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08 / 0142 ----------------------------------------------
마법사의 돌
로튼 타임(Rotten Time)
Written by. 아르카나
마법사의 돌-(7)
"저기 봐."
"어디?"
"빨간 머리 여자애와 남자애 사이에."
"안경 쓰고 있어?"
"얼굴 봤어?"
"흉터 봤어?"
다음날, 릴리아나가 기숙사를 나온 순간부터 아이들은 줄곧 해리를 보고 수군댔다. 아이들은 그를 한 번 보려고 교실 밖에 죽 늘어서 까치발을 들고 서 있거나, 복도에서 그의 옆으로 지나가다가 급히 몸을 돌려 다시 달려와 빤히 쳐다보기 일쑤였다. 그들 때문에 교실을 제대로 찾을 수가 없었으므로 해리의 표정으로 짐작컨데, 그는 그들이 자기를 그냥 모른 척 하기를 바라고 있는 것 같았다.
하지만 일단 우여곡절 끝에 교실을 찾아가도 수업 그 자체가 또 하나의 시련이었다. 릴리아나는 수업에 들어갈 때 마다 눈물을 펑펑 흘리거나 울먹거리며 그리워하는 눈빛으로 릴리아나를 바라보는 교수들 때문에 노이로제에 걸릴 것 같았다.
"저 반응 때문에 죽을 것 같다. 저걸 어떻게 견디니 릴리?"
"몰라."
교수들의 반응에 함께 다니던 론과 해리마저 질린 얼굴이었다. 릴리아나가 창백해진 얼굴로 중얼거렸다.
"그놈의 릴리가 도대체 어디 사는 누구인지 꼭 알아야겠어. 죽은 사람이 살아 돌아왔다는 듯이 날 바라보는데……."
금요일 아침이 되자 해리와 론과 릴리아나는 마침내 연회장까지 한 번도 길을 잃지 않고 내려갈 수 있었다.
"오늘은 어떤 수업이 있지?"
해리가 음식에 설탕을 치며 론에게 물었다.
"슬리데린 학생들과 함께 듣는 '마법의 약' 수업이 있어. 스네이프는 슬리데린 기숙사의 담당 교수야. 그 교수는 그쪽 학생들만 좋아한다는데 정말인지 봐야겠어."
"아니야. 세베루스 교수님 친절하셔."
"뭐?"
해리는 아직도 호그와트의 교수들을 모두 겪어보지 못했기에 그저 두 눈을 동그랗게 뜨는 정도였지만 론은 경악한 표정이었다.
"릴리! 너 그거 제정신으로 한 말이야?"
"난 언제나 제정신이야."
"스네이프 교수는 음침하고 괴팍하대! 슬리데린 기숙사 학생들만 편애한다니까!"
"아니야. 무뚝뚝해 보이시지만 되게 다정한 분이셨어."
릴리아나의 말에 할 말을 잃었던 론이 다시 입을 열려 했지만 바로 그때 우편물이 도착했다. 수백마리의 부엉이가 연회장 안으로 들어와 각자의 주인을 발견할 때까지 테이블 둘레를 돌다가 편지와 소포를 제각기 주인의 무릎 위에 떨어뜨리고 떠났다. 그 부엉이들 사이로 해리의 부엉이인 헤드위그가 나타나 마멀레이드 잼과 설탕 그릇 사이에서 날개를 퍼덕거리다 해리의 접시에 편지 한 통을 떨어뜨렸다. 해리는 단숨에 편지를 뜯어 보았다.
"누구한테 온 거야?"
"해그리드."
"해그리드?"
"몸집이 엄청나게 큰 사냥터지기 있잖아."
론의 설명에 해그리드가 자신을 껴안고 접시만한 눈물을 떨어뜨려 머리카락을 축축하게 만들었던 사람임을 깨달은 릴리아나가 고개를 끄덕였다.
"잠깐 깃펜 좀 빌릴게."
해리가 론의 깃펜을 빌려 편지 뒷면에 '알았어요. 나중에 봐요.'라고 쓴 뒤 헤드위그를 날려 보냈다.
마법의 약 수업은 저 아래 지하 감옥에서 있었다. 그곳은 지상의 성보다 훨씬 더 추워서 굳이 소금이나 식초에 절여진 동물들이 벽을 따라 주르르 늘어선 유리병 속에 담겨 둥둥 떠다니지 않았다 해도 오싹오싹 소름이 끼칠 정도였다. 추위를 많이 타는 릴리아나는 부르르 떨며 팔짱을 끼고 손으로 팔을 비볐다.
스네이프는 플리트윅처럼 출석을 부르는 걸로 수업을 시작했고 플리트윅처럼 해리의 이름에서 잠시 멈칫했다.
"아, 그렇군."
스네이프가 부드럽게 말했다.
"해리 포터. 우리의 새로운……유명인사로군."
드레이코 말포이는 친구인 크레이브와 고일과 함께 낄낄거리며 숨죽여 웃어댔다. 출석을 모두 부른 스네이프는 학급 아이들을 쳐다보았다. 그의 두 눈은 모두 차갑고 공허했으며 어두운 터널을 생각나게 했다.
"여러분은 이곳에서 신비한 과학과 더불어 마법의 약의 정확한 조제법을 배울 것입니다."
스네이프가 말을 시작했다. 그는 거의 들릴 듯 말 듯한 목소리로 작게 말했지만 학생들은 한마디 한마디를 다 알아들었다. 스네이프도 맥고나걸 교수와 마찬가지로 힘들이지 않고 학급을 조용하게 만드는 데 천부적인 재능이 있었다.
"여기에서는 요술지팡이를 휘두르는 것 같은 멍청한 짓이 없으므로 여러분 가운데 많은 사람들은 이것이 마법이라는 걸 거의 믿지 못할 것입니다. 난 여러분이 희미한 연기를 뿜어내며 부드럽게 부글부글 끓고 있는 냄비의 아름다움과 인간의 혈관으로 슬금슬금 흘러 들어가 정신을 홀리고 감각들을 무디어지게 하는 그 연한 액체의 힘을 진정으로 이해하리라고 생각지는 않습니다……. 난 여러분에게 명성을 얻고 영화를 누리며 죽음을 멈추게 하는 방법을 가르쳐 줄 수 있습니다……. 여러분이 내가 여태껏 가르쳤던 사람들보다 더 심한 바보들만 아니라면 말입니다."
이 말을 할 때는 교실이 더 조용해졌다. 해리와 론과 릴리아나는 눈썹을 치켜 올리며 서로 눈길을 교환했다. 헤르미온느 그레인저는 의자 끝에 엉덩이만 걸치고 앉아 있었는데, 자기가 바보가 아니라는 걸 빨리 입증하고 싶어 못 견뎌하는 표정이었다. 하지만 릴리아나는 헤르미온느가 자기가 바보가 아니라는 걸 입증하기도 전에 차가운 지하감옥의 공기 때문에 얼어버릴 것 같았다.
"추워……."
몸을 잘게 떨며 릴리아나가 속삭이듯이 말했다. 추위를 어떻게든 참아볼려 했지만 몸은 전혀 따뜻해지지 않았다. 그녀가 망토를 걸쳤음에도 바들바들 떨자, 별로 추위를 느끼지 못하던 해리가 자신의 망토를 벗어 릴리아나에게 걸쳐주었다.
"이거 입어."
"괜찮아? 너는 안 추워?"
"난 괜찮아."
"포터!"
스네이프가 모두가 깜짝 놀랄 정도로 무시무시한 목소리로 갑자기 해리를 불렀다.
"쑥 우려낸 물에 수선화 뿌리를 갈아 넣으면 뭐가 되지?"
뭐 우려낸 물에 뭐의 뿌리를 갈아 넣는다고? 해리는 론을 흘끗 쳐다보았지만 그 역시도 모르겠다는 표정이었다. 스네이프의 말을 듣자마자 바로 정답을 떠올린 릴리아나가 해리에게로 다가와 손으로 입을 가리고 귓속말을 하려 했지만 헤르미온느가 손을 번쩍 들었다.
"전 모르겠는데요."
해리가 답했다. 스네이프의 입술이 냉소로 비틀어졌다.
"쯧쯧……. 확실히 이름값을 못하는군."
스네이프는 헤르미온느의 손을 무시해 버렸다.
"다시 한 번 해보자 포터. 위석을 찾으려면 어디를 봐야 하지?"
헤르미온느는 자리에 앉은 채로 팔을 있는 힘껏 높이 들었지만 해리는 위석이 뭔지 알지 못하는 듯 했다. 릴리아나는 배를 움켜쥐고 웃어대고 있는 말포이와 크레이브와 고일을 바라보았다. 낄낄거리던 말포이가 릴리아나와 시선이 마주치고 흠칫 놀라며 잠잠해졌다.
"모르겠는데요."
"넌 오기 전에 책도 한번 들춰 보지 않았니. 포터?"
해리는 스네이프의 차가운 눈을 계속 똑바로 바라보려고 안간힘을 쓰는 듯 했다. 스네이프는 여전히 헤르미온느의 떨리는 손을 무시하고 있었다.
"포터, 투구꽃무리와 투구꽃의 차이는 뭐지?"
이번에는 헤르미온느가 벌떡 일어서서 손을 지하 감옥 천장 쪽으로 쭉 뻗어 올렸다.
"모르겠어요. 하지만 헤르미온느는 알고 있는 것 같은데 저 애에게 물어보지 그러세요?"
대여섯 명이 픽 하고 웃었다. 스네이프는 여전히 못마땅한 표정이었다.
"앉아."
그가 헤르미온느에게 날카롭게 말했다.
"참고가 되도록 말해 준다면 포터, 수선화와 쑥을 섞으면 아주 강력한 수면제가 되므로 '살아 있는 죽음의 약'으로 알려져 있다. 위석이란 염소의 위에서 꺼낸 돌로 가장 독한 독약으로부터도 생명을 구할 수 있지. 투구꽃무리와 투구꽃은 동일한 식물로 독초라고도 불린다. 자, 모두들 이걸 그대로 필기해 두어라. 그리고 네 건방진……"
순간 릴리아나는 스네이프의 시선에 자신에게 닿았다고 생각했다.
"……태도 때문에 그리핀도르가 5점 감점을 받게 될 것이다. 포터."
마법의 약 수업이 계속될수록 그리핀도르에겐 상황이 전혀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스네이프는 학생들을 모두 두 명씩 짝지어 놓고 종기를 치료하는 간단한 약을 혼합하도록 했다. 릴리아나는 마른 쐐기풀과 뱀 송곳니 가루의 무게를 재고 뿔 모양의 민달팽이들을 삶아 약을 만드는 동안, 잘 하고 있는지 못 하고 있는 건지 알고 싶어 계속해서 스네이프의 눈치를 보았지만 스네이프는 릴리아나가 있는 쪽으로 시선도 주지 않았다.
스네이프는 마법의 약 수업시간 내내 그리핀도르의 점수를 깎다가 결국 해리에게 네빌의 잘못을 지적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1점 감점하는 것으로 수업을 끝냈다. 해리는 스네이프의 불공평함을 따지려고 했지만 론이 냄비 뒤에서 그를 발로 툭 차며 소곤거렸다.
"그러지 마. 스네이프가 아주 심술궂게 굴면 아무도 못 말린다는 소릴 들었어."
한 시간 뒤 계단을 올라가 지하 감옥에서 나온 해리는 첫 주임에도 불구하고 자기 때문에 그리핀도르가 벌써 6점이나 감점 당한 것 때문인지 시무룩해져 있었다.
"기운 내. 스네이프는 프레드와 조지 형에게도 늘 감점을 해. 그리고 릴리, 스네이프가 무뚝뚝하지만 다정한 사람이라고?"
론의 말에 릴리아나가 울상을 지었다. 분명히 호그와트 밖에서 만난 그는 친절했는데 호그와트 안으로 들어오자 마치 다른 사람이 된 것 같았다. 릴리아나는 입을 벙긋거리다 오늘 스네이프의 태도를 반박할 수는 없었기에 고개를 푹 숙였다.
***
릴리아나가 호그와트에 온 지 어느 새 두 달이 되었다. 해리와 론이라는 좋은 친구도 생겼고 수업도 기초가 숙달되자 점점 더 재미있어지고 있었다.
할로윈 데이 아침에는 모두들 복도에서 풍겨 오는 호박을 굽는 맛좋은 냄새 때문에 잠에서 깨어났다. 더욱더 신나는 일은 마법수업 시간에 이제 물건들을 날아다니게 하는 실험을 해보겠다고 말한 것이었다. 학생들은 플리트윅 교수가 네빌의 두꺼비를 교실 위로 붕 뜨게 한 것을 본 이후부터 계속 그 마법을 몹시 배우고 싶어 했다. 플리트윅 교수는 연습을 할 수 있도록 학생들을 둘씩 짝 지어 주었다. 해리의 짝은 릴리아나였다. 그러나 론은 헤르미온느 그레인저와 짝이 되었다. 이 때문에 론이나 헤르미온느 중 어느 쪽이 더 화가 났는지는 분간하기가 어려웠다.
"자, 우리가 연습해 왔던 손목 운동을 잊지 말도록! 휘두르고 치고, 기억해! 휘두르고 치고 그리고 주문을 정확히 외는 것도 아주 중요해. 'f'를 's'로 잘못 말했다가 물소 밑에 깔렸던 바루피오 마법사를 절대 잊어선 안 돼."
그 마법은 아주 어려웠다. 해리와 릴리아나가 지팡이를 휘둘러 가볍게 탁 쳤지만 위로 날아갈 거라고 생각했던 깃털은 그저 책상 위에 그대로 놓여 있을 뿐이었다.
"윙가디움 레비오사!'
"주문을 잘못 외고 있잖아."
론이 긴 팔을 풍차처럼 휘두르며 소리치자 헤르미온느가 옆에서 잔소리를 했다.
"그건 윙-가르-디움 레비-오우-사야. '가르'라고 부드럽고 길게 소리 내야 한다고."
"그렇게 똑똑하면 네가 해."
론이 딱딱거렸다. 헤르미온느는 망토 소매를 둘둘 걷어붙이고 지팡이를 치며 주문을 외웠다.
"윙가르디움 레비오우사!"
그러자 깃털이 책상 위로 올라가더니 머리 위 1미터 정도의 높이에서 흐느적거렸다.
"오, 잘했다! 모두 여기를 봐요, 그레인저 양이 해냈어요!"
수업이 끝날 즈음, 론은 기분이 대단히 좋지 않았다.
"아무도 쟤를 배겨 내지 못하는 게 당연해."
복잡한 복도로 나가면서 론이 해리와 릴리아나에게 말했다.
"그 앤 솔직히 악몽이야."
"론……."
릴리아나가 론을 꾸짖는 듯한 목소리로 그를 불렀다. 하지만 론은 자신의 말을 취소할 생각은 없는지 어깨를 으쓱할 뿐이었다. 하지만 헤르미온느는 이미 론이 한 말을 모두 들은 모양이었다. 그녀는 울면서 해리의 어깨를 치고 나갔다.
"그 애가 네가 한 말을 들은 것 같아."
"그래?"
론도 다소 불편한 표정으로 말했다.
"그 앤 자기한테 친구가 하나도 없다는 걸 좀 알아야 해."
하지만 헤르미온느는 그 다음 수업에도 나타나지 않았고 오후 내내 보이지 않았다. 해리와 론과 릴리아나는 식당으로 내려가다가 패르바티 패틸이 친구 라벤더에게 헤르미온느가 여자 화장실에서 울고 있으며 혼자 있고 싶어 한다고 말하는 걸 우연히 듣게 되었다. 론은 이것 때문에 훨씬 더 마음이 무거워 보였다.
"난 아무래도 그레인저에게 가 봐야 할 것 같아."
"뭐?"
론이 놀란 듯이 소리쳤다.
"미안해. 난 여자 화장실에 좀 가볼게. 먼저 식사들 하고 있어!"
릴리아나는 해리와 론이 뭐라고 하기도 전에 여자 화장실로 뛰어갔다. 1층부터 여자 화장실을 뒤지던 릴리아나는 3층 화장실에서 훌쩍이는 소리가 나는 칸을 조심스레 두드렸다.
"그레인저? 나야, 릴리아나 퀸."
"저리가!"
헤르미온느가 훌쩍이며 날카롭게 소리쳤다. 릴리아나가 계속해서 말을 이었다.
"미안해. 론이 너에 대해서 나쁘게 말하는 거에 대해 더 뭐라고 해줬어야 했어. 미안해. 오늘은 할로윈이잖아. 듣자 하니까 살아있는 박쥐로 연회장을 장식해 놓는대! 어서 가서 같이 즐기자……. 응?"
한참동안 훌쩍이는 소리가 들려왔다. 릴리아나는 헤르미온느가 훌쩍임을 멈출 때 까지 기다려 주었다. 마침내 훌쩍이는 소리가 사라지자 그녀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이제 같이 갈래?"
"……응……."
헤르미온느가 작게 말하며 화장실 걸쇠를 여는 소리가 들려왔다. 퉁퉁 부운 눈으로 문을 연 헤르미온느의 얼굴이 단번에 창백해졌다. 순간 고약한 악취가 풍겨왔다.
"꺄아아아아악!!!"
헤르미온느가 비명을 지르자 뒤를 돌아본 릴리아나도 새하얗게 질려버렸다. 3미터가 넘는 키에 연한 잿빛 살갗, 그리고 옥돌처럼 육중하고 둔탁한 몸집 위에 코코넛같이 올려져 있는 작은 대머리, 나무 세 개를 합쳐 놓은 것만큼 두껍고 짧은 다리에 붙어 있는 굳은 살 투성이의 평평한 발. 끔찍한 모습의 그것은 커다란 나무 방망이를 들고 있었다. 트롤이었다.
트롤의 끔찍한 모습에 새하얗게 질린 릴리아나는 비명을 지르고 싶었지만, 목은 굳어버리기라도 한 것인지 어떠한 소리도 나오지 않았다. 그녀는 금방이라도 주저앉을 것 같은 다리를 지탱하느라 후들거리며 점점 가까이 다가오는 트롤의 모습에 경악한 듯이 눈을 부릅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