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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법사의 돌
로튼 타임(Rotten Time)
Written by. 아르카나
마법사의 돌-(5)
"여기 앉아도 될까?"
붉은머리 남자아이가 해리와 릴리아나의 눈치를 보며 물었다.
"다른 곳은 다 차서……."
해리가 릴리아나의 허락을 구하듯이 얼굴을 바라보자 그녀가 고개를 끄덕였다.
"고마워."
코에 까만 얼룩을 묻히고 있는 붉은머리 남자아이가 조그맣게 고맙다고 속삭이며 해리의 옆에 앉았다. 그는 해리와 릴리아나를 흘끗 쳐다보고는 보지 않은 척 하며 얼른 창밖을 바라보았다.
"야, 론."
그 때, 아직 열려있는 문을 짚으며 붉은 머리를 한 쌍둥이가 들어왔다.
"잘 들어, 우린 기차 한가운데로 갈 거야. 리 조던이 타란툴라 거미를 갖고 있거든."
"알겠어."
론이 웅얼웅얼 말했다.
"해리. 그리고 음……. 예쁜 아가씨?"
쌍둥이 중 하나가 물었다.
"릴리아나야. 릴리아나 퀸."
"퀸? 여왕님이셔?"
"*신이시여, 여왕 폐하를 지켜 주소서(God save the Queen)!"
장난기 많아 보이는 쌍둥이가 머글들의 국가를 부르며 릴리아나를 놀렸다. 오랫동안 낄낄거리다 겨우 웃음을 멈춘 쌍둥이가 입을 열었다.
"그래, 해리랑 릴리아나. 실례가 많았어. 우린 프레드와 조지 위즐리야. 이 애는 우리 동생 론이고. 그럼 나중에 보자."
"잘 가."
해리가 대답했다. 론은 여전히 웅얼거리며 그의 형제의 인사를 무시했다. 쌍둥이 형제는 낄낄거리며 객실 문을 닫고 가 버렸다.
"네가 정말로 해리 포터니?"
론이 불쑥 물었다. 해리가 고개를 끄덕였다. 릴리아나는 처음 보는 사이 같은데도 해리를 잘 알고 있는 분위기에 호기심 가득한 얼굴로 그 둘을 바라보았다.
"그렇구나. 난 프레드와 조지 형이 또 장난치는 거라고 생각했거든. 그러면 너 정말로 있니……? 그거 있잖아……."
론이 해리의 이마를 가리켰다. 해리가 앞머리를 뒤로 재끼자 번개 모양의 흉터가 드러났다. 론은 그 흉터를 뚫어지게 쳐다보았다.
"그러니까 그게 바로 그 사람이……?"
"맞아."
"저기 미안한데."
둘의 대화를 이해할 수 없던 릴리아나가 끼어들었다.
"무슨 얘기를 하는 거야? 그 흉터는 또 뭐고? 그 사람이 만든거야? 그 사람이 누군데?"
"너 정말 모르는 거야?"
론이 놀란 얼굴로 물었다. 그 얼굴에 무안해진 릴리아나가 시선을 피하며 대답했다.
"응."
"그러니까……. 그 사람은 아주 사악한 마법사야."
"……그……래서?"
릴리아나는 무시무시한 표정으로 말하는 론이 이해가 가지 않아 자신도 모르게 묘한 표정을 지으며 되물었다.
"그 사람은 순수 혈통들을 위한 마법 세계를 만들겠다면서 혼혈들과 머글 혈통 마법사들을 무참하게 고문하고 살해하고 다녔어. 몇 십년간 마법 세계는 암흑 시기였지. 그러던 어느 날, 해리가 그 사람을 무찌른 거야."
"그러니까 어떻게?"
릴리아나의 질문에 론은 여전히 무시무시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나야 모르지."
잔뜩 긴장하고 있던 릴리아나의 얼굴에 저절로 실망이 떠올랐다.
"하지만 해리라면 기억하지 않을까?"
갑작스레 바통이 넘어오자 해리는 조금 당황한 듯 하더니 더듬거리며 말했다.
"잘 기억은 나질 않지만……. 초록 불빛이 많았던 건 기억나는데, 그것 말고는 전혀 기억이 안나."
"와."
론은 잠시 해리를 바라보며 앉아 있더니 그렇게 한 자신의 행동이 겸연쩍은 듯, 얼른 창밖을 내다보았다.
하지만 어색하게 굴던 것도 잠시, 론은 계속해서 쉬지않고 이야기를 꺼냈다. 가족 이야기부터 많은 형제들로부터 물건들을 물려받았다는 이야기, 애완동물 이야기…….
"……퍼시 형은 반장이 되었다고 아빠에게서 부엉이를 선물 받았지만 우리 부모님은 돈이 없어. 그래서 난 대신 스캐버스를 갖게 된 거지."
한참동안 이야기 하던 론의 귓볼이 새빨개졌다. 그는 말을 너무 많이 했다고 생각 했는지 다시 창밖을 내다보고 있었다.
해리는 부엉이를 살 수 없는 형편이라는 게 조금도 부끄러워 할 일이 아니라고 생각했는지 그는 론에게 두들리의 낡은 옷을 입어야 했고 제대로 된 생일 선물 하나 받아본 적이 없었던 생활에 대해 모두 털어놓았다. 론은 이 말을 듣고 나서야 기분이 좀 나아진 듯 했지만 릴리아나는 경악하는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뭐? 그건 명백한 아동 학대야! 지금 당장 신고당한다고 해서 이상 할 게 없다고!"
릴리아나의 말에 해리는 멋쩍은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릴리아나는 여성 특유의 모성애가 가슴 깊은 곳부터 자라나는 것을 느끼며 세바스찬이 싸 주었던 과일 도시락을 건넸다.
"먹어 해리."
"정말? 이거 네가 먹을 거 아니야?"
"나는 괜찮아. 아침을 많이 먹어서 전혀 배고프지 않거든."
릴리아나가 미소를 짓자 해리의 얼굴이 조금 붉어졌다. 그들이 말하고 있는 동안 기차는 런던 교외로 빠져나갔다. 이제 기차는 소와 양 떼가 가득한 들판을 달리고 있었다. 그들은 들판과 좁다란 길이 휙휙 지나가는 걸 바라보며 한동안 말없이 앉아 있었다.
12시 반쯤 바깥 통로에서 달가닥달가닥 하는 소리가 나더니 보조개가 옴폭 들어간 여자가 미소를 지으며 객실 문을 열고 물었다.
"뭐 좀 먹을래 얘들아?"
해리는 과일 도시락을 먹었지만 눈앞에 있는 눈이 돌아가게 신기해 보이는 간식을 놓치지는 못하겠는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간식을 좋아하는 릴리아나도 해리를 따라 통로로 나갔다. 여자는 강낭콩 모양으로 생긴 온갖 맛이 나는 젤리와, 풍선껌과, 개구리 모양의 초콜릿과, 호박 파이와, 큰 냄비 모양의 케이크와, 감초로 만든 요술지팡이와, 릴리아나가 한 번도 본 적 없는 많은 다른 이상한 것들을 갖고 있었다.
해리와 릴리아나는 한 가지도 놓치지 않으려고 모든 걸 조금씩 골랐다. 그들이 고른 걸 전부 계산을 하려는 릴리아나를 말린 해리가 그 여자에게 11시클과 7크넛을 냈다.
"고마워."
"아니야."
해리는 산 것을 모두 객실 안으로 갖고 들어와 빈자리에 쏟아 붓자 론이 빤히 바라보았다. 간식을 바라보던 론은 둥그런 꾸러미를 꺼내 펼쳤다. 그 안에는 샌드위치가 네 개 들어 있었다. 론은 그 중 하나를 떼어 내며 말했다.
"우리 엄마는 내가 쇠고기 소금절이를 좋아하지 않는다는 걸 늘 잊어버리신단 말이야."
"이거와 하나 바꾸자."
해리가 파이를 들어 올리며 말했다.
"어서……. 괜찮지 릴리?"
"물론이지. 다 같이 먹으려고 산건데."
릴리아나가 싱긋 웃으며 말했다.
"너희들은 이걸 좋아하지 않을 거야. 다 말라 비틀어졌거든. 우리 엄마는 시간이 없으셔. 알다시피 우리 다섯 형제 때문에 말이야."
"자 어서 파이 하나 먹어."
해리의 말에 론은 파이를 들며 해리와 릴리아나에게 조그만 목소리로 고맙다는 인사를 건넸다. 한참동안 수다를 떨며 간식을 먹다보니 이제 창문으로 지나가는 시골 풍경은 점점 더 황량해지고 있었다. 산뜻한 들판은 사라지고 없었다. 숲과 구불구불한 강줄기와 암녹색의 언덕이 보였다.
기차가 호그와트로 향하는 동안 두꺼비를 찾으러 동그란 얼굴의 네빌이라는 남자아이가 들어오기도 했고, 론이 그의 형제에게 배운 주문을 말하려 할 때 으스대는 목소리에 숱이 많은 갈색 머리 그리고 조금 큰 앞니를 가진 헤르미온느 그레인저라는 여자아이가 들어와 깍쟁이 같은 태도로 론의 자존심을 한껏 짓밟고 떠나기도 했다.
"어느 기숙사에 들어가든, 저 여자아이와 같은 기숙사는 아니었으면 좋겠어."
론이 말했다. 그는 지팡이를 다시 가방 속으로 던졌다.
"빌어먹을 주문 같으니라고. 그건 조지 형이 가르쳐 준 건데, 형은 틀림없이 그게 엉터리라는 걸 알고 있었을 거야."
"네 형들은 어느 기숙사에 있니?"
"그리핀도르."
론이 다시 침울해지는 것 같았지만 릴리아나는 기숙사라는 말에 두 눈을 크게 뜨며 물었다.
"그리핀도르? 호그와트에 기숙사가 여러개야?"
"몰랐니?"
론의 태도가 다시 밝아졌다. 아무래도 그는 남들이 모르는 것을 알려주는 것에 큰 기쁨을 느끼는 듯 했다.
"호그와트에는 그리핀도르, 레번클로, 후플푸프, 그리고 슬리데린이 있어. 레번클로는 범생이들이나 가는 곳이고 후플푸프는 조금 떨어지는 애들이 가는 곳이지. 슬리데린은 음침하고 음흉한 녀석들이나 가는 곳이고. 나는 용기의 그리핀도르에 가고 싶어. 퀸 너는?"
"릴리라고 불러도 좋아. 음, 나는……잘 모르겠네."
"해리 너는?"
"다른 곳은 몰라도 슬리데린은 가고 싶지 않아. 볼……. 아니 그 사람이 있었던 곳이니까."
해리의 말이 만족스러운 듯 고개를 몇 번 끄덕인 론이 말했다.
"슬리데린은 비비꼬이고 뒤틀린 녀석들이나 가는 곳이야. 그런 곳은 쳐다볼 필요도 없어. 그런데 너희는 어느 퀴디치 팀 팬이니?"
"어……. 난 아는 팀이 없어."
"난 머글 태생이라 퀴……디치? 퀴디치에 대해서도 잘 몰라."
"뭐라고!"
론이 어이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보면 곧 알게 될 거야. 그건 세상에서 가장 재미있는 스포츠야……."
그리고는 그는 공 네 개와 선수 일곱 명의 위치에 대해 모두 설명하고는, 형들과 함께 가 봤던 유명한 경기들과 돈이 생기면 사고 싶은 빗자루에 대해 말했다. 그가 해리와 릴리아나에게 그 경기에 대해 더 자세히 설명하려는 순간 객실 문이 다시 스르르 열렸다. 하지만 이번엔 두꺼비를 잃어버린 네빌도, 헤르미온느 그레인저도 아니었다.
객실 안으로 남자 아이 세 명이 들어왔는데 릴리아나는 그 중간에 있는 아이를 단번에 알아보았다. 그 아인 바로 말킨 부인의 옷가게에서 본 그 창백한 아이였다.
"그게 사실이니? 기차 안에 있는 아이들이 모두 해리 포터가 이 객실 안에 있다고 하던데, 그게 너니, 그래?"
"맞아."
해리는 대답하며 남자아이가 양 옆에 끼고 온 다른 아이들을 바라보았다. 릴리아나 역시 남자아이가 데리고 온 다른 아이들을 바라보았다. 두 명 다 땅딸막하고 아주 심술궂게 생긴 아이들이었다. 그 애들은 꼭 보디가드처럼 창백한 아이 양쪽에 하나씩 서 있었다.
"아참, 이쪽은 크레이브고 이쪽은 고일이야."
그 창백한 아이가 해리가 보고 있는 곳을 살피며 무심코 말했다.
"그리고 내 이름은 말포이야. 드레이코 말포이."
론은 웃음을 참고 있었던지 약간 기침 소리를 냈다.
"내 이름이 웃긴다 이거니? 네가 누군지는 물어보지 않아도 알겠구나. 위즐리 가족은 모두 빨간 머리에 주근깨투성인데다 형편에 맞지 않게 아이들을 턱없이 많이 낳았다고 우리 아버지가 그러셨거든."
그는 다시 해리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너도 곧 어느 마법사 가족이 더 좋은지 알게 될 거야 포터. 나쁜 부류의 아이들과 사귀고 싶지는 않겠지. 난 널 도와줄 수 있어."
그는 해리와 악수를 하려고 손을 내밀었지만 해리는 그 손을 잡지 않았다.
"어떤 아이가 나쁜 부류인지는 나 혼자서도 판단할 수 있어. 고마워."
해리가 차갑게 말했다. 드레이코 말포이의 창백한 양 볼이 약간 붉어졌다.
"내가 너라면 조심할 거야 포터."
그가 천천히 말했다.
"조금 더 공손하게 굴지 않는다면 너도 네 부모와 똑같은 꼴이 되고 말 거야. 네 부모도 자신들에게 무엇이 좋은지 몰랐어. 네가 위즐리 가족이나 저 해그리드 같은 쓰레기들과 어울리면 가치가 떨어질 거야."
해리와 론 모두 벌떡 일어났다.
"그 말 한 번 더 해봐."
얼굴이 머리카락만큼이나 빨개진 론이 말했다.
"그래, 우리와 한번 붙어 보겠다 이거니?"
말포이가 코웃음을 쳤다.
"지금 여자 앞이라고 필요 이상으로 반응하는 것 같은데 안 그래? 그래봤자 잡종 계집이잖아? 아, 맞아. 네가 동족의 배신자라는 것을 잠깐 잊고 있었……."
객실에 퍽 하고 시원하게 무언가를 때리는 소리가 울려퍼짐과 동시에 말포이의 말이 끊겼다.
"뭐……. 뭐……. 무슨!"
설마 얼굴을 얻어맞을 것이라고는 생각도 못했던 말포이는 왼쪽 뺨을 붙잡고 금방이라도 눈물이 흐를 것 같은 얼굴로 당황한 듯 더듬거렸다.
"세베루스 교수님이 잡종이라는 소리를 들으면 참지 말라고 하셨거든."
릴리아나가 태연하게 말했다.
"너……너! 네가 감히 교수님의 이름을 친근하게 불러? 잡……주제에!"
잡종이라고 부르려던 말포이가 잠시 주춤하더니 고래고래 소리쳤다.
"두고 보자! 가자 크레이브, 고일!"
그들이 객실을 떠나자 론은 배가 찢어질듯이 웃기 시작했다. 한참동안 깔깔거리던 론이 숨을 헐떡이며 말했다.
"너 진짜 최고다! 어떻게 말포이에게……!"
하지만 잠시 뒤 헤르미온느 그레인저가 얼굴을 내밀었기에 론의 웃음은 오래가지 못했다.
"무슨 일이 있었던 거니?"
그녀가 붉게 상기된 론의 얼굴을 바라보며 물었다.
"아무 일도. 그러는 너는?"
"너희들 빨리 망토를 갈아입는 것이 좋겠어. 내가 막 저 앞에서 차장에게 물어봤는데 거의 다 왔대. 너희들 싸운 건 아니지? 그랬다간 그곳에 도착하기도 전에 벌을 받게 될 거야!"
론이 그녀에게 못마땅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우리 옷 좀 갈아입게 나가 줄래?"
"좋아. 난 그저 밖에 있는 사람들이 통로에서 이리저리 뛰어다니며 어린애들같이 구니까 여기 들어온 것뿐이야."
헤르미온느가 거만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건 그렇고 네 코에 더러운 게 묻었다는 거 알고 있니?"
론은 그녀를 노려보더니 헤르미온느가 객실 문을 닫고 나가자 불만 가득한 목소리로 말했다.
"다시 한 번 말하는 거지만 나는 저 애와 같은 기숙사가 된다면 틀림없이 죽어버리고 말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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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od save the Queen(신이시여, 여왕 폐하를 지켜 주소서):영국 국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