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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법사의 돌
로튼 타임(Rotten Time)
Written by. 아르카나
마법사의 돌-(2)
그 입 닥치라는 스네이프의 말 덕분인지, 리키 콜드런에 도착할 때 까지 아무 말 없이 잠잠하던 스탠이 리키 콜드런에 도착하자 누가 보아도 안도하는 한숨을 내쉬며 미소를 지었다.
"도착했어 여왕님. 조심해서 내리라고."
버스에서 내린 릴리아나는 스탠에게 손을 흔들어 준 뒤 먼저 휘적휘적 가고 있는 스네이프를 재빨리 쫓아갔다.
"세베루스 교수님!"
"여기다. 리키 콜드런."
스네이프가 손가락으로 가리키기 전 까지 알아차리지 못했던 작고 지저분하게 보이는 술집에 릴리아나는 두 눈을 동그랗게 떴다. 급히 지나가는 사람들은 리키 콜드런을 쳐다보지도 않았다. 그들은 마치 리키 콜드런을 볼 수 없기라도 한 듯, 대형 서점이나 그 반대편의 레코드 가게만 훑어보았다. 이상하고 묘한 기분에 마치 마법 같다는 말을 하려던 릴리아나가 그 말을 내뱉기도 전에 스네이프는 그녀를 데리고 안으로 들어갔다.
리키 콜드런은 겉에서 보던 것과 마찬가지로 아주 어두침침하고 지저분했다. 몇몇 사람들이 모여 포도주나 맥주를 마시거나 담배를 피우거나 서로에게 말을 걸고 있는 모습을 호기심 가득하게 바라보던 릴리아나는 그들이 걸어 들어가자 웅성대던 소리가 딱 멈췄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릴리……?"
"……릴리 포터?"
"릴리라고?"
누군가 릴리라는 이름을 꺼내자 술집에 앉아있던 모두가 그 말에 전염이라도 된 듯이 릴리를 부르며 릴리아나를 바라보았다.
"……세상에 멀린 이시여."
"릴리!"
한 여인이 경악한 목소리로 외치며 의자를 박차고 일어섰다. 금방이라도 눈물을 흘릴 듯이 릴리아나에게 다가온 여인은 믿을 수 없다는 듯이 릴리아나의 어깨를 잡고 마구 흔들어댔다.
"릴리? 정말 릴리야?"
"미안하지만."
당황하고 있던 릴리아나의 앞에 손을 집어넣은 스네이프가 무뚝뚝한 목소리로 말했다.
"호그와트의 일이 급해서."
"스네이프?"
금방이라도 눈물을 흘릴 듯이 릴리아나를 바라보던 체이셔라고 불린 여인의 얼굴은 거짓이라는 듯이, 스네이프를 바라보는 그녀의 얼굴은 혐오에 가까웠다.
"어서 끝내고 싶거든."
"스네이프!"
스네이프는 여인을 무시하며 릴리아나를 이끌고 술집을 빠져나와 쓰레기통과 잡초 몇 포기말고는 아무것도 없는 벽으로 둘러싸인 자그마한 안마당으로 나왔다.
"세베루스 교수님. 왜 교수님도 그렇고 술집에 있던 사람들도 모르는 사람들인데 왜 저를 이름도 아닌 애칭으로 부르는 거예요?"
"……위로 세 개……. 가로로 두 개……."
스네이프는 릴리아나의 말을 무시하며 지팡이 끝으로 담을 세 번 탁탁탁 두드렸다.
"물러서라, 퀸."
스네이프의 말이 끝나자마자 그가 두드린 벽돌이 흔들흔들 하더니 가운데에 작은 구멍 하나가 나타나 점점 더 넓어졌고 잠시 뒤엔 좀 삐뚤어지긴 했어도 아주 멋지고 큰 통로가 생겼다.
그가 대답을 해주지 않자 항의를 하려던 릴리아나는 눈앞에 펼쳐진 마법 같은 광경에 할 말을 잃고 놀란 눈으로 스네이프를 바라보았다.
"가자."
태양이 바로 옆 가게에 쌓아 둔 큰 냄비들 위를 밝게 비추고 있었다. 접을 수 있는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을 비롯해 각종 크기의 청동, 놋쇠, 양은, 은 냄비들이 죽 진열되어 있었다. 릴리아나는 걸어가는 가게며, 가게 바깥에 놓인 물건들이며, 쇼핑하는 사람들 등 모든 걸 한 번에 보려고 고개를 이쪽저쪽으로 돌렸다.
스네이프는 이곳에 많이 와보아 흥미는 이미 옛날 옛적에 떨어진 듯 한 얼굴로 계속해서 한눈을 파는 릴리아나를 데리고 다른 상점 위로 우뚝 솟아있는 새하얀 건물로 다가갔다.
"여긴 어디에요?"
"그린고트. 마법사들의 은행이다."
반짝반짝 윤이 나는 청동 문 옆에 서서 진홍색과 황금빛 제복을 입고 있는 영리해 보이는 가무잡잡한 얼굴에 뾰족한 수염을 기르고 있으며 손가락과 발가락이 아주 긴 처음 보는 생명체가 인사를 하자 릴리아나는 화들짝 놀라 스네이프에 옆에 달라붙으며 그의 팔을 잡았다. 그는 릴리아나가 붙잡은 팔을 흘끗 내려다보았지만 놓으라고는 하지 않았다.
은빛이 나는 두 번째 문을 지나가자 문 양 옆에 있던 도깨비 두 명이 그들에게 인사했다. 스네이프의 뒤에 숨은 릴리아나는 이번에는 호기심 어린 눈으로 도깨비들을 바라보았다.
도깨비들을 지나가자 넓은 대리석 홀이 나왔다. 100명이 넘는 도깨비들이 기다란 카운터 뒤편의 높은 의자에 앉아 회계장부에 무언가를 갈겨쓰고 있거나, 놋쇠 저울로 동전 무게를 달거나, 확대경을 눈에 끼고 보석을 감정하고 있었다. 홀로 통하는 문은 셀 수가 없을 정도로 많았고, 그보다 더 많은 도깨비들이 사람들을 이 문 저 문으로 안내하고 있었다. 스네이프와 릴리아나는 카운터로 향했다.
"안녕하시오."
스네이프가 아무 일도 하지 않고 있는 도깨비에게 말했다.
"머글 돈을 환전하려 하는데."
"얼마나?"
"300 파운드."
"잠시만 기다리시오."
도깨비는 릴리아나에게서 머글 돈을 받더니 하나하나 확대경으로 위조지폐인지 살핀 후 고개를 끄덕였다.
"맞는 것 같군요."
도깨비는 머글 돈을 한 장씩 분류하더니 계산기를 두드렸다. 한참동안 또 계산하는 듯 하더니 도깨비는 밑에 있던 금고에서 금화를 한움큼 꺼냈다. 금화를 꺼내는 것을 몇 번 반복하던 도깨비는 금화를 센 후 은화와 동화도 꺼냈다.
"담아갈 것이 필요하오?"
"아니."
스네이프는 주머니에서 작은 검은색 가죽의 지갑을 꺼내 돈을 몽땅 그곳에 넣었다. 릴리아나는 어른 손가락 세 개를 붙여놓은 듯 한 작은 지갑에 저렇게 많은 돈이 들어가는 것을 놀란 얼굴로 바라보았다.
"이제 가자."
스네이프는 지갑을 릴리아나에게 건네며 말했다. 지갑을 받아든 그녀는 지갑에 달려있는 기다란 끈을 목걸이처럼 걸었다. 그린고트를 나선 릴리아나가 물었다.
"마법세계는 돈을 뭐라고 불러요? 여기서도 파운드라고 부르나요?"
"아니. 금화는 갈레온. 은화는 시클, 동화는 넛이라 부른다. 1갈레온은 17시클 이고 1시클은 29넛이지."
"복잡하네요."
"금방 익숙해 질 거다. 우선 교복을 사는 게 좋겠군."
스네이프는 릴리아나를 이끌고 말킨 부인의 가게로 들어갔다. 말킨 부인은 땅딸막한 마녀였는데 연한 하늘빛 옷을 입고 있었다. 그녀는 가게 안으로 스네이프가 들어오자 깜짝 놀랐지만, 이내 환영의 미소를 지으며 손님을 반겼다.
"스네이프 교수님? 호그와트의 일로 오셨나요?"
"그렇습니다. 그럼 퀸, 나는 호그와트에 덤블도어 교수님께 편지를 보내고 책을 사서 올 테니 그동안 교복을 맞추고 있어라."
"안 돼요! 책은 저도 가서 사고 싶단 말이에요."
"……그럼 다른 용품들을 사오겠다. 보호 장갑이나 냄비 같은 건 괜찮겠지?"
릴리아나가 고개를 끄덕이며 걸고 있던 지갑을 그에게 건네자 스네이프는 말킨 부인에게 간단히 인사를 한 뒤 가게를 나섰다.
"여기 서 보겠니?"
말킨 부인은 릴리아나를 발판에 세우고 긴 망토를 머리에서부터 뒤집어씌워 입히고는 적당한 길이에서 핀을 꽂기 시작했다.
"스네이프 교수님이 무섭지 않은가 보구나."
"세베루스 교수님이요? 왜요?"
"어머, 보통의 아이들은 스네이프 교수님을 처음 본 순간부터 무서워하던데 너는 아닌가 보구나. 이름까지 부를 정도니."
"사실 이름을 부르는 건 성이 너무 어려워서 그래요. 저는 어릴 적부터 프랑스에서 살았거든요."
"그런 것 치고는 발음이 완벽한걸? 영국에는 언제 돌아온 거니?"
"감사해요. 영국엔 최근에야 돌아왔어요."
"그러고 보니 널 언젠가 본 것 같구나……. 언제였지? 오래 전 같은데……. 혹시 부모님이 마법사셨니?"
"아니요. 두 분 다 머글 이세요. 아마도요."
"그러니? 그럼 어디서 봤더라……."
그때 문에 달려있던 종이 울리더니 창백하고 갸름한 얼굴을 가진 백금발 머리의 남자아이가 이상하고 쭈글쭈글하게 생긴 생물과 들어왔다.
"어머, 너는 분명 말포이가의……어제 오지 않았었니?"
"왔었죠. 그런데 셔츠와 망토를 더 사는 것이 좋겠다고 아버지가 그러셔서요. 가는 김에 전에 주문했던 연미복도 찾고요."
남자아이는 어깨를 으쓱거리며 거만하게 말했다.
"그래? 그럼 같은 사이즈로 주면 되겠니? 연미복은 안쪽에 있을 텐데……. 잠시만 기다려 줄래 아이야?"
부인은 릴리아나에게 양해를 구하고 가게 안쪽으로 들어갔다.
"너도 호그와트니?"
"응. 너는?"
"나도. 혼자 여기까지 찾아온 거야?"
"물론이지."
아이는 으스대는 듯 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 모습이 마치 자신은 어른이라고 표현하는 것 같아 릴리아나는 애써 튀어나오려는 웃음을 삼켰다.
"어떻게? 다이애건 앨리는 집에서 꽤 멀지 않아? 아니면 근처에 사니?"
"우리 집 집요정과 함께 왔어."
"그랬구나."
담담한 릴리아나의 반응에 아이는 놀란 듯 했다.
"집요정이라고."
"그래서?"
집요정이 유서 깊고 재산이 많은 순수혈통 가문에만 있다는 것을 모르는 릴리아나였지만 아이는 두 눈을 크게 떴다가 한 가지 사실을 가정한 듯 인상을 찌푸리며 입을 열었다.
"뭐야, 너 혹시 잡종……."
또다시 문에 달린 종이 울리는 소리가 나더니 스네이프가 짐을 한가득 들고 가게 안으로 들어왔다. 아이가 입을 다물었다. 스네이프는 짐을 내려놓으며 물었다.
"아직도 안 끝난 거냐?"
"네."
"꽤나 늦는군."
근처에 있는 소파에 앉은 스네이프가 그제야 백금발 머리의 남자아이를 발견한 것인지 아이를 바라보며 물었다.
"그러고 보니 드레이코. 네가 여긴 어쩐 일이냐."
"안녕하세요, 스네이프 교수님!"
드레이코는 언제 인상을 찌푸렸냐는 듯 활짝 웃으며 인사했다.
"저도 올해 호그와트에 입학하거든요."
"아아, 그랬었지."
드레이코는 생글생글 웃으며 입학을 하고 나서 무엇을 할 것이며 얼마나 모범적인 생활을 할 것인지에 대해 이야기 했으나, 연미복을 가지고 나타난 말킨 부인이 그의 말을 끊었다.
"여기 있단다 얘야. 셔츠와 망토는 얼마나 더 필요하니?"
"두개씩 더 주세요."
말킨 부인 때문에 대화가 끊겨 버리자 조금 인상을 찌푸리는 듯 했던 드레이코는 언제 그런 표정을 지었냐는 듯 신사적인 미소를 지었다. 셔츠와 망토와 연미복을 넣은 가방을 받아 집요정에게 건넨 아이는 스네이프와 릴리아나에게 인사했다.
"그럼 전 가볼게요 교수님. 그리고 너도 호그와트에서 보자."
드레이코는 질질 끄는 거만한 말투로 인사한 뒤 가게를 나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