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236 회: 라스트 데드(The Last Dead) - 시즌3 (ZER-0) -- >
긴 침묵이 흘렀다.
영상은 이미 꺼진지 오래다.
그러나 사무엘의 표정이 울그락 불그락 심각해져갔다.
-쿵!
"이런 젠장! 이건 말도 안돼!"
사무엘이 자리를 박차고 나가자, 소피아 역시 냉랭한 표정으로 다우 회장을 쳐다본 후 뒤를 따랐다.
하지만 소라는 팔짱만 끼고 두 눈을 감고만 있었다.
"넌 어때?"
예선이 조용히 묻자 소라가 힐끔 눈을 뜨고 그녀를 쳐다보았다.
"뭐가요?"
"지금 이 상황 말이야."
"모르겠어요. 다만 설화님이 너무 어처구니없이 희생 당한게 아닌가 싶어요."
"설화님을 그냥 보내지 않을 겁니다."
다우 회장이 그들의 대화를 가로막았다.
"그럼 어떻게 하실건데요. 지금 ㅤㅉㅗㅈ아가서 형을 붙잡고 그러지 말라고 설득이라고 하실셈인가요?"
"소라. 말이 지나쳐."
"하지만 저 둘은 형제라고요! 무조건 믿는것도 문제라고요."
"시끄러워! 그럼 너네가 목숨걸고 언니를 데려오던가! 너네도 딱히 잘한거 없어!"
"......"
예선이 소리지르자 소라는 입술만 꾹 깨물었다.
"애들 신경 쓰지 마세요. 젊은 혈기로 저러는 거니까."
"아닙니다. 저들이 분노하는건 당연한 겁니다."
다우 회장이 씁쓸히 웃으며 대답하자, 예선이는 소라를 쳐다보았다.
"아까 소리지른거 미안해. 나도 무척 흥분해서 그랬어."
"아니에요....."
"아무튼 고생했어. 들어가서 푹쉬어. 나머지 일은 여기 계신 분들과 조금 더 상의해볼게."
"예."
소라가 터벅터벅 나가자, 예선이 다우 회장을 쳐다보았다.
"회장님. 제 생각에는 우리가 조금 더 빨리 움직여야 할것 같아요."
"그것도 좋은 생각이긴 합니다만, 우선 해결해야 할 문제가 있지 않을까요?"
다우 회장이 눈을 껌벅거리면서 반문하자 예선이 잠시 생각하다가 이내 어두운 표정을 지었다.
"그러네요.... 아직 스텐에게 아무런 이야기를 하지 않았어요."
"예. 지금 이 상황에서 중요한건 스탠군입니다. 일단 스탠군의 생각과 행동과 말을 관심있게 지켜볼 필요가 있을듯 합니다."
"그렇게까지 생각해주시니 고맙네요."
예선이 정말 고마운 표정을 지었지만, 다우 회장은 가볍게 손을 내저었다.
"아닙니다. 저도 뭔가를 생각할 시간이 필요합니다. 섣부르게 움직였다가는 오히려 우리가 위험해집니다."
"예. 알겠습니다."
다우 회장이 일어서자 나머지 사람 들도 회의실을 빠져나갔다.
"스탠을 설득 하실 수 있으시겠습니까?"
모두가 나간 후 다우 회장이 조용히 묻자, 예선은 작은 한숨을 내쉬었다.
"저도 제 마음을 어떻게 추스리지 못하고 있는데, 사실 스탠에게 뭐라고 할지 아직도 모르겠어요."
"그냥 사실대로 말하십시오."
"정말 그래도 될까요?"
예선이 애타게 물었지만 다우 회장은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스탠은 이제 어린 나이가 아닙니다. 자신을 키워준 엄마가 어떤 상태인지 모르고있다가 나중에 그 사실을 알기라도 하다면 더욱더 어른 들을 불신할 겁니다."
"......"
예선은 한참 혼란스러운 표정을 짓다가 이내 피식 웃었다.
"그러네요. 우리가 너무 숨길려고만 했네요. 추한것을 모른다고 그게 보호만 되는게 아닌데 말이죠."
"네."
다우 회장은 빙긋 웃으며 예선의 마음을 더욱 편하게 해주었다.
한편 모두가 걱정하는 스탠은 팔짱을 끼고 창문 밖을 응시하고 있었다.
오늘은 다행히 날씨가 화창하여 기분까지 우울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뭔가 모를 불안감이 잔뜩 엄습했다.
그렇게 기다리고 기다리던 일행 들이 복귀했지만, 뭔가 분위기가 심상치않게 돌아가는것을 감지해버렸다.
- 똑똑
스탠은 문을 두드린 사람이 누군지 쉽게 짐작할 수 있었다.
밖에선 사람은 그의 불안감을 해결해 줄 수 있는 사람이었다.
"들어오세요."
예선이 안으로 들어오자, 스탠은 자연스럽게 탁자 앞에 앉았다.
"궁금하니?"
"당연하죠. 아침부터 소란이 있었는데."
"하긴.... 그렇긴 했지."
예선은 스탠 맞은편에 앉아 머리를 쓸어올렸다.
"무슨 일이에요? 엄마는요?"
"일단 스탠."
스탠이 앉기 무섭게 묻자, 예선은 손을 들어 그를 진정시켰다.
"무슨 말을 듣더라도 흥분하지 않고 침착하겠다고 약속해주렴."
"예? 뜬금없이 무슨 말이에요?"
"말 그대로야. 지금 너무 상황이 최악으로 돌아가고 있기 때문에 모두가 침착하게 대비를 해야할 필요가 있어. 더군다나 너는 앞으로 중요한 일을 해야 하기 때문에 지금이라도 현실을 제대로 받아들이고 냉정하게 상황을 판단해야 해."
"뭐에요... 뭔데 그렇게 거창하게 이야기해요?"
"......"
예선은 조금 뜸을 들이다가 굳은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네 엄마가 안돌아오셨어."
"......."
스탠은 그순간 망치로 머리를 심하게 얻어 맞은 기분이었다.
하지만 예선의 말은 끝나지 않았다.
"조금 더 사실대로 말하자면 S.B.I.C 수장인 클레버리 다우라는 인간이 네 엄마를 붙잡는 대신에 일행을 모두 살려주는 조건을 수락했대."
"마, 말도 안돼..... 엄마가 그럴리가....."
스탠은 고개를 저으며 믿기 힘들다는 표정을 지었지만, 예선은 더욱 더 냉정한 표정을 지었다.
"스탠. 힘들겠지만 네 엄마는 생존자 들을 위해 희생을 선택 했어. 그 선택이 너에게는 매우 말도 안되겠지만 엄연히 언니 스스로의 결단이고 우리에게 보여주는 의지야. 제발 마음으로 이해 못해도 머리로는 이해해 주길 바란다."
"......"
스탠은 아무말없이 허공을 응시했다.
"스탠?"
예선은 심장이 덜컥 내려앉았다.
설마....
"으아아아아!"
"스탠! 스탠!"
스탠의 눈이 허옇게 뒤집어지며 미친듯이 발작하자 예선이 어떻게든 붙잡으려고 했다.
-퍽!
"꺄악!"
하지만 연약한 여자의 몸으로 있는 힘껏 발작하는 20대를 막기에는 역부족이었다.
그녀는 스탠의 주먹을 맞고 나가 떨어져 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