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16 / 0142 ----------------------------------------------
비밀의 방
로튼 타임(Rotten Time)
Written by. 아르카나
비밀의 방-(5)
해리는 록허트에게 사인을 얻어내기 위해 어둠의 마법 방어술 수업 시간에 교단 앞으로 끌려 나가 록허트의 재현을 도와줘야 했다. 방금 늑대인간의 역을 소화하고 돌아온 해리의 얼굴이 금방이라도 불타오를 것 같이 붉어져 있었다.
"좋은 울음소리였어."
"닥쳐 론."
론과 릴리아나가 키득거렸다. 해리가 론의 등을 가볍게 내리치더니 비밀스레 속삭였다.
"준비됐니?"
"모두들 다 나갈 때까지 기다려."
헤르미온느가 초조하게 말했다.
"좋아……."
그녀가 손에 종이쪽지를 꽉 움켜쥐고 록허트의 책상 앞으로 다가갔다. 해리와 론, 그리고 릴리아나는 그녀 뒤에 바짝 붙어 있었다.
"저……. 록허트 교수님?"
헤르미온느가 더듬거리며 말했다.
"저기……. 이 책을 도서관에서 갖고 나오고 싶은데요. 그저 참고로 좀 읽으려고요."
그녀가 약간 떨리는 손으로 종이쪽지를 내밀었다.
"그런데 중요한 건, 그게 도서관 제한 구역에 있어서 선생님의 사인이 필요하다는 거예요……. 그걸 읽으면 확실히 선생님이 <<굴 귀신과 돌아다니기>> 책에서 말씀하셨던 효과가 천천히 나타나는 독약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것 같거든요……."
"아아, <<굴 귀신과 돌아다니기>>!"
록허트가 쪽지를 받아들면서 헤르미온느에게 환하게 미소 지었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책이지. 그 책 재밌었니?"
"그럼요."
헤르미온느가 정말 그렇다는 듯 말했다.
"정말로 기막힌 아이디어였어요. 선생님이 그 마지막 녀석을 차 거르는 조리로 잡으신 것 말예요……."
"글쎄, 내가 학년 최고의 학생에게 약간의 도움을 주었다고 누가 뭐라고 하지는 않겠지. 그렇지, 멋지지 않니?"
록허트가 흥분해서 커다란 공작 깃펜을 꺼냈다. 그가 비위가 상한 듯한 론과 릴리아나의 표정을 잘못 이해했는지 이렇게 말했다.
"난 책에 사인할 때는 보통 이걸 쓰지."
그가 쪽지에 엄청 꼬불꼬불한 사인을 휘갈겨 쓰고는 헤르미온느에게 다시 건네주었다.
"그런데 해리."
헤르미온느가 쪽지를 어설프게 만지작거리며 꼬깃꼬깃 접어 가방 속으로 밀어 넣는 동안 록허트가 말했다.
"내일이 아마 시즌 첫 퀴디치 시합이지? 그리핀도르하고 슬리데린의 시합이던가? 네가 쓸 만한 선수라는 소리를 들었단다. 실은 나도 수색꾼이었지. 내셔널 스쿼드 팀에서 뛰어 보라는 권유도 있었지만 난 어둠의 마법 교육에 평생을 바치고 싶었어. 그렇지만 혹시라도 약간의 개인 레슨이 필요하다고 생각되면 주저하지 말고 물어보거라. 나의 전문적 기술을 조금 못하는 선수들에게 알려 주는 일은 기꺼이 할 수 있으니까……."
해리는 들릴 듯 말 듯한 소리로 그러겠다고 마지못해 대답하고는 서둘러 론과 헤르미온느, 릴리아나의 뒤를 따라 나왔다.
"도저히 믿을 수가 없어."
해리가 쪽지에 있는 사인을 살피고 있는 그들에게 말했다.
"록허트는 우리가 어떤 책을 보고 싶어 하는지도 들여다보지 않았어."
"들여다본다 해도 그게 무슨 책인지 몰랐을걸."
릴리아나는 여전히 비위가 상한 표정으로 말했다.
"그게 바로 그가 머리가 굉장히 나쁜 멍텅구리라는 증거야. 하지만 아무려면 어때, 우린 필요한 걸 얻었는데."
론이 말했다.
"그는 멍텅구리가 아냐."
도서관 쪽으로 반쯤 달려갔을 때 헤르미온느가 날카로운 목소리로 말했다.
"너더러 학년 최고의 학생이라고 말했다고 해서?"
조용한 도서관으로 들어가자 그들은 목소리를 낮췄다. 도서관 사서인 핀스 부인은 그들이 수상쩍다는 듯 사인이 위조된 것인지 알아보았지만 그 테스트는 무사히 통과 되었다. 핀스 부인이 높다란 책꽂이 사이로 으스대며 걸어갔다가 몇 분 뒤 케케묵은 것처럼 보이는 커다란 책 한 권을 들고 돌아왔다. 헤르미온느가 그것을 가방 속에 조심스럽게 넣자 그들은 너무 서두르거나 죄진 듯한 표정을 짓지 않으려고 애쓰면서 걸어 나왔다.
그리고 5분쯤 뒤, 그들은 모우닝 머틀의 고장 난 화장실에 또 다시 갔다. 론은 그곳에 다시는 가지 않겠다고 고집을 부렸지만 헤르미온느는 제정신으로 거기 갈 사람은 아무도 없으므로 거기서는 어느 정도 마음 놓고 작업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하며 론의 고집을 꺾었다. 모우닝 머틀은 그들이 화장실 안으로 들어가는 데도 아랑곳하지 않고 시끄럽게 울부짖었고, 그들도 머틀을 본체만체 했다.
헤르미온느는 <<모스테 포텐트 마법의 약>> 책을 조심스럽게 펼치더니 '폴리주스 마법의 약'이라는 제목의 페이지를 찾자 흥분했다. 그 조제법 옆에는 다른 사람으로 반쯤 변한 사람들의 삽화가 그려져 있었다. 그 사람들의 얼굴에 나타난 굉장히 고통스런 표정을 본 릴리아나는 그게 그저 화가의 상상이길 진정으로 바랬다. 헤르미온느는 재료 목록들을 손가락으로 대충 짚어 보며 중얼거렸다.
"……그리고 물론, 무엇이든지 우리가 변하고 싶어 하는 사람의 몸의 일부가 조금 필요해."
"뭐라고?"
론이 날카롭게 말했다.
"그게 무슨 뜻이니, 우리가 변하고 싶은 사람의 몸의 일부라니? 난 크레이브의 발톱이 들어간 건 절대로 먹지 않을 거야……."
헤르미온느는 그의 말은 들은 척도 하지 않고 계속 말했다.
"하지만 아직 그건 걱정할 필요가 없어. 왜냐하면 그런 것들은 맨 마지막에 넣을……."
론이 어처구니가 없어 해리에게로 고개를 돌리자 해리는 또 다른 걱정을 했다.
"우리가 얼만큼 훔쳐야 하는지는 아니 헤르미온느? 잘게 썬 오소리 가죽, 그건 분명히 학생 벽장엔 없어. 그럼 어떻게 해야 하지? 스네이프의 개인 창고에 몰래 들어가? 이건 그다지 좋은 방법 같지가 않아……."
헤르미온느가 책을 탁 덮었다.
"그래, 만약 너희 둘이 손을 떼겠다면, 좋아."
그녀가 상기된 얼굴로 눈을 반짝이며 말했다.
"뭔가 착각한 것 같은데, 규칙을 어기고 싶지 않은 건 바로 나야. 난 그저 머글 태생들을 위협하는 게 어려운 마법의 약을 만드는 것보다 훨씬 더 나쁜 일이라고 생각했을 뿐이야. 하지만 너희들이 만약 말포이가 정말로 그런 짓을 했는지 어쨌는지 굳이 알아내고 싶지 않다면, 난 당장이라도 가서 이 책을 핀스 부인에게 반납하겠어……."
"난 네가 규칙을 어기자고 할 날이 오리라고는 꿈에도 생각지 못했어. 좋아, 하는 거야. 하지만 발톱은 안 돼, 알겠지?"
"발톱이 아니라 머리카락 정도라면 쉽게 구할 수 있을 거야. 발톱보다는 더럽지 않을 거고."
릴리아나가 덧붙이자 론이 만족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데 약을 만드는 데 얼마나 걸릴까?"
헤르미온느가 한층 흡족한 표정으로 책을 다시 펼치는 걸 보며 해리가 물었다.
"글쎄, 보름초는 보름달이 떴을 때만 따야 하고 풀잠자리는 21일 동안 약한 불에서 끓여야 하니까……. 한 달쯤이면 충분 할 거야. 재료만 다 구할 수 있다면 말이야."
"한 달? 그때쯤이면 말포이가 학교에 있는 머글 태생들을 반쯤은 습격했을 거야!"
론이 경악한 듯이 말했지만 헤르미온느가 눈을 치켜뜨자 론은 부리나케 덧붙였다.
"하지만 그 방법밖에 없으니까 최선을 다하자는 말이야."
화장실을 떠나려고 헤르미온느가 주변 정리를 하고 있을 때, 론이 해리에게 중얼거렸다.
"네가 내일 시합에서 말포이를 빗자루에서 떨어뜨릴 수만 있다면 일이 훨씬 수월해질 거야."
***
록허트가 해리의 부러진 뼈를 없애버리는 바람에 병동에 하루 입원해 있던 해리가 돌아왔다.
"해리! 난 또 누구라고, 깜짝 놀랐잖아……. 들어와. 팔은 어때?"
"괜찮아."
해리가 화장실 안으로 비집고 들어가며 말했다. 변기 위에는 낡은 냄비 하나가 올려져 있었는데, 밑에서 딱딱거리는 소리가 나는 것으로 보아 변기 안에 불을 피워 둔 것 같았다. 헤르미온느는 언제 어디서나 불을 잘 피웠다.
"널 만나러 가지 못해서 미안해. 하지만 폴리주스 약 만드는 게 더 시급하다는 생각이 들었어."
해리가 어렵게 화장실 문을 다시 잠그자 론이 설명했다.
"그리고 작업을 하기엔 이곳이 가장 안전할 것 같아."
"팔은 좀 어때 해리? 아프지는 않아?"
릴리아나의 걱정스러운 물음에 해리가 대답했다.
"괜찮아. 조금 뻑뻑하기는 한데 곧 익숙해지겠지. 그런데 너희 콜린 크리비가……."
"우린 이미 알고 있어……. 맥고나걸 교수가 오늘 아침에 플리트윅 교수에게 하는 말을 들었거든. 약을 빨리 만드는 게 좋겠다고 결정한 건 바로 그것 때문이었어."
"하루라도 빨리 변신해서 말포이의 고백을 받아 내는 게 좋잖아."
론이 자신만만하게 말했다.
"내 생각엔 말이야, 그 녀석이 퀴디치 시합에서 지니까 화풀이를 콜린에게 한 것 같아."
"말할게 또 있어."
헤르미온느가 마디풀 다발을 뜯어 약물 속으로 던져 넣는 걸 지켜보며 해리가 말했다.
"한밤중에 도비가 왔었어."
론과 헤르미온느, 릴리아나가 놀라서 고개를 들었다. 해리는 그들에게 도비가 했던 말을 설명까지 곁들여서 몽땅 해주었다.
"비밀의 방이 전에도 열린 적이 있단 말이야?"
"그렇다면 답은 분명하군. 루시우스 말포이가 학교 다닐 때 그 방을 열었던 게 틀림없어. 그리고 이제 아들 드레이코 말포이에게 그것을 여는 방법을 말해준 거야. 하지만 도비가 그 안에 어떤 종류의 괴물이 있는지 말해 주었더라면 좋았을걸. 그런데 그 괴물이 학교를 몰래 돌아다니고 있는 걸 어떻게 아무도 눈치 채지 못했을까?"
"모습을 보이지 않게 할 수 있을지도 몰라."
헤르미온느가 거머리를 냄비 바닥에다 대고 누르며 말했다.
"아니면 변장할 수 있다던가. 갑옷이나 뭐 그런 것으로 말이야……. '카멜레온 굴 귀신'에 대해 읽은 적이 있거든……."
"넌 책을 너무 많이 읽었어, 헤르미온느."
론이 죽은 풀잠자리들을 거머리 위에 쏟아 부으며 말했다. 그는 빈 풀잠자리 봉지를 팡 터트리고 해리를 바라보았다.
"그러니까 우리가 기차를 타지 못하게 막은 것도, 네 팔을 부러뜨린 것도 다 도비 짓이란 말이지……."
그가 고개를 가로저었다.
"너 이거 아니 해리? 그 도비인지 뭔지 하는 요정이 너의 생명을 구하려고 하는 짓을 당장 그만두지 않는다면 잘못하다간 너 진짜 죽게 될지도 몰라."
12월 둘째 주가 되자 예전처럼 맥고나걸 교수가 크리스마스에 학교에 남아 있을 사람들의 이름을 적어 갔다. 해리와 론, 헤르미온느, 릴리아나는 목록에 주저 없이 이름을 썼는데, 말포이 역시 남아 있을 거라는 말을 듣자 매우 수상쩍은 생각이 들었다.
릴리아나는 세바스찬에게 이번 크리스마스 때에 집에 돌아가지 못할 것이란 편지를 보냈는데, 편지에는 괜찮다고 써져 있었지만 섭섭함이 분명하게 느껴지는 글씨체에 마음이 무거워졌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그 마법의 약은 반밖에 만들어지지 않았다. 약이 완성되려면 바이콘의 뿔과 오소리 가죽이 필요한데, 그것을 얻을 수 있는 곳은 오로지 스네이프 교수의 개인 창고뿐이기 때문이었다.
"스네이프 교수 말이야."
목요일 오후, 다른 기숙사 아이들과 함께 듣는 마법의 약 수업 시간이 다가왔을 때 헤르미온느가 말했다.
"잠깐 다른 데 신경 쓰도록 해야 해. 그때 우리 중 하나가 스네이프 교수의 개인 창고로 몰래 숨어 들어가서 필요한 걸 가져오는 거야."
해리와 론, 릴리아나가 심각한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
"훔치는 건 내가 하는 게 나을 것 같아. 해리와 론은 더 이상 말썽을 피웠다가는 쫓겨날 게 뻔 하지만 난 학교 규칙을 어긴 적이 별로 없잖아. 그러니까 너희들은 5분 정도만 스네이프 교수의 주의를 딴 데로 돌릴 수 있도록 소란을 좀 피워 봐."
사무적인 어조로 말하는 헤르미온느에 해리는 어처구니가 없어서 그만 웃어 버렸다.
"소란을 피우는 건 내가 할게. 헤르미온느의 말대로 해리와 론은 더 이상 말썽을 피울 수는 없으니까."
릴리아나가 비장한 어조로 말했다. 마법의 약 수업은 커다란 지하 감옥에서 이루어졌다. 오늘 수업 역시 평상시와 다름없이 딱딱하게 진행되었다. 놋쇠 저울과 각 재료가 담긴 병들이 놓여 있는 나무 책상들 사이에서 스무 개의 냄비가 김을 뿜어내고 있었다. 스네이프 교수가 김 사이로 어슬렁어슬렁 돌아다니며 그리핀도르 학생들의 실험에 대해 일일이 트집을 잡자, 슬리데린들이 고소하다는 듯 낄낄거렸다.
릴리아나가 성공적으로 약을 만들자 스네이프 교수는 그저 그녀의 곁을 스쳐 지나갔다. 하지만 릴리아나는 그것을 느끼지도 못한 채 헤르미온느의 신호를 기다리고 있었다. 스네이프가 해리의 약을 트집 잡으려고 돌아섰을 때, 헤르미온느가 릴리아나에게 눈짓을 하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릴리아나가 '부풀어 오르는 약'에 들어가는 화이건의 피가 담긴 병을 깨트렸다. 쨍그랑 하고 유리 깨지는 소리가 울려 퍼졌다. 화이건의 피는 잘 튀고 부풀어 오르는 성질이 있어 튀어오르는 거리의 계산을 잘못한 릴리아나의 손목에 튀었다. 순식간에 릴리아나의 손목이 붉게 달아오르더니 살갗이 까졌다. 릴리아나는 눈물이 핑 돌았지만 참을 만 했기에 헤르미온느가 창고에 들어가려는 타이밍을 재고 있는 것을 보며 이를 악물었다.
"거기 무슨 일이냐!"
스네이프가 소리쳤다. 옆에 있던 해리가 말했다.
"릴리가 화이건의 피가 담긴 병을 깨트렸어요."
"뭐?"
스네이프가 성큼성큼 다가오더니 릴리아나의 손목을 낚아챘다. 스네이프가 그녀의 상처를 보더니 지팡이로 물을 만들어내 릴리아나의 손목을 씻었다.
"조금 있으면 괜찮아 질 거다."
스네이프가 말을 마치고 돌아섰다. 하지만 아직 헤르미온느가 스네이프의 창고로 들어가지도 않았다. 해리와 론의 얼굴에 낭패라는 기색이 스쳤다. 릴리아나는 헤르미온느의 눈치를 보며 안절부절 못하더니 스네이프의 손을 다치지 않은 손으로 덥석 잡았다. 스네이프의 몸이 멈칫했다.
"세베루스 교수님……."
스네이프가 천천히 뒤를 돌아 릴리아나를 바라보았다. 릴리아나는 스네이프의 손을 놓지 않은 채 눈물이 잔뜩 고인 아몬드 모양의 녹색 눈으로 그를 올려다 보며 말했다.
"……아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