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로튼 타임-7화 (7/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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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법사의 돌

로튼 타임(Rotten Time)

Written by. 아르카나

마법사의 돌-(6)

론의 투덜거림은 해리와 릴리아나가 옷을 갈아입고 기차가 멈춰서기를 기다릴 때 까지 멈추지 않았다. 마침내 기차가 호그스미드 역에 도착하자 기차 밖에서 커다란 목소리가 들려왔다.

"1학년들! 1학년들은 여기로! 저기 있군, 해리……?"

털투성이의 거인 같은 남자가 수많은 머리들 위에서 밝게 미소 짓고 있었지만, 남자의 시선이 릴리아나에게 닫자 거인 같은 남자의 얼굴이 금방이라도 울 것 같이 잔뜩 일그러졌다.

"……릴, 릴리?"

릴리아나는 벌써 몇 번째 겪는 것인지 모를 똑같은 상황에 진절머리를 내며 자신은 그 릴리라는 여자가 아니라는 말을 꺼내려 했다.

"릴리!"

하지만 거인같은 남자는 릴리아나가 입을 열기도 전에 전에 숨이 막힐 듯이 껴안고는 눈물을 펑펑 흘리기 시작했다. 남자의 눈에서 떨어진 눈물은 그의 몸집만큼이나 거대해서 금세 릴리아나의 붉은 머리카락을 축축하게 적셨다. 숨이 막힌 릴리아나는 실례라는 것을 알지만 남자의 허리를 탁탁 치며 풀어달라고 소리쳤다.

"미안……미안하다. 죽은 사람이 살아 돌아올 리가 없지……."

쓸쓸하게 남자가 중얼거렸지만 릴리아나는 크게 숨을 들이쉬며 기침을 하느라 그 말을 듣지 못했다.

"……그럼 자, 따라와. 1학년들 또 있니? 발밑을 조심해! 1학년들은 날 따르도록!"

남자는 다시 밝게 말하려고 하며 1학년들을 이끌었다. 그들은 미끄러지고 발부리에 걸려 넘어지면서 남자를 따라 가파르고 좁은 길로 내려갔다. 어느 쪽을 보아도 매우 어두웠으므로 릴리아나는 울창한 숲이 있는 게 틀림없다고 생각했다. 아무도 말을 하지 않았다. 두꺼비를 계속 잃어버리는 네빌만이 한두 번 코를 훌쩍거렸을 뿐이었다.

"잠시 후면 호그와트를 처음으로 보게 될 거야."

남자가 어깨 너머로 크게 말했다.

"이제 이쪽으로 돌아가기만 하면 돼."

좁다란 길이 끝나자 갑자기 엄청나게 큰 시커먼 호수가 나왔다. 맞은편의 높은 산꼭대기에는 별이 반짝이는 하늘 아래 작은 성채들이 모인 거대한 성이 우뚝 솟아 있었다.

"한 배에 네 명씩!"

남자가 호숫가에 있는 작은 배들을 가리키며 큰 소리로 말했다. 릴리아나가 배에 올라타자 해리와 론이 릴리아나를 따라 배에 올라탔다. 모두가 배에 올라타자 남자가 혼자 배에 올라타며 소리쳤다.

"다 탔니? 자 그럼, 앞으로!"

작은 배들이 동시에 유리처럼 부드러운 호수를 미끄러져 내려갔다. 모두 머리 위에 있는 거대한 성만 뚫어지게 올려다볼 뿐 아무 말도 없었다.

"추워."

추위를 많이 타는 릴리아나가 팔을 손으로 비비며 말했다. 9월인데다 밤이 된 호수 위는 상당히 쌀쌀했다.

"망토 후드를 뒤집어 써. 그럼 좀 괜찮을 거야."

해리가 말하며 친절하게 릴리아나의 망토 후드를 올려 주었다.

"고마워."

릴리아나는 해리가 올려준 망토 후드를 더욱 꽉 조이며 감사의 인사를 했다.

"머리 숙여!"

첫 번째 배가 절벽에 다다랐을 때 남자가 소리쳤다. 그들은 모두 머리를 푹 숙였고 그 작은 배들은 절벽 면에 붙어서 넓은 통로를 가리고 있는 담쟁이덩굴을 지나 안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성 바로 밑으로 나 있는 것 같은 어두운 터널을 따라가자 지하 선착장 같은 곳에 도달했다. 그들은 바위와 자갈들 위로 기어 올라갔다.

"거기 너! 이게 네 두꺼비니?"

아이들이 배에서 다 기어 나오자 배를 살피던 남자가 소리를 질렀다.

"트레버!"

네빌이 너무 기뻐서 양손을 뻗으며 외쳤다. 그리곤 그들은 남자의 등불을 따라 바위 사이의 통로로 기어 올라가 마침내 성의 그림자가 드리워진 부드럽고 축축한 잔디 위로 나왔다. 그들은 재빨리 돌계단을 걸어 올라가 거대한 오크 문 주위에 모였다.

"모두 다 왔니? 거기 너, 두꺼비 아직 갖고 있지?"

남자가 거대한 주먹으로 성문을 쾅쾅쾅 세 번 두드렸다.

***

릴리아나는 덜덜 떨며 초조한 듯이 손톱 끝을 깨물었다. 기숙사 배정식이 더 이상 시험을 보거나 트롤과 싸우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됐지만, 둥둥 떠 있는 수천 개의 촛불이나 테이블 위에 있는 반짝이는 황금 접시와 받침 달린 잔들이나 벨벳처럼 까만 천장에 별들이 점점이 박혀 있는 것은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그레인저, 헤르미온느!"

헤르미온느는 거의 달리다시피 의자로 가서 모자를 머리에 푹 눌러썼다.

"그리핀도르!"

모자가 소리치자 앞에서 론이 투덜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해리보다 키가 한 뼘 정도 작아 해리 뒤에 숨어있듯이 덜덜 떨고 있던 릴리아나는 문득 무서운 생각이 들었다. 어느 기숙사에도 선택받지 못하면 어떡하지? 모자를 쓰고 저기에 한참동안 앉아 있으면 어떡하지? 그리고 맥고나걸 교수가 착오가 있었던 게 분명하다며 기차를 타고 다시 돌아가는 게 낫겠다고 툭 내뱉으면 어떡하지?

릴리아나가 초조하게 이런 저런 생각을 하고 있는 동안 두꺼비를 자꾸 잃어버렸던 네빌 롱바텀이 그리핀도르에 배정되었다. 그 후에도 아이들은 모자를 쓰고 기숙사를 배정 받았다. 이제 남아있는 사람은 얼마 없었다.

"포터, 해리!"

해리의 뒤에 숨다시피 있던 릴리아나가 해리가 앞으로 걸어 나가자 더욱 안절부절 못하며 손을 꽉 쥐었다. 얼마 전까지 마녀인지도 모르고 살아왔고 조금 신기한 일이구나 라고 생각만 했지 그것이 마법이라고 자각하지 못했었던 릴리아나는 역시 호그와트에서 착오가 있었던 것은 아닐까 불안해했다.

"지금 '포터'라고 했니?"

"해리 포터?"

해리의 눈 위를 모자가 덮었고 한참동안 정적이 흘렀다. 해리가 무언가 입으로 웅얼거리자 잠시 생각하던 모자가 큰 소리로 외쳤다.

"그리핀도르!"

엄청난 환호와 갈채가 터져 나왔다. 모자를 벗은 해리가 비틀거리며 그리핀도르 테이블 쪽으로 걸어갔다. 기차에서 보았던 쌍둥이 형제는 "포터가 우리 기숙사에 왔다! 포터가 우리 기숙사에 왔다!"라고 환호성을 질렀다.

"퀸, 릴리아나!"

맥고나걸 교수가 릴리아나의 이름을 외쳤다. 자신의 이름이 불리자 덜덜 떨던 것을 딱 멈춘 릴리아나가 숨까지 멈추고 천천히 걸어 나갔다. 아이들은 릴리아나의 성을 듣고 여왕님이라고 키득거렸다. 스네이프가 미간을 찌푸리며 얼굴을 돌리는 것이 보였지만 그쪽으로는 신경이 가지 않았다. 릴리아나가 천천히 망토 후드를 내렸다. 맥고나걸이 들고 있던 긴 양피지 두루마리가 바닥에 떨어져 요란한 소리를 냈다.

"……릴리."

맥고나걸의 목소리가 떨렸다. 학생들은 찔러도 피 한 방울 나올 것 같지 않은 맥고나걸의 처음 들어보는 떨리는 목소리에 어리둥절한 듯 했다. 그것도 잠시, 학생들은 이상한 교수들의 반응에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보라색 터번을 쓴 교수의 두 눈은 흔들리고 있었고 몇몇 교수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거인 같은 남자는 또다시 접시만한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고양이를 데리고 다니는 괴팍한 관리인도 놀란 표정이었다. 교수들이 앉아있는 테이블의 가운데에 앉은 긴 은빛 머리카락과 수염을 갖고 하늘빛 파란 눈을 반달 모양의 안경으로 가린 코가 길게 구부러져 있는 노인만이 유일하게 침착한 모습을 유지하고 있었다. 노인은 모든 것을 꿰뚫어 볼 것 같은 하늘빛 파란 눈으로 릴리아나를 바라보았다.

연회장 안은 무거운 침묵이 맴돌았다. 어느새 맥고나걸의 두 눈에는 눈물이 가득 차 있었다.

"멀린 맙소사……."

릴리아나는 지금까지 겪어본 반응 중 가장 격렬한 반응에 어색하게 의자에 앉은 채로 어쩔 줄 몰라 했다.

"……미안합니다. 다시 시작하죠."

맥고나걸이 정신을 차린 듯이 다시 양피지를 주었다. 그녀가 떨리는 손으로 릴리아나의 머리 위에 모자를 얹어주자 모자의 까만 내부가 보였다. 하지만 그것을 제대로 구경하기도 전에 모자가 외쳤다.

"그리핀도르!"

릴리아나는 모자가 머리 위에서 연회장에 있는 사람들에게 큰 소리로 말하는 걸 들었다. 얼떨떨하긴 했지만 호그와트에 잘못 온 것이 아니라는 안도감 만으로도 환한 미소가 나왔다. 모자를 벗은 릴리아나는 환하게 웃으며 그리핀도르 테이블로 걸어갔다. 커다란 환호소리와 갈채를 받으며 릴리아나는 해리의 옆에 앉았다.

"너와 같은 기숙사가 되서 다행이야, 릴리."

"나도."

릴리아나가 싱긋 웃었다. 그 모습을 바라보던 스네이프의 얼굴이 한층 어두워졌지만, 릴리아나는 그것을 알아차리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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