한게 없어. 신예선 그 년도 너같이 헛다리 짚고 있겠지? 이승철 그 새끼가 사람 여럿 망쳐놨다니까. 그 새끼는 말만 번지르하지 실속도 없고...."
"닥쳐...."
설화가 김성식의 다리를 꽉 붙잡았다.
"뭐, 뭐야. 이거 안놔?"
아무리 변종이라지만 김성식 다리가 부러질 정도의 압력이었다.
김성식은 당황한 표정으로 다리를 이리저리 움직였지만, 설화는 놔주질 않았다.
"네가 뭔데 승철이를 평가해? 네 따위가 뭔데!"
설화는 김성식의 다리를 있는 힘껏 쳐내고 일어섰다.
"이, 이년이..."
김성식은 휘청거리면서도 애써 중심을 잡았다.
"죽여버리겠어. 네 놈도, 연합군도. 전부 다!"
설화의 눈빛이 순식간에 변했다.
두 눈동자는 핏빛으로 물들었고 피부색도 회색으로 변하기 시작했다.
"쳇! 각성했나?"
김성식은 인상을 쓰면서 다시 자신의 오른팔을 검으로 변형시켰다.
"죽여버리겠어!"
설화가 갑자기 달려들자 김성식은 자신도 모르게 뒤로 물러섰다.
- 캉!
"크흑!"
김성식은 진땀을 흘리면서 설화의 검을 필사적으로 막아냈다.
처음에는 검으로 변한 팔로 막았지만, 그것도 역부족이라 두 손으로 설화의 공격을 막아낼 수 밖에 없었다.
'팔도 하나 에 없는 년이 어디서 이런 힘이 나오는 거야?!'
설화는 이미 제정신이 아니었다.
이미 그녀의 머리카락은 회색빛으로 변하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