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235 회: 라스트 데드(The Last Dead) - 시즌3 (ZER-0) -- >
약속대로 1시간 후.
소회의실에 모인 사람은 다우 회장, 도이쉬 팀장, 예선, 브리튼, 소라, 사무엘, 소피아 7명이었다.
그러나 그들은 자리에 앉은 직후 아무런 대화를 나누지 않았다.
그건 서로가 너무나 잘 알고 있었다.
설화의 실종은 그 들을 그렇게 옭매이고 있었다.
"설화 대장을 찾아야 해요."
먼저 입을 연건 다름아닌 소라였다.
붉게 충혈된 눈을 봐서는 한숨도 못잔듯 보였다.
"그렇긴 하지만 설화님을 데려간 놈의 정체를 먼저 밝혀야 합니다."
도이쉬 팀장이 침착하게 대꾸했지만 소라를 비롯한 사무엘, 소피아는 납득이 안된다는 얼굴이었다.
"S.B.I.C 수장이라면 말 다 한거 아닌가요? 전 세계를 이잡듯이 뒤져서라도 찾아야 한다구요."
"그렇긴 하지만 제대로 된 정보력 없이 움직이는건 위험부담이 무척 큽니다. 게다가 당신들이 백신 찾는다고 우리가 얼마나 많은 인력과 시간을 투자한지 아십니까?"
"그만해!"
다우 회장이 탁상을 주먹으로 내려치자 모두가 깜짝 놀라 그를 쳐다보았다.
"도이쉬 팀장! 인류의 미래를 좌지우지 하시는 분들께 이게 무슨 실례입니까?"
다우 회장의 표정을 싸늘하게 식어있었다.
예전에 항상 미소짓고 다니던 사람이 맞나 싶을 정도였다.
"죄, 죄송합니다."
도이쉬 팀장은 급하게 고개를 숙이자 예선이가 손을 내저었다.
"아니에요. 도이쉬 팀장님 말이 하나도 틀린게 없어요. 저희가 지금 신세를 지고 있는데.... 버릇없는 이 놈 들이 문제죠."
-퍽!
"으악! 아프다고요!"
"시끄럽다."
예선이가 사무엘의 머리를 세게 쥐어박자, 소라와 소피아는 자동으로 조용해졌다.
"혹시 설화님을 데려간 그 놈의 얼굴은 제대로 보셨습니까?"
"아뇨. 로브를 깊게 눌러쓰고 있어서 입 주위만 볼 수 있었어요."
"아쉽군요. 저희도 그 놈을 비밀리에 추적중인데, 너무 베일에 가려져 있어서 곤욕을 치르고 있습니다."
"저희도 S.B.I.C 본부를 찾으려고 하고 있어요. 그리고 다우 회장님은 그들이 51구역과 연관있을지 모른다고 하셨구요."
예선의 말뜻을 알아들은 다우 회장은 고개를 끄덕였다.
"하루 빨리 51구역으로 가봐야겠군요."
"그 방법 밖에 없어요. 우리가 지금 의지할 정보는 제너럴 컴퍼니 밖에 없으니까 확신이 있으면 밀고 가는 수 밖에 없어요."
예선은 이미 결심을 굳힌듯 했다.
그런데 그때.
브리튼이 조심스럽게 손을 들었다.
"저기... 제가 한마디 해도 될까요? 괜찮으시다면... 아니 꼭 해야할 것 같아서요."
"예. 얼마든지."
다우 회장이 선뜻 고개를 끄덕이자 브리튼이 예선이를 한번 쳐다본 후 입을 열었다.
"저는 S.B.I.C 수장의 얼굴은 본적이 있습니다."
"예?"
"정말이에요?"
모두가 깜짝 놀라며 브리튼의 얼굴을 뚫어져라 쳐다보았다.
브리튼은 부담스러워하면서도 다시 입을 열었다.
"김성식. 그자와 같이 있으면서 잠시 로브를 벗는걸 숨어서 지켜봤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브리튼이 말을 멈추고 다우 회장을 힐끔거렸다.
"왜요? 뭐가 이상했어요?"
예선이 재촉하자 브리튼은 할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게.... 초면에 죄송합니다만, 지금 여기 계신 다우 회장님과 아주 똑같은 얼굴이었습니다."
"......"
모두가 할 말을 잃고 다우 회장에게 시선을 돌렸다.
다우 회장 역시 눈을 크게 뜨고 경악하다가 이내 뭔가 무너질듯한 표정을 지었다.
"그럼.... 그럼 혹시.... 설마....."
다우 회장은 두 손으로 머리를 쥐어뜯었다.
"회장님! 괜찮으십니까?"
도이쉬 팀장이 급하게 달려왔지만 다우 회장은 말없이 손을 들어 제지시켰다.
그리고 브리튼 교수를 다급하게 쳐다보았다.
"브리튼 교수님."
"예...."
"그자가 정말 저와 닮았습니까?"
"아... 그게 그러니까."
"브리튼! 정확한 사실을 말해. 지금 당신은 주워 담을 수 없을 정도의 말을 내뱉은 거야."
예선이 다그치자 다우 회장이 손을 내저었다.
"아닙니다. 그러지 마십시오. 저는 사실을 확인하고자 할 뿐입니다."
"분란을 일으켜서 죄송합니다. 하지만 기계실에서 CCTV를 가까이 클로즈업한 영상이 지금 저에게 있습니다."
"....."
더욱 더 큰 충격.
이게 사실이라면 그 누구도 브리튼을 질책할 수 없었다.
"다, 당신이 그걸 어떻게 가지고 있는 거야? 분명 BPA 비밀 장소에서 몸을 숨기고 있었다며."
예선이 이해가 안간다는 표정으로 물었다.
그건 다른 사람 들도 마찬가지였다.
"소장님. 설화님. 그리고 이 사고뭉치 세명이 필사적으로 인류를 구하고자 힘쓰는데 저라고 어떻게 가만히 있을 수 있겠습니까? 아이 들을 안전한 곳에 두고 저 혼자 목숨 걸고 이걸 입수한 겁니다."
브리튼이 떨리는 목소리로 겨우 대답했다.
"당신은... 당신은 충분히 제 몫을 다했어. 하지만.... 이건 정말 믿을 수 없는 사실이야..."
예선이는 거의 페닉에 빠진 얼굴로 허탈해했다.
"됐습니다. 이제 사실을 확인해 보죠. 저에게 그 영상을 주실 수 있습니까?"
"예. 여기...."
브리튼이 주머니에서 손톱만한 칩을 꺼내자 다우 회장이 그것을 조심스럽게 받았다.
"이건.... 반영구 저장 매체군요. 데이터 손실없이 무한대로 영상을 담을 수 있죠."
"잘 아시는군요. 왠만해선 구하기 힘든 건데..."
브리튼이 조금 놀라자 도이쉬 팀장이 차가운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반영구 저장 매체는 다우 회장님께서 직접 개발하신 겁니다."
"아...."
도이쉬 팀장의 표정을 본 브리튼은 민망한 표정으로 슬그머니 고개를 돌렸다.
"도이쉬 팀장. 재생해봐요."
"예. 회장님."
도이쉬 팀장이 영상 장치를 조작하자, 탁자 중앙에 설치된 투명 스크린이 빛을 뿜어냈다.
"이럴 수가..."
영상이 상영된지 한 5분쯤 지났을때....
다우 회장의 절망 섞인 말은 모두를 충격 속으로 몰아넣었다.
"맞아요. 저 남자가.... 30년전에 사라진 저의 쌍둥이 형 클레버리 다우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