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라스트 데드-230화 (228/262)

< -- 230 회: 라스트 데드(The Last Dead) - 시즌3 (ZER-0) -- >

베고,

찌르고

또 베어도 김성식, 설화 둘은 쉽게 쓰러지지 않았다.

이미 설화는 온 몸이 상처 투성이었고 얼굴은 피범벅이었다.

그녀는 거의 악귀같이 김성식에게 죽기 살기로 달려들었던 것이다.

팔 하나 없는 핸디캡을 그저 투지로 메꾸는 셈이었다.

"지독한 아줌마야..."

김성식과 설화가 싸우는 모습을 끝까지 지켜보던 사무엘이 혀를 내둘렀다.

마음같아서는 그녀를 도와주고 싶었지만, 그랬다가는 김성식이 무슨 짓을 저지를지 모를 일이었다.

- 쾅! 쾅!

"에휴... 강화유리도 저렇게 떼거지로 두들기면 금이 가는 구나...."

현관문 밖에서 주먹과 발로, 심지어 이빨로 긁어대는 감염자 들을 보고 사무엘은 한숨을 내쉬었다.

그것은 곧 현관문도 오래 못 버틴다는 뜻이었다.

"....."

사무엘은 서서히 팔을 변형시켰다.

문 밖의 감염자든 김성식이든 뭔가 하나를 끝장내야했다.

선택의 시간은 그렇게 다가오고 있었다.

"사무엘!"

누군가 소리를 지르며 현관에 나타났다.

사무엘은 고개를 돌렸다.

"뭐야? 벌써 찾았냐?"

"그래, 임마. 대장님은?"

"보시다시피 저기 아저씨랑 아직도 뜨거운 육체적 대화를 나누고 있다."

"말투하고는.... 아직도 여전한 거냐, 사무엘?"

낮고 익숙한 목소리에 사무엘이 깜짝 놀라 고개를 돌렸다.

소라 등 뒤로 수염이 거칠게 자란 온화한 얼굴의 남성이 그를 지그시 쳐다보고 있었다.

"엥? 교수님? 살아있었어요?"

"마치 내가 죽기라도 바란것 같구나. 내가 아무리 너한테 잔소리를 많이 했다지만 이거 좀 섭섭한 걸?"

"내 말투 잘 아시면서... 그나저나 여태까지 어디에 짱 박혔다 이제 나오는 거에요?"

"........."

브리튼은 자포자기한 얼굴로 고개를 푹 숙여버렸다.

"설명하자면 기니까 일단 대장님부터 구하자."

"뭐? 그랬다간 저 놈 들이 우르르 몰려들텐데."

"그래. 알아. 너한테 나중에 설명할테니까 일단 대장님부터 구하자니까."

"참. 갑자기 나타나서 뭘 어떻게 하겠다는 건지..."

사무엘은 이해가 안간다는 얼굴을 하면서도 바로 몸을 돌려 김성식을 노려보았다.

'젠장. 이제는 한계야.'

한편 설화는 눈 앞이 흐려지기 시작했다.

예전부터 몸도 성치 않은대다가 에너지도 너무 소비한 탓이었다.

"죽어!"

-캉!

"으윽!"

설화는 방금 김성식의 일격을 겨우 막아내고 크게 비틀거렸다.

그러나 오른쪽 눈에서 한번 번뜩이는 섬광을 발견하곤 이내 두 눈을 질끈 감아버렸다.

'앗차!'하는 순간에 목이 날아갈 것을 짐작한 것이다.

-캉!

다시 한번 무언가 크게 부딪히는 소리가 들렸다.

설화가 슬쩍 눈을 떠보니 사무엘이 거대한 오른팔로 김성식의 검을 밀어내고 있었다.

"어이, 꼰다 아저씨. 그렇게 쉽게는 안되지."

"젠장! 이 망할 시컴댕이가!"

김성식은 크게 열받았다.

설화와의 싸움은 의외로 지지부진한 탓도 있겠지만, 자신이 미처 이곳에서 찾지 못한 또 다른 생존자 들이 나타난 탓이었다.

"하여간 네 놈들은 쥐새끼처럼 숨었다가 뒷통수치는게 아주 취미군."

"인류를 배신하고 헛지거리하는 네 놈들보다는 정상이다!"

-퍽!

"크흑!"

사무엘은 기어코 김성식을 벽으로 밀어붙인후, 오른 주먹을 더욱 부풀렸다.

"크큭! 내가 죽더라도 저것 들은 어떻게 할 셈이지?"

김성식은 피를 한모금 토하면서도 비웃는것을 멈추지 않았다.

"걱정하지마라. 우린 네 놈들과 달리 아무 의미없는짓은 하지 않는다."

브리튼이 백신을 보여주며 대신 대답하자 김성식은 더욱 어처구니 없다는 표정으로 크게

웃어제꼈다.

"크하하하! 꼴에 나불대기는! 그래. 지금이라도 그런 헛된 희망 열심히 가져라! 어차피 그때가 되면...."

-퍼억!

김성식은 더 이상 말을 이을수 없었다.

그의 얼굴은 거대한 주먹에 파묻혀 벽 사이에서 흔적도 없이 뭉개져버렸다.

"쫑알쫑알 시끄럽다고, 꼰대."

사무엘은 주먹을 다시 원상복귀시키고 몸만 남은 김성식을 쓰레기버리듯 내팽겨쳤다.

-쿵! 쿵!

그러나 거기서 끝이 아니었다.

현관문 밖에 있던 감염자 들이 드디어 모든 방어막을 뚫어내고 건물 안으로 들이닥친 것이었다.

"젠장! 애들아 모두 백신을 집어 들어라! 한 사람이 열몫은 막아내야 해!"

브리튼이 크게 소리를 지르자, 아이 들이 허둥거리면서 백신이 든 가방에 달려들었다.

너무 순식간에 벌어진 일이라 미처 준비할 틈이 없었던 탓이었다.

그 때문에 어떤 아이는 주저 앉아 울어댔고, 어떤 아이는 백신 캡슐을 땅에 떨어트리기도 했다.

"젠장! 소피아."

"알았어!"

소라가 다급한 표정으로 팔을 변형시키자, 소피아가 그의 뒤로 바짝 붙었다.

"........"

그러나 곧 그들을 성난 파도처럼 덥칠듯한 감염자 들이 그 자리에서 멈춰서서 미동도 하지 않았다.

마치 시간이 멈춘 것만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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