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라스트 데드-256화 (254/262)

< -- 256 회: 라스트 데드(The Last Dead) - 시즌3 (ZER-0) -- >

클레버리는 주위에 널부러진 의자를 하나 집어서 앉았다.

"휴우.... 오랜만에 기억을 되살리려니 감회가 새롭군. 너도 앉아. 마지막으로 내 이야기를 들려줄테니까."

"웃기는 소리 하지마.뭣들하고 있나? 죽여라..."

"예!"

다우 회장의 지시를 받은 경호원 들이 허리춤에 매고 있던 소총을 들었다.

그러나 클레버리는 눈썹하나 까딱하지 않았다.

"그딴걸로 날 죽일 수 없다는걸 알고 있을텐데?"

"글쎄. 해봐야 알겠지. 발사!"

-투다다다다!

소총이 불을 내뿜자, 클레버리는 온 몸이 벌집처럼 뚫리기 시작했다.

"음....."

"......!"

그러나 클레버리는 반쯤 사라진 얼굴을 까딱거리며 희번덕거렸다.

"설마 이게 끝이야?"

"이걸로 끝낼 수 있다면 널 고통없이 보내겠지. 하지만 아니야."

다우 회장은 차가운 표정으로 클레버리를 응시했다.

-사각사각

".....?!"

클레버리의 오른쪽 눈이 갑자기 크게 떠졌다.

구멍이 뚫린 얼굴 곳곳에서 뭔가를 갉아먹는 소리가 들렸던 것이었다.

"자기 몸이 야금야금 먹히는 기분이 어때, 클레버리?"

"크흑! 으아아아!"

클레버리는 의자에서 쓰러지며 온 몸을 뒤틀었다.

"너, 너 이자식... 이게 무슨...."

"시크릿-X를 주식으로 삼는 우주 벌레 들이야. 큰 폭발에도 살아남을 수 있을 정도로 강한 놈들이라 쇠도 갉아먹지. 이런 특성을 연구해서 만든 거야."

"우주 벌레라니..... 그런걸 어디서..."

"나라고 시크릿-X 연구를 안한줄 알아? 이미 미국 기밀문서를 입수해서 오랜 연구 끝에 개발할 수 있었지. 지금 이시간에도 네가 만든 감염자 들이 우주 벌레 들에게 먹히고 있을 거야. 그러니까....."

다우 회장은 잠시 숨을 고르고 다시 입을 열었다.

"영원한 삶은 없어, 클레버리. 지구상의 모든 생명체는 죽으면 다시 무(無)가 되는 거야."

"크흑.. 이 새끼가....!"

클레버리는 가슴팍 밖에 안남은 자기 몸을 겨우 쳐다보며, 충혈된 눈으로 다우 회장을 쏘아보았다.

'잘가, 한때 내가 좋아하던 형.....'

다우 회장은 미련없이 휠체어를 돌려서 엘리베이터로 탑승하려고 했다.

"어디가? 내 이야기 아직 안 끝났어."

"......!"

다우 회장은 공포에 질린 얼굴로 천천히 뒤를 돌아보았다.

"이걸 어쩌지? 너는 이제 혼자인데...."

클레버리는 아주 완벽하게 복원된 모습으로, 경호원 머리 하나를 들며 기분 나쁘게 웃었다.

"우욱!"

결국 비위가 약해진 다우 회장은 휠체어에서 쓰러지며 속에 있는걸 쏟아냈다.

"쯧쯧. 이런걸 가지고 그러다니...."

"어, 어떻게 이럴... 크윽!"

"형이 말을 할때 좀 듣지 그래. 나는 이야기하는데 누가 떠들면 기분 더럽더라고."

다우 회장이 겨우 정신을 차리고 고개를 들었지만 클레버리는 발로 밟아버렸다.

"네, 네가 어떻게 우주 벌레들의 공격을 받고....."

"너가 벌레가지고 장난치길래 나도 한번 놀아준것 뿐이야."

"마, 말도 안돼."

"아니, 말이 돼. 게다가....."

클레버리는 완벽하게 다시 복원된 몸으로 오른팔을 변형시켰다.

"이 세상은 이제 앞으로 완벽한 생명체만 존재하게 될거야."

"자연의 섭리를 무시하는건 위험한 짓이야....."

"아니."

클레버리는 무표정한 얼굴로 검으로 변한 자신의 오른팔을 응시했다.

그리고는 가차없이 다우 회장의 왼쪽 팔둑에 검을 쑤셔넣었다.

-푹!

"으악!"

"인간이 그걸 깨닫기에는 너무 멍청한 존재 들이야. 그래서 그런 섭리 따위는 애시당초 말도 안되는 거였지."

다우 회장은 입에 피를 내뱉었지만 정신을 잃지 않았다.

"젠장.... 할아버지는.... 인류의 희망을 너에게 희망을 걸었어..."

"아, 그 영감탱이. 잔소리만 무척 많고 허황된 이상에만 집착하는 골동품에 불과했지."

"할아버지를 그렇게 말하지 마!"

다우 회장이 울분을 내뿜으며 소리쳤지만, 클레버리는 눈 하나 깜짝하지 않았다.

"내 말 틀렸어? 나는 욕심만 가득한 인간들에게 기대를 걸 바에는 차라리 인간을 다스리는게 더 낫다고 수백번 말했지. 하지만 제임스 다우는 그 말을 듣지 않았어. 인간은 자유속에서 진정한 질서를 찾는다는 궤변만 늘어놓았지."

"할아버지는.... 틀리시지 않았어."

"아니, 틀렸어. 지금 이 세상 꼬라지를 봐."

"이렇게 만든건 너야!"

"아니! 세상이 이지경이 된건 인간에게 희망이나 걸었던 너와 제임스야! 그래서 결국 태양계를 맴돌면서 정착하려던 외계인들에게 이 세상을 모두 다 뺏겨버렸으니까!"

"그, 그게 무슨 말이야."

다우 회장의 눈이 커지자 클레버리는 기가 막힌다는 표정을 지었다.

"지금 이 지구에 인간만 사는줄 알아? 이미, 수백년전부터 외계인들이 지구인 행세를 하며 호시탐탐 기회를 노렸을 뿐이야. 그리고 세계3차대전이 터지자마자 그들이 모습을 드러냈지. 인간을 파멸시키고 이 지구를 삼키려고 말이야. 그리고 그걸 막을 사람은 제대로 현실을 봤던 나뿐이야."

"........"

클레버리는 추욱 늘어진 다우 회장을 놔주며 냉정하게 쳐다보았다.

"이제 나를 조금이라도 이해했다면 네가 살 수 있는 방법은 딱 하나야. 제임스 다우를 욕한다면 널 살려줄 수 있어."

"......."

다우 회장은 클레버리를 쳐다보다가 이내 헛웃음을 내뱉었다.

"역시, 역시 인간 세상에는 희망이라는게 없었던가?"

"그걸 이제 깨닫다니...... 자아, 이제 제임스를 욕해봐. 제임스 당신은 세상에서 제일 멍청한 사람이었다고 말이야."

그러나 다우 회장은 대답없이 바닥을 더듬었다.

그리고 목없는 경호원의 허리춤을 뒤져 권총을 꺼내들었다.

"클레버리. 내가 정말 틀렸다면 죽어서 할아버지를 볼 수 없겠지."

"뭐하는 거야?"

클레버리가 당황하며 다시 다우 회장을 잡으려고 했지만 이미 늦어버렸다.

다우 회장은 자신의 정수리에 권총을 겨눴다.

"안돼!"

-탕!

다우 회장도,

클레버리도,

둘 다 눈을 크게 떴지만 이미 둘은 다른 곳에 있는 사람들이 되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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