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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밀의 방
로튼 타임(Rotten Time)
Written by. 아르카나
비밀의 방-(8)
해리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온몸에 소름이 쫙 돋았다.
"뭐라고? 릴……릴리가?"
"빨리 와! 맥고나걸 교수님과 헤르미온느는 이미 밑에서 기다리고 있어!"
해리가 부리나케 기숙사 휴게실로 내려가자 이미 릴리아나가 습격당했다는 소문은 쫙 퍼졌는지 아이들은 걱정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릴리아나를 걱정하고 있었다. 몇몇 마음약한 아이들은 눈물을 보이기도 했다.
"포터! 위즐리! 빨리 와라!"
헤르미온느의 옆에 있던 맥고나걸 교수가 근심을 지우지 못한 채로 소리쳤다. 병동으로 향하는 내내 헤르미온느만이 간간히 훌쩍이는 소리를 낼 뿐 그들 사이에는 무거운 정적만이 자리하고 있었다.
"많이 놀랐을 거다."
병동에 도착하자 맥고나걸 교수가 놀라울 정도로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해리는 속이 뒤틀리는 것을 느끼며 안으로 들어갔다. 병동 안에는 덤블도어와 스네이프가 먼저 와 릴리아나를 살펴보고 있었다.
"릴리!"
론이 신음소리를 냈다. 릴리아나는 두 눈을 흐리멍덩하게 뜨고 죽은 듯이 누워 있었다.
"지하 감옥 근처에서 창문을 바라보고 있는 상태로 발견되었단다. 왜 지하 감옥으로 가려고 했는지 알고 있니?"
"그게……. 스네이프 교수님께 발렌타인데이 초콜릿을 드리겠다고……."
헤르미온느가 울먹이는 소리로 말했다. 맥고나걸 교수가 신음 비슷한 한숨을 내쉬며 스네이프를 힐끗 쳐다보더니 미간을 찌푸렸다. 스네이프의 얼굴은 딱딱하게 굳어 있었다. 그의 손에는 흰 포장지에 연두색 리본으로 정성스럽게 포장된 초콜릿 상자가 들려 있었다.
"이제 그만 그리핀도르 탑으로 돌아가 보렴."
맥고나걸 교수가 맥없이 입을 열었다가 말을 바꾸었다.
"아니, 내가 데려다 주겠다."
맥고나걸 교수와 함께 기숙사로 돌아온 해리와 론, 헤르미온느는 릴리아나가 어떤지 물어보는 학생들에게 둘러싸였다.
"해리, 릴리는 어때?"
"퀸은 어때? 정말 습격 당한거야?"
해리와 론 그리고 헤르미온느는 피곤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이며 먼저 올라가 보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기숙사 침실까지 학생들은 따라왔고 결국 그들은 도망치듯이 밖으로 나왔다.
"믿을 수 없어……. 릴리가 습격을 받다니……."
헤르미온느가 붉어진 눈으로 훌쩍거리며 말했다.
"내가 같이 가줬어야 했어. 밤이 늦었는데 릴리 혼자 보내는 게 아니었어."
론이 죄책감이 가득한 표정으로 말했다.
"아니, 내가 프레드와 조지의 노래를 피해 기숙사로 올라가자고 주장하지 않았어야 했어……. 그것 때문에 릴리가 따로 밤에 나온 거였으니까……."
해리가 양 손에 얼굴을 묻으며 말했다. 그들 사이에는 깨트릴 수 없을 것 같은 정적이 맴돌았다. 몇 분이 지난 후에 론이 조심스럽게 말했다.
"그런데 해리, 아까 해그리드가 비밀의 방을 열었다면서. 그게 무슨 말이야?"
해리는 론의 말에 방금 상황이 기억이 났는지 자신이 리들의 일기장 안에서 보았던 것들을 이야기 해주기 시작했다. 헤르미온느는 점점 훌쩍이는 것을 멈추고 진지한 표정이 되었다. 론 역시 이야기를 들으면 들을수록 벌어지는 입을 다물지 못했다.
유감스럽게도 그들은 해그리드가 괴물 같은 끔찍한 동물들을 좋아한다는 사실을 진작부터 알고 있었다. 그들이 1학년이었을 때 해그리드는 자신의 작은 오두막에서 용을 기르려고 했는가 하면, 머리가 셋 달린 거대한 개에게 플러피라는 귀여운 이름을 지어 주기도 했었다. 그러므로 해그리드가 어렸을 때, 만약 성 어딘가에 괴물이 숨겨져 있다는 소릴 들었다면 그 괴물을 보기 위해 무슨 짓이라도 했을 것이 분명했다. 그들은 그 괴물이 오랫동안 비좁은 곳에 갇혀 있는 걸 대단히 가슴 아프게 여겼을 테고, 그 많은 다리를 쭉 뻗을 기회를 주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해리는 그 거대한 괴물에게 가죽 끈과 목줄을 달려고 애쓰고 있는 열세 살짜리 해그리드의 모습을 어렵지 않게 상상할 수 있었다. 그러나 해리는 또 해그리드가 절대 누군가를 죽일 사람이 아니라고 확신했다.
"리들은 어쩌면 엉뚱한 사람을 잡은 건지도 몰라. 사람들을 습격했던 게 다른 괴물일지도 모르고……."
헤르미온느가 말하자 론이 느릿느릿 물었다.
"이곳 호그와트엔 도대체 얼마나 많은 괴물이 있는 거지?"
"우린 해그리드가 쫓겨났다는 건 알고 있었잖아."
해리가 비참하게 말했다.
"그리고 해그리드가 쫓겨난 뒤에 더 이상 습격 사건이 일어나지 않았던 게 틀림없어. 그렇지 않았다면 리들이 상을 받지 못했을 테니까 말이야."
교수들은 거의 두 달 만에 나타난 새로운 습격 사건에 정신이 조금씩 빠진 것 같았다. 맥고나걸 교수는 수업을 하면서 같은 말을 몇 번이고 반복했고 플리트윅 역시 헤르미온느가 발표를 해서 얻은 점수를 발표를 하지 않았음에도 계속해서 주는 실수를 몇 번씩이나 저질렀다. 하지만 습격에 상관없이 전혀 동요하지 않는 것처럼 보이는 교수가 둘 있었는데, 하나는 스네이프였고 또 다른 하나는 록허트였다. 스네이프는 아이들에게 더 매섭게 굴었고 더 자주 감점을 시켰다. 록허트는 언제나 그랬듯이 별 생각이 없어 보였다.
3월 달이 되자 맨드레이크 몇 개가 3번 온실에서 귀에 거슬리는 요란한 파티를 벌이기도 했는데 이것을 보자 스프라우트 교수는 매우 기뻐했다.
"맨드레이크가 서로의 화분으로 옮겨 가려고 한다는 건 완전히 자랐다는 증거란다."
그녀가 해리에게 말했다.
"그렇게 되면 병동에 있는 저 가엾은 사람들은 되살릴 수 있을 거야."
***
시간은 흘러 부활절 휴가가 찾아왔다. 그리핀도르의 다음 퀴디치 시합은 후플푸프와 하기로 되어 있었다. 우드는 저녁식사 후 매일 밤 단체 훈련을 해야 한다고 고집했으므로 해리는 퀴디치와 숙제 말고는 다른 걸 할 시간이 전혀 없었다. 그러나 비는 더 이상 내리지 않아서 날씨만큼은 훈련하기에 점점 좋아지고 있었다. 토요일에 있을 시합 전날 저녁, 훈련을 마친 해리는 이번에야말로 그리핀도르가 퀴디치 우승컵을 탈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며 빗자루를 갖다 놓으려고 기숙사로 올라가려고 하다가 빈 교실 안에서 들려오는 목소리에 멈칫했다.
"학교를 폐쇄하지 않고 뭐하는 겁니까, 덤블도어 교수님? 학생이 습격을 당했습니다!"
"진정하게 세베루스."
"진정하라고 하셨습니까? 저는 도대체가 당신의 결정이 이해가 가질 않습니다! 마법부에서도 학교 폐쇄를 논의하고 있는 시점에서 어떻게……."
스네이프의 목소리가 점점 커져왔다. 금방이라도 스네이프가 문을 벌컥 열 것 같아 해리는 재빠르게 그 자리에서 도망쳤다. 그리핀도르 기숙사로 돌아와 숨을 고르고 있던 해리에게 네빌이 달려와 극도로 흥분해서 말했다.
"해리, 난 누가 그랬는지 몰라……. 내가 들어갔을 때 벌써 저렇게 되어 있었어……."
걱정스러운 눈초리로 해리를 바라보며 네빌이 문을 밀었다. 해리의 가방 속에 들어 있던 물건들이 사방으로 흩어져 있었다. 망토는 갈기갈기 찢겨지고, 이불은 침대에서 끌어 내려졌으며, 침대 옆에 있는 서랍장 서랍이란 서랍은 죄다 열렸고, 그 안에 들어있던 물건들은 매트리스 위에 뒤엎어져 있었다.
"누군가가 뭘 찾고 있었나 봐."
론이 말했다.
"뭐 잃어버린 거 있니?"
해리는 흩어져 있던 것들을 주섬주섬 주워 가방 속으로 던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록허트의 책들을 다 던져 넣었을 때 무언가가 없어졌다는 걸 깨달았다.
"리들의 일기장이 없어졌어."
***
릴리아나에 이어 헤르미온느가 습격을 당했다. 퀴디치 시합이 취소되고 맥고나걸 교수와 함께 병동으로 가던 해리는 몇 달 전 겪었던 상황과 비슷한 상황에 제발 교수들이 잘못 알았던 것이기를 빌며 병동 안으로 들어갔다.
"습격이 또 있었단다……. 이번에는 두 명이 당했어……."
해리는 릴리아나의 침대 옆에 두 눈을 흐리멍덩하게 뜨고 죽은 듯이 누워 있는 헤르미온느를 바라보며 머리가 어지러운 것을 느꼈다.
"친구가……두 명이……모두……."
론 역시 머리를 싸매며 신음소리를 흘렸다.
"도서실 근처에서 발견되었단다. 이게 저 애들 옆에 떨어져 있었는데……혹시 본 적 없니?"
그녀가 작고 동그란 거울 하나를 들어 올리고 있었다. 해리와 론은 둘 다 헤르미온느를 빤히 바라보며 고개를 저었다.
"다시 그리핀도르 탑까지 바래다주마. 어쨌든 나도 가서 학생들에게 말해 줘야 할 테니 말이다."
그리핀도르 학생들은 학생 휴게실 안에 옹기종기 모여 앉아 조용히 맥고나걸 교수의 말에 귀를 기울였다.
"모든 학생들은 매일 저녁 6시까지 기숙사 학생 휴게실로 돌아와야 합니다. 그 시간 이후에는 단 한 명도 기숙사를 떠나선 안 돼요. 여러분들은 수업을 받을 때마다 교수님들의 지시를 받게 될 것입니다. 교수님 없이는 단 한 명도 화장실을 사용해선 안 됩니다. 남은 퀴디치 훈련과 시합은 모두 연기될 것입니다. 그리고 더 이상 저녁 활동들은 없을 것입니다."
그녀는 읽고 있던 양피지를 돌돌 나 뒤 다소 목 메인 목소리로 말했다.
"우리는 지금 굉장히 난처한 입장에 처해 있습니다. 범인이 잡히지 않는다면 학교가 폐쇄될지도 몰라요. 따라서 뭐라도 알고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앞으로 나와 주길 바랍니다."
***
맥고나걸 교수가 마침내 맨드레이크들을 자를 때가 왔고 오늘 밤, 돌처럼 변해버린 학생들을 되돌아오게 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쁜 소식을 전했다. 어차피 내일이면 굳이 애쓰지 않아도 그 수수께끼가 다 풀리겠지만 해리는 만약 기회만 생긴다면 머틀에게 말을 한번 걸어 볼 작정이었다……. 그런데 기쁘게도 그들이 질데로이 록허트 교수의 보호를 받으며 마법의 역사 교실로 가고 있던 오전에 정말로 기회가 생겼다.
록허트 교수는 여전히 모든 위험이 지나갔다고 생각하고 있는 듯, 학생들을 복도에서 살피는 일도 건성이었다. 그럼에도 그의 머리카락은 평상시처럼 윤기가 나지 않았다. 4층 순찰을 도느라 밤을 거의 꼬박 새운 탓인 것 같았다.
"내 분명히 말하지만."
그가 학생들을 한쪽 구석으로 안내하며 말했다.
"돌처럼 굳어진 저 가엾은 사람들이 말하는 첫 마디는 '해그리드가 그랬어요.'일 거야. 솔직히, 난 맥고나걸 교수가 이 모든 안전 조치들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랐어."
"저도 같은 생각이에요 교수님."
해리가 이렇게 말하자 론이 놀라서 책을 떨어뜨렸다.
"고맙구나, 해리."
록허트 교수가 후플푸프 아이들이 줄지어 나가는 것을 기다리며 상냥하게 말했다.
"내 말은 우리 교수들이 굳이 학생들을 교실까지 데려다 주거나 밤새도록 보초를 서지 않아도 충분히 잘 지낼 수 있다는 얘기야……."
"맞아요."
론도 해리의 의도를 이해한 듯이 말했다.
"그럼 저희들을 이곳에 두고 그냥 가시는 게 어떠세요, 교수님. 이제 복도 하나만 더 가면 되잖아요……."
"위즐리, 나도 그럴까 한다. 어서 가서 다음 수업 준비를 해야 하거든……."
록허트는 황급히 가 버렸다.
"수업 준비를 한다고."
론이 그의 뒤에다 대고 코웃음을 쳤다.
"가서 머리나 말겠지, 뭐."
그들은 그리핀도르 학생들을 먼저 지나가게 한 뒤, 옆 통로로 쏜살같이 달아나 허둥지둥 모우닝 머틀의 화장실 쪽으로 갔다. 그러나 그들이 자신들의 기막힌 꾀에 스스로 감탄하고 있을 때…….
"포터! 위즐리! 뭐하고 있니?"
맥고나걸 교수가 성난 얼굴로 서 있었다.
"저흰……. 저흰……. 저흰 가서……. 그러니까……. 만나보려고……."
론이 더듬더듬 거렸다.
"릴리와 헤르미온느요."
해리가 말했다. 론과 맥고나걸 교수 모두 그를 바라보았다.
"그 애들을 한참 동안 보지 못했어요, 교수님."
해리가 다급하게 말을 계속 하다가 그만 잘못해서 론의 발을 밟았다.
"저희는 병동으로 몰래 숨어 들어가서 그 애들에게 이제 맨드레이크가 거의 준비되었으니 어, 걱정하지 말라고 말하려고 했어요……."
맥고나걸 교수가 그들을 빤히 보았다. 잠시 해리는 그녀가 버럭 화를 낼 거라고 생각했지만 기묘하게도 그녀는 우는 듯한 목소리로 차분하게 말했다.
"물론."
이렇게 말하는 그녀의 두 눈에 놀랍게도 구슬 같은 눈물이 반짝거렸다.
"물론, 친구들이 그런 일을 당하면 이 모든 게 얼마나 힘든 일인지 알고도 남지……. 충분히 이해한다. 그래 포터, 그레인저 양과 퀸 양을 방문해도 좋다. 빈스 교수에게는 내가 너희들이 어디에 갔는지 말해 주마. 폼프리 부인에게는 내가 허락했다고 말하렴."
해리와 론은 징계를 받지 않았다는 사실을 도저히 믿을 수 없는 듯 의아해하며 걸어갔다. 모퉁이를 돌았을 때 맥고나걸 교수가 코를 휑 푸는 소리가 들렸다.
"그거야말로 네가 지금까지 꾸며낸 이야기 가운데 가장 멋졌어."
론이 흥분해서 말했다. 이제는 병동으로 가서 폼프리 부인에게 헤르미온느와 릴리아나를 방문해도 좋다는 맥고나걸 교수의 허락을 받았고 말하는 수밖에 없었지만 폼프리 부인은 잠시 자리를 비웠는지 보이지 않았다.
"……리……릴리……."
"이게 무슨 소리야?"
론이 해리에게 속삭이듯 말했다. 낮은 중저음의 남자의 속삭이는 목소리가 병동 안에서 끊겼다가 들려오길 반복하자 해리는 어쩐지 몸이 오싹해졌다. 하지만 그 목소리는 어디선가 들어본 적이 있었다.
"……왜 혼자서…습격이 일어……."
"해, 해리!"
론이 겁을 먹은 표정으로 해리를 바라보자 해리는 침을 꿀꺽 삼키더니 애써 떨어지지 않는 입을 열었다.
"누……누구세요?"
해리가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흐느끼듯 속삭이던 목소리가 멈췄다. 해리가 용기를 내서 더 크게 말했다.
"누구세요?"
"어머, 너희 여긴 무슨 일이니? 수업에 들어가지 않고."
뒤에서 폼프리 부인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화들짝 놀라 뒤를 돌아본 해리가 설명했다.
"맥고나걸 교수님이 릴리와 헤르미온느를 방문해도 좋다고 허락 받았거든요."
폼프리 부인은 마지못해 그들을 들여보내 주었다.
"돌처럼 굳어진 사람에게 말해 봤자 무슨 소용이 있겠니?"
릴리아나와 헤르미온느의 옆에 섰을 때, 그들은 폼프리 부인의 말뜻을 인정해야만 했다. 차라리 그녀 침대 옆에 있는 서랍장에 대고 모든 게 잘될 테니 걱정 말라고 말하는 게 나을 것 같았다.
"얘들이 습격한 존재를 보기나 했을까? 만약 뒤에서 기습을 당했다면 못 봤을 거야……."
그러나 해리의 시선은 헤르미온느의 오른손에 붙박여 있었다. 그 손은 꽉 쥐어진 채 담요 위에 올려져 있었는데, 좀 더 가까이 다가가자 주먹 안에 종이쪽지 하나가 꽉 쥐어져 있는 게 보였다. 해리와 론은 폼프리 부인이 보지 못하게 쪽지를 빼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