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228 회: 라스트 데드(The Last Dead) - 시즌3 (ZER-0) -- >
"소, 소피아. 저 아줌마 왜 저러냐?"
사무엘이 넋을 놓고 묻자 소피아가 한심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몸 속의 바이러스가 체내와 융합되면서 겉모습이 변하는 거야. 너도 열받으면 저렇게 변하는데 뭘 물어봐? "
"아... 나도 그래?"
"그것보다 대장님 도와줘야 하는거 아니야?"
소피아가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물었지만 소라는 고개를 저었다.
"지금은 저 남자보다 대장님이 더 위험할 수도 있어. 이미 이성을 잃은것 같은데... 괜히 휩쓸려서 우리가 다치거나, 대장님이 제대로 싸우질 못할 수도 있어."
소라의 판단은 현명했다.
설화는 지금 이성을 잃고 무자비로 김성식을 몰아붙혔다.
오히려 기고만장했던 김성식이 벌레 씹은 표정으로 가까스로 설화의 공격을 막아낼 정도였다.
"그럼 빨리 저 감염자 들을 어떻게든 해보자. 소라. 혹시 수류탄 같은거 가지고 왔냐?"
"그보다..."
사무엘이 재촉했지만 소라는 잠시 고민하는듯 했다.
"백신을 먼저 찾는게 좋을것 같아."
"뭐? 그게 어디있는줄 알고?"
"지금이 기회야. 백신부터 먼저 찾고 나중을 생각해야해!"
"....."
소라는 한치의 망설임이 없이 강경하게 말했다.
그때문에 사무엘과 소피아는 아무런 반발을 하지 못했다.
"만일을 생각하고 싶지 않지만..... 최악을 염두해두고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의 일을 해야해."
"어쩌지?"
사무엘이 소피아를 쳐다보자, 그녀는 작은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 한가지 다행인건 내가 그 백신이 어떤건지 안다는 거야. 우선 백신 저장소부터 가보자."
"그럼 내가 할일은 정해졌네. 만일을 대비해서 여기에 남아 있다가 저 아줌마를 도와주던가 해야겠어."
사무엘이 그렇게 말하자 소라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그게 좋겠다. 우리가 어떻게든 빨리 찾아서 올게,"
"어서 가자!"
소라와 소피아가 김성식의 눈을 피해 슬며시 사라졌다.
복도는 매우 어두웠지만 간간히 창문을 통해 들어오는 빛 덕분에 앞을 분간할 수는 있었다.
"기다려!"
소피아가 갑자기 소라를 멈춰세웠다.
"왜 그래?"
"백신 저장소는 지하에 있어. 지하로 통할 수 있는 문은 딱 한군데야."
소피아는 싱긋 웃으면서 바로 옆에 있는 문 손잡이를 잡고 돌렸다.
놀랍게도 문은 마치 그녀를 기다렸다는 듯이 열렸다.
"여기를 어떻게 알았어?"
"내가 소장님 수제자인거 몰라?"
"그래. 잘났다."
소피아가 콧대를 높이자 소라가 고개를 절래절래 저으면서 문 안으로 들어섰다.
그러나 그 들이 들어선 방은 평범한 사무실이었다.
"여기 어디가 지하로 들어갈 수 있다는 거야?"
"좀 가만히 있어봐. 나도 기억을 떠올리는 중이니까."
소피아는 소라의 입을 막고 천천히 사무실 안을 둘러보았다.
그러다가 문득 뭔가 발견했는지 어디론가 움직였다.
"뭔데?"
소라가 뒤따라가니 소피아는 작은 액자에 걸린 풍경화 앞에 서있었다.
사무실에는 여러 액자가 걸려 있었는데, 푸른 들판이 그려진 풍경화는 이것 밖에 없었다.
"빙고."
소피아는 씨익 웃으면서 액자를 앞으로 들었다.
그러자 뭔가 덜컹하면서 벽이 양 옆으로 갈라지기 시작했다.
"무슨 인디아나 존스도 아니고...."
소라는 뭔가 허무하다는 표정으로 계단으로 내려가는 소피아의 뒤를 따랐다.
지하실로 가는 계단은 무척 어둡고 비좁았다.
소라가 LED 랜턴을 비추지 않는다면 겁나서 내려갈 수도 없을 것이다.
"회오리 형상으로 내려가는 구조라서 그런지 꼭 중세시대 성 내부 깊숙히 내려가는 기분인데?"
"이거 어디까지 내려가야 해?"
소라가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묻자 소피아가 슬쩍 돌아보았다.
"왜? 겁나냐?"
"절대 아니거든요. 지금 우리 머리 위에서 대장님하고 사무엘이 피터지게 싸우고 있을 거라고...."
"조급해한다고 해결될 일은 없으니까, 우리는 어떻게든 백신을 들고 나갈 궁리만 하자고."
"그래.... 그렇긴 한데...."
소라가 말을 할려는 찰나, 갑자기 거대한 벽이 그들을 가로 막았다.
"막혔는데?"
소라가 시큰둥하게 말하는거와 달리 소피아는 무척 당황스러운 표정이었다.
"어.... 옛날에는 이런거 없었는데?"
"에휴... 우리 헛수고 한거냐?"
"아냐! 여기가 맞다니까."
소피아는 투덜거리는 소라를 신경질적으로 밀쳐냈다.
"쓸데없는 짓이야. 그냥 나가자."
"안돼! 이 벽을 뚫기전까지는."
"뭐?"
소피아의 표정이 장난이 아니자, 소라는 두 눈이 커졌다.
그 뿐만이 아니었다.
"야, 너 뭐 드릴 같은거 안가져 왔냐?"
"미친거 아냐? 내가 어디 공사하러 다니냐?"
"아, 그럼 네 손으로 좀 뚫던가!"
소피아가 꽥 소리를 지르자 소라가 움찔했다.
평소에 냉정하던 소피아만 봤던터라 저런 거친 모습이 적응이 되질 않았다.
"소리질러서 미안해. 아무튼 네 검 무척 단단하니까 한번 시도라도 해봐."
"으, 응...."
소라는 기어가는 목소리로 대답한 후, 오른팔을 변형시켰다.
그리고는 숨을 크게 고른 다음 있는 힘껏 벽을 내려쳤다.
-캉!
첫번째 시도는 그럭저럭 해볼만 했다.
아무래도 콘크리트로 급하게 벽을 만들었는지 금이 쩌억 갈라졌다.
"좋아! 몇 번 더 해봐."
"흐압!"
소라가 힘을 내서 몇 번 더 휘두르자, 벽은 아예 유리처럼 산산조각이 나버렸다.
"소피아, 비켜."
소라는 뒤로 물러섰다가 벽을 향해 돌진했다.
-쿵!
드리어 벽이 뚫리고 엄청난 먼지가 일었다.
"콜록콜록!"
소라와 소피아는 손사래치며 기침을 해댔다.
그러나 그들은 숨돌릴 여유가 없었다.
"이거...."
소라와 소피아는 두 손을 번쩍 들었다.
"너희도 저 놈들과 한 패냐?"
왠지 낮익은 얼굴이 총을 들고 험악하게 말하자, 소라와 소피아 얼굴이 급화색으로 변했다.
"브리튼 교수님!"
"너, 너희들...."
브리튼은 어벙벙한 얼굴로 총을 내려놓았다.
그리고 금새 상황 파악이 되었는지, 소라와 소피아를 동시에 꽉 껴앉았다.
"살아 있었구나! 살아 있었어!"
브리튼이 뜨거운 눈물을 흐르자, 소라와 소피아 역시 자신들도 모르게 눈물을 흘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