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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밀의 방
로튼 타임(Rotten Time)
Written by. 아르카나
비밀의 방-(6)
스네이프는 숨이 막힌 듯이 그녀의 얼굴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교실에는 정적이 감돌았다. 스네이프의 터널 같은 공허한 검은 눈을 바라보고 있던 릴리아나의 눈물이 그렁그렁한 녹색 눈에서 타이밍 좋게 눈물이 한 방울 톡 떨어졌다. 말포이가 코피를 흘리는 고일의 등을 세게 내리쳤다. 그 눈물에 정신을 차린 것인지 스네이프의 얼굴이 분노로 달아올랐다.―라고 릴리아나는 생각했다- 그가 황급히 뒤를 돌며 말했다.
"따라와라."
스네이프는 릴리아나의 손을 놓지 않은 채로 교실 옆에 딸려 있는 자신의 사무실로 릴리아나를 데리고 들어갔다.
"앉아라."
스네이프가 의자를 가리키며 말했다. 순순히 의자에 앉은 릴리아나는 여전히 스네이프의 손을 놓지 않은 채 그의 눈치를 보았다. 역시 너무 주제넘게 굴었던 것일까? 다른 학생들이 지켜보고 있는 앞에서 애처럼 굴었던 자신을 보고 실망한 걸지도 모른다. 릴리아나는 시무룩하게 스네이프가 손목을 잡고 '디터니'라고 쓰여져 있는 약을 조심스레 발라주는 것을 바라보았다. 애초에 큰 상처가 아니었던지라 상처는 순식간에 아물었다.
"아직도 아프냐?"
릴리아나가 고개를 저었다.
"감사해요 교수님."
"화이건의 피는 잘 튀고 부풀어 오르는 성질이 있어 크게 다칠 수도 있는 약물이다."
"……죄송해요."
"그럼 이제 다시……."
분위기를 보아하니 이제 나가보라는 말을 꺼낼 것 같았다. 머릿속으로 헤르미온느가 스네이프의 창고에서 제대로 훔쳤을 지를 계산해보던 릴리아나는 조금 시간이 촉박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에 스네이프의 손을 다른 손으로도 잡았다.
스네이프가 말을 멈췄다. 막상 그의 커다란 손을 양손으로 감쌌어도 할 말이 없었기에 릴리아나는 말없이 자신을 바라보는 스네이프를 올려다보며 머리를 굴렸다.
"……뭐냐."
"……저기……저……감사합니다."
릴리아나가 더듬거리며 애써 쥐어짠 말을 꺼냈다. 스네이프가 아무말 없자 그녀는 스네이프의 손을 양손으로 꽉 붙잡으며 애처롭게 올려다봤다.
"……잘 알겠다. 그러니 이제 이 손 좀 놔라. "
스네이프의 말투는 덤덤했지만 릴리아나는 그가 더욱 분노한 것 같다고 생각했다. 스네이프의 귀까지 달아올랐기 때문이었다. 때마침 종이 울렸다. 릴리아나는 양손을 스르르 내리며 일어섰다.
"가도 되나요?"
스네이프가 고개를 끄덕였다. 릴리아나는 고개를 꾸벅 숙인 뒤 사무실을 나섰다. 스네이프는 그녀가 잡았던 손을 바라보며 쥐었다 폈다를 반복했다.
교실 밖으로 나온 릴리아나가 2층 여자 화장실로 가자 해리와 론, 헤르미온느가 때마침 새로 구한 재료들을 냄비 속에 집어넣고 힘껏 휘젓고 있었다.
"릴리! 괜찮아? 저기서 스네이프가 뭐라고 했어?"
"별 말 없었어."
"으……. 릴리, 상처는 괜찮니? 아까 보니까 살갗이 까져있는 것 같던데……."
"이제 괜찮아. 그렇게 아프지도 않았고."
"미안해 릴리."
"아니야."
해리가 미안하다는 듯이 사과했다. 헤르미온느는 무언가 새로운 것을 알아낸 것 같다는 묘한 표정으로 릴리아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나저나 바이콘의 뿔과 오소리 가죽은 잘 훔쳤어?"
"물론이지. 릴리 네가 생각보다 스네이프를 오래 붙잡아준 덕분에 시간은 넉넉했다고."
릴리아나의 물음에 론이 눈을 찡긋하며 대답했다.
"그런데 고일 봤어? 그 멍청하게 생긴 고릴라 같은 얼굴로 코피 흘리고 있던 거?"
론이 낄낄거리며 말하자 해리도 방금 상황이 생각이 났는지 함께 낄낄거렸다.
"설마 들키지는 않겠지?"
릴리아나가 무거운 표정으로 말했다.
"스네이프 교수는 우리가 그랬다는 걸 입증하지 못해. 그가 뭘 할 수 있겠니?"
론이 릴리아나를 안심시키려는 듯이 말했다.
"그렇겠지?"
릴리아나가 조금은 밝아진 표정으로 대답하자 헤르미온느가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말했다.
"재료도 구했으니 이제 2주일만 있으면 될 거야."
일주일 뒤, 현관 안의 홀로 걸어가던 해리와 론, 헤르미온느, 그리고 릴리아나는 게시판 주위에 학생들이 모여 있는 걸 발견하였다. 그들은 방금 게시된 양피지에 쓰인 공고문을 읽고 있었다. 시무스 피니간과 딘 토마스가 흥분한 표정으로 그들에게 손짓을 했다.
"결투 클럽이 생긴대!"
시무스가 말했다.
"오늘 밤에 첫 번째 모임이 있을 거래! 결투 수업은 괜찮을 거야. 요즘 같은 날에는 여러 모로 쓸모 있을 거야."
"뭐야, 그럼 그걸 들으면 슬리데린의 괴물과 결투를 할 수 있다는 거야?"
론은 이렇게 말했지만 그 역시 공고문을 흥미롭게 읽었다.
"괜찮을 것 같은데."
저녁을 먹으러 가는 길에 론이 해리와 헤르미온느, 릴리아나에게 물었다.
"우리도 갈래?"
그들은 모두 동의했으므로 그날 저녁 8시에 그들은 다시 연회장으로 내려갔다. 긴 식탁들은 모두 치워지고 머리 위에 둥둥 떠 있는 수천 개의 촛불로 밝혀진 황금빛 무대가 한쪽에 마련되어 있었다. 벨벳처럼 까만 천장 아래에 아이들이 하나같이 흥분한 표정으로 지팡이를 들고 서 있었다. 전교 학생들이 다 모였는지 발 디딜 틈이 없었다.
"누가 가르칠까?"
시끄럽게 떠들어대고 있는 아이들을 헤치고 나아가며 헤르미온느가 말했다.
"플리트윅 교수가 젊었을 때 결투 챔피언이었다고 하던데……. 어쩌면 그가 가르칠지도 몰라."
"내 생각엔……."
해리가 말하려는 순간 질데로이 록허트가 눈부시게 반짝반짝 빛나는 진한 자줏빛 망토를 입고 스네이프 교수와 함께 무대 위로 걸어 올라가고 있었다. 그것을 보고 해리와 릴리아나는 괴로운 표정을 지으며 투덜거렸다. 스네이프는 평상시처럼 까만 망토를 입고 있었다.
록허트가 팔을 흔들어 조용히 하라고 한 뒤, 큰 소리로 말했다.
"이쪽으로 모이세요, 이쪽으로 모여요! 모두들 내가 보입니까? 모두들 내 말이 들립니까? 좋습니다!"
록허트는 무대 한가운데 서서 자랑스러운 표정으로 말했다.
"자, 덤블도어 교수님께서 제가 이 결투 클럽을 만들 수 있도록 허락해 주셨습니다. 제 자신이 수없이 많은 어려움을 겪을 때마다 늘 그래 왔던 것처럼, 아 물론 상세한 것을 알고 싶은 사람들은 출간된 제 책들을 보면 압니다만, 어쨌든 이 클럽은 만일의 경우를 대비해 여러분들이 스스로를 방어할 수 있도록 훈련시키는 모임입니다. 저를 도와주실 스네이프 교수를 소개합니다."
록허트 교수가 입이 찢어지게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이분은 결투에 대해선 조금밖에 모르지만 수업을 시작하기 전 간단한 시범을 보일 때 기꺼이 절 도와주시겠다고 하셨습니다. 그러나 아무 걱정 마세요……. 저를 잠깐 도와주신 뒤에는 다시 마법의 약을 가르치러 가실 테니까요. 절대 두려워할 것 없어요!"
"두 사람이 서로를 끝장내 버린다면 오죽이나 좋을까?"
론이 해리의 귀에 대고 투덜거렸다. 스네이프의 윗입술이 비틀리고 있었다.
록허트와 스네이프는 서로 마주 보고 인사를 나눴다. 아니 적어도 록허트는 그럴듯하게 예의를 차렸지만 스네이프는 무뚝뚝하게 머리만 살짝 끄덕였다. 그 뒤 그들이 요술 지팡이를 몸 앞으로 들어 올렸다.
"이것이 바로 결투 자세입니다."
록허트가 청중을 향해 설명했다.
"셋을 세자마자, 첫 번째 주문을 외울 것입니다. 물론 지금은 치명적인 주문은 사용하지 않을 것입니다."
"정말 그럴까?"
스네이프가 이를 드러내는 걸 보며 해리가 말했다.
"하나……. 둘……. 셋……."
둘 다 요술지팡이를 머리 위로 크게 휘두르고는 상대 쪽으로 갖다 댔다. 스네이프가 외쳤다.
"엑스펠리아르무스!"
눈부신 자줏빛 불빛이 번쩍 하더니 록허트가 벌렁 나가 떨어졌다. 그는 뒷걸음으로 도망가다가 벽에 세게 부딪힌 뒤 마룻바닥으로 주르르 미끄러져 팔다리를 뻗고 누워 버렸다.
말포이와 다른 슬리데린 몇 명이 환호를 했다. 헤르미온느는 발끝으로 서서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괜찮을까?"
"알게 뭐야."
해리와 론과 릴리아나가 동시에 말했다. 록허트 교수가 비틀거리며 일어서고 있었다. 모자는 떨어지고 구불구불하던 머리카락은 빳빳이 서 있었다.
"어……."
록허트가 입을 열자 입에서 이가 몇 개 떨어졌다. 록허트는 습관처럼 환하게 웃었지만 앞니 몇 개가 빠진 그의 모습은 바보 같다는 느낌이 들게 했다. 모두가 웃음을 터트렸다. 릴리아나는 손뼉을 치며 웃다가 스네이프와 눈이 마주치자 엄지를 들어보였다. 스네이프가 한쪽 입 꼬리를 올리며 피식 웃는 것 같았다.
"다들 잘 보았지요?"
그가 비틀거리며 다시 무대 위로 올라가면서 말했다.
"이건 '무장 해제 마법'이었습니다. 여러분이 보신 것처럼 제가 지팡이를 놓치고 말았잖아요. 학생들에게 이런 마법을 보여주신 건 훌륭한 아이디어였어요. 스네이프 교수, 하지만 이렇게 말해도 될지 모르겠지만 전 교수님의 의도를 대번에 알 수 있었답니다. 따라서 제가 마음만 먹었다면 막아 내는 건 간단했을 겁니다. 그러나 학생들에게 그 주문의 효과가 어떤 것인지 보여주길 대단히 잘했다는 생각이 드는군요……."
스네이프는 살기등등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는 걸 눈치 챘는지 록허트 교수가 이렇게 말했다.
"시범은 이만하면 충분한 것 같군요! 이제 여러분들을 둘씩 짝지어 줄까 합니다. 스네이프 교수, 저 좀 도와주시겠어요?"
그들은 학생들 사이로 들어와 서로 짝을 지어 주었다. 록허트가 네빌을 저스틴 핀치 플레츨리와 짝 지워 주는 사이에 스네이프가 해리와 론에게로 다가왔다.
"단짝을 갈라놓을 시간이 된 것 같구나."
그가 비웃으며 말했다.
"위즐리, 넌 크레이브하고 해라. 포터는……. 말포이 군, 이리 와요. 유명한 포터와 한 번 붙어 봐야지."
스네이프가 차갑게 미소 지으며 말했다. 그가 바로 옆에 있는 릴리아나와 헤르미온느가 짝지은 것을 못 본 척 하며 지나가자 헤르미온느가 이젠 감이 잡힌다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이런, 그러면 안 되지!"
그때 록허트가 나타나 릴리아나와 헤르미온느에게 말했다.
"단짝끼리 하면 결투 클럽의 의미가 없잖니? 그레인저 너는 벌스트로드와 짝 짓고……. 그래 퀸, 너는 파킨슨과 짝짓고."
"병동에나 가시는 게 좋으실 것 같은데요 교수님."
릴리아나가 싸늘하게 대답했다. 파킨슨이 불쾌하다는 듯 걸어왔다.
"다들 짝과 마주 서세요!"
록허트가 다시 무대 위로 올라가 외쳤다. 그의 빠지지 않은 이가 반짝 빛났다.
"그리고 상대방을 향해서 경례!"
그러나 릴리아나와 파킨슨은 무뚝뚝하게 서로의 눈만 똑바로 쳐다보고 있었다.
"요술 지팡이 준비!"
"셋을 세면, 상대방에게 무장 해제 주문을 외우세요. 그저 무장 해제만 시키는 겁니다. 사고가 나지 않길 바라기 때문입니다. 하나……."
"더러운 잡종. 잡종 주제에 드레이코의 얼굴을 때려?"
파킨슨이 릴리아나를 향해 비웃으며 속삭였다.
"둘……."
"엿이나 먹어."
릴리아나가 심드렁하게 응수했다.
"셋!"
"엑스펠리아르무스!"
"릭투셈프라!"
릴리아나의 주문이 제대로 먹혔는지 파킨슨은 비틀거렸다. 하지만 불행하게도 파킨슨의 주문 역시 릴리아나에게 제대로 먹혔는지 릴리아나는 씨근거리며 허리를 구부렸다.
"무장 해제만 하라고 했잖아!"
록허트가 놀라서 결투를 벌이고 있는 아이들의 머리 위로 소리쳤다. 릴리아나는 웃느라 정신이 없었다. 릴리아나는 간지러워 숨을 헐떡이며 외쳤다.
"글리세오!"
파킨슨이 꽝 소리가 날 정도로 미끄러지며 크게 넘어졌다. 몇 번 다시 일어나려고 하던 파킨슨의 시도가 무색하게 파킨슨은 기름투성이가 된 미끄러운 빙판 위에 있는 것처럼 좀처럼 일어나지 못하고 있었다.
"그만! 그만!"
록허트가 소리만 지르고 있자 스네이프가 대신 수습을 맡았다.
"피니트 인칸타템!"
그가 소리쳤다. 그러자 파킨슨은 몸을 분노로 덜덜 떨며 일어났고 릴리아나는 웃는 것을 멈췄다. 파킨슨이 릴리아나에게 달려들었다.
"꺄악!"
파킨슨이 릴리아나의 멱살을 잡고 흔들어댔다. 순순히 당할 성격이 아닌 릴리아나도 파킨슨의 얼굴을 마구 할퀴기 시작했다.
"그만!"
스네이프가 외치며 지팡이를 들었다. 릴리아나와 파킨슨의 몸이 강제로 떼어졌다. 스네이프가 다시 릴리아나에게 달려들려는 파킨슨의 몸을 잡자 해리가 허공을 할퀴고 있는 릴리아나의 몸을 껴안았다. 주위는 온통 초록빛 연기로 휩싸여 있었다. 네빌과 저스틴 모두 마룻바닥에 누워 숨을 헐떡이고 있었다. 론은 크레이브와의 몸싸움 끝에 부러져버린 지팡이를 들고 분노하고 있었고, 헤르미온느는 밀리센트가 머리를 세게 짓누르자 아파서 훌쩍거리고 있었다.
"이럴 수가, 이럴 수가."
록허트가 결투가 벌어진 현장을 바라보며 맥없이 중얼거렸다.
"여러분에게 악의가 있는 주문을 막는 방법을 가르쳐 주는 게 좋을 것 같군요."
록허트 교수가 연회장 한가운데서 말했다. 그는 두 눈을 부라리고 있는 스네이프 교수를 힐끗 쳐다보고는 얼른 눈길을 돌렸다.
"지원자 한 쌍 나오세요……. 롱바텀과 핀치 플레츨리, 너희들은 어떠니?"
"그건 그다지 좋은 선택이 아닌 것 같군요, 록허트 교수."
스네이프가 커다란 박쥐처럼 휙 날아오며 말했다.
"롱바텀은 가장 간단한 주문으로도 모든 걸 엉망진창으로 만들어 놓는 아이거든요. 그 앨 시켰다간 어떤 일이 벌어질지 아무도 예측할 수 없어요."
불그스름한 네빌의 동그란 얼굴이 새빨갛게 변했다.
"말포이와 포터는 어떻소?"
스네이프가 일그러진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하지만 벌어진 결투에서는 뜻밖의 결과가 나왔다. 말포이가 불러낸 뱀과 해리가 대화를 나누었던 것이다. 정작 해리는 론과 헤르미온느, 릴리아나가 말해주기 전까지는 뱀의 말을 했다는 것을 알아차리지 못했고, 전혀 저스틴을 공격하려는 의도가 아니라고 설명했지만 이미 아이들은 그가 슬리데린의 후계자라고 여기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