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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스트 데드-232화 (230/262)

< -- 232 회: 라스트 데드(The Last Dead) - 시즌3 (ZER-0) -- >

예선이와 스탠은  설화를 희생한게 자신의 탓이라고 심하게 자책할게 분명했다.

"그것 보십시오."

설화의 생각을 읽은 브리튼은 부드러운 미소를 지었다.

"여기 모인 사람 들은 모두 각오가 되어 있습니다. 오늘이 아니면 내일 죽을 수도 있는 운명입니다. 운명을 믿기에는 너무 가혹하지만 혼자 모든 짐을 짊어지려고 하지 마십시오."

"....."

설화는 두 눈을 감았다.

갈등.

설화 역시 인간이었다.

비참하게 생을 마감하고 싶지 않았다.

18살때부터 시작된 그 악몽같은 인생 자체도 너무 비참했다.

그런데 이승철을 만나고나서 정말 '살아가도 되는 이유'를 충실히 찾아가며 그녀만의 인생을 즐기고 있었다.

분명 방금 전까지...

분명 18살 그 악몽같은 시절은 강압에 의한 선택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다르다.

그녀는 두갈래 길에서 하나를 선택 해야했다.

'승철이 너라면....'

설화의 고민은 깊어져지만 오래가지는 않았다.

'너라면 어떤 선택을 했을지 너무 뻔하잖아. 이자식아.'

설화는 피식 웃고 지그시 두 눈을 떴다.

"승철이라면 그랬겠지."

"예?"

브리튼이 자신도 모르게 반문하자 설화는 더욱 결심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내 선택은 변함이 없으니까 다 들 집으로 돌아가."

"대장!"

"아줌마!"

설화는 대답없이 모두를 뿌리치고 앞으로 나섰다.

"내가 왜 필요한지 모르겠지만, 생존자 들을 살릴 수 있다면 기꺼이 희생하지."

"좋아. 그럼 2층으로 올라와라."

남자가 혼쾌히 대답했지만 설화는 고개를 저었다.

"이거 순진한건지 멍청한건지.... 저 놈들 치워야 할 거 아냐."

설화가 고갯짓하자 남자는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 갈라서."

- 크어어....

신기하게도 홀 안을 가득 메우던 감염자 들이 일사분란하게 양 쪽으로 갈라섰다.

그러자 입구가 확 틔었다.

몇몇 아이 들은 그 광경을 보고 탄성을 내질렀지만 곧 입을 다물었다.

"브리튼 교수님."

"예."

설화는 브리튼을 지그시 쳐다보았다.

한치의 흔들림도 없는 아주 평온한 눈빛이었다.

"교수님이 지금부터 무엇을 해야하는지 잘 아실 겁니다."

"설화님!"

브리튼이 다시 한번 그녀를 말렸지만 설화는 다시 단호한 표정을 지었다.

"아이 들을 모두 지켜주세요. 그리고...."

"......"

이제 더 이상 그녀를 설득할 수가 없었다.

브리튼은 그것을 깨닫고 아주 힘들게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습니다. 돌아가서.... 소장님과 아들님께 잘 말씀드리겠습니다......"

"고마워요."

설화는 미소를 지은 다음, 사무엘, 소라, 소피아를 쳐다보았다.

"너희 들에게 마지막 명령을 내린다."

"......"

모두 대답이 없자 설화는 작은 한숨을 내쉬었다.

"이 녀석 들아. 상관 말에 복명복창 해야지.... 언제까지 철부지처럼 굴래?"

"예...."

결국 소라가 기어이 고개를 떨구고 심하게 떨리는 목소리로 대답했다.

사무엘은 두 손으로 자신의 얼굴을 쓰다듬었고, 소피아는 입을 막고 흐느꼈다.

"긴 소리 하지 않겠다. 너희보다 어린 동생 들을 모두 지켜서 뉴욕으로 안전하게 데려가라. 그리고...."

설화는 잠시 머뭇거리다가 약간 슬픈 얼굴로 입을 열었다.

"스탠을 부탁한다."

"......"

설화는 재빨리 뒤돌아섰다.

눈물이 왈칵 쏟아질것 같았지만 꾹 참았다.

약한 모습을 보여서는 안됐다.

"됐다. 생존자 들이 모두 안전하게 빠져 나가는것을 보고 움직이겠다."

설화가 소리치자 남자가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

그 모습을 보고 브리튼이 스탠에게 쓸 백신 가방을 들고 앞장섰다.

"앞만 보고 나를 따라 와라. 아무 소리 하지 말고...."

아이 들이 브리튼 뒤를 따라 나서자, 사무엘, 소라, 소피아가 그 뒤를 따랐다.

"......."

끝내 소라가 미련을 떨치지 못하고 뒤돌아섰지만, 설화의 뒷모습만 볼 수 밖에 없었다.

얼마 후....

마스크를 쓴 남자는 테이블 반대편에 앉아 있는 설화를 향해 입을 열었다.

"차를 대접하고 싶은데, 너나 나나 마실 수 없는 처지군."

"지금 그걸 개그라고 하냐? 헛소리 집어치우고 나를 끌고 온 목적이나 말해봐."

설화가 다그치자 남자는 잠시 몸을 의자에 기댔다.

"아까 말한대로다. 넌 나의 첫번째 실험체다. 이유는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가장 큰 이유는 우리의 마지막 실험을 완성하기 위해서다."

"마지막 실험?"

설화의 눈썹이 꿈틀거렸다.

"왜? 또 괴물을 만드는게 너희 목적이냐?"

"흐음. 글쎄...."

마스크를 쓴 남자는 잠시 창밖을 응시했다.

"나를 통해 무엇을 얻어갈 수 있는지 모르겠지만 그렇게 도움이 되질 못할 거야."

"아무래도 그렇겠지. 넌 양팔도 잃었고 늙은대다가 성격도 더러우니까."

"이 새끼가..."

설화 뒷통수에 십자가 마크가 새겨졌지만 마스크를 쓴 남자는 아랑곳 하지 않았다.

"뭐... 어차피 넌 나를 위해 희생되는 실험체이니까 재미있는 사실 하나 알려줄까?"

"재밌는 사실? 뭔데?"

설화가 관심을 보이자 남자가 몸을 앞으로 숙였다.

"제네럴 컴퍼니 다우 회장이라고 알지?"

"...."

설화는 속으로 뜨끔했지만 내색하지 않았다.

"아, 굳이 숨길 필요 없어. 너희 생존자 들이 뉴욕에 있다는 건 미리 알았으니까."

"그래서?"

"그 제네럴 컴퍼니 다우 회장이 바로...."

설화의 눈은 경악으로 물들었다.

처음에는 거짓말이라고 믿고 싶었지만 남자의 이야기가 계속될수록 그녀는 절망 속으로 떨어지는 기분이었다.

'나보다... 뉴욕에 있는 생존자 들이 더 위험하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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