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239 회: 라스트 데드(The Last Dead) - 시즌3 (ZER-0) -- >
스탠은 감각이 없었다.
아픈지...
배고픈지...
슬픈지...
아니.
느끼고 싶지도 않았다.
무의미하게 아무런 생각을 하지 않는게 훨씬 덜 아팠다.
차라리 죽는게 낫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쾅!
누군가 문을 박차고 들어와도 스탠은 상관하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그럴 수가 없었다.
"일어나."
바로 등 뒤에서 들리는 목소리인데도 스탠은 꿈쩍하지 않았다.
-우당탕!
스탠은 크게 고꾸라졌다.
누군가 침대를 뒤엎은 것이었다.
이런짓을 할 사람은 여기서 단 한명 뿐이었다.
"무슨짓이야?"
"사람 말이 말같지 않냐? 새꺄? 일어나라고."
사무엘이 험악한 표정을 짓자, 스탠이 헛웃음을 내뱉으며 그의 앞에 섰다.
"느닷없이 쳐들어와 놓고 뭐가 어째? 미쳤냐?"
"잡소리 집어치우고 옷이나 갈아 입어라. 1분 안에 안 갈아 입으면 그 상태 그대로 끌고 나갈테니까."
"뭐 이 미친!"
스탠이 주먹을 휘둘렀지만 애초부터 사무엘에게 안될 일이었다.
"으윽!"
"열받냐? 응? 열받으면 힘좀 키우지 그래? 기집애처럼 징징거리지 말고 말이야."
사무엘이 스탠의 팔을 뒤로 꺾은 뒤 비이냥거렸다.
"그만해."
보다 못한 소라가 사무엘의 팔을 잡았다.
"오늘은 여기까지 놀아주지."
사무엘이 뒤로 꺾인 스탠의 팔을 밀어버렸다.
"스탠. 우리랑 설화님 찾으러 가자."
"......"
소라는 진지하게 말했다.
하지만 스탠은 말없이 오른팔을 감싸쥐고 엉망이 된 침대 모서리에 걸터 앉았다.
"너희 엄마 이대로 보낼 거야?"
"너네가 무슨 상관인데?"
소피아가 다급하게 물었지만, 되돌아오는건 차가운 반문이었다.
"아니, 너네가 무슨 자격으로 되 찾는다는 말을 하냐?"
"그게 무슨 말이야?"
"하아.... 너네가 똘마니 노릇 똑바로 했어봐. 그럼 우리 엄마가 그딴 새끼한테 잡혀갈 이유가 없지. 보나마나 너네는 뒤로 싹 빠지고 우리 엄마가 앞에서 열라 싸웠을 거야. 아니냐?"
"너 이 새끼 말이면 다인줄 아냐?"
사무엘이 발끈하며 앞으로 나서려고 했지만 소라가 팔을 들었다.
"맞아. 설화님이 붙잡힌건 우리 책임도 커. 하지만 뒤로 빠지거나 숨거나 그러지는 않았어. 바로 지금 너처럼."
"......."
스탠이 물끄러미 쳐다보자 소라는 작은 한숨을 내쉬었다.
"지금 너 뿐만 아니라 다들 제정신이 아니야. 그만큼 충격이라고. 이럴때일수록 네가 나서서 움직여 준다면 사람 들이 분명 힘을 낼 거라고."
"그래서 엄마를 찾을 수나 있냐?"
"뭐?"
스탠은 소라를 비웃었다.
"엄마를 잡아간 놈이 S.B.I.C 수장이랬지? 그런 놈들이 호락호락하게 당하고 있을것 같냐?"
"그럼 이대로 포기 하겠다는 거냐?"
"......"
소라가 날카롭게 되묻자 스탠은 입만 꾹 다물었다.
"대답해! 이 새끼야!"
사무엘이 다그쳤지만 스탠은 고개를 돌려버렸다.
"이런 개 썅!"
결국 폭발한 사무엘이 주먹을 부풀리고 높게 치켜들었지만, 누군가 그의 팔을 붙잡았다.
"뭐야?"
"제 회사에서 폭력은 자제하셨으면 합니다."
모두가 뒤를 돌아보자 다우 회장과 브리튼 교수가 굳은 얼굴로 서있었다.
사무엘의 팔을 붙잡은건 브리튼 교수였다.
"그래. 너희는 잠시 물러나 있어라. 회장님께서 스탠에게 할 말이 있으시단다."
스탠이 다시 고개를 돌리자 다우 회장이 입을 열었다.
"우리 회사에 밥만 축내는 식충이가 있다고 하던데.... 당신입니까?"
"회장님."
브리튼 교수가 깜짝 놀랐지만 다우 회장은 여전히 스탠을 노려보고 있었다.
"그럼 내가 나가 주면 되는 건가요?"
스탠 역시 눈 하나 깜짝 안했지만 다우 회장은 오히려 그를 비웃었다.
"그냥 나가면 안되죠. 밥값은 하고 가야 합니다."
"그럼 여기서 살게 하지 말던가. 여태 아무 소리도 안하다가 뜬금없이 이게 무슨 짓이죠?"
"당신이 밥값도 못하는 사람인줄 몰랐습니다. 알았다면 데려오지 않았겠죠."
그제서야 스탠은 무슨 말 뜻인지 깨닫고 피식 웃었다.
"아~ 그렇다면 당신도 우리 엄마를 종처럼 부려먹으려고 일부러 데려 오신 건가?"
"스탠!"
브리튼 교수가 말릴려고 했지만 다우 회장이 얼른 입을 열었다.
"자신의 소중한 어머니를 그렇게까지 비하 하다니 당신은 인성부터 글러먹었군요."
"뭐? 너희가 우리 엄마를 사지로 몰아놓고 이제와서 나한테 덮어 씌우려고 하는 거야?"
스탠이 이를 갈자 다우 회장의 머리에 갑자기 뭔가 번뜩였다.
"예선 소장님이 그 말까지 안했던 모양이군요. 설화님이 왜 BPA에 되돌아 가신줄 압니까? 당신뇌가 시크릿-X에 감염이 되지 않도록 백신을 구하러 간겁니다."
"......"
스탠의 두 눈은 커졌다.
갑자기 심호흡이 가빠지기 시작했다.
"헉헉..."
"스탠. 스탠?"
뭔가 심상치 않자 브리튼 교수가 얼른 스탠을 부축했다.
"어서... 어서 소장님을 모셔와!"
"예."
사태를 파악한 소라가 얼른 뒤돌아서 뛰었다.
"소피아! 어서..."
"알았어요."
소피아가 스탠의 몸상태를 살피더니 이내 심각한 표정을 지었다.
"체온이 낮아지고 심장 박동수가 떨어지고 있어요. 단순한 쇼크가 아니에요. 시크릿-X가 다시 활동하고 있어요. 일단 반듯하게 눕혀야 해요."
"이런 젠장..... 침대가 저지경이니..."
브리튼 교수가 욕을 내뱉자 사무엘이 머쓱한 표정을 짓더니 밖으로 나갔다.
그리고는 어디선가 매트리스 하나를 들고 나타나 직접 스탠을 눕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