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로튼 타임-5화 (5/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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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법사의 돌

로튼 타임(Rotten Time)

Written by. 아르카나

마법사의 돌-(4)

리키 콜드런을 나온 스네이프가 지팡이를 든 손을 올리자 귀청이 터질 것 같은 쿵 하는 소리와 함께 진한 보라빛 3층 버스가 나타났다.

"갈 데 없는 마법사를 긴급 수송하는 구조 버스에 타시게 된 것을 환영합니다. 그저 지팡이를 쑥 내밀고 올라타기만 하세요. 원하시는 곳으로 태워다 드립니다. 전 오늘 여러분을 모실 스탠 션파이크 차장입니……퀸? 교수님?"

"돌아간다."

"아, 예예!"

황금 갈레온을 스탠에게 넘겨준 스네이프가 아까 앉았던 자리에 앉는 릴리아나의 옆에 앉았다.

"호그와트로 가는 기차표다."

릴리아나에게 봉투를 건네준 스네이프가 말했다.

"9월 1일, 11시. 킹스 크로스 역이다. 모든 건 표에 다 써 있다."

릴리아나는 봉투를 열어 안에 든 기차표를 꺼냈다.

"9와 4분의 3번 승강장? 이런 승강장이 있어요?"

킹스크로스 역에 몇 번 간 적이 있던 릴리아나는 생전 처음 들어보는 승강장에 토끼 눈을 하며 물었다.

"9번과 10번 승강장 사이에 있는 개찰구로 곧장 걸어가기만 하면 된다."

"벽을 뚫고 가요?"

"그래. 부딪힐까 봐 멈추거나 겁먹지 않는 것, 그게 중요하지."

릴리아나는 스네이프의 말을 반절도 제대로 이해할 수가 없었지만 우선 가디건 주머니에 기차표가 든 봉투를 넣었다가, 자신이 하고 있는 목걸이 끈이 달린 지갑을 발견하고 지갑을 그에게 건넸다.

"참, 지갑 돌려드릴게요."

"설마 내가 이 나이 먹고 목걸이 끈이 달린 지갑을 하고 다닐거라 생각한거냐."

"교수님 지갑이 아니에요?"

"해그리드가 주는 거다. 원래 자신이 할 일인데 오지 못해서 미안하다고 선물로 주는 거라더군. 가져라."

"감사합니다. 꼭 해그리드라는 분께 감사하다고 전해주세요."

릴리아나는 다시 지갑을 메며 방긋 웃었다. 돌아가는 길은 스탠이 스네이프 모르게 어니를 재촉한 덕분인지 더욱 빠르게 도착할 수 있었다. 버스에서 내린 릴리아나는 스네이프에게 예의바르게 인사했다.

"안녕히 가세요. 오늘 하루 감사했습니다."

"그래."

릴리아나가 손을 흔드는 것을 못 본 척 한것이 분명한 스네이프는 그녀의 짐을 내려놓은 뒤 커다란 소리와 함께 그 자리에서 사라져 버렸다. 순식간에 사라지는 스네이프의 모습에 또 한 번 놀란 릴리아나는 저택 안에서 그녀를 부르는 세바스찬의 목소리에 정신을 차리고 짐을 들고 낑낑거리며 저택 안으로 들어갔다.

***

남은 한 달 동안 릴리아나는 교과서를 읽으며 보냈다. 책을 좋아하긴 해도 교과서는 별로 좋아하지 않던 릴리아나는 동화 같은 내용의 책들을 흥미롭게 읽고 또 읽었다. 8월의 마지막 날이 되자 세바스찬은 릴리아나가 끌기 벅차 보이는 커다란 트렁크에 교복과 망토를 비롯한 사복, 잠옷, 먹을거리, 악세사리 등을 넣었는데 얼마나 많이 넣었는지 그 커다란 트렁크에 다 들어가지 못할 정도였다. 심지어 교과서와 준비물들은 넣지도 않은 상태라 릴리아나는 세바스찬이 금방이라도 눈물을 흘릴 것 같은 얼굴을 하든 말든 그가 넣었던 옷들을 무참하게 빼버렸다.

다음날 아침해가 밝아오기도 전에 깨버린 릴리아나는 5시를 가리키고 있는 시계를 확인하고는 다시 잠을 청하려고 침대에 누웠다. 하지만 두근거리는 마음에 새벽 2시에 잠들었는데도 불구하고 너무 흥분하고 긴장한 탓인지 잠이 별로 오지 않았다. 치렁치렁하고 눈에 띄는 마법사 망토와 교복을 입을까 생각하던 릴리아나는 킹스 크로스 역까지 그 복장을 하고 가는 모습을 상상을 하자마자 생각을 그만두었다. 다시 잠을 자기를 포기하고 옷장에서 어제 세바스찬이 넣었다가 릴리아나가 빼버린 옷들 중에서 청바지와 병아리같은 노란색 니트를 입은 그녀는 필요한 모든 게 다 있는지 확인하려고 다시 한 번 호그와트 목록을 살핀 뒤, 방안을 왔다 갔다 하며 날이 밝아오기를 기다렸다.

한 시간 뒤, 세바스찬이 일어나 저택에서 먹는 마지막 식사라며 아침식사임에도 불구하고 상다리가 휘어질 듯이 음식을 차렸고, 릴리아나도 세바스찬의 성의를 생각하며 꾸역꾸역 음식을 먹으려고 노력했다.

또 한 시간 뒤에는 릴리아나의 커다랗고 묵직한 트렁크가 차에 실어졌다. 자동차 뒷좌석에 앉은 릴리아나는 초조한 듯이 입술을 깨물며 킹스 크로스 역으로 향하였다.

그들은 정확히 10시 반에 킹스 크로스에 도착했다. 세바스찬은 릴리아나의 트렁크를 손수레 위에 내려놓은 뒤 직접 밀면서 역으로 들어갔다.

"아가씨. 9와 4분의 3번 승강장이 어디 있습니까?"

"잠깐만……. 9번과 10번 승강장 사이의 개찰구로 들어가면 된다고 하던데……."

9번과 10번 승강장 사이의 개찰구에 도착한 그들은 잠시 망설였다.

"정말 여기 있는 것이 맞습니까?"

"그렇다고 했어."

"정말로요?"

"아마……도?"

릴리아나가 확신없는 목소리로 말했다. 스네이프가 정보를 잘못 알려줄 것 같지는 않으니 정말 저 사이로 뛰어 들어가야 하나를 망설이던 릴리아나가 말했다.

"해보자."

"정말로요?"

"한 번 해보자고. 부딪히면 부딪히는 거지."

릴리아나가 결심한 얼굴로 손수레를 꽉 잡았다.

"하나, 둘, 셋 하면 뛰는 거야. 알겠지?"

"네, 아가씨."

잠시 심호흡을 한 릴리아나가 말했다.

"하나, 둘, 셋!"

그들은 달리기 시작했다. 개찰구와 정면으로 부딪힌다면 큰일 날 것 같았지만 이미 손수레는 통제가 되지 않았다. 릴리아나와 세바스찬은 부딪힐 준비를 하고 눈을 감았다…….

충돌은 없었다……. 계속 달렸다……. 릴리아나는 눈을 떴다.

사람들이 꽉 찬 승강장 옆에 진홍색 증기기관차 한 대가 기다리고 있었다. 머리 위의 표지판에는 '호그와트 급행열차, 11시'라고 쓰여 있었다. 뒤를 돌아보자 개찰구가 있었던 곳에 '9와 4분의 3번 승강장'이라고 적힌 철제 아치 통로가 보였다. 그들은 얼떨떨한 표정으로 승강장을 바라보았다.

엔진에서 나온 연기가 수다 떨고 있는 사람들 머리 위로 떠가는 동안, 각종 색깔의 고양이가 사람들 다리 사이로 요리조리 돌아다녔다. 부엉이들은 왁자지껄한 사람들 소리와 무거운 가방이 긁히는 소리가 불만스럽다는 듯 부엉부엉 울어댔다.

첫 몇 칸은 벌써 학생들로 가득 차 있었는데 어떤 아이들은 창가에 붙어 가족들에게 작별 인사를 하고 있었고, 어떤 아이들은 자리를 놓고 싸우고 있었다. 릴리아나와 세바스찬은 빈자리를 찾기 위해 손수레를 밀면서 승강장 아래로 내려갔다.

사람들을 헤치고 나아가 기차 끝에 다 가서야 릴리아나는 간신히 빈 칸막이 객실 하나를 찾았다. 릴리아나가 기차 안으로 들어가자 트렁크를 번쩍 들어 객실 안으로 넣은 세바스찬이 말했다.

"자리를 빼앗길 수도 있으니 아가씨는 거기 계세요. 여기서 이렇게 얘기하죠."

"그래."

허둥거리던 것이 끝나고 기차 안에서 세바스찬의 얼굴을 보자 갑자기 밀려오는 서운함에 릴리아나는 애써 밝게 미소를 지었다. 어릴 적 사고로 부모님과 선대 집사를 모두 잃고 할머니 댁이 있는 프랑스에서 살아오던 릴리아나의 옆에 항상 있어 주었던 것은 세바스찬이었다. 보살펴 주시던 할머니까지 돌아가시고 영국으로 돌아온 후에도 릴리아나의 옆에 있어주겠다 약속한 것은 세바스찬이었다. 세바스찬 역시 복잡한 감정을 느끼고 있는지 섭섭한 표정이 얼굴에 가득했다.

"……내가 잘 할 수 있을까?"

"물론이죠. 아가씨는 어디서든 잘 할 겁니다."

"꼭 편지할게."

"매일매일 하셔야 합니다."

"매일 보낼게. 세바스찬 혼자 그 저택에 남겨둬서 미안해서 어쩌지……."

"괜찮습니다, 여왕님."

세바스찬의 농담에 릴리아나가 키득키득 웃었다.

"나 없는 동안 여자도 좀 만나고. 결혼 해야지."

"전 아직 결혼하기엔 이른 나입니다."

"걱정 되서 그래."

그 때 기차가 출발한다는 경적소리가 났다. 릴리아나는 얼굴을 내밀어 세바스찬의 볼에 작별 키스를 했다.

"Au revoir(안녕)!"

기차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세바스찬이 릴리아나를 향해 손을 흔들었다. 기차가 속도를 내서 모퉁이를 돌아 세바스찬이 보이지 않을 때 까지 손을 흔들던 릴리아나는 조금은 울적하면서도 떨리는 기분으로 객실 안으로 들어갔다. 창문 밖으로 날아가는 듯이 집들이 휙휙 지나갔다. 창가에 앉아 풍경들이 빠른 속도로 스쳐 지나가는 것을 바라보던 릴리아나의 귀에 객실 문이 스르르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

"안녕."

검은 머리에 초록 눈을 동그란 안경으로 가린 번개 모양 흉터를 가진 남자아이가 릴리아나에게 인사를 건넸다.

"여기 앉을 사람 있니?"

그가 릴리아나의 반대편 자리를 가리키며 물었다.

"다른 곳은 다 찼거든."

"앉을 사람 없어. 앉아도 돼."

"고마워."

남자아이는 무거워 보이는 가방을 낑낑되며 객실 안으로 들어왔다.

"도와줄까?"

"그래줄래?"

남자아이가 반색하며 말했다. 릴리아나의 힘까지 합쳐 가방을 객실 안으로 들여놓자 남자아이는 릴리아나의 반대편에 주저앉듯이 앉았다.

"나는 해리야. 해리 포터. 이름이 뭐야?"

"릴리아나 퀸. 릴리라고 불러도 좋아."

인사가 끝나자 둘 사이에는 잠시 정적이 맴돌았다. 그 분위기가 어색했는지 헛기침을 하던 해리가 입을 열었다.

"그럼 릴리, 네 가족들도 모두 마법사니?"

"아니. 내 부모님은 돌아가셨어. 그리고 나는 머글 태생이야."

"오, 미안해."

"아니야."

해리는 릴리아나의 눈치를 보더니 조곤조곤한 목소리로 덧붙였다.

"사실 나도 부모님이 어렸을 적에 돌아가셨어."

"정말?"

릴리아나는 해리라는 남자아이와 동질감이 생기는 것을 느끼며 입을 열려고 했다. 하지만 드르륵 하는 소리와 함께 다시 객실 문이 열리더니 불에 타는 것 같은 빨간 머리를 가진 남자 아이가 들어왔다.

"저기, 여기 자리 있니? 앉아도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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