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231 회: 라스트 데드(The Last Dead) - 시즌3 (ZER-0) -- >
"뭐야? 이게 어떻게 된거야?"
느닷없는 상황에 사무엘이 거대하게 부푼 자신의 오른팔을 땅에 내려놓으며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그러나 소라의 미간은 더욱 찌푸려졌다.
"여기 김성식 말고 누가 또 있군."
"짐작대로야. 젊은 동양인 친구."
낮선 목소리에 모두가 중앙 계단 2층 난간을 올려다 보았다.
"당신은 누구야?"
설화가 겨우 추스린 몸을 일으켜 묻자, 검은 로브를 뒤집어 쓴 수상한자가 한 걸음 더 다가섰다.
그는 희안한 문양의 마스크까지 쓰고 있었다.
"S.B.I.C. 뭐 내가 거기 총 책임자라고 해두지."
"......!"
모두가 경악한 표정으로 그를 쳐다보았다.
음산한 기운을 내뿜는 의문의 남자는 두 팔을 난간에 기대며 몸을 앞으로 숙였다.
꽤나 여유로운 자세였다.
"설화. 당신은 정말 대단한 인간이더군. 죽을 위기를 몇번이고 넘기면서 여기까지 오다니...."
"닥쳐! 네 놈의 칭찬 따위 필요없어."
설화는 비틀거리면서 일어섰다.
입에서 피가 흐르고 두 팔이 끊어진체 너덜거렸지만 그녀의 눈빛은 더욱 살기가 흘렀다.
"호오.... 과연 쉽게 죽지는 않는다...라는 겁니까?"
"날 아는 건가?"
"당연하지. 네가 바로 내 첫번째 실험체였으니까."
"뭐?"
누군가 머리를 세게 내려친 느낌이었다.
그건 설화 뿐만이 아니라 다른 사람 들도 마찬가지였다.
"너는 아주 특별하다. 시크릿-X를 단시간에 네 신체에 융화시키고 응용하는 기술은 인류를 한단계 진화하는데 큰 역활을 하였다."
"미친.... 인간이 진화를 해? 사람 들을 저지경으로 만들어놓고 그런 소리가 입 밖으로 나와?"
사무엘이 이를 갈며 소리쳤지만 남자는 조용히 손을 들었다.
"너 역시 그 시크릿-X로 인해 그 무자비한 팔을 가질 수 있었던것 아닌가?"
"그래서? 지금 세상을 이지경을 만든 네놈한테 우리가 감사라도 해야하냐?"
"아. 감사할것 없어. 난 대신 필요한 것 하나만 챙겨가면 그만이거든. 뭐, 그때문에 김성식이 희생해야 했지만 말이야."
남자는 뻔뻔하게 대답하면서 고개를 살짝 돌렸다.
시선을 의식한 브리튼은 어이없는 표정을 지었다.
"설마 이 백신을 노렸던 거냐?"
"백신? 인류를 완벽하게 감염시킬 수도 있고, 치유할 수도 있는 방법 내 손안에 있는데 그깟 쓰레기가 왜 필요하지?"
"뭐, 뭐라고?"
다 들 깜짝놀라자 남자는 어깨를 살짝 들썩였다.
마스크 속의 표정이 어떤지 보이지 않았지만, 확실히 생존자 들을 비웃고 있는게 느껴질 정도로 거들먹거렸다.
"휴우.... 이래서 인간 들은 하찮으면서 별것도 아닌 자신감이 넘쳐난다니까."
"네 놈이 원하는게 도대체 뭐야?"
설화가 소리치자 남자는 서서히 손을 들어 누군가를 지목했다.
그리고 1층에 서있는 모두가 입만 벌린체 지목 당한 사람을 쳐다보았다.
"설화. 내 첫번째 실험체, 바로 너다."
"....."
설화는 마음을 애써 진정시키려고 노력했다.
"대장. 안돼요. 저 미친놈 말을 들어서는 절대 안된다구요."
"가만히 있어봐."
설화는 옆에서 펄쩍펄쩍 뛰는 소라를 조용히 진정시키고 한발 앞섰다.
"그래 좋아. 대신 조건이 있다."
"대장!"
"어이, 아줌마! 그만둬!"
모두가 설화의 대답에 기겁하며 말렸지만 그녀는 아랑곳 하지 않았다.
"그 조건이 뭐지?"
남자가 묻자 설화는 잠시 숨을 고르고 천천히 입을 열었다.
"여기있는 생존자 들을 단 한명도 다치치 않게 보내줘."
"....."
모두가 침묵을 했다.
생존.
동물의 가장 기본적인 본능은 바로 생존하는 것이다.
살아있기 위해서 무슨짓을 하는것이 바로 동물이고, 인간이다.
그렇기 때문에 모두가 복잡한 심정으로 설화를 쳐다볼 수 밖에 없었다.
"좋아."
남자의 허락은 의외로 쉽게 떨어졌다.
그러나 소라, 사무엘, 소피아가 설화를 막아서다.
"뭐하는 거야? 비켜."
설화가 험악하게 말했지만, 셋 다 순순히 비켜줄 것 같지 않았다.
"대장. 지금 상황이 무척 나쁘다는건 알겠지만, 대장 하나 희생한다고 다음에 이런 일이 일어나지 말라는 법은 없어요."
"저 놈 말이 맞아, 아줌씨. 아줌마 하나 죽는다고 해서 이 세상이 금방 좋아지지 않는다고."
소라의 말을 사무엘까지 거들었지만 설화의 인상은 조금도 변하지 않았다.
"사무엘은 그렇다치고... 소라, 이제 보니 너도 돌대가리다?"
"대장! 대장이 희생해서 될 게 아니라니까요!"
"참나... 그럼 저 아이 들 다 죽일 거야?"
설화가 헛웃음을 지으며 고갯짓을 하자 셋 다 고개를 돌렸다.
그러자 브리튼 뒤에 줄줄이 서있는 아이 들이 서로를 움켜잡고 두려움에 떨고 있었다.
"아이 들은 죽음에 대한 두려움보다 눈 앞에 있는 공포를 더 두려워 하지."
"넌 닥쳐, 개새꺄!"
소라가 눈에 핏발을 세우고 소리를 지르자 모두가 깜짝놀랐다.
그가 그렇게 무서운 사람인지 몰랐기 때문이었다.
항상 평정심을 유지하고 침착하던 평소의 모습과 사뭇 달랐다.
그건 옆에 있는 사무엘도 놀랄 정도였다.
"뭐, 닥쳐주지. 선택은 당사자가 하는거니까 말이야."
남자가 즐거운 듯한 말투로 한발짝 물러섰다.
"설화님."
그 사이 브리튼이 설화에게 조용히 다가왔다.
"무슨 선택을 하시던지 말리지 않겠습니다. 하지만 초 소장...아니, 예선님과 스탠이 이 사실을 알면 어떻게 되겠습니까?"
"그건...."
설화가 말을 하려다가 입을 굳게 다물었다.
그건 불을 보듯 뻔한 결과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