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라스트 데드-240화 (238/262)

< -- 240 회: 라스트 데드(The Last Dead) - 시즌3 (ZER-0) -- >

"헉헉...."

그러나 스탠은 점점 심각해져 갔다.

얼굴빛은 점점 납빛이었고 눈동자에 초점도 잃어갔다.

"뭐야? 무슨 일이야?!"

예선이 헝클어진 머리를 휘날리며 스탠 앞에 다급히 섰다.

샴푸를 했던 모양인지 긴 머리에서 물이 뚝뚝 떨어졌다.

"왜... 왜 말 안했어요? 엄마가 나 때문에 BAP 간거요."

"....."

스탠이 힘겹게 묻자 예선의 눈동자가 크게 흔들렸다.

"네가 이렇게 될까봐.."

"아줌마가 뭔데 날 신경 써요!"

"......"

예선은 고개를 힘없이 떨궜다.

가슴 한구석이 찢겨 나가는 듯한 통증이 온 몸을 죄여갔다.

"헉헉...."

그러나 스탠의 상태가 점점 심상치 않았다.

눈이 서서히 뒤집히고 숨이 더 가빠졌다.

"소장님."

보다 못한 브리튼 교수가 부르자 예선은 겨우 정신을 차리고 고개를 끄덕였다.

"브리튼은 가서 백신을 가져오고 너희 셋은 여기 있어."

"알겠습니다."

"예?... 아...."

사무엘이 더 물어보려고 하다가 소라가 옆구리를 쿡 찌르자 입을 다물었다.

"백신 여기있습니다."

브리튼 교수가 백신을 가져오자, 소피아가 자동으로 예선 옆으로 섰다.

둘은 아무런 대화없이 스탠을 치료했다.

그렇게 30분 정도 흘렀을까?

"......."

백신의 효과는 대단했다.

스탠은 점점 안정을 찾아갔고, 숨도 차분해졌다.

그러나 문제는 이 방에 모인 사람 들이었다.

예선은 벽에 몸을 기대고 두 눈을 감고 있었고, 다우 회장은 두 손으로 이마를 감싸쥐고 있었다.

"엄마...."

스탠이 정적을 깨고 눈을 떴다.

그러자 모두가 움찔거리며 자리에서 일어섰다.

"스탠. 괜찮아?"

예선이 묻자 스탠의 두 눈동자가 서서히 그녀 쪽으로 움직였다.

"내가 어떻게 된거죠?"

"네가 막 흥분하다가 정신을 잃었다. 시크릿-X는 스스로 제어하지 못하며 네 정신을 갉아 먹게 될거다."

사무엘이 딱딱하게 대신 대답하자 스탠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백신으로 날 안정시킨건가요?"

"....그래."

예선이 힘겹게 대답했다.

"그렇군요.... 아깐 죄송했어요. 제가 정말 흥분했었나봐요."

"아니야...."

"또 꿈을 꿨어요. 자꾸 엄마가 나와요. 아무래도...."

스탠이 말을 흐리자 모두가 긴장된 표정으로 그를 쳐다보았다.

"엄마가 나를 부르는것 같아요. 엄마에게 가야할것 같아요."

"하지만 네 몸 상태가..."

"알아요. 그래서 도움이 필요해요. 나도 언제까지 여기서 징징거리면서 남한테 핑계대고 싶지 않아요."

"....."

스탠은 잠시 슬픈 표정을 짓다가 이내 다시 비장해졌다.

"엄마는 저 때문에 그 사지로 들어갔어요. 제가 엄마를 구해야 해요."

"그래서 우리가 너에게 필요하다는 거야."

소라가 불쑥 끼어들자 스탠이 고개를 돌렸다.

"같이 가주겠다는 거야?"

"뭐, 그것도 맞지만 일단 네 몸상태를 보나 뭐를 보나 그 꼬라지로 나섰다가는 딱 죽기 십상이야."

소피아가 퉁명스럽게 대신 대답하자, 스탠의 얼굴이 어두워졌다.

그게 현실적인 자신의 모습이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우리는 널 훈련시킬 거야."

소라가 차분하게 말하자 스탠이 그를 쳐다보았다.

"훈련?"

"그래. 너는 시크릿-X를 받아들일 수 있는 몇 안되는 생존자야. 설화님께서 널 직접 지도하셨다면 좋겠지만 너도 알다시피 그건 안되고...... 같은 입장인 우리가 널 도와줄게."

"......"

스탠이 말없이 소라를 쳐다보자, 사무엘이 답답하다는 듯 앞으로 나섰다.

"뭐야? 뭘 고민하는 거야? 우리가 별로 시덥지 않게 보이냐?"

"아니. 고민할 필요도 없겠지. 누구라도 좋아. 누구라도 날 도와주겠다면 최선을 다할 거야."

"그럼 저도 도와야겠군요."

다우 회장이 불쑥 끼어들자 모두가 그를 쳐다보았다.

"마침 맨허튼 외곽 경비 부대는 뉴저지 순찰 임무 인원이 좀 필요 했는데 여러분이 딱 그 적임자 같습니다. 아마 충분한 훈련 장소가 될 겁니다."

"그거 좋겠군요. 안 그래도 실전 같은 훈련이 필요했는데."

소라가 손뼉을 치자 다우 회장이 빙긋 웃었다.

"그럼 저희가 필요한 물품과 지도를 내 드리지요. 혹시 차도 필요하십니까?"

"아니요. 차는 필요없습니다."

"흐음... 그럼 지금 준비해드리겠습니다."

"예."

"저기 잠시만요."

순조롭게 이야기가 끝나가는데 이번에는 예선이 손을 들었다.

"스탠은 아직 몸이 성하질 않아요. 이대로 갔다간...."

"저는 괜찮아요. 제 몸은 제가 잘 알아요."

스탠이 일어나자 예선이 부축했다.

"스탠. 아직은..."

"아니요. 저 애들 말이 맞아요. 이대로 누워 있어서 해결될 일은 아무것도 없어요. 차라리 몸을 움직여서 시크릿인지 바이러스인지를 이겨야 해요."

"......"

스탠은 상상 이상으로 현실적이었다.

때문에 예선도 더이상 말리지 못했다.

"소장님. 제가 백신을 들고 다니면서 만일의 사태에 대비할게요."

"그래. 그게 좋겠구나."

소피아마저 거들고 브리튼 교수도 은근히 지원하자, 예선은 작은 한숨을 내쉬었다.

"휴.... 정 그렇다면 내가 더 이상 말릴 필요는 없겠지."

"좋아. 그럼 오늘 당장 출발하도록 하자!"

-퍽!

"크헉!"

사무엘이 손을 번쩍 들며 소리를 지르자, 소피아가 정강이를 걷어찼다.

"넌 생각이 있냐? 없냐? 오늘 어떻게 당장 출발해. 준비하고 계획도 짜야하는데... 으휴! 이 돌대가리야!"

"......그런가?"

사무엘이 뒷통수를 긁적이자 다우 회장이 빙긋 웃으며 입을 열었다.

"소피아님 말이 맞습니다. 우선은 저희도 뭐가 필요하고 뭐가 안전한지 여러분과 계획을 짜보도록 하겠습니다. 소장님도 준비하실게 있으시겠죠?"

다우 회장이 예선을 쳐다보았다.

"예? 아, 그렇죠.... 스탠의 몸상태를 항상 체크할 수 있는 메디컬 프로그램을 소피아에게 전달 해야할것 같네요."

"그럼 시간은 어느정도 필요하십니까?"

"3일... 아니, 5일이면 충분히 준비할 수 있을것 같아요."

"저희도 그 정도의 시간이면 넉넉합니다. 그럼 좋습니다. 다들 5일 동안 충분히 준비한 다음 움직이도록 하시지요."

"예."

모두가 대답하고 각자 흩어졌다.

"이제 된 것 같아요."

"뭐가?"

스탠이 차분하게 말하자 예선이 깜짝 놀라 되물었다.

"마음이 한결 편해졌어요. 이제 엄마를 되찾기만 하면 되요."

"......"

스탠이 편하게 눈을 감자 예선이 물끄러미 그를 쳐다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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