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237 회: 라스트 데드(The Last Dead) - 시즌3 (ZER-0) -- >
-덜컥!
"무슨 일입..... 이, 이럴 수가!"
다행히 근처를 지나던 브리튼 교수가 문을 벌컥 열고 들어왔다.
그리고는 발작하는 스탠을 보고 크게 놀랐다.
"소장님!"
"빨리... 빨리 스탠에게 안정제를 놔...."
예선은 거의 쓰러질뻔 했지만 어떻게든 안간힘을 쓰며 말했다.
예선이 그렇게 말하자 브리튼은 더이상 망설일 필요가 없었다.
하지만 침대 위에서 물밖으로 뛰쳐나온 물고기마냥 펄떡거리는 스탠을 붙잡기가 쉬어보이지 않았다.
"젠장! 나오슈!"
다행히도 소란을 듣고 달려온 사무엘이 스탠에게 달려들었다.
"가만히 있어!"
사무엘은 안간힘을 쓰며 스탠의 팔과 다리를 온몸으로 짓눌렀다.
"젠장! 뭘 멀뚱히 보고 있는거요! 몽둥이로 후려치든 다리에 총을 쏘든 하란 말이요!"
사무엘이 고래고래 소리지르자, 그제서야 정신을 차린 브리튼이 황급히 탁자 위에 올려진 주사기를 집어들었다.
그리고는 스탠의 팔뚝에 냅다 찔러넣었다.
"......."
하얗게 뒤집힌 스탠의 눈꺼풀이 서서히 내려옴과 동시에 온 몸이 축 늘어졌다.
비로서 사무엘은 얼굴에 흐르는 땀을 손으로 닦아낼 수 있었다.
"조금만 늦었으면 큰일날뻔 했수다."
"뭐?"
브리튼이 엉겹결에 되묻자, 사무엘은 피식 웃었다.
"나도 한때 저랬단 말이요. 빌어먹을 시크릿-X를 받아 들이기가 그렇게 쉬운줄 아쇼? 사람이 제대로 미치는 꼴을 오늘 볼뻔 했으니. 어휴..... 그날 브라운 박사님만 아니셨다면 나도 어떻게 됐을지 몰라."
"그렇군."
"그나저나 만반의 준비는 해야할 거요."
"....."
예선과 브리튼이 떨리는 눈빛으로 사무엘을 쳐다보았다.
"당분간 이성을 되찾기는 힘들거요. 스탠을 다시 정상적으로 만드는 건 이제 당신 들 몫이야."
"맞아요."
갑자기 소라와 소피아가 방 안으로 들어오면서 사무엘의 곁에 나란히 섰다.
"우리도 설화님을 빨리 되찾아 오고 싶어요. 하지만 저희는 어리지 않아요. 무작정 혈기로 밀어붙이지는 않는다구요."
"그러니까 우리가 스탠과 함께 설화님을 찾을 수 있도록 도와주세요. 원장님. 교수님."
"....."
예선이 아이 들을 물끄러미 쳐다보았다.
그들의 표정은 하나같이 진지했다.
"그래. 알았어. 너희들 마음 충분히 알았으니까 최선을 다해볼게."
"너희 들 말이 맞다. 나도 최선을 다해보마."
사무엘은 그 말을 듣고 약간 안심이 됐는지 고개를 끄덕였다.
"좋수다. 그럼 우린 우리 나름대로 저자식을 도울 방법을 찾아볼게요. 여럿이서 힘을 합치면 설화 아줌마는 분명 찾을 수 있을 거야."
"그래. 그러자꾸나."
아이 들이 방으로 나간 후.
예선과 브리튼은 벽에 서로 기대고 한참을 앉아 있었다.
"애 들 많이컸지?"
"예. 확실히 녀석들 안 본 사이에 많이 성숙해졌네요. 이게 다 원장님과 설화님 덕분입니다."
"아니야. 브리튼 당신도 크게 한몫했어."
예선이 반박했지만 브리튼은 희미하게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저는 같이 살면서도 저녀석 들 제대로 돌봐주지 못했습니다. '그저 싸우면 싸우지 말아라. 떠들면 떠들지 말아라.' 가 전부였죠. 이젠 변한것 같습니다. 스스로 뭔가를 책임지려하고 같이 하려하고 꽤 사명감도 생겼어요. 제가 저 녀석들을 보면서 바랬던 모습 들이죠."
"그래도 당신은 당신 몫을 충분히 해냈어. 사실 난 당신에게 빚을 진 몸이야. BPA 아이 들을 거의 살려내다니 말이야. 당신은 스스로에게 자부심을 느껴야 해. 당신은 용감하고 정의로운 사람이라고."
"......"
브리튼이 쳐다보자 예선이 씨익 웃으며 검지를 치켜 세웠다.
"...그, 그렇게 생각해주시니 감사합니다만....."
"뭐야? 칭찬해주니까 부끄러워? 크큭."
"우, 웃지 마십시오. 그런거 아닙니다!"
"크큭. 왜 그래? 말도 더듬고..."
"아, 날씨가 좀 추워졌네...."
예선이 쿡쿡 찔렀지만 브리튼은 고개를 홱 돌리고 딴청을 피웠다.
그러다가 문득 뭐가 생각났는지 다시 고개를 돌렸다.
"설화님은 어떻게 찾으실 겁니까?"
"아직 모르겠어. 스탠도 저렇게 된 마당에...."
"휴우.... 일단 스탠군이 제정신을 차리고 나서 생각해볼 문제이군요."
"그렇겠지. 다우 회장한테 또 다시 손벌릴 수 없는 일이잖아. 게다가 이제 상대는 S.B.I.C 대가리라고."
"하긴 상대하기 버거운 상대는 확실하네요."
"일단 모두 치밀하게 생각해보자. 설화 언니도 호락호락하게 당할 상대는 아닐 거야."
"예....."
예선이는 자신이 더 훨씬 위로를 받고 싶었지만, 이제 모두가 그녀를 쳐다보고 있었다.
자신들의 대장격이었던 설화가 없으니 자연스럽게 예선이에게 그 시선이 쏠린 것이다.
하지만 예선은 쉽게 움직이는 행동파가 아니었다.
한때는 의학을 전공했고, 또 연구원 출신답게 치밀하고 계획적으로 이 사태를 해결해야만 했다.
'승철아. 드디어 우리 아들이 움직일 때가 온것 같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