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로튼 타임-18화 (18/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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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밀의 방

로튼 타임(Rotten Time)

Written by. 아르카나

비밀의 방-(7)

그런 와중에 또 다른 습격이 일어났다. 이번에 당한 사람은 저스틴 핀치 플레츨리와 목이 달랑달랑한 닉이었다.

"습격이에요! 습격! 습격이 또다시 일어났어요! 사람도 유령도 안전하지 못해요! 죽을힘을 다해 달아나세요! 습겨-억!"

습격 사건 이후 사람들은 이제 그저 막연히 겁먹는 것이 아니라 정말로 공포에 떨고 있었다. 특히 목이 달랑달랑한 닉이 그렇게 된 게 사람들에게 큰 충격을 주었던 것 같았다. 도대체 정체가 뭐길래 유령에게까지 그렇게 할 수 있을까? 얼마나 무서운 힘이 길래 이미 죽은 사람까지 해칠 수 있을까? 학생들은 집에서 크리스마스를 보내기 위해 앞 다투어 호그와트 급행열차 표를 샀다.

"이런 식으로 가다간 우리밖에 안 남겠어."

론이 크레이브와의 결투에서 부러진 지팡이에 임시로 붙여놓았던 마법 테이프를 떼고 새로운 테이프로 지팡이를 돌돌 말며 친구들에게 말했다.

"우리와 말포이, 크레이브와 고일. 굉장히 즐거운 휴일이 되겠군."

마침내 학기가 끝나자 성에도 정원에 쌓인 눈만큼이나 깊은 정적이 찾아왔다. 크리스마스 아침은 춥고 하얗게 밝아 왔다. 헤르미온느와 릴리아나는 꼭두새벽부터 폴리주스 약에 풀잠자리를 넣은 후, 크리스마스 선물을 들고 해리와 론이 자고 있는 기숙사 방에 들이닥쳤다.

"일어나."

헤르미온느가 창문 커튼을 걷으며 큰 소리로 말했다.

"헤르미온느, 넌 여기에 들어오면 안 되잖아."

론이 햇빛 때문에 눈을 가리며 말했다.

"메리 크리스마스!"

릴리아나가 밝게 외쳤다.

"헤르미온느와 나는 폴리주스 약에 풀잠자리를 더 넣느라 거의 한 시간 전에 일어났어. 이제 다 됐어."

해리가 그 말에 갑자기 눈을 동그랗게 뜨며 일어나 앉았다.

"정말이니?"

"물론이지."

헤르미온느가 론의 쥐 스캐버스를 옆으로 옮기고 침대 끝에 앉으며 말했다. 릴리아나가 그녀의 옆에 앉자 스캐버스는 황급히 도망갔다.

"시험해 보기엔 오늘이 딱 좋아."

모든 사람들이, 심지어 나중에 폴리주스 마법의 약을 마셔야 하는 사람들까지도 호그와트의 크리스마스 만찬을 맘껏 즐기고 있었다. 릴리아나는 프레드와 조지가 걸어놓은 마법 때문에 퍼시의 반장 배지가 '바보'라고 읽히는 것을 보며 깔깔거렸다.

해리와 론이 세 접시 째의 크리스마스 푸딩을 다 먹어 치우자 헤르미온느와 릴리아나가 그들을 연회장 밖으로 데리고 나가 그날 저녁의 계획을 다시 한 번 일러 주었다.

"이제 너희들이 변신할 사람의 몸의 일부가 필요해."

헤르미온느는 마치 그들을 간단한 쇼핑을 위해 슈퍼마켓에 보내기라도 하는 듯이 사무적으로 말했다.

"크레이브와 고일의 것을 구할 수 있다면 가장 좋겠지. 그 애들은 말포이의 단짝 친구들이니까."

"그런데 너희들은? 너희들은 누구의 머리카락을 뽑을 거니?"

"릴리와 나는 벌써 준비해 놨어. 결투 클럽에서 나와 몸싸움을 벌였던 밀리센트 벌스트로드 기억하니? 그 애가 내 목을 조를 때 내 망토에 이게 묻었지 뭐야! 그 앤 크리스마스를 보내러 집에 갔어. 하지만 그저 다시 돌아오기로 결정했다고 말하기만 하면 돼."

"나도 파킨슨이랑 치고박고 싸웠던게 도움이 될 줄은 몰랐어."

릴리아나가 어깨를 으쓱이며 덧붙였다.

***

팬시 파킨슨으로 변한 릴리아나가 말포이 옆에 앉아 크레이브와 고일로 변신한 론과 해리를 바라보았다. 말포이가 비밀의 방을 연 슬리데린의 후계자가 아니자 론은 멍청해 보이게 입을 떡 벌렸다.

"……지난번에 비밀의 방이 열렸을 때, 잡종이 죽었다는 거야. 그러니까 이번에도 그들 중 하나가 정말로 죽는 건 시간문제야……. 난 그게 퀸이었으면 좋겠어. 잡종 주제에 감히 내 얼굴을 때리다니."

말포이가 재미있다는 듯이 말했다. 론은 크레이브의 커다란 주먹을 움켜쥐고 있었다. 론이 말포이를 주먹으로 한 방 갈기기라도 한다면 탄로가 나고 말 게 분명했으므로 해리와 릴리아나는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그에게 경고의 눈길을 던지며 말했다.

"지난번에 그 방을 연 사람은 잡혔니?"

"응……. 그 사람은 쫓겨났어. 어쩌면 아직도 아즈카반에 있을지도 몰라."

"아즈카반?"

해리가 당황해서 물었다.

"아즈카반……. 마법사들의 감옥 말이야. 너 그것도 모르니 고일?"

말포이가 믿을 수 없다는 듯 그를 바라보았다.

"솔직히 넌 머리가 너무 안 돌아가, 구제 불능이야."

말포이는 마법부가 자신의 영지를 불시 단속했던 일을 말했다. 비밀의 방에 관한 이야기가 끝나자 릴리아나는 초조한 듯이 손목시계를 바라보았다. 이제 거의 시간이 끝나가고 있었다. 이곳에서 나가야만 했다.

"드레이코, 미안한데 나 머리가 너무 아파서 병동에 좀 갔다 와야 할 것 같아."

"뭐라고? 이 늦은 밤에?"

릴리아나가 머리를 짚으며 일어나 해리와 론만이 보이게 윙크를 하자 해리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우리가 데려다 줄게. 여자 혼자 밤늦게 돌아다니게 할 수는 없으니까."

"나, 나도!"

그들은 황급히 슬리데린 휴게실을 나와 돌 벽으로 가서는 그 복도를 단숨에 빠져 나왔다. 릴리아나는 점점 머리카락이 붉어지고 길어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완전히 시간 낭비한 건 아니었어."

론이 화장실로 들어간 뒤 문을 닫으면서 숨을 헐떡이며 말했다. 릴리아나는 금이 간 거울에 비춰진 자신의 얼굴을 살펴보았다. 다시 원래 얼굴로 돌아와 있었다. 릴리아나가 헝클어진 붉은 머리카락을 정리하고 있을 때 론이 헤르미온느의 화장실 문을 탕탕 쳤다.

"헤르미온느, 이제 나와. 네게 말할 게 아주 많아……."

"저리 가!"

헤르미온느가 우는 목소리로 말했다. 그들이 헤르미온느의 반응에 당황하고 있을 때 모우닝 머틀이 화장실 문에서 미끄러지듯 나왔다. 릴리아나는 그 애가 그렇게 행복한 표정을 짓고 있는 것을 처음 보았다.

"우으으으, 조금 있다 봐. 정말 끔찍해……."

머틀의 말이 끝나자 자물쇠를 미는 소리가 들리더니 헤르미온느가 망토를 머리 위로 끄집어 올린 채로 훌쩍이면서 나왔다.

"무슨 일이야? 아직도 밀리센트의 코나 뭐 그런 걸 갖고 있는 거니?"

론이 무슨 일인지 모르겠다는 듯 말했다. 헤르미온느가 망토를 내리자 론이 뒷걸음질을 쳤다. 그녀의 얼굴이 까만 털로 뒤덮여 있었다. 눈은 노랗게 변했고 머리카락 사이에는 길고 뾰족한 귀가 삐죽이 나와 있었다.

"그건 고……고양이의 털이었어!"

그녀가 울며 말했다.

"밀……밀리센트 벌스트로드가 고양이를 가……갖고 있는줄은 몰랐지 뭐야! 그리고 그 야……약은 동물 변신에는 사용하지 않도록 되어 있어!"

"으으."

론이 신음했다.

"너 굉장히 놀림받겠다."

머틀이 유쾌히 말했다.

"괜찮아, 헤르미온느."

해리가 얼른 말했다.

"우리가 병동으로 데려다 줄게. 폼프리 부인은 절대 많이 물어보지 않아……."

헤르미온느를 설득해 화장실에서 나오기까지는 한참이 걸렸다. 그들의 뒤에 대고 모우닝 머틀이 큰 소리로 웃어대며 소리쳤다.

"너한테 꼬리가 달렸다는 걸 모두가 알게 되면 정말 재밌겠다. 하하."

헤르미온느는 병동에 몇 주일을 머물렀다. 학생들이 크리스마스 휴일을 보내고 다시 돌아오자 그녀가 습격을 받아서 입원한 것이라는 엉뚱한 소문이 순식간에 퍼져버렸다. 많은 학생들이 헤르미온느를 한 번 보려고 병동 앞을 지나다녔으므로, 폼프리 부인은 헤르미온느가 털 난 얼굴이 보여져서 창피당하는 일이 없도록 침대에 커튼을 높이 달아 주었다.

해리와 론, 릴리아나는 매일 저녁마다 헤르미온느를 찾아갔다. 이제 그녀는 얼굴에 난 털이 모두 사라지고 눈이 서서히 갈색으로 돌아오고 있었다.

"저건 뭐니?"

해리가 헤르미온느의 베게에서 쑥 비어져 나온 황금빛 나는 것을 가리키며 말했다.

"그저 빨리 회복되라는 카드야."

헤르미온느가 허둥지둥 말하며 그것을 보이지 않게 쑤셔 넣으려고 했지만 론을 당해내지는 못했다. 론은 그것을 잡아 빼서 펼치더니 큰 소리로 읽었다.

"그레인저 양에게, 쾌유를 빕니다. 멀린 3등급 훈장, 어둠의 마법 방어 연맹 명예 회원이자, <<마녀 주간지>>의 가장 매력적인 미소 상을 다섯 차례 수상한 당신의 선생, 질데로이 록허트 교수로 부터."

론과 릴리아나가 매스꺼운 표정으로 헤르미온느를 올려다보았다.

"너 이걸 배게 밑에 놓고 자니?"

하지만 때마침 폼프리 부인이 헤르미온느가 먹을 약을 들고 들어오는 바람에 그녀는 론의 질문에 굳이 대답하지 않아도 되었다.

"록허트 교수가 그렇게 멋지니?"

병동을 나와 그리핀도르 탑 쪽으로 향하는 계단에 올라섰을 때 론이 물었다.

"그걸 말이라고 하니, 론?"

릴리아나가 한심하다는 듯이 답해주었다. 그때 위층에서 필치의 성난 목소리가 들렸다. 필치는 한참동안 열을 내더니 덤블도어를 찾아 가는 듯 발소리가 점점 작아지더니 복도 끝에서 문이 닫히는 소리가 났다.

그들은 고개를 모퉁이 쪽으로 내밀었다. 필치는 평상시처럼 망을 보고 있었던 게 분명했다. 그들이 서 있는 곳은 노리스 부인이 습격 받았던 바로 그곳이었던 것이다. 복도는 모우닝 머틀의 화장실 문틈에서 나온 물들로 흥건히 차 있었다. 필치의 고함소리가 그치자 화장실 벽에서 머틀이 울부짖는 소리가 울려 퍼졌다.

"저 애가 또 왜 저러지?"

론이 말했다.

"가서 보자."

그들은 망토를 발목 위로 올리고 물이 흥건한 곳을 지나 '고장' 표지판이 붙어 있는 화장실 안으로 들어갔다.

모우닝 머틀이 그 어느 때보다도 큰 소리로 엉엉 울고 있었다. 그녀는 늘 있던 화장실 칸 안에 숨어 있는 것 같았다. 벽과 바닥이 흠뻑 젖을 정도로 물이 넘치면서 촛불마저 다 꺼져 버렸으므로 화장실 안은 아주 어두웠다.

"왜 그러니 머틀?"

릴리아나가 물었다.

"거기 누구니?"

머틀이 불쌍하게 훌쩍거리며 말했다.

"이번엔 또 뭘 던지러 온 거야?"

해리가 간신히 그녀의 화장실 쪽으로 걸어가며 말했다.

"내가 너에게 뭘 던진다고 그러니?"

"묻지 마."

머틀이 이미 축축하게 젖은 바닥 위로 더 많은 물을 튀기면서 나타나 소리쳤다.

"난 아무 짓도 안했는데 왜 나한테 책을 던지는 거야……."

"하지만 넌 책에 맞는다 해도 다치진 않잖아. 내 말은 책이 그냥 널 통과해 지나가니까 말이야, 안 그래?"

"해리."

그 말을 했던 것이 실수였다. 뒤늦게 릴리아나가 해리의 말을 말리려 했지만 이미 말은 끝난 후였다. 머틀이 몸을 부풀어 오르게 하더니 날카로운 목소리로 말했다.

"우리 모두 머틀에게 책을 던지자. 그 앤 아무것도 느끼지 못하니까! 배 쪽으로 지나가게 하면 10점이고 머리로 지나가게 하면 50점이야! 하, 하, 하! 굉장히 재미있겠다고, 난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

"그런데 도대체 누가 책을 네게 던졌다는 거니?"

릴리아나가 황급히 머틀을 달래듯 물었다.

"몰라……. 난 그저 변기 파이프 속에 앉아서 죽음에 대해 생각하고 있었어. 그런데 그게 바로 내 머리 위로 떨어졌어."

머틀이 그들을 노려보며 말했다.

"저쪽에 있었는데 물에 쓸려 내려갔어……."

그들은 머틀이 가리키고 있는 세면대 밑을 바라보았다. 그곳에 자그마한 얇은 책 한 권이 놓여 있었다. 너덜너덜한 검정색 표지였는데 화장실 안의 다른 물건들과 마찬가지로 푹 젖어 있었다. 해리가 그것을 집으려고 한 발짝 내디뎠을 때, 론이 그의 등짝을 덥석 잡았다.

"왜 그래?"

해리가 말했다.

"너 미쳤니? 위험할 수도 있잖아."

"위험하다고? 쓸데없는 소리 마 론. 저런 책 같은 게 어떻게 위험할 수 있니."

"넌 몰라."

론이 걱정스런 표정으로 그 책을 보며 말했다.

"아빠가 말씀해 주셨는데 마법부가 압수한 어떤 책들은 눈을 새까맣게 태워 버리기도 했대. 그리고 <<어느 마법사의 시>>라는 책을 읽은 사람들은 모두 죽을 때까지 리머릭이라는 이상한 시구를 읊어댔었어. 또 바스에 사는 어떤 늙은 마녀는 한 번 읽기 시작하면 절대로 멈출 수 없는 책을 갖고 있었어! 그렇게 되면 책에 코를 박은 채로 모든 걸 한 손으로만 하면서 평생을 살아야 해. 그리고……."

"그래, 무슨 얘긴지 알겠어. 하지만 한 번 살펴봐야 그런지 안 그런지 알 수 있을 것 아냐."

해리는 그렇게 말하고는 론과 릴리아나를 살짝 피해 바닥에서 그 책을 집어 들었다. 해리는 그게 일기장이며 표지에 적힌 희미한 연도는 그게 50년 된 것이라는 걸 말해 주었다. 해리가 일기장을 펼쳤다. 첫 페이지에 잉크로 쓰여진 'T. M. 리들'이라는 이름이 희미하게 남아 있었다.

"잠깐."

조심스럽게 다가와 해리의 어깨 너머로 살펴보고 있던 론이 말했다.

"그 이름 알아……. T. M. 리들은 50년 전에 학교에서 특별 공로상을 받았었어."

"넌 도대체 그걸 어떻게 알았니?"

릴리아나가 놀라서 물었다.

"필치가 내게 벌로 그 방패꼴 트로피를 50번이나 닦게 했으니까 알지. 내가 민달팽이를 다 토했던 트로피가 바로 그거였거든. 그 이름에서 민달팽이의 끈적끈적한 점액을 한 시간 동안이나 닦아 냈는데, 그걸 기억하지 못한다는 걸 말도 안 되지."

론이 화를 내며 말했다. 해리는 젖은 페이지들을 떼어 냈다. 일기장에는 아무것도 쓰여 있지 않았다. 어떤 페이지에도 쓴 흔적이 전혀 없었다. 심지어 메이블 아줌마의 생일이나 치과 의사, 3시 30분 같은 간단한 메모 하나 없었다.

"이 일기장엔 아무것도 쓰여 있지 않아."

해리가 실망해서 말했다.

"그런데 왜 누가 이걸 변기 속에다 넣어 쓸려 보내려 했던 걸까?"

릴리아나가 이상하다는 듯이 말했다. 일기장 뒤표지에는 런던 복스홀 가에 있는 잡화점의 이름이 인쇄되어 있었다.

"리들은 머글 태생이 분명해. 복스홀 가에서 이 일기장을 샀다면 말이야……."

해리가 생각에 잠겨 말했다.

"그럼 너한테 이건 별로 필요 없겠네. 머틀 코에 맞히기 50점 내기 할래?"

"론……."

론이 목소리를 낮추고 말하자 릴리아나가 론을 타박하듯이 말했다. 그러나 해리는 그걸 호주머리에 쏙 밀어 넣었다.

2월초가 되고 헤르미온느가 퇴원을 하자 해리는 일기장을 헤르미온느에게 보여주었다. 그녀는 여러 가지 마법과 마법 용품들을 사용해 일기장의 비밀을 밝혀보려고 했지만, 일기장에는 변화가 없었다. 헤르미온느는 대단히 실망했다.

이제 호그와트 성에도 다시 해가 들기 시작하면서 성 안의 분위가가 밝아지기 시작했다. 저스틴과 목이 달랑달랑한 닉이 당한 이후 더 이상의 습격은 없었고 폼프리 부인은 맨드레이크가 침울해지고 뭔가 자꾸 숨기려고 하는 경향을 보이는 것으로 보아 유년기를 지나 사춘기에 접어든 것 같다며 기뻐했다.

습격이 뜸해지자 릴리아나는 슬리데린의 후계자가 겁을 먹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학생들이 그렇게 조심하고 의심하는 상태에서 비밀의 방을 연다는 건 점점 더 위험한 일임에 틀림 없었다. 어쩌면 무엇인지는 몰라도 그 괴물은 또다시 50년 동안 겨울잠을 자기로 결정한 것일지도 몰랐다.

질데로이 록허트는 꼭 자기가 습격을 중단시킨 것처럼 행동했다. 릴리아나가 발렌타인데이 초콜릿을 세바스찬에게 보내려 부엉이장으로 가고 있을 때, 록허트가 맥고나걸 교수에게 말하는 소리를 우연히 듣게 되었다.

"이제 더 이상의 문제는 없을 것 같아요, 미네르바. 비밀의 방이 이번엔 영원히 잠겨 있을 것 같아요. 범인은 내게 잡히는 게 시간문제라는 걸 알게 된 게 틀림없어요. 나에게 잡히기 전에 일찌감치 그만두는 게 더 낫겠다고 생각했겠죠, 뭐. 이제 학생들의 사기를 높이는 일만 남았어요. 지난 학기의 나쁜 기억을 싹 씻어 내도록 말이요! 지금은 더 이상 말하지 않겠지만, 내 생각엔 그게……."

일그러진 표정으로 록허트의 말을 듣고 있던 릴리아나는 맥고나걸 교수가 자신과 똑같은 표정으로 듣고 있는 것을 알아차리고는 그녀에게 다가갔다.

"교수님, 안녕하세요!"

"오, 그래. 퀸 무슨 일이니?"

맥고나걸 교수는 매우 반가운 얼굴로 릴리아나를 반겨 주었다.

"제가 이번에 변신술 숙제로 여쭈어 볼 것이 있는 데요……. 이번에……."

릴리아나는 록허트의 눈치를 한 번 보는 척 했다.

"이번 숙제의 주제가 이렇게 남에서 말할 수 있는 것이 아니잖아요……. 죄송하지만 다른 곳에서 얘기할 수 있을까요? 맥고나걸 교수님?"

맥고나걸은 변신술 숙제가 릴리아나의 말과 전혀 일치하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그랬었지." 라고 중얼거리며 릴리아나를 따라갔다.

"정말 고맙다, 퀸."

아래층으로 내려오자 맥고나걸 교수가 릴리아나의 어깨를 다정하게 툭툭 치고 떠났다.

***

학생들의 사기를 높이겠다는 록허트의 생각은 2월 14일 아침식사 시간에 명백해졌다. 릴리아나는 연회장에 들어선 순간 저절로 표정이 일그러졌다. 벽마다 온통 타는 듯이 붉은 커다란 꽃들로 뒤덮여 있었다. 더욱이 하늘빛 천장에서는 하트 모양의 색종이 조각이 떨어지고 있었다. 릴리아나는 매스꺼운 표정으로 자신과 똑같은 표정을 짓고 있는 론과 킬킬거리고 있는 헤르미온느와 함께 자리에 앉았다.

"참, 론, 헤르미온느. 여기 발렌타인데이 초콜릿."

"와!"

"릴리……."

흰 포장지에 연두색 리본으로 정성스럽게 포장된 초콜릿 상자를 받은 론은 감탄했고 헤르미온느는 감동한 표정이었다.

"나는 준비 못했는데……."

"괜찮아. 받으려고 준비한 거 아니야."

그때 해리가 연회장으로 내려왔다. 연회장을 본 순간 멍해진 해리의 표정에 헤르미온느와 함께 키득거리던 릴리아나는 해리가 그리핀도르 테이블에 앉자 그에게도 초콜릿을 건넸다.

"받아 해리."

"고마워 릴리. 그런데 이게 무슨 일이니?"

론은 너무 메스꺼워서 말을 할 수 없다는 듯이 손가락으로 교수님들의 테이블을 가리켰다. 장식과 어울리게 불타는 듯한 빨간색의 망토를 입은 록허트 교수가 조용히 하라고 손짓을 하고 있었다. 그의 양쪽에 있는 교수님들은 무표정한 얼굴로 앉아 있었다. 릴리아나는 멀리서도 맥고나걸 교수의 볼 근육이 씰룩이는 걸 볼 수 있었다. 또 스네이프 교수는 꼭 두꺼비의 알을 삼킨 것 같은 표정이었다.

록허트가 학생들의 사기를 돋우겠답시고 준비한 난쟁이들은 하루 종일 이 교실 저 교실을 찾아다니며 발레나인 선물을 나누어 주었다. 그날 오후 늦게 그리핀도르 아이들이 마법 수업을 받으러 이층으로 올라가고 있을 때, 한 난쟁이가 해리를 뒤쫓아 왔다. 난쟁이가 해리에게 선물을 주려고 하자 난쟁이는 해리의 가방까지 찢어가며 쫓아왔다. 그 덕분에 해리의 가방에서 일기장이 떨어졌다.

"포터가 이 안에 뭘 썼을지 궁금한데?"

"이리 내놔."

말포이는 그것이 해리의 일기장이라 생각했는지 심술궂게 웃으며 펼쳐보려고 했다. 퍼시가 해리에게 돌려주라고 말을 했지만 말포이는 비웃듯이 해리에게 일기장을 흔들어 보였다. 그러자 해리가 참지 못하고 주문을 외웠다.

"엑스펠리아르무스!"

그러자 스네이프가 록허트를 무장 해제 시켰던 것과 똑같이 일기장이 말포이의 손을 떠나 공중으로 휙 날아갔다. 그러자 론이 씩 웃으며 그걸 얼른 잡았다.

"해리! 복도에서는 마법을 부리면 안 돼, 당장 보고하겠어!"

퍼시가 큰 소리로 말했지만 해리는 들은 척도 하지 않았다. 아이들이 뿔뿔이 흩어지자 지니가 겁에 질린 표정으로 다가왔다.

"해……해리."

"지니? 왜?"

"그……일기장 말이야……. 내가 아는 애 것 같은데 그 애의 것이 맞는지 물어보게 잠시만 빌려주면 안 될까?"

해리는 50년 전의 인물의 물건이 호그와트 재학생 중에 있나 어리둥절했지만 곧 할아버지나 뭐 그런 사람의 것을 물려받았겠지 생각하고 흔쾌히 지니에게 넘겨주었다.

"좋아, 그럼 지니 그 애의 것이 아니면 돌려줘."

"알겠어……."

지니는 해리의 손에서 일기장을 빼앗듯이 낚아채고는 달려갔다. 하지만 그날 저녁, 퀴디치 훈련을 하고 돌아오던 해리는 호수에 둥둥 떠 있는 일기장을 발견하고는 의아해 하며 망토를 벗고 물속으로 들어가 일기장을 건져왔다. 기숙사로 돌아온 해리가 휴게실 소파에 앉아 쉬고 있는 론과 헤르미온느에게 물었다.

"론! 너 지니 못 봤어?"

"지니? 못 봤는데?"

"이거 지니가 친구 것인지 물어보겠다고 했는데 호수에 떠 있었어."

"그래?"

론은 미간을 찌푸리며 이상한 표정을 지었다.

"설마 지니가 거짓말을 하고 버렸을 리가……. 내가 한번 지니에게 물어보고 올까?"

헤르미온느는 한쪽 눈썹을 올리며 일어섰다.

"아니 그러지마. 내가 나중에 물어볼게. 그럼 먼저 올라가볼게."

해리가 기숙사 침실로 올라가자 릴리아나가 기숙사 침실에서 내려오며 말했다.

"나 세베루스 교수님께 갔다 올게."

"왜? 아, 초콜릿 주러?"

론이 릴리아나의 손에 들려있는 초콜릿 상자를 바라보며 말했다.

"응."

"좋아하시겠네……."

헤르미온느가 속삭이듯이 말했다.

"응?"

릴리아나가 되물었지만 헤르미온느는 휘파람을 불며 못들은 척 했다.

"그럼 갔다 올게."

"빨리 와!"

"응, 알겠어!"

릴리아나는 대답을 하며 거울에 자신의 모습을 한 번 더 비추어 본 뒤 기숙사를 나섰다. 스네이프의 지하 감옥으로 향하던 릴리아나는 자신이 모습이 반사되는 창문을 보고 머리를 정리하며 싱긋 웃어보였다. 하지만 반사되는 창문에는 자신 말고 또 다른 누군가가 있었다. 릴리아나는 시선을 옮겨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상대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릴리아나의 아몬드 모양의 녹색 눈이 창문에 반사되는 한 쌍의 굉장히 큰 노란 눈과 마주쳤다.

***

"안 돼-!"

해리가 소리를 질렀다. 그러더니 쿵 하는 소리와 함께 그리핀도르 기숙사 방에 있는 침대 위에 큰 대자로 떨어졌다. 그의 배 위에는 리들의 일기장이 펼쳐진 채 올려져 있었다. 그리고는 해리가 숨 돌릴 틈도 없이 기숙사 문이 열리며 론이 들어왔다.

"론! 해그리드였어, 해그리드였다고……. 바로 해그리드가 50년 전에 그 비밀의 방을 열었던 거야!"

"해리, 지금 그게 문제가 아니야!"

론이 창백하게 질린 얼굴로 소리쳤다.

"릴리가 습격 당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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