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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법사의 돌
로튼 타임(Rotten Time)
Written by. 아르카나
마법사의 돌-(10)
3층 복도에서 맥고나걸 교수와 마주치는 바람에 장렬하게 실패한 해리와 론과 헤르미온느는 어쩔 수 없이 학생 휴게실로 돌아와야만 했다.
"릴리는 지금쯤 스네이프에게 바싹 붙어 있겠지?"
"그렇겠지."
론이 힘 빠진 목소리로 대답하기가 무섭게 뚱보 여인의 초상화가 홱 열리며 릴리아나가 들어왔다.
"미안해! 미안해 해리!"
릴리아나가 울상을 지으며 말했다.
"말 선택을 잘못 했어! 어색해져 버려서 도망치듯이 나와 버렸어. 정말 미안해!"
"이제 다 틀렸네. 그럼, 안 그래?"
해리가 말했다. 해리의 얼굴은 창백했지만 눈은 어느 때보다도 반짝이고 있었다.
"무슨 일이 있어도 난 오늘 밤에 여기를 나가서 그 돌을 먼저 손에 넣겠어."
"미쳤구나!"
론이 말했다.
"안 돼. 맥고나걸 교수와 스네이프가 말했잖아? 넌 쫓겨날 거야!"
"차라리 덤블도어 교수님께 연락을 하자."
"그게 어떻다는 거야?"
해리가 소리쳤다.
"모르겠니? 스네이프가 만일 그 돌을 손에 넣으면 볼드모트가 돌아올 거야! 그가 호그와트를 장악하면 어떻게 되는지 듣지도 못했니? 그땐 쫓겨날 호그와트도 없을 거야! 그는 호그와트를 폐허로 만들거나, 아니면 어둠의 마법을 배우는 학교로 만들어 버릴 거야! 감점당하는 건 더 이상 중요하지 않다고, 모르겠어? 그리핀도르가 기숙사 우승컵을 거머쥐면 그자가 너희들과 너희 가족들을 가만 놔둘 것 같아? 내가 만일 그 돌을 손에 넣기 전에 잡히면 그러면 난 더즐리 가족에게로 돌아가 볼드모트가 그곳으로 날 찾아오길 기다릴 거야. 난 그저 조금 더 늦게 죽는 것뿐이야. 왜냐하면 난 어둠의 세계로는 절대로 가지 않을 테니까! 난 반드시 오늘 밤 저 지하실 문을 통과할 거야. 너희들이 무슨 말을 해도 소용없어. 절대 날 막지는 못할 거야! 볼드모트는 내 부모님을 죽였어, 생각 안 나?"
해리가 그들에게 덤벼들 듯한 표정을 지었다.
"네 말이 맞아, 해리."
헤르미온느가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난 투명 망토를 사용할 거야. 릴리가 그걸 가지고 온 건 정말 다행이었어."
"그런데 우리 넷이 모두 망토를 쓸 수 있을까?"
"우리 넷 모두라니?"
"아, 쓸데없는 말은 그만둬, 우리가 널 혼자 가게 할 거라고 생각했니?"
"물론 안 되지. 어떻게 우리 없이 그 돌을 손에 넣을 수 있다고 생각하니?"
릴리아나가 힘차게 말했다.
"난 가서 책을 훑어보는 게 좋겠어. 뭔가 써먹을게 있을지도 모르니까 말이야……."
헤르미온느가 중얼거리자 해리가 걱정스러운 어투로 말을 꺼냈다.
"하지만 우리가 잡히면 너희 셋도 쫓겨날 거야."
"나는 괜찮을걸."
헤르미온느가 자신 있게 말했다.
"플리트윅 교수님이 내게 살짝 말해 주셨는데, 자기 시험에서 내가 만점에 보너스 점수까지 받았대. 학교는 절대 날 차 버리지 않을 거야."
***
해리는 100년에 한 번 나올까 말까 한 최연소 퀴디치 수색꾼답게 어떤 사물을 발견하는 데 있어서 다른 사람이 갖지 못한 천부적인 재능을 갖고 있었다. 소용돌이치는 갖가지 색깔의 깃털을 뚫고 진지한 마음으로 열쇠 수색에 나선 해리는 1분쯤 지나자 마치 이미 잡혀서 열쇠구멍에 거칠게 쑤셔 넣어졌던 것 같은 한쪽 날개가 구부러진 커다란 은빛 열쇠 하나를 발견했다.
"저거야!"
빗자루를 탄 해리는 잠깐의 추격 끝에 마침내 열쇠를 손에 넣었다. 땅으로 내려온 해리는 열쇠를 자물쇠에 밀어 넣고 돌렸다. 꼭 들어맞았다. 자물쇠가 딸깍하고 열리는 순간 열쇠는 다시 날아갔다. 그 열쇠는 두 번이나 잡혀서인지 매우 지치고 초라해 보였다.
"준비됐니?"
해리가 한쪽 손을 문손잡이에 놓고 세 사람에게 외쳤다. 그들이 고개를 끄덕이자 해리는 문을 잡아당겨 열었다.
다음 방은 아무것도 볼 수 없을 정도로 어두웠다. 하지만 안으로 들어가자 갑자기 빛이 방으로 쏟아져 들어와 놀라운 광경을 드러냈다. 그들은 거대한 체스 판 가장자리에서 검정 체스의 말들 뒤에 서 있었다. 그 말들은 모두 그들보다 컸는데, 검정 돌 같은 물질에 모양을 새긴 것이었다. 그 방 맞은편에서는 하얀 체스 말들이 그들을 향해 오고 있었다. 조금 떨리는 기분이었다. 그 커다란 하얀 색의 말들은 눈, 코, 입이 없었다.
"이제 어떻게 하지?"
"뻔하지 않아? 이 방을 지나가려면 체스 게임을 하는 수밖에 없어."
그들은 하얀 말들 뒤에 있는 또 다른 문을 볼 수 있었다.
"어떻게?"
릴리아나가 걱정스럽게 물었다.
"내 생각엔 우리가 체스의 말이 되어야 할 것 같아."
론은 검정 나이트에게로 걸어가 손을 내밀어 그 나이트의 말을 만졌다. 그러자 그 돌이 금방 생기를 되찾았다. 말은 땅을 앞발로 긁었고 나이트는 헬멧 쓴 고개를 돌려 론을 내려다보았다.
"우리가……어……. 지나가려면 당신 팀에 끼어야 하나요?"
검정 나이트가 고개를 끄덕이자 론이 다른 세 사람에게 고개를 돌렸다.
"이건 좀 생각해 봐야겠는데……. 우리가 검정 말 네 개를 대신해야만 할 것 같아……."
해리와 헤르미온느, 그리고 릴리아나는 론이 생각하는 걸 지켜보며 가만히 있었다. 마침내 론이 말했다.
"그렇다면, 화내거나 뭐 그러지는 마. 너희 셋 다 체스를 그렇게 잘하는 편은 아니니까……."
"화내지 않을게. 어떻게 해야 할지 말만 해."
"그러면 해리, 넌 저 비숍의 자리로 가고, 헤르미온느, 넌 해리의 옆으로 가서 저 룩을 대신해. 릴리, 너는 여왕님이니까 퀸을 하고."
"그럼 넌?"
"난 나이트가 될 거야."
론이 말했다. 체스의 말들은 죽 듣고 있었던 것 같았다. 왜냐하면 이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나이트 하나와 비숍 하나와 룩 하나와 퀸이 하얀 체스 말들에게 등을 돌리고 체스 판에서 걸어 나가 해리와 론과 헤르미온느와 릴리아나가 들어갈 빈칸을 남겨두었기 때문이었다.
"체스에서는 하얀 색이 항상 먼저 시작해."
론이 체스 판을 건너다보며 말했다.
"그래……. 봐……."
하얀 졸 하나가 앞으로 두 칸 움직였다. 론은 검정 체스 말들에게 지시하기 시작했다. 말들은 론이 어디로 보내든 아무 말 않고 움직였다.
"해리……. 오른쪽 대각선으로 네 칸 움직여."
검은 나이트 하나가 잡혀갔을 때 그들은 처음으로 큰 충격을 받았다. 하얀 여왕이 그를 세게 때려 바닥으로 넘어뜨리더니 얼굴을 푹 숙이고 판에 조용히 누워있는 그를 질질 끌고 나갔다.
"어쩔 수 없었어. 그렇게 해야 널 내버려두고 저 비숍을 가져가니까. 헤르미온느 계속 해."
론이 자신감을 잃은 표정으로 말했다. 검은 말 하나가 없어질 때마다 하얀 말들은 인정사정없었다. 곧 죽은 검정말들이 체스 판 바깥에 죽 늘어서게 되었다. 론은 체스 판으로 여기저기를 쏜살같이 뛰어다니며 그들이 잃은 검정말만큼의 하얀 말들을 죽여 버렸다.
"거의 다 왔어."
론이 문득 심각하게 말했다.
"잠깐만……."
하얀 여왕이 멍한 얼굴을 릴리아나에게로 돌렸다.
"안 돼, 이러면 안 되는데……."
릴리아나가 하얀 여왕이 멍하게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것을 똑바로 바라보며 론에게 물었다.
"여왕이 나를 잡아야 하는 상황인거지? 나를 보내, 론."
"안 돼!"
해리와 헤르미온느가 동시에 소리쳤다. 그런 친구들을 향해 릴리아나가 떨리는 목소리를 감추며 침착하게 말했다.
"하지만 생각을 해 봐. 여기서 바로 이길 수 있는 길이 보이는데 그걸 포기한다고? 이 기회를 놓치면 이대로 이 체스 판을 영영 떠나지 못할 수도 있는데?"
"하지만……."
"론 어서 지시해."
론이 윗니로 아랫입술을 깨물며 눈을 감았다. 그들 사이에 조마조마한 기운이 맴돌고 있었다.
"미안해 릴리."
"괜찮아."
"준비 됐니?"
론의 말에 릴리아나가 이를 악물고 고개를 끄덕였다. 론이 지시했다.
"릴리, 앞으로 두 칸!"
릴리아나가 덜덜 떨리는 몸을 진정하려 하며 천천히 발을 옮겼다. 두 번째 칸에 도착한 릴리아나는 하얀 여왕이 와락 달려드는 것을 바라보며 두 눈을 질끈 감았다. 하얀 여왕이 릴리아나의 머리를 돌 팔로 세게 내려치자 그녀는 그대로 정신을 잃고 쓰러졌다. 하얀 여왕이 릴리아나를 한쪽으로 끌어냈다. 헤르미온는 제자리에서 비명을 지르며 벌벌 떨고 있었다.
"해리, 오른쪽으로 네 칸."
론이 죄책감 가득한 표정으로 눈을 감으며 해리에게 지시했다. 해리는 덜덜 떨며 오른쪽으로 네 칸 옮겼다. 하얀 왕이 왕관을 벗어 해리의 발밑으로 던졌다. 이긴 것이었다. 체스의 말들이 양쪽으로 늘어서더니 허리를 굽혀 절을 했다. 이제 앞에 있는 문으로 가는 길에는 장애물이 없었다.
"론, 너는 빨리 릴리를 데리고 나가. 날아다니는 열쇠 방에서 빗자루를 타고 지하실에서 탈출해. 곧장 릴리를 병동에 데려다 준 후에 헤드위그나 닉스나 아무 부엉이나 잡고 덤블도어 교수님께 편지를 보내 알겠어?"
"알겠어."
"헤르미온느, 너는 나와 함께 가자."
헤르미온느는 고개를 끄덕이더니 걱정스러운 듯이 쓰러져 있는 릴리아나를 돌아보았다.
"릴리를 잘 부탁해. 어서 가 론!"
"힘내 해리."
해리와 헤르미온느는 문을 나가 다음 통로로 향하였고 론은 재빨리 릴리아나를 업고 체스 판을 나섰다.
"릴리……릴리……정신 차려……."
론은 벌벌 떨면서 듣지도 못하는 릴리아나에게 계속 속삭였다. 그녀의 얼굴에서는 피가 흐르고 있었다. 늦는다면 위험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론은 초조한 듯 딱딱거리며 릴리아나를 빗자루 앞에 태워 지하실을 나섰다. 플러피가 밑에서 이를 딱딱거리는 소리가 났지만 위급한 상황인 덕분인지 론은 평소라면 불가능 했을 묘기를 선보이며 탈출에 성공했다.
"릴리! 릴리!"
빗자루에서 굴러 떨어지듯 착지한 론이 릴리아나를 흔들었다. 이마에서 볼까지 흐르는 피에 론이 기겁하며 손으로 피를 닦았지만 오히려 피가 번져 더욱 기괴해 보였다. 론은 굴러 떨어지듯 착지하느라 발목이 욱신거리는 것도 알아차리지 못한 채 릴리아나를 업고 병동으로 달리기 시작했다.
"위즐리! 복도에서 뛰면 안 되는……릴리?"
그의 목소리가 떨렸다. 론은 스네이프가 릴리라고 부른 것이 귀에 들어오지도 않는지 딱딱하게 굳어버린 스네이프의 옷을 잡고 애원했다. 스네이프의 얼굴에서는 언뜻 공포가 비쳤다.
"스네이프 교수님! 릴리가……릴리가!"
론의 말에 간신히 정신을 차린 스네이프가 릴리아나를 들어올렸다. 기절한 릴리아나의 머리가 뒤로 축 처지자 스네이프는 옷에 피가 묻던 말든 자세를 고치며 빠른 속도로 병동으로 뛰어갔다.
"폼프리 부인!"
"스네이프 교수님?"
초췌한 얼굴의 레번클로 학생에게 약을 주고 있던 폼프리 부인이 릴리아나를 보고 놀라 소리 질렀다.
"세상에! 여기로 오세요."
스네이프가 폼프리 부인의 지시에 따라 빈 침대에 릴리아나를 올려놓자 폼프리 부인은 재빨리 몇 가지 약물을 가지고 와 릴리아나의 머리에 부었다. 뒤늦게 절뚝거리며 론이 들어오자 스네이프가 론의 멱살을 잡고 물었다.
"어떻게 된 거냐! 너희들은 도대체 무슨 짓을 하고 다니기에!!"
"교수님!"
폼프리 부인이 릴리아나를 치료하다 말고 스네이프를 말리러 달려왔다. 론이 켁켁 거리자 거칠게 멱살을 놓은 스네이프가 물었다.
"빨리 말해!"
"거……거대한 체스 말에……. 마법사의 돌……."
미간을 찌푸린 스네이프가 폼프리 부인에게 말했다.
"맥고나걸 교수님의 체스가 머리를 공격을 한 것 같습니다."
"세상에……."
폼프리 부인도 그 커다란 체스말의 크기를 알고 있었기에, 경악하며 릴리아나의 머리에 여러 약물을 추가적으로 쏟아 부었다. 약물을 모두 붓고난 후, 지팡이를 들고 긴 주문을 외우는 폼프리 부인의 이마에는 어느새 땀이 송골송골 맺혀 있었다. 스네이프가 이를 악물었는지 까득 하는 소리가 병동에 울려퍼졌다. 오랫동안 주문을 외우던 폼프리 부인의 지팡이 끝에서 푸른빛이 나오더니 릴리아나의 머리에 스며들었다. 폼프리 부인이 안도의 한숨을 쉬더니 입을 열었다.
"이제 괜찮을 거예요. 바깥으로 흐르는 피도 멎었고 안에서 출혈된 피도 모두 제자리로 돌아가게 했으니까요. 그래도 요 며칠간은 병동에 입원해 있어야 할 거예요. 그러고 보니 위즐리 군. 너도 치료가 필요할 것 같은데?"
그제야 스네이프의 눈에 퉁퉁 부은 론의 발목과 멍투성이가 된 얼굴이 보였다. 론도 폼프리 부인의 말에 아픔을 느끼기 시작한 건지 인상을 찌푸렸다. 스네이프가 차가운 표정으로 론을 바라보다 병동을 나섰다.
***
릴리아나가 눈을 뜬 것은 연말 파티가 있는 날이었다. 릴리아나가 눈을 뜨자 폼프리 부인이 달려와 호들갑스럽게 말했다.
"깨어났구나! 네가 생각보다 오랫동안 안 깨어나서 걱정했단다. 오늘까지도 안 깨어나면 성 뭉고 병원에 보내려고 했거든……."
"……해리는요……? 론은, 헤르미온느는요……?"
"모두 무사하단다. 매일 이 시간쯤에 왔으니 올 때가 된 것 같은데……."
부인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친구들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깨어있는 릴리아나를 발견한 헤르미온느는 소리를 지르며 그녀를 껴안았다. 헤르미온느의 등을 토닥여주며 릴리아나가 해리에게 물었다.
"마법사의 돌은 어떻게 됐어?"
"니콜라스 플라멜이 돌을 파괴하기로 결정했대. 이제 마법사의 돌은 없어."
릴리아나가 깨어나자 해리와 론과 헤르미온느는 폼프리 부인에게 그녀가 연말 파티에 참석할 수 있게 해달라고 부탁했지만, 부인은 파티가 위험한 곳이라 생각하고 있는지 계속해서 거절할 뿐이었다. 결국 해리가 덤블도어 교수님께 파티에 참석해도 된다는 편지를 받아오고 나서야 릴리아나는 파티에 참석할 수 있었다.
"스네이프 교수님께도 감사하렴."
"세베루스 교수님께요?"
릴리아나가 퇴원을 하자 폼프리 부인이 지나가듯이 말했다.
"그래, 여기까지 널 안고 달려와 주신 게 교수님이니까."
릴리아나는 두 눈을 동그랗게 떴다가 이내 고개를 끄덕인 후 연회장으로 향했다. 그들이 연회장 안으로 들어오자 실내는 잠잠해졌지만 곧 다시 떠드는 소리로 시끄러워졌다. 모두들 자리에 앉자 덤블도어가 일어나 기분 좋게 말했다.
"또 한 해가 갔군요! 맛있는 음식을 먹기 전에 이 늙은이가 여러분들에게 부질없는 말 한 마디 해야겠군요. 굉장한 한 해였어요! 아마 여러분의 머리가 모두 조금씩은 더 찼을 겁니다……. 내년 학기가 시작되기 전에 여러분의 머리를 다시 텅 비워 버릴 여름 방학을 곧 맞게 될 겁니다……."
덤블도어는 기숙사 최종 합계 점수를 발표했다. 472점을 받은 슬리데린에서 우레 같은 박수갈채와 발 구르는 소리가 터져 나왔다.
"그래요, 그래요, 잘했어요. 슬리데린. 하지만 최근 사건들이 참작되어야 합니다."
실내가 갑자기 조용해졌다. 슬리데린의 미소가 약간 시들해졌다.
"에헴."
덤블도어가 헛기침을 했다.
"나누어 줘야 할 막바지 점수가 있어요. 어디 보자. 그래……. 첫 번째……. 론 위즐리 군은……."
론의 얼굴이 새빨개졌다. 꼭 햇볕에 잘못 태워 빨갛게 되어 버린 얼굴 같았다.
"……호그와트 역사상 본 적이 없는 최고의 체스 게임을 했으므로, 그리핀도르 기숙사에 40점을 드립니다."
그리핀도르의 갈채 소리가 얼마나 컸던지 마법에 걸린 천장을 거의 들어 올릴 정도였다. 머리 위의 별들이 떨고 있는 것 같았다. 퍼시가 다른 반장들에게 말하는 소리가 들렸다.
"내 동생이야, 알지! 내 막내동생이라구! 맥고나걸의 거대한 체스 판을 지나갔어!"
마침내 다시 잠잠해졌다.
"둘째로……. 릴리아나 퀸 양……. 친구들의 앞길을 위한, 또 호그와트의 미래를 위한 숭고한 희생정신을 발휘했으므로, 그리핀도르 기숙사에 40점을 드립니다."
테이블에 앉아 있는 그리핀도르들은 제정신이 아니었다.
"셋째로……. 헤르미온느 그레인저 양……. 불길 앞에서 냉정한 논리를 폈으므로, 그리핀도르 기숙사에 40점을 드립니다."
헤르미온느가 팔에 얼굴을 묻었다. 릴리아나는 그녀가 울음을 터트린 게 분명하다고 생각했다. 그리핀도르 테이블의 분위기는 점점 뜨거워지고 있었다. 순식간에 점수가 120점이 올라간 것이었다.
"넷째로……. 해리 포터 군……. 순수한 정신력과 뛰어난 용기를 보여주었으므로, 그리핀도르 기숙사에 50점을 드립니다."
함성소리로 귀가 먹먹해졌다. 목이 쉬도록 소리를 지르던 그리핀도르는 뒤바뀐 순위에 흥분하며 제정신이 아니었다.
"용기엔 여러 가지 종류가 있습니다. 적에게 맞서는 것은 상당한 용기를 필요로 합니다. 그러나 친구에게 맞서는 데도 그만큼 많은 용기를 발휘해야 합니다. 그러므로 네빌 롱바텀 군에게 10점을 드립니다."
그리핀도르 테이블에서 터져 나온 소리가 어찌나 컸던지 만약 연회장 바깥에 누군가가 서 있었다면 무슨 폭발이라도 일어났나 하고 생각했을 것이다.
해리와 론, 헤르미온느와 릴리아나가 일어서서 소리를 지르며 환호하고 있을 때 네빌은 충격 받은 듯 얼굴이 새하얘져서 그를 껴안는 사람들 더미 밑에 파묻혔다. 그는 여태껏 그리핀도르를 위해 단 1점도 받지 못했던 것이다. 해리는 여전히 환호하면서 론의 옆구리를 슬쩍 찔러 말포이를 가리켰다. 아마 '동작 그만' 주문에 걸렸다 해도 그보다 더 어리벙벙하고 충격 받은 모습이 될 수는 없었을 것이다.
"그 말은."
래번클로와 후플푸프조차 슬리데린이 정상에서 미끄러져 내린 것을 축하하고 있는 우레 같은 박수 소리를 헤치며 덤블도어가 큰 소리로 말했다.
"약간의 장식 변화가 필요하다는 뜻입니다."
그가 손뼉을 딱 쳤다. 잠시 후, 초록색 벽걸이들은 자줏빛으로 은색은 황금빛으로 바뀌었다. 거대한 슬리데린의 뱀은 사라지고 커다란 그리핀도르의 사자가 그 자리를 대신했다.
스네이프는 소름끼치는 억지 미소를 지으며 맥고나걸 교수와 악수하고 있었다. 그 표정이 너무 웃겨 릴리아나는 자신도 모르게 피식 웃고 말았다.
릴리아나는 시험에 관해서는 거의 잊고 있었는데 시험 성적이 마침내 발표되었다. 놀랍게도 모두 좋은 성적이었다. 헤르미온느는 1학년 수석을 차지했다. 턱걸이를 하긴 했지만 심지어 네빌도 시험을 통과했다.
갑자기 옷장이 비워지고, 짐이 꾸려졌으며, 화장실 한쪽 구석에서는 네빌의 두꺼비가 발견되었다. 모든 학생들에게는 방학 동안에 마법을 써서는 안 된다("제발 우리에게 이 말을 하는 것 좀 잊어버렸으면 좋겠어." 프레드 위즐리가 슬프게 말했다)고 경고하는 통신문이 나누어졌다.
헤르미온느와 떠들며 성을 나서려던 릴리아나는 저 멀리 스네이프의 검은 망토를 발견하고 말했다.
"미안 헤르미온느! 나 잠깐만 세베루스 교수님 좀 보고 올게!"
"뭐? 그러다가 기차를 놓칠거야!"
"빨리 갈게! 먼저 가!"
릴리아나는 헤르미온느의 대답을 듣기도 전에 스네이프에게 뛰어갔다. 아이들이 학교를 떠나는 모습을 지켜보고 있던 그는 릴리아나가 자신에게로 뛰어오자 조금 놀란 기색이었다.
"무슨 일이냐."
"폼프리 부인이 교수님이 저를 안아서 병동까지 데려다 주셨다고 하셨어요. 감사하다는 말을 하러 왔어요. 감사합니다. 여름 방학 잘 보내세요."
"……그래."
"편지 할게요!"
릴리아나가 손을 흔들며 뛰어갔다. 활짝 웃는 모습에 잠시 정신이 팔려 있던 스네이프는 릴리아나가 내뱉었던 말을 깨닫고 그녀를 부르려 했지만 이미 그녀는 사라진 후였다.
아슬아슬하게 호그와트 급행열차를 탄 릴리아나는 친구들이 타고 있는 칸을 찾아 들어갔다. 웃고 떠드는 사이 시골 풍경은 점점 더 푸르러지고 점점 더 산뜻해졌다.
"참, 해그리드가 나한테 선물을 줬어. 우리 부모님 사진이래."
해리가 자랑스러운 듯이 가죽 앨범을 꺼내 펼쳤다. 안에는 마법사 사진들로 가득 차 있었다. 페이지 마다 해리의 어머니와 아버지가 미소를 지으며 손을 흔들고 있었다.
"……잠깐만…….네 어머니 어디서 본 적이 있는 것 같은데……."
론이 흑백사진을 뚫어져라 바라보다가 고개를 들어 갸웃했다. 그러다가 릴리아나와 시선이 마주친 론이 그녀를 가리키며 말했다.
"릴리잖아!"
"어디? 어!"
헤르미온느도 사진을 보더니 놀란 표정이었다.
"분명 해리 네 어머니 성함이 릴리 아니니?"
"아, 그래서……."
론은 그제야 지난 1년간 교수들의 반응이 이해가 된 것인지 손뼉을 쳤다. 해리는 사진 속 그의 어머니의 모습과 릴리아나를 번갈아 쳐다보느라 정신이 없었다.
릴리아나 역시 사람들이 자신을 보고 말했던 릴리의 존재가 해리의 어머니인 것을 알고 묘한 기분이 들었다. 흑백 사진 속에 들어있는 여인의 모습은 마치 릴리아나가 어른이 되었을 때의 모습 같았다.
웃고 떠드는 사이 시골 풍경은 점점 더 푸르러지고 점점 더 산뜻해졌다. 온갖 맛이 나는 강낭콩 모양의 젤리를 먹으면서 그들은 머글 마을들을 급히 지나쳐 갔다. 9와 4분의 3번 승강장에 곧 도착한다는 안내 방송이 울려퍼졌다. 릴리아나는 마법사 망토를 벗고 가디건을 입었다. 마침내 열차가 킹스 크로스 역에 도착했다.
그들 모두가 승강장에서 내리는 데는 꽤 오랜 시간이 걸렸다. 그들이 한꺼번에 딱딱한 벽에서 갑자기 튀어나오면 머글들이 깜짝 놀랄까 봐, 쭈글쭈글한 늙은 차장이 개찰구 옆에 서서 그들을 두세 병씩 내보냈기 때문이었다.
"이번 여름에 꼭 놀러와."
론이 말했다.
"너희 셋 다. 부엉이를 보낼게."
"고마워. 나도 기대를 갖고 기다릴 무언가가 필요할거야."
해리가 말했다.
그들이 머글 세계로 돌아가는 출입구 쪽으로 걸어갈 때 사람들이 그들을 밀치며 지나갔다.
"안녕, 해리!"
"잘 가, 포터."
"여전히 유명하군."
론이 해리에게 씩 웃으며 말하자, 해리가 친구들과 함께 개찰구를 나오며 말했다.
"내가 갈 곳에서는 아냐, 장담해."
"저기 있어, 엄마. 저기, 저기 봐!"
론의 여동생 지니 위즐리였다. 그러나 지니는 론을 가리키고 있지 않았다.
"해리 포터야! 봐, 엄마! 난 보여……."
"조용히 해 지니. 손가락질을 하는 건 버릇없는 짓이야."
위즐리 부인이 그들에게 미소를 짓다 릴리아나의 얼굴에서 잠시 멈췄다. 슬픈 얼굴로 릴리아나를 바라본 위즐리 부인이 눈가를 훔치며 말했다.
"미안하다. 네가 바로 릴리아나겠구나?"
"네. 스웨터 감사했어요. 아주머니."
"뭘 그런걸 가지고."
"준비됐니?"
그때 한 뚱뚱한 남자가 해리를 툭 쳤다. 그는 보통 사람들이 가득 찬 역에서 새장 속에 넣은 부엉이를 들고 있는 해리의 뻔뻔스러움에 몹시 화가 난 것처럼 보였다. 그의 뒤에는 그의 아내처럼 보이는 사람과 아들이 서 있었는데 해리를 보자 겁에 질린 듯 했다.
"해리의 가족들이시군요!"
위즐리 부인이 말했다. 그녀의 뒤에 서 있던 해리의 이모는 창백하게 질린 얼굴로 릴리아나를 바라보다 몸을 휙 돌려 성큼성큼 걸어가 버렸다.
"그런 셈이죠. 페투니아! 어디가!"
해리의 이모부는 황급히 킹스 크로스를 떠나는 해리의 이모를 따라갔다. 영문을 모르겠는 해리는 잠시 어리둥절하게 있다가 자신의 짐을 챙겨 재빨리 이모부를 따라갔다.
"잘 가! 방학 잘보내!"
해리가 황급히 인사를 하고 떠났다. 헤르미온느는 사람이 저렇게 불친절 할 수 있는 것에 대해 놀란 것 같았다.
"릴리 아가씨."
릴리아나의 어깨를 누군가 톡톡 쳤다. 그리운 목소리에 얼굴 가득 미소를 담고 뒤를 돌은 릴리아나가 세바스찬의 품에 안겼다.
"세바스찬!"
"보고 싶었어요, 아가씨."
릴리아나는 세바스찬의 품에 안긴 채로 남은 친구들에게 인사를 했다.
"나 먼저 갈게! 꼭 편지 해!"
"잘 가 릴리!"
"우리 집에 꼭 놀러와!"
릴리아나는 친구들이 보이지 않을 때 까지 손을 흔들어준 뒤 세바스찬의 손을 잡고 그동안 하고 싶었던 이야기들을 재잘거리며 걸어갔다.
-마법사의 돌 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