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로튼 타임-20화 (20/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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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밀의 방

로튼 타임(Rotten Time)

Written by. 아르카나

비밀의 방-(9)

릴리아나가 눈을 떴다. 아니, 눈을 떴다기보다는 멀어있던 눈이 다시 보이게 된 것 같은 느낌이었지만 둘 중 무엇이든 별 상관은 없었다. 그녀의 눈에서 몸이 굳어버리는 바람에 흐르지 못했던 눈물이 흘렀다. 몸이 돌로 변했던 것처럼 뻣뻣했다. 릴리아나는 밖이 보이지 않게 쳐진 하얀 커튼과 옆에 있는 창문에서 쏟아져 내리는 햇빛으로 천천히 눈을 돌리다 목을 받쳐 들고 빨간 약물을 흘려보내주고 있던 스네이프를 바라보았다.

"세베루스……교수님?"

스네이프는 아무말 없었지만 릴리아나는 뻣뻣한 몸으로 그를 껴안으며 소리쳤다.

"……교수님!"

스네이프의 몸이 뻣뻣하게 굳었다. 릴리아나가 울음을 터트렸다. 훌쩍거리는 릴리아나를 바라보는 스네이프는 덤덤해 보였지만 어쩐지 당황해서 어쩔 줄 몰라 하는 것 처럼 보였다.

"무서웠어요……. 무서워서……. 저는……."

릴리아나가 훌쩍이며 말을 제대로 잇지 못하자 스네이프는 어색하게 손을 들어 그녀의 등을 토닥여 주었다. 한참동안 스네이프의 검은 옷을 축축하게 적시며 눈물을 쏟아내던 릴리아나가 간간이 훌쩍이며 조금 뻣뻣한 목소리로 말을 꺼냈다.

"어떻게 된 거에요? 분명 창문을 바라보다 커다랗고 노란 매서운 눈과 마주치자 몸이 얼음같이 차가워지면서 굳어버렸던 것은 기억하는데……."

"바실리스크에게 습격을 당했었다."

"바실리스크요?"

릴리아나가 눈물이 그렁그렁한채 어리둥절한듯 물었다.

"그게 뭔데요?"

"두꺼비 품에서 부화된 닭의 알에서 태어난 뱀의 왕이다. 바실리스크는 독이 있는 치명적인 송곳니 외에도 눈초리가 매서워 그 눈을 바라보는 사람들은 모두 그 자리에서 즉사하게 되지."

"즉사요?"

릴리아나가 스네이프의 옷깃을 꽉 잡고 토끼 눈을 한 채 올려다보자 스네이프가 천천히 대답해 주었다.

"그래. 하지만 호그와트에서 습격당한 사람들은 아무도 죽지 않았다. 모두 직접적으로 본 것이 아니라 무언가에 반사된 것을 봤거든."

"다행이네요."

릴리아나가 안심한 듯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습격은 모두 끝난 거죠?"

"그래, 바실리스크는 이제 없다."

"릴리!"

그때 병동 침대 주위를 가리고 있던 하얀 커튼이 홱 젖혀졌다.

"헤르미온느!"

릴리아나가 스네이프의 품에서 벗어나 헤르미온느에게 팔을 뻗어 친구의 품에 안겼다.

"깨어났구나! 깨어났어!"

릴리아나의 품에 안겨있던 헤르미온느는 흘끗 스네이프의 얼굴을 보더니 피식 웃음을 터트리며 릴리아나에게서 떨어졌다.

"갑자기 들어와서 죄송해요 교수님. 저는 이제 그만 폼프리 부인에게 가볼게요."

"헤르미온느?"

갑자기 떠나려는 헤르미온느가 의아한 듯 릴리아나가 그녀를 부르자, 헤르미온느는 그녀를 달래듯이 말했다.

"이따가 설명해줄게. 어……. 나도 습격을 받았거든. 아직 폼프리 부인이 내 치료가 끝나지 않았다고 한 걸 내가 너를 보겠다고 막무가내로 우기고 온 거거든. 이제 나머지 치료도 받아야지."

"습격이라고?"

"응, 그래도 이제는 괜찮아. 나 부인께 가봐도 될까?"

릴리아나는 헤르미온느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그녀를 보내주었다.

"그럼 저도 남은 치료를 받아야 하나요?"

"……아니, 네 치료는 이미 끝났다."

"그래요?"

스네이프와 헤르미온느의 말이 조금 일치하지 않는 것 같다는 생각을 한 릴리아나였지만 스네이프의 말에 그 생각을 날려 보냈다.

"잠시 후에 습격을 받았던 학생들과 같이 연회장으로 갈 계획인데 일어날 수는 있겠느냐."

"일어날 수 있어요!"

릴리아나가 몸을 틀어 다리를 침대 밖으로 내려놓자 스네이프가 슬리퍼를 놓아주었다. 슬리퍼를 신은 릴리아나가 일어서려다 조금 휘청거리자 자기도 모르게 그의 어깨를 덥석 잡고 말았다.

"죄송해요."

스네이프의 어깨에서 손을 떼고 양 팔을 쫙 벌리고 중심을 잡으며 조심스럽게 걷던 릴리아나가 말했다.

"헤르미온느는 아까 잘 뛰어오던데 헤르미온느는 균형 감각이 좋은가 봐요. 저는 지금 제대로 걷기도 힘든데."

"그런……가 보구나……."

스네이프가 릴리아나의 반짝이는 녹색 눈을 피하며 대답했다. 잠시 후 폼프리 부인이 들어와 어디 다친 곳은 없는지 릴리아나의 몸을 꼼꼼하게 살폈고, 영양제까지 먹인 뒤에야 연회장으로 가도 좋다는 허가를 내렸다. 다른 아이들의 검사가 끝날 때 까지 헤르미온느와 침대에 앉아 헤르미온느가 습격 받기 전까지의 이야기를 듣던 릴리아나는 그녀의 묘한 시선이 어리둥절한 듯 고개를 갸웃했다.

연회는 정말 즐거웠다. 축하 파티는 모두가 잠옷을 입은 채로 밤새도록 계속되었는데 해리가 들어오자 헤르미온느는 해리에게 달려가 "네가 해결했구나! 네가 해결했어!"라고 소리치며 해리를 꼭 껴안았다. 릴리아나 역시 해리를 껴안으며 고맙다는 인사를 했다.

저스틴은 후플푸프 테이블에서 허둥지둥 다가와 해리의 손을 힘껏 비틀며 의심해서 미안하다고 끊임없이 사과했고, 3시 30분에는 해그리드가 나타나 해리와 론의 어깨를 손바닥으로 세게 때리는 바람에 그들은 트라이플 접시를 치고 말았다. 한참을 웃고 떠들자 맥고나걸 교수가 잔을 가볍게 치며 학생들을 집중시켰다.

"잠시 집중해 주세요."

자리에서 일어난 맥고나걸 교수가 밝은 목소리로 말했다.

"습격을 당했던 학생들이 다시 무사히 우리들의 품으로 돌아와 정말 다행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녀의 말이 끝나자 연회장은 뜨거운 함성소리와 박수소리로 가득 찼다.

"다시 돌아와 줘서 고마워요. 그리고 덤블도어 교수님과 다른 교수들의 회의 끝에 이번 시험은 치루지 않기로 결정했습니다."

아까보다 더 큰 함성소리가 연회장을 흔들었다. 해리와 론은 자리에서 일어나 박수를 치며 기뻐했다.

"안 돼!"

오직 헤르미온느만이 절망적인 표정을 지으며 맥고나걸 교수를 바라보았다. 릴리아나는 헤르미온느의 표정을 보며 키득거렸다. 연회장의 소란이 조금 잠잠해지자 맥고나걸 교수는 헛기침을 하더니 계속해서 말을 이었다.

"이제 덤블도어 교수님께서 말씀하시겠습니다."

맥고나걸 교수가 자리에 앉자 덤블도어가 일어났다. 인자한 미소를 지으며 천천히 학생들을 둘러보던 덤블도어가 입을 열었다.

"올해는 정말 많은 일이 있었습니다. 습격을 당했던 학생들이 돌아오는 기쁜 일이 있지만 유감스러운 소식을 말해 주어야 하겠군요. 질데로이 록허트 교수가 기억이 돌아올 때까지 요양을 해야 하기 때문에 내년에는 '어둠의 마법 방어술'을 가르칠 수 없을 것 같습니다."

학생들이 웃음을 터트렸다. 이 소식에는 학생들뿐만 아니라 교수님들까지도 대환영하는 분위기였다.

"정말 아쉽군."

론이 잼 도넛을 먹으며 농담을 했다.

"이제 막 그가 좋아지려고 했는데 말이야."

연회가 끝이 나자 그들은 오랫동안 그리핀도르 기숙사 휴게실에 앉아 이야기를 나누었다. 오랫동안 서로 수다를 떨 기회가 없었던 것인지 그들은 밤이 깊어와 결국 그들만 남을 때 까지 이야기를 나눴다.

"자, 이제 나와 헤르미온느가 습격당한 이후에 있었던 일을 얘기해줘."

릴리아나가 연회장에서 가져온 호박 주스를 마시며 말했다.

"말도 마. 다 얘기 하려면 오늘 밤만으로도 부족할걸?"

론이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하지만 그는 말과는 다르게 제일 신이 나서 떠들어댔다.

"……해그리드가 거미를 따라 가라고 했는데 잡아먹힐 뻔 했다니까. 해리가 그냥 가자고 했던 걸 내가 빗자루라도 챙겨서 가자고 한 게 다행이었지. 빗자루가 아니었다면 우린 다음날 거미들의 배설물에서 발견됐을걸."

"으으……."

헤르미온느와 릴리아나가 역겹다는 표정을 지었다. 론이 이야기를 하면 해리가 곁들이는 식으로 그들은 동이 터올 때 까지 얘기했다. 불사조와 함께 비밀의 방을 탈출했다는 부분에선 릴리아나는 흥분한 얼굴로 불사조에 대해 꼬치꼬치 캐물었고, 크레이브와 결투한 탓에 부러진 지팡이가 역으로 주문이 발사돼 록허트가 기억을 잃었다는 이야기를 들은 릴리아나는 좋아해야할지 슬퍼해야할지 모르겠다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

그 학기의 나머지는 타오르는 햇살처럼 기분 좋게 지나갔다. 호그와트는 몇 가지가 아주 조금 달라졌을 뿐 거의 정상으로 되돌아갔다. 어둠의 마법 방어술 수업은 휴강되었고 학교 이사였던 루시우스 말포이는 파면 당했다. 또 자기가 학교 주인이라도 되는 양 거들먹거리고 다니던 말포이는 이제 얼굴을 있는 대로 찡그리고 다녔다.

호그와트 급행열차를 타고 집으로 돌아가야 할 시간이 너무나 빨리 다가왔다. 릴리아나는 열차에 타기 1시간 전 스네이프의 지하 감옥을 찾았다.

"왜 친구들과 마지막 시간을 보내지 않고 여기 온 것이냐."

"물어볼게 있어서요. 교수님."

릴리아나의 말에 스네이프가 의외라는 얼굴이 되었다.

"제가 습격당했던 날에요. 교수님께 초콜릿을 드리려고 가고 있었는데 일어나 보니까 초콜릿 상자가 없더라고요. 그게 어디 있는지 아세요?"

"……모른다. 정신없이 상황이 진행되면서 어딘가로 흘러 들어간 거겠지."

"역시 그럴까요? 아쉽다……."

릴리아나는 아쉽다는 듯 한숨을 쉬었다.

"그럼 안녕히 계세요. 방학 잘 보내시고요."

"그래."

"편지 할게요!"

스네이프는 아무런 대답이 없었지만, 릴리아나는 발걸음을 돌려 사무실을 나섰다. 혼자 남은 스네이프는 다시 의자에 앉아 남은 서류를 처리하려다가 문으로 시선을 옮겼다. 한동안 릴리아나가 나간 문을 바라보던 스네이프는 다시 서류로 시선을 내렸지만 의미 없이 같은 글씨를 읽다 결국 책상 제일 아래에 있는 서랍을 열었다.

서랍 안에는 그녀가 잃어버렸다는 그 초콜릿 상자가 있었다. 흰 포장지에 연두색 리본으로 정성스럽게 포장 된 초콜릿 상자를 바라보던 스네이프는 처음으로 조심스럽게 포장을 풀었다. 흰 포장지로 감싸져 있던 검은 상자가 드러나고 그 위에는 새하얀 편지가 접혀 있었다. 편지를 읽던 스네이프는 편지를 원래대로 접어 상자 위에 올려놓았다. 그리고는 그것을 다시 책상 제일 아래에 있는 서랍에 넣고는 마법으로 서랍을 잠갔다. 마법으로 서랍을 잠그는 그의 표정은 복잡해 보였다.

-비밀의 방 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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